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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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숲을 먼저 방문한다.
벌목꾼의 쉼터.
팔란티어 왕국 경계면에 위치한 세계수를 둘러싼 목재 요새로, 벌목꾼 연합체의 본부였다. 본부라는 상징성과는 다르게, 경비가 삼엄하거나 대단히 질서 잡힌 모습은 아니었다.
그곳에도 월동 준비가 한창이었다. 세계수를 둘러싼 요새 곳곳에서 마수 가죽과 같은 물물교환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었고, 그게 아니라면 불타는 장작더미에 옹기종기 모여 몸을 지지며 한창 수다를 떨었다.
겨울은 신의 시계마저 얼려 버리는지, 이들에게 가장 시간이 가지 않는 계절로 손꼽혔다. 이것을 해소하는 덴 불 앞에서 독주를 마시며 떠드는 게 최고였다. 제자리에서 몸을 데우면서 시간마저 녹일 수 있으니 이만한 게 없었다.
마수 가죽을 둘둘 감아 얼굴만 내민 앙리 폰 앙켈은 5층의 집무실 베란다에서 그런 광경을 내려다보았다.
‘곧 제3 탐색대대가 복귀한다.’
현재 벌목꾼의 총전력을 팔란티어 왕국의 외곽 숲으로 투사 중이었다.
벌목꾼의 쉼터는 말 그대로 대대 편성이 끝난 벌목꾼들이 번갈아 가며 쉬는 장소에 불과했다. 제3 탐색대대가 오면, 지금 저리 쉬고 있는 이들이 제4 탐색대대가 되어 숲으로 나아가야 했다.
‘언제까지 8왕국 내부에서 손을 놓고 외부에만 눈을 둬야 할까……. 아니, 애초에 티프리메이식은 정말 8왕국의 이권에 관심이 있기나 한 걸까?’
앙리 폰 앙켈은 속앓이를 했다.
며칠 전 올라온 한 통의 보고 때문이었다.
‘검공과 올도로프 공작마저 죽고, 에이드리언 가문은 완벽히 축출당했다. 팔란티어 왕국도 아시리스처럼 우리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버린 것이야.’
불과 얼마 전, 에이드리언 후작에게서 받은 서신엔 연구의 완성을 위해 사도를 성공적으로 데려왔다는, 그럴듯한 성공담이 적혀 있었다.
그랬던 게 무색하게도 몇 번의 급보가 전해지더니 이내 상황이 반전된 거다.
뒤늦게 벌목꾼을 파견하려 했지만, 그마저 금방 취소했다.
‘에이드리언 후작이 사도의 손에 죽었다.’라는 소식이 귀환한 벌목꾼의 입에서 나온 탓이다.
일이 그리 진행됐다면 단순히 벌목꾼 몇을 파견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었다. 이제 벌목꾼들을 대대적으로 투입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만 했다. 숲이 아닌, 8왕국 내부로.
그걸 위해 앙리 폰 앙켈은 티프리메이식을 설득했고.
보기 좋게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그 황혼의 산맥인지 뭔지를 찾으라고만 하다니…….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티프리메이식은 8왕국의 일엔 관심이 없는 거다. 그저 우리를 이용하기 위한 미끼일 뿐…….’
그 이전까지는 8왕국 내부의 일을 도맡아서 처리할 자가 있었기에, 각자 맡은 역할을 강조하는 그의 말이 설득력 있었다.
하나, 에이드리언 후작까지 죽은 마당에 일관된 주장을 한다는 건 다른 꿍꿍이속이 있다는 거였다.
더욱 불쾌한 건, 티프리메이식은 그런 감정을 감출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해 볼 테면 해 봐라.
그리 느껴졌다.
‘도대체 그 속을 짐작할 수가 없다. 2,000년 묵은 능구렁이 같으니…….’
앙리 폰 앙켈은 인상을 찌푸렸다.
새하얀 머리카락과 구레나룻, 수염이 그의 거무튀튀한 피부와 대조되어 한 마리 야수처럼 느껴졌다.
