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25
전업 힐러는 점점 강해진다
(24)
“자네들은… 방금 그 소리 못 들은 건가?”
“무슨 소리를 말씀하시는 건지?”
라망은 의아했다. 조금 전 그 목소리는 환청이 아니라 실제 소리였다.
누군가 장난을 치는 건가, 주변을 돌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 바보다뀨. 그래서 이 몸을 찾겠냐뀨? ]“누, 누구냐?”
놀란 라망이 갑자기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나머지 기사들마저 놀라 사주 경계를 취했다.
[ 멍청이, 생각으로 대답해도 된다뀨! ]‘아, 고맙… 근데 대체 누구십니까?’
[ 뀨뀨뀨, 이 몸은… 메시의 수호 정령이니라뀨! ]‘수호 정령…!’
이 세계의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가치를 믿는 걸 좋아했다. 그것이 의미가 있다고 믿는 편이었다.
대표적으로 기사는 ‘충성’이라는 가치를 믿었고, 이세계의 사람들은 대지의 신 가이아에 대한 독실한 신앙으로 믿음을 피력했고, 나약한 개인으로서는 보이지 않는 괴력난신의 존재를 믿었다.
믿음의 시대였고, 신이 살아있는 시대였다. 그게 보통 이 시대 사람들의 상식이었다.
정령은 그 괴력난신 중 하나에 속했다. 정령술사란 워낙 드물어, 정령을 실제로 보는 일이 잘 없었으므로 설화나 영웅 무용담에서나 등장하는 존재였다.
라망은 자신과 대화를 하는 이 존재가 정령이라는 걸 의심하지 않았다. 다른 이들이 전혀 대화를 못 듣고 있지 않은가? 이런 신비한 현상은 정령이 아니면 하지 못할 것이다.
‘메시에게 정령이 있었단 말입니까?’
[ 바보, 메시는 숲의 종족이지 않느냐뀨! ]‘아, 그래서 이 공자에게 정령술을 공부할 지원을 요구했군요.’
빠른 납득.
이 세계의 인간들은 이종을 차별하면서도 한편으론 약간의 환상이 있었다. 대표적인 환상으로는 ‘정령’을 다룬다는 이미지였다.
사람인 메시에게 정령친화력이 있는 건, 단순히 타고난 우연이지만 때마침 둘러대기 좋게 됐다.
‘그런데 메시의 수호 정령이 왜 저에게…?’
[ 네가 멍청해서 그렇지 않냐뀨! 지금 눈앞에 세 놈이 하는 짓이 딱 봐도 수상하지 않냐뀨! 눈치 좀 채라뀨! ]‘예?’
갑작스러운 얘길 들은 탓인지, 라망은 나쁜 놈으로 지목당한 셋을 멀뚱히 쳐다봤다.
라우드, 켄, 블라도.
라망은 코흘리개 시절부터 봐온 녀석들이라 수상하게 보려고 해도 볼 수가 없었다.
거기다 저들은 이 공자의 아헨탈 기사단 동기이며, 직속 부하였다. 특히 라우드의 경우 에레브의 몇 안 되는 ‘신뢰 관계’ 중 하나였다.
“라망 경, 대체 무슨 일입니까? 방금 누굴 찾은 거고요?”
그 라우드가 이상한 눈치로 물었다. 라망은 방금 들은 걸 말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는 고민에 빠졌다.
슬쩍 메시를 쳐다봤다.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말하지 말란 뜻이었다.
개미굴을 통과하면서 메시의 지휘를 받았던 탓인지, 관성적으로 그 말을 따랐다.
“어… 미안하네. 요즘 내가 기운이 없나 보군. 환청이 가끔 들려.”
“환청이요? 하하. 얼른 집에 돌아가고 싶으신 가봅니다.”
“그렇지. 안 그래도 방금 아내 목소리가 환청으로 들리더군! 하하.”
유부남에게 아내의 환청이 들릴 리가 없을 텐데. 거짓말이 어색한 라망이었다.
