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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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흐가나 성화술 마지막 5단계의 제한이 풀렸다.
‘어째서… 지금?’
오흐가나 성화술 4단계, ‘개방’의 잠금이 해제될 때는 이유가 명확했다. 72악마군주의 하나인 바알로부터 오흐가나의 성물 ‘발몽’을 얻었기 때문이다.
성물과 접촉이 늘어갈 때마다 사도의 능력이 강화된다는 건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는 어떤 신호도, 징조도 없었다.
그에 대한 해답은, 헉헉거리며 산비탈을 내려가는 바르톨로메오에게서 흘러나왔다.
“예하. 모두가, 예하를 믿고 있습니다. 예하를 살리면, 어떻게든, 다음이, 있을 거라고.”
숨이 목 끝까지 찬 와중에도, 바르톨로메오는 계속 말했다.
메시가 정신을 차린 것을 알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사도를 데리고 물러나는 임무를 맡은 동료와 같이 죽을 수 없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자신을 달래기 위함 같았다.
그의 목소리가 울먹거리고 있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예하, 그렇지요?”
멀리서 참혹한 비명이 들린다. 등 뒤에 비명이 메아리치고 있는 가운데.
들려왔다.
―지키자, 우리의 예하를!
쩌렁쩌렁 울리는 알란아스터의 외침.
메시는 그제야 왜 마지막 단계의 성화가 열렸는지 알 수 있었다.
‘진정한 믿음’이야말로 자물쇠를 푸는 열쇠였던 거다.
무한 대양을 모험하던 떠돌이 티프리메이식이, 사도가 되기 위해 오흐가나를 애타게 믿었던 것처럼.
죽음을 불사한 저들의 믿음이 메시의 자물쇠를 헐겁게 만들었다.
메시는 눈을 감았다.
‘오흐가나의 권능. 이것은 분명 마지막 수단이다. 내가 쓸 수 있는 최후의 패.’
이것을 어찌 활용해야 할까.
이 순간에도 쓰러지고 있을 모두를 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오흐가나의 권능을 이용한 방법…….’
그에 관해 생각해 본 일이 없는 건 아니었다. 티프리메이식의 항해일지에서 그 능력을 파악한 이후부터 꾸준히 생각해 온 일이다.
다만, 메시는 그것보다 발라드락을 이용하는 걸 선택했다.
다른 차원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티프리메이식을 멸망한 차원에 가두는 게 더 안정적인 계획이라 여겼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게 티프리메이식과 같은 기회가 주어졌을 경우,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자신 역시 욕망을 가진 사람에 불과하다.
마지막 5단계를 사용할 수도 없었을뿐더러, 자신이 그 능력을 이용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할 것만 같았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
메시는 실수를 하지 않을 확신도, 각오도 뚜렷하게 없었다.
하지만.
‘이 방법이 아니라면… 모두를, 이 차원을 구할 방법은 영영 없게 된다.’
이제 지체할 수 없다는 걸 느꼈다.
더는 고민할 시간조차 없다.
하지 않으면, 그저 멸망할 뿐이다.
더는 티프리메이식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저 괴물은 자신의 증오를 이 차원에 풀어 놓을 것이다.
오로지 새겨진 증오라는 본능만으로 파괴와 살육을 일삼을 것이다. 메시와 오흐가나의 파멸을 부르짖으면서.
‘오흐가나… 마지막 권능을 쓰겠습니다.’
메시는 자신의 심상 세계 안.
그곳에서 오흐가나에게 고했다.
그러자 굳게 닫혀 있던 북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북문 너머는 하얀빛이 가득 차 있었다.
거인들의 검은 실루엣이 그 안에 정렬되어 있었고, 보이지 않는 거대한 존재가 메시에게 사념을 보냈다.
[가거라. 네가 원하는 차원으로. 그 시간대로.]메시는 열린 북문으로 넘어가기 직전, 발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제가 또 다른 티프리메이식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지 않습니까?’
잠깐의 침묵.
곧 오흐가나의 음성이 들려왔다.
[과거. 나는 인간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랬기에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지 몰랐다. 결국, 한 인간을 믿어 전 차원을 위기에 빠뜨리고야 말았다.]회한이 들어찬 음성. 오흐가나는 사념을 이어 갔다.
[뒤늦게서야 나는 인간을 보고 배웠다. 그러니 보이더구나. 인간은 이기적이면서도 또 이타적인 존재였다. 양면적인 존재였기에 다른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또 한 인간을 믿어 보려 한다. 그래… 네게 모든 공을 넘긴 것이다.]생각해 보면 오흐가나는 항시 일관적이었다.
처음부터 메시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나머지 1억 666개 차원의 미래를 통합해 메시에게 연결했을 뿐만 아니라, 딱히 신앙이 없는 그를 자신의 사도로 삼기까지 했다.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오흐가나의 상황을 메시는 이해하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고 빛의 문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
찌르르르―
귀를 울리는 여름을 상징하는 소리.
메시는 눈을 떴다.
상체를 벌떡 일으켰을 때, 그는 웬 숲속 한가운데에 있었다.