‘그래……. 해 보라면 해 봐야지. 이대로 가다간 8왕국에 대한 영향력을 처음부터 쌓아야 될 판이다. 이제 티프리메이식만 쳐다보고 있을 순 없어.’
결정을 내렸다면 바로 움직인다.
“알바토레, 거기 있나.”
철컥.
대답 대신 문이 살짝 열렸다.
“팀장급들을 전원 회의실로 소집해라. 오늘 결단을 내려야겠다.”
“알겠습니다. 20분만 주십시오.”
*
좁은 회의실을 가득 채운 건 여덟이나 되는 남자들.
벌목꾼 생활을 하며 위생을 신경 쓰는 건 진작 포기했으므로, 청결과는 거리가 먼 자들이었다.
떡이 진 기다란 머리카락을 대충 묶었으며, 땟물이 흐르는 얼굴은 볼품없기까지 했다.
하지만 마수의 가죽 안으로 보이는 훈련된 육체와 정갈한 마나는 절대 이들을 외관으로만 평가해선 안 된다는 걸 말해 주고 있었다.
“다들 모였군.”
마지막으로 들어온 앙리를 향해 모두 대충 고개를 까닥였다.
“오늘 이 자리를 만든 건 너희에게 선택권을 주기 위함이다.”
“선택?”
여덟 팀장의 눈길이 삐딱해졌다.
벌목꾼으로 살면서 가장 거리를 두고 살았던 단어였다.
그들에겐 선택이 없었다. 정당한 사유 없이는 임무에 대한 거부권이 없었으니까.
벌목꾼이 되는 것조차 자발적이었던 이는 극소수.
첫 단추부터 제 선택이 아니었는데, 이제 와서 무슨 선택을 하라는 것인가.
“그래, 무슨 심정인지 안다. 너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하게 말하겠다.”
앙리는 검지와 중지를 펼쳤다.
“간단명료하다. 계속 벌목꾼으로서 숲에 남아 의무를 다하느냐… 아니면 나와 함께 세상으로 나아가느냐. 자, 골라라.”
“……!”
놀람이 퍼졌다.
앙리 폰 앙켈은 벌목꾼의 지도자다.
그런 이가 지금 탈영을 권유하고 있는 것이었다.
2명은 대장이 왜 저러는지 아는 눈치였다. 7번과 8번 팀장. 이미 오래전 포섭당한 팀장들이었다.
“…대장, 어디 아픕니까?”
“3팀장, 나는 지금 지극히 정상이다. 몸과 마음이 이보다 더 냉정할 수 없어.”
“기껏해야, 탐색대대가 곧 오니 풀어진 팀원들을 적당히 조이라고나 할 줄 알았지, 이런 말이 대장의 입에서 나올 줄이야.”
“1팀장 말대로요. 이건 예상도 못 했네.”
팀장급 벌목꾼들이 소란스러워졌다.
앙리가 두꺼운 손바닥으로 책상을 탕탕 쳤다. 시선이 다시금 모인다.
“우리가 몇 년 사이 계속 팔란티어 왕국의 외곽만 개척하고 있다는 걸 잘 알 거다. 너희도 징글징글할 테지.”
“말해 뭐 합니까. 솔직히 생각만 해도 토악질이 나옵니다.”
“그럴 거다. 날 원망도 했을 거고, 욕도 했을 거다. 하지만 더는 안 그래도 된다는 뜻이다.”
어조가 정돈되어 있고 차분했다.
거짓이 아님을 알아챈 팀장들이 서로 눈빛을 부딪쳤다.
꿀꺽, 누군가 군침을 삼켰다. 매혹적인 제안에 다들 혹하고 있었다.
그때 가만히 이를 지켜보던 4팀장이 나섰다.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이오. 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기에?”
“내 오래된 야망이야, 4팀장. 난 벌목꾼의 능력이라면 8왕국에서 떵떵거리며 대접받는 것은 물론, 새로운 나라까지 건국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건국? 허, 참……. 8왕국과 부딪쳐서 땅이라도 뺏어 보겠다는 건가.”