“그럼 임무부터 빨리 끝내시죠. 누구와 가시겠습니까? 개인적으로 기사장님께 오늘 꼭 상담받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어, 상담? 그게 말이지…”
정령이 한 말이 은근슬쩍 마음에 걸렸다. 힐끗 메시의 눈치를 보는데 때마침 목소리가 들려왔다.
[ 라망 경, 메시입니다. 정령을 통해서 제 사념을 전달하니 놀라지 마십시오. ]‘…!’
이미 놀랬다.
[ 이놈들의 목표는 아마 저입니다. 라우드가 라망 경을 데리고 가 있는 사이 절 처리하고, 그 이후에 라망 경을 죽여서 책임을 뒤집어씌울 겁니다. ]‘이놈들이 대체 왜? 아니. 그보다 확증은 있는 건가?’
‘쉽다고?’
[ 그야, 이놈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면 되지 않겠습니까. 라우드는 나머지 두 놈이 저를 처리하고 돌아올 동안, 라망 경을 건드리지 못할 겁니다. 그사이 한번 떠보시지요. 별거 없다면 손해 볼 일도 아니잖습니까. ]‘…그럼 자넨?’
라망의 걱정 어린 음성에도 메시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 다 생각해둔 방안이 있으니. 절 믿고 저놈들에게 대답이나 하시죠. ]‘정말 자신 있나? 자넨 괜찮은 거야? 만약 자네 말이 사실이라면 상대는 아헨탈 기사 둘이야. 쉽지 않단 말일세.’
[ 라망 경. 지금 누굴 걱정하시는 겁니까? 여긴 원망의 숲입니다. ]어이없다는 듯 대답하는 메시, 말투에 자신감이 어려있었다.
[ 그리고 여긴 우리 집 앞마당이었죠. ]홈그라운드에 대한 넘치는 메시의 자신감, 그 말을 듣자 라망은 한번 믿어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미굴에 들어가기 전에도, 메시는 개미굴만큼은 자신했다. 그리고 능력으로 자신감의 원천을 증명했다.
“좋아. 라우드. 오늘 자네의 고민 내가 싹 해결해주지.”
“오, 정말입니까? 약속하신 겁니다.”
들떠 보이는 라우드의 낯선 모습에, 웃고 있는 라망의 마음도 무거워졌다.
항상 표정 없던 놈이 웃는 것만큼, 마음에 걸리는 일이 어딨겠는가?
라망은 메시에게 시선을 잠시 뒀다가, 말없이 돌아 걸어갔다. 라우드도 뒤를 쫓아갔다.
두 사람이 사라지자 켄과 블라도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자, 이종. 우린 쉬엄쉬엄 움직이자고.”
“아니지, 수색 임무니까 눈에 잘 안 띄는 구석까지 꼼꼼히 살펴봐야지. 그쪽으로 가자고.”
이미 이 어두컴컴한 숲에서 눈에 잘 띄고 안 띄고가 무슨 소용이겠나. 둘은 기분 나쁜 여유를 부렸다. 마치 물개로 공놀이를 하려는 범고래의 악취미 같았다.
그리 여길 만도 했다. 그들의 눈에 메시는 마나도 쓸 줄 모르고, 검도 익히지 못한 애송이였으니까.
아랑곳하지 않고, 메시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좋습니다. 그럼 우리도 신속하게 움직이죠.”
“으응?”
“절 따라오시죠. 유적 주변을 한번 싹 훑으며 수색하겠습니다. 눈에 잘 안 띄는 곳까지 말입니다.”
파박!
메시가 땅을 박차고 빠르게 뛰어나가자, 되레 당황한 건 켄과 블라도였다.
“저 자식, 지금 자기가 처한 상황을 모르는 건가? 눈치를 채고 라망 경을 끌어들이려는 거 아니었어?”
“켄. 이럴 틈이 없어. 저 자식 벌써 저기까지 갔어.”