따가운 햇빛을 받은 잎은 싱그럽게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숲은 오랫동안 사람이 발걸음을 하지 않은 건지 인적이 없었다.
‘계절이 바뀌었다. 정말로 내가 생각한 그 차원의 시간대로 왔다는 건가……?’
메시는 자리에서 일어나 발몽에 묻은 흙을 털었다. 다행히 자스펠도 그렇고, 모든 무구들이 그대로 따라온 듯했다.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점차 기감을 넓게 벌렸다.
자신이 선택한 시간대라면…….
분명 이 근방에 ‘그’가 있을 것이다.
사방으로 넓게 퍼지던 메시의 탐색 기감은 걸어서 10분 거리의 한 곳에서 옅은 생체 반응을 찾아냈다.
‘많이 약해진 상태구나…….’
메시는 그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겨 갔다.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으며, 자신이 이 차원에 개입할 여지를 최소화하며.
천천히.
목적지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메시는 걸음을 멈췄다.
그늘이 넓게 진 나무 아래. 한 사내가 고개를 떨군 채 쉬고 있었다.
아니, 쉬고 있다기보단… 죽음과의 싸움을 견디다 못해 지쳐서 의식을 잃기 직전이라는 게 정확했다.
메시는 발걸음에 소리를 담지 않으며 그의 앞까지 걸어갔다.
그러곤 몸을 낮춰 그를 빤히 들여다보았다.
짙은 갈색 머리. 젊고 각진 얼굴.
상처를 입었으나 건장한 근육질의 몸.
모든 게, 자신의 기억 속 ‘그 사람’과는 너무도 달랐다.
하지만…….
어떻게 알아보지 않을 수 있을까.
외딴 숲속에 떨어진 불쌍한 이종의 아이를 거둬 먹여 살렸을 뿐 아니라.
그 아이의 앞날을 걱정해 이 세상에서 살아갈 지식과 지혜를 전달해 준 이.
죽을 때까지 자신의 제자를 걱정하며 미안해하던 그 사람인데…….
어떻게 알아보지 않을 수 있을까?
“사부… 제가, 여기 왔습니다…….”
메시는 고개를 숙이며 예를 취했다.
그랬다.
그의 눈앞에 앉아 있는 이는.
젊은 시절의 ‘바르셀로 폰 에이드리언’이었다.
*
메시는 생각했다.
‘오흐가나의 권능으로 어떻게 해야 티프리메이식을 쓰러뜨릴 수 있을까.’
첫 번째 생각한 방법은, 티프리메이식이 처음 존재했던 차원. 모든 일의 시발점이 된 시간대로 넘어가 티프리메이식을 선先 제거하는 방안이었다.
‘절대적 출발선’이라는 법칙이 전 차원에 적용된 이상, 가장 근원적인 차원의 요인을 제거하면 그 아래의 차원도 같이 영향을 받는다. 마치 나무뿌리처럼 말이다.
어찌 보면 가장 효과적인 방책이다.
하지만 해당 차원은 아카샤의 오류로 인해 그사이 멸망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결국 기각할 수밖에 없다.
‘차원을 왕복하는 권능은 단 한 번. 이미 멸망했다면 기회를 날리는 셈이다. 너무 위험부담이 커.’
두 번째 방법은, 아인하르츠 대공이 생존한 시간대의 차원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라이치스의 말에 의하면, 아인하르츠 공국을 무너뜨린 건 티프리메이식이다.
‘검공을 쓰러뜨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직접 나서서 제거해야 할 만큼 대단한 변수였다는 건데… 그를 통해 티프리메이식을 상대할 방도를 찾는다면?’
그 또한 미래가 크게 달라지는 일일 것이다. 만일, 성공할 수만 있다면 그의 힘을 익혀서 다시 귀환할 수 있다.
허나… 아인하르츠 대공이 생각처럼 그렇게 대단한 인물일까?
그를 살린다고 해서 다른 결과를 만들 만큼 가능성 있을까?
이미 그의 근간이 되는 아인하르츠 마나 연공법을 마스터 레벨까지 익힌 메시였다.
돌아가 본다 한들, 아인하르츠 대공은 메시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약간 나은 수준일 가능성이 컸다.
‘아인하르츠 대공 정도로는 안 돼. 좀 더… 좀 더 압도적인 뭔가가…….’
필요하다.
그 순간, 메시의 뇌리에 스친 사람이 있었다.
지금까지.
지나온 무수히 많은 강자가 입을 모아 했던 말이 있었다.
[언젠가 천상의 경지에 닿을 네게, 내가 채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목줄이니라.] [어쩌면 우리 생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영접하게 될지도 모르겠군.] [아무리 생각해도 난 바르셀로가 죽었다는 말이 믿기지 않더군. 그도 사람이니 죽을 수 있다는 건 아는데… 그 괴물이 검이나 독 따위로 죽는다는 걸 떠올리니, 이것 참… 상상이 잘 안 가.]바르셀로 폰 에이드리언.
마지막까지 한 명의 벌목꾼이자 메시의 스승으로 죽고자 했던 사람.