“안 될 건 뭔가. 돌로레스, 이 자리에만 소드 마스터가 여덟이다. 다른 탐색대대가 복귀하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테고. 전쟁을 못 할 이유는 없다.”
4팀장 돌로레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현실적인 사내였고, 대장 앙리에게도 직언을 아끼지 않는 자였다.
그의 입이 바빠졌다.
“넉넉잡아 소드 마스터 스물다섯, 어블레이즈 이삼백으로 8왕국과 부딪쳐 보겠다? 8왕국의 소드 마스터만 달달 긁어모아도 최소 팔, 구십은 될 거요. 어블레이즈는 그보다 더 많겠지. 그리고 왕국에 충성을 바치는 고기 방패들은 셀 수도 없을 테고.”
“대신 덩치가 크고 머리가 많지. 놈들이 합심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 틈을 타 각개격파를 하면 그만이다. 바깥소식은 들었겠지. 이번 아헨탈이 팔란티어를 쓰러뜨린 걸 생각해 봐라.”
“그건 특수한 경우요. 팔란티어의 왕좌가 비어 있었기에 구심점이 없어 가능했던 일이란 말이오.”
돌로레스의 말에 나머지 팀장들도 눈빛이 흔들렸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나은 법이다. 개죽음을 당하는 것보다야 벌목꾼으로 살아가는 게 나았다.
앙리도 지지 않고 말을 이었다.
“왕이 여덟이나 되기에 뭉치기가 어려운 것이다. 서로 구심점이 되려 하다 자멸하겠지. 어디 그뿐인가? 소드 마스터라고 해서 같은 소드 마스터가 아니다. 우리가 8왕국의 개돼지들을 비웃었던 이유가 무엇이더냐? 그 수준이 형편없고 게으르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휴지기 빼곤 무기를 놓고 살아 본 적이 없다. 놈들은 우리의 상대가 되지 못해.”
“좋소. 그럼 백번 양보해 우리가 운 좋게 이겨 한 나라를 세웠다 칩시다. 한데, 어찌 운영할 것이오?”
“…….”
올 게 왔군.
앙리는 자신이 염려했던 문제를 마찬가지로 걸고넘어지는 돌로레스를 똑바로 쳐다봤다.
“대장이 오랫동안 벌목꾼 연합체를 이끌어 왔으니 조직 운영에 대해 밝다는 건 인정하겠소. 하지만 나라를 다스리는 건 다른 이야기요. 우리는 8왕국에서 보내 주는 돈으로 자금을 걱정해 본 적 없지만, 거기서부턴 우리가 직접 세금을 거두고 백성들을 하나로 묶어야 하오. 그걸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믿는 거요? 벌목꾼이?”
저것만은 반박할 수 없다. 날카로운 지적이다. 어쩌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예리하다.
앙리 폰 앙켈은 한숨을 내쉬었다.
만일 에이드리언 후작이나 바스카스 후작이 살아 있었다면 ‘할 수 있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애초에 각 왕국의 지도층을 회유한 건 8왕국을 손쉽게 무너뜨리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왕국의 체계와 행정, 지배의 정당성을 그대로 물려받기 위함에 있었다.
하지만 그 준비가 무너졌으니, 이제 가능하다고 대답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백성들이 귀족들에게 세금을 바친 건 그들이 귀족이기 때문이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그들을 모셨고, 자신들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까지 세금을 바쳤기에 그럴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하지만 난데없이 벌목꾼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면 어디, 인정할 거 같소? 그런 그들을 우리가 일일이 위협할 수 있을 거 같소?”
“젠장. 4팀장이 좆 같은 성격이긴 한데, 맞는 말만 한다니까.”
누군가의 동조에 돌로레스는 고맙다는 듯 고개를 까닥였다.
“그리고 여신의 복음에 있어 벌목꾼의 일은 신성한 의무요. 한데, 우리가 그 모든 의무를 때려치우고 8왕국 내부로 들어간다면 교단은 즉시 우리를 적대할 것이오. 그 말인즉, 여신교를 믿는 8왕국 대부분의 신민을 적으로 돌린단 말과 같소. 이런 판국에 과연 나라가 제대로 운영될 거라 생각하시오? 대장,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다시 생각해 보시오. 어쩌면… 거대한 혼란만 빚어질 뿐, 우리가 얻는 건 아무것도 없을 수 있소.”