“뭐야, 왜 저렇게 빨라? 그냥 새비지 정도라고 안했나?”
켄과 블라도가 당황할 만큼, 메시는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몸속에서 회로를 타고 움직이는 마나 덕분이었다.
메시는 하루 만에 달라진 자신의 몸을 느꼈다. 가스통의 신체 정보를 배우게 됐을 때가 뛰는 정도였다면, 마나 사용은 날아다니는 수준이었다.
이동에도 마나 소모는 있었지만, 그리 많은 양을 소모하지 않았다. 괜히 일가를 이룰 수 있었던 마나연공법이 아닌지, 그 정도는 얼마든지 채워줄 수 있다는 듯 마나홀에 마나를 공급했다. 제법 오래 달릴 수 있을 거 같았다.
거기다 예상 못 한 진일보도 있었다. 사부에게 배웠던 ‘바르셀로 식―빠른 걸음’도 마나를 곁들이며 사용하자 진가를 드러냈다.
숲에서 이동할 때나 일상적으로 걸을 때, 평소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걷고 뛰는 법이라며 사부가 가르쳐줬던 것이었다.
라망이 처음 메시를 봤을 때도, 발걸음이 빠르지 않은데 거리를 좁히는 속도가 묘하게 빠르다고 평했던 건 이 때문이었다.
메시는 몇 발자국 걷지 않아도 몸이 쭉쭉 앞으로 나가는 걸 느꼈다.
뒤편의 켄과 블라도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러다 저 새끼 놓치겠어!”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마나를 사용할 줄 안다고 했나?”
“그럴 리가 없잖아!”
처음에는 장난으로 생각했는데, 좁혀지지 않는 거리에 둘은 웃음기를 거뒀다.
어느 순간부터 진심으로 달리고 있는 그들을 발견했다. 사정이 다급해지자, 전과 같은 여유는 보이질 않았다.
둘은 서둘러 메시가 보이던 자리에 도착했으나, 이미 흔적조차 없었다.
“빌어먹을 새끼, 잡히면 죽여버린다.”
“켄, 진정해. 흥분해서 죽였다가 괜히 피 묻으면 큰일이니까. 이번 일은 그냥 애송이 하나만 담그고 튀는 거야. 감정 섞지 말라고.”
켄과 블라도는 숨을 짧게 끊어 마시며, 주위를 눈으로 탐색했다.
안 그래도 수령 많은 블랙 우드 때문에 어두컴컴한 숲이었다. 잘 보이지 않아 눈에 마나를 집중시켰다.
‘제발 나와라… 놓치면 라우드 대장한테 뼈도 못 추린다고!’
둘의 필사적인 바람을 듣고 신이 도와준 건지, 수풀이 움직이는 소리가 귓가에 스쳤다.
사사삭.
“저기다!”
무엇인가가 움직였다. 빠른 움직임이 있자, 켄이 못 참고 제일 먼저 뛰쳐나갔다.
뒤에서 블라도가 뭐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더듬이…’ 어쩌고 하는 소리였다. 무슨 말이지?
그 의문에 응답하듯 수풀에서 갑자기 검은 작살 같은 것이 길게 뻗어 나와 켄의 머리를 노렸다.
“이런… 미친!”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어 빗맞히게 했다. 그 순간 수풀에서 뛰쳐나온 건, 그도 잘 아는 존재였다.
“아니,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발작하듯 비명을 지르는 켄, 그를 덮친 건 다름 아닌 개미굴에서 봤던 장군 개미였다.
멀리 나무 위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메시는 피식 웃었다.
“왕실수호 대장, 저 녀석이 찾아오고 있을 줄은 몰랐네. 아까 유적 가는 길에 우릴 기다리고 있는 거 보고 놀랐다니까.”
30분 거리에 불과했던 유적까지의 길이 1시간 넘게 늘어났던 건, 메시가 장군 개미를 따돌리기 위해서 빙 돌아간 탓이었다.