돌로레스의 말에 좌중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다들 두 눈동자에 복잡한 기색이 가득했다.
제안을 한 당사자인 앙리 폰 앙켈도 인정하는 문제였으니, 다른 팀장들은 오죽할까.
앙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티프리메이식은 여기까지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군……. 에이드리언 후작이 죽기 전까진 그의 ‘존재’로 나를 막을 수 있고, 후작이 죽은 후엔 그의 ‘부재’로 나를 막을 수 있다는 건가.’
어찌 보면 기가 막히는 심계다.
왜 그런 능력을 8왕국을 향해서 쓰지 않고 자꾸만 숲 외부로 발휘하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사람이란 그리 이성적이기만 한 동물이 아니야. 티프리메이식, 너는 2,000년을 살아오면서 인간의 이해와는 거리가 멀어졌기에 그 사실을 잊었겠지만… 난 아니다.’
제 야망에 누구보다 솔직했던 벌목꾼은 다른 이들의 야망을 자극하기로 결심했다.
애초에 논리적인 이성의 영역에서 이들을 설득할 생각 따윈 없었던 그였다.
그는 자신했다. 오히려 벌목꾼들에겐 이것이 더 통하리라고.
“그럼… 4팀장 말대로 여기 숲에서 평생 나무나 베고 마수나 잡으면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을 계속 연명할 사람 있나? 어디 손 한번 들어 봐라.”
“……!”
고민하던 벌목꾼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성적으로 설득하던 돌로레스마저 손을 들지 못하고 있었으니.
벌목꾼의 삶을 지속한다는 건, 그만큼 춥고 괴로우며 형벌과도 같은 것이었다.
“돌로레스, 네 말이 옳다는 건 이 자리의 누구나 다 안다. 나도 알지. 하지만… 언제는 옳은 것만 하고 살았더냐? 이런 삶을 계속 영위하는 건 어디 옳은 것이더냐? 우리는 8왕국 어떤 기사들보다 강하고 뛰어나다. 존중받아도 모자란 우리가 왜 이런 흑빵만도 못한 대접을 받으며 평생을 희생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냐! 놈들은 우리가 개척한 땅에서 안락하게 뱃살을 찌우며 살아가는데! 왜 우리는 젊음을 잃고, 건강을 잃고, 가족과 사랑하는 이까지 잃으며 여기서 이러고 있냔 말이다!”
쩌렁쩌렁 울리는 앙리 폰 앙켈의 목소리.
그것이 가라앉자 회의실은 무거운 침묵만이 감돌았다.
“무엇 때문일까. 1팀장처럼 과거에 죽을죄를 지어서? 아니면 4팀장, 너처럼 서자로 태어나서? 2팀장처럼 운 나쁘게 징집을 당해서? 아니면… 8팀장처럼 부모가 이곳에 버려서? 무엇이냐. 안다면 말을 해 봐라, 돌로레스!”
모두가 머리를 처박고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특히 4팀장 돌로레스는 눈을 질끈 감은 채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래. 모두 말 못 하겠지. 평생을 벌목꾼으로 헌신했으나, 나 역시 아직 답을 못 찾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틀린 건 계속 보이더군. 우리의 희생을 틀렸고, 배부른 개돼지들이 틀렸다. 존중하지 않는 저들이 틀렸다. 그렇다면, 애초에 이건 답이 없는 문제. 그러니까… 문제의 근원부터 틀린 게 아니냔 말이다. 이 벌목꾼이라는 족쇄부터!”
쾅!
한 번의 두드림으로 회의실의 책상이 단박에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오직 소드 마이스터에 이른 자만이 할 수 있는 신묘한 발경의 묘리.
앙리 폰 앙켈이 뿜어내는 기세에 모든 팀장이 압도당했다.