이후, 공주의 위기상황을 느낀 건지 장군 개미는 신속하게 추격을 해왔고, 메시 역시 장군 개미와의 거리를 좁히다가 접촉 예상 지점에서 방향을 틀어 켄과 블라도를 끌어들인 것이다.
[ 어머니에 대한 충성심이 없다뀨. 왕국도 당분간 복구가 불가능한 수준이라 날 찾으러 뛰쳐나온 걸거다뀨. ]“공주의 명령은 듣지 않는다고 했던 거 같은데?”
[ 명령을 반드시 들을 필요는 없다뿐이지, 날 지키는 건 당연히 행동한다뀨. ]“그리고 지금 너와 난 운명공동체지. 널 지키는 게 날 지키는 거고.”
[ 부..부끄럽다뀨! ]주머니에서 방방 대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뭔가 오해가 있는 듯하지만 메시는 그걸 무시하고, 눈에 기운을 집중해 장군과 두 사람의 전투를 지켜봤다.
“역시… 한 수를 숨겨두고 있었네.”
켄과 블라도, 두 명은 붉은 스크롤 같은 걸 꺼내 잡아 찢더니, 이내 몸놀림이 빨라지고 방어도 철저해졌다.
수상한 놈들이니 뭔가가 더 있을 거라 예상하긴 했다. 게다가 셋이서 더 높은 경지의 라망을 처리하려고 했으니, 뭔가 준비한 수작이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장군 개미는 여유롭게 공격을 이어가고 있었다. 도망치긴 했지만 기사 50명을 혼자 감당하던 놈이었다. 이대로라면 목숨을 잃는 건 저 둘이었다.
두 놈이 양 갈래로 갈라져서는 천천히 몸을 빼고 있었다. 양쪽으로 찢어져 도망치려는 속셈 같았다. 장군 개미에게 혼선을 줄 수 있는 좋은 방안이었다.
‘내가 얌전히는 못 보내주지.’
메시는 가죽 주머니를 조금 자르고, 주위에 많은 넝쿨을 채취해 칼로 잘랐다. 비거리를 위해 넝쿨은 길게 했다. 가죽 양쪽을 넝쿨로 튼튼하게 묶어 고정했다. 급조한 무릿매였다.
나무 아래로 내려가 쓸만한 돌멩이들을 주웠다.
[ 그게 뭐냐뀨? ]“잘 봐둬. 사부님이 직접 가르쳐준 거니까.”
메시가 검을 배울 자질이 없다고 판단하자, 사부는 사냥술이라도 급하게 가르쳤다. 그중 한 가지가 투석이었다.
숲에 떨어진 돌만으로도 가공할 만한 타격을 주는 무기였고, 튼튼한 넝쿨과 가죽, 또는 헝겊만 있으면 임시로 빠른 제작이 가능했다.
메시는 만든 무릿매를 붕붕 돌려보면서 몇 번 테스트하더니, 이내 돌을 가죽 위에 얹고 돌렸다.
‘받아라, 내 깜짝 선물이다.’
휘이이익!
던짐과 동시에, 돌은 이미 켄의 바깥 허벅지 근처에 도달하고 있었다. 가공할 속도였다. 이게 투석의 무서움이었다, 만들기 쉽고, 재료도 많으며, 빠르고, 파괴력 또한 강하다.
켄의 감각에 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장군 개미의 공격으로 착각해 황급히 피했다. 정작 장군 개미의 공격은 다른 방향에서 날아왔다. 근근이 유지하고 있던 방어 자세가 무너졌다.
“큭, 뭐야!”
둘은 장군 개미가 가지고 노는 걸 급급하게 막는 수준에 불과했다. 도망칠 기회만 노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낯선 공격까지 추가되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휘이이익!
이제 소리만 듣고도 알 수 있었다. 멀리서 누군가가 돌을 쏘아 보내고 있었다.