“족쇄를 찬 우리는 틀린 삶을 계속 살아왔다. 아니, 버텨 왔다. 나 혼자였으면 할 수 없었을 일이다. 하나, 너희와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지. 돌로레스, 우리가 하려는 일 역시 옳지 못한 일이라면, 그 역시 마찬가지로 동료들이 있다면 가능한 일이 아니겠나? 버텨 낼 수 있지 않겠나? 너와 내가 있다면 해 볼 만하지 않겠냔 말이다!”
돌로레스가 눈을 뜨고 대장을 바라보았다.
앙리 역시 돌로레스를 포함, 팀장들을 하나씩 일일이 마주했다.
마침내 돌로레스가 먼저 고개를 숙였다.
“나가서도 잘 부탁드리겠소, 대장.”
뒤이어 다른 벌목꾼들 역시 수긍했다.
“저도요, 대장.”
“한번 해 봅시다.”
“8왕국 개돼지들에게 어디 쓴맛을 보여 주자고.”
모두의 인정 속에서 앙리 폰 앙켈은 웃었다. 해냈다는 생각이 감정을 고조시켰다.
적잖이 기분 좋은 흥분감.
그 속에서 앙리는 홀로 큰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사실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마치 어머니 몰래 나쁜 짓을 한 다섯 살 남자아이의 감정과 비슷했다.
‘이제 돌이킬 수 없어. 이것으로 티프리메이식의 결정을 완전히 반하게 됐으니, 반드시 일을 성공시켜야만 한다. 어차피 미궁 속에 얌전히 처박혀 있을 텐데… 그사이 최대한 빠르게 성과를 낸다면, 내게 뭐라 할 수 있겠는가.’
그가 그리 계획을 짜는데, 회의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벌목꾼 하나가 뛰어와 즉시 보고를 올린다.
“제3 탐색대대가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긴급한 건이라며…….”
벌목꾼이 내민 종이를 앙리가 빼앗듯 낚아챘다. 천천히 눈동자가 위에서 아래로 흘렀다.
그럴수록 점점 그의 동공이 커져만 갔다.
“발견했다고? 황혼의 산맥을? 하필 지금 이 시점에……. 앞장서라. 책임자를 만나 봐야겠다!”
앙리 폰 앙켈이 서둘러 빠져나갔고, 팀장급 몇몇도 서둘러 그 뒤를 쫓았다.
남은 몇 명만이 어영부영 엉덩이를 떼는데, 그중 하나가 옆 사람을 붙잡고 질문했다.
“황혼의 산맥? 그게 멈까?”
건수를 잡았다는 듯 눈을 빛내고 있는 자.
8팀장, 키드먼이었다.
*
책을 읽던 티프리메이식이 읊조렸다.
“알바토레, 무슨 일이지?”
세계수 아래 지하 미궁. 가림막 커튼처럼 이뤄진 세계수의 잔뿌리를 걷어 내며 회색 머리의 사내가 들어왔다.
“앙리 폰 앙켈이 따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변하고 만 건가. 안타까운 일이야.”
툭.
티프리메이식이 책을 덮자 알바토레가 주춤 뒤로 물러선다.
순간, 그 책처럼 자신의 남은 생도 끝을 보지 못하고 덮이는 것처럼 아득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변화라는 것엔 그 자신이 사라질 가능성 또한 늘 포함되는 것인데, 인간은 변화를 너무 유리하게만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어. 짧은 생을 다채롭게 살기에 그런 것일까.”
그 읊조림엔 저도 모르게 다른 정보를 내뱉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스스로 자각하기도 전에 알바토레는 입을 놀리고 있었다.
“저, 그리고 제3 탐색대대가 왔습니다. 그런데… 황혼의 산맥을 발견한 것 같다는 보고도 같이…….”
“정말인가?”
알바토레가 놀라 저도 모르게 등을 벽에 붙이고 말았다.
어느새 숨 닿을 거리까지 다가온 티프리메이식이었다. 그에게 난생처음 보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저걸 기쁨이라고 해야 할까, 광기라고 해야 할까.
저도 모르게 덜덜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알바토레는 확실히 그의 감정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환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