급박한 상황에 고개를 돌려 확인하지 않아도 범인은 명백했다. 분노로 얼굴이 빨개진 켄이 침을 튀기며 육두문자를 쏟아냈다.
“저, 개 같은 이종 새끼… 싸움 한번 좆같이 하는군!”
적에게서 극찬을 들었다. 그 개 같은 이종은 만족스럽다는 듯 웃고는, 돌 하나를 재장전했다.
“난 한 놈만 때린다.”
휘이익!
퍼걱!
이번엔 미처 피하지 못하고 켄의 철갑 뒷면에 적중했다. 충격에 몸이 흔들렸다. 철갑도 우그러진 느낌이었다. 그 순간 켄의 꼭지가 돌아버렸다.
“블라도! 안 되겠다! 저 새끼부터 죽여야겠어!”
“뭐? 이 개미는 어쩌려고!”
“미안하다! 부탁한다, 좀만 버텨!”
“야이… 미친새끼야!”
켄은 황급히 개미의 공격 범위에서 빠져나갔다. 그러자 개미의 공격이 단번에 블라도에게만 집중되어갔다.
‘저 개자식, 혼자만 살려고!’
안 그래도 둘이서 급급하게 막고 있던 상황인데 버틸 수 있을 리 없었다.
개미 더듬이처럼 생긴 장군의 검이 마디 사이를 벌리자, 리치가 늘어났다. 마치 채찍의 곡선처럼 휘어져 들어와 그대로 블라도의 심장에 박혔다.
“커헉..!”
박히자마자 검이 뽑혀 나왔다. 피가 출렁출렁 쏟아지는 와중에, 블라도의 마지막 시야로 보인 건 목을 노리고 검을 휘두르는 개미의 모습이었다.
휘이이익!
자신이 버리고 간 동료의 사망 소식을 모르는 켄은 고갯짓만으로 날아오는 돌을 피해버리고 오직 돌격만 했다.
‘최대한 신속하게 이놈을 죽이고 도망친다!’
애초 블라도를 구한다는 가정 따윈 없었다. 메시를 죽이고 도망치는 게 자신이 살 수 있는 길이라 판단했을 뿐이다.
까닥까닥.
메시를 향해 켄의 아헨탈 검술이 발출 됐다. 검광이 메시의 목을 노리고 있었다. 뒷걸음질로 물러나던 메시는 검으로 힘겹게 쳐냈다.
‘막았다고…?’
마치 어디로 올지 안다는 듯이 검로 앞에서 기다리다가 막아버렸다.
이어지는 연속 공격도 마찬가지였다. 기분 나쁠 정도로 길을 차단해버리는 검에 켄은 분노로 머리가 돌 거 같았다.
“반드시, 네놈의 피는 봐야겠다!!!”
“알았어, 보여주지.”
“뭐라고?”
메시는 자신의 손바닥을 무심하게 칼로 슥 긋더니, 그대로 켄을 향해 피를 뿌렸다.
투두두둑, 메시를 향해 간격을 좁히던 켄은 뜨거운 핏방울이 여우비처럼 쏟아졌다 사라지는 걸 느꼈다. 욕을 하던 그의 입안으로 따뜻한 핏방울이 들어왔다.
“이, 이… 이 미친놈아!”
켄의 머리카락과 얼굴, 갑옷엔 메시의 피가 흘렀다.
이 세계 최초의 혈액 테러를 당해버리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켄을 보며, 메시는 손바닥에 주문을 외웠다.
“힐(Heal).”
순식간에 아물어버리는 상처. 손을 타고 흐르던 혈액마저 사라지자, 메시는 켄을 향해 차갑게 웃었다.
“너흰, 날 건드리면 안 됐어.”
“자, 잠깐..!”
“그럼 나 없이 잘살아 보라고.”
고오오오오오오―!!
메시가 숲속으로 도주하자, 거대한 울음소리와 발 구르는 소리가 주변을 울리기 시작했다.그림 자료는 무릿매(돌팔매)입니다.
끝
ⓒ 10억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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