하지만 누구보다 뛰어난 자질과 오성을 지닌 자.
‘안목’이라는 특이 능력을 지닌 에이드리언 전대 가주마저 경악시킨 자.
그런 사부가 만일 살가라스의 극독에 당하지만 않았더라면… 그가 끝까지 살아남았다면?
일생의 신경을 극독을 제어하는 데 쓰지 않고, 오로지 경지의 진보에만 힘썼더라면?
그랬다면 이 이야기는 또 다른 전기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한 건 자신만이 아닐 것이다.
‘티프리메이식… 그자가 모를 리 없어.’
바르셀로는 차기 벌목꾼들의 미래라고 불렸다. 그런 인재를 한순간에 폐기처분해 버린 건 매우 비합리적인 처사다.
티프리메이식의 입김이 들어가 있었다는 걸 쉽게 예상해 볼 수 있었다.
‘자신에게 도달할 만한 싹은 일찍이 짓밟아 온 게 티프리메이식이다. 아인하르츠 대공도 그러했고, 니어로토 검공도 그러했지… 어쩌면, 사부를 원망의 숲으로 보낸 것부터가 함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메시는 확신을 할 수 있었다.
‘오흐가나의 권능을 이용해서 다른 차원의 시간대로 갈 수 있다면… 나는 사부를 다시 만나야 한다.’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을 보증하면서도, 가장 건강했던 젊은 나이의 사부.
탈주 벌목꾼이 되어, 티프리메이식의 꼬리인 바스카스 후작(당시 백작)을 상대하려던 그때 그 시기로.
“우웩…….”
때마침 사부는 몸속의 암수 고독이 터진 상황이었다. 필시 최근에 습격을 받은 게 틀림없었다.
사부는 고독의 안에서 흘러나온 살가라스의 극독을 어떻게든 제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었다.
몸의 썩은 피를 입 밖으로 배출해 내면서.
‘의식이 거의 없으면서도, 사부는 본능적으로 살아남을 방도를 찾아가고 있어. 놀라운 오성이다. 이게 사부가 살 수 있었던 이유인가.’
에이드리언 가문의 피독 반지가 가진 공능으로 독의 저항성을 높이고.
카켄시엘 마나 연공법이 가진 묘리를 통해 독을 제자리에서 반복 회전시킨다.
직각으로 떨어진다면 금세 땅에 닿을 나뭇잎을, 무수히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게 하며 시간을 늦추는 것과 같았다.
비유를 하니 쉽지, 그것도 뛰어난 마나 장악력이 없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사부, 이제… 독 때문에 고생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바르셀로가 고통스러워하는 걸 더는 지켜보고 있을 수 없었다.
메시는 그를 향해 손을 펼쳐 보였다.
그곳에서 황금빛 성화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힐.”
서서히, 바르셀로의 몸이 치유되어 갔다.
가슴팍에 난 상처와 중독 때문에 누렇게 뜬 얼굴이 서서히 혈색을 되찾아갔다.
‘아아.’
오흐가나의 사도가 된 순간부터.
이 순간을… 자신이 얼마나 상상해 왔던가?
이 광경을 보는 메시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사도의 힘이라면 능히 살가라스의 극독을 치유할 수 있었지만, 이미 떠나간 사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것이 항상 마음의 짐이었다.
‘조금만 더 자신이 뛰어났더라면, 진작 오흐가나의 신성을 자각했더라면… 사부를 떠나보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런 마음으로 살아왔던 메시였다.
하지만 지금 그는 사부를 치유하며 자신 또한 치유하고 있었다.
그간 마음속 깊은 곳에 가지고 있던 아쉬움과 괴로움이 가시며 큰 충만감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사부가 품고 있었던 자질입니까.’
어째서, 에이드리언 전대 가주가 그토록 제 아들을 잊지 못했는지.
어째서, 티프리메이식이 사부를 제거할 수밖에 없었는지.
어째서, 바르셀로 폰 에이드리언이… 벌목꾼의 미래라 불렸는지.
‘모두… 이해되고 말았다.’
알란아스터의 자질을 장착하고 있던 메시의 신체가, 기다렸다는 듯 자연스럽게 더 높은 수준의 자질로 제 몸을 갈아 끼운다.
그러자 벌어지는 것은.
환희―
‘단순히 보고 듣고 맡던 오감부터가 달라진다.’
풀잎의 쪽빛에서 대자연을 느끼고, 끝에 맺혀 떨어지는 이슬에서 그 이치를 알게 된다.
여름 곤충의 애절한 음성 신호가 퍼지고, 물체와 부딪쳐 반사되는 그 장단이 마치 그림처럼 메시의 머릿속에 화면으로 남는다.
그에 따라, 근방을 탐색하던 메시의 기감은 거의 다섯 배에 가까이 확장되며.
그 안의 모든 것이 메시의 통제 안으로 들어오고야 만다. 손에 잡힐 듯, 그 안의 것들이 윤곽을 그리며 메시의 지배하에 놓인다.
한 세계가 메시의 심상에 온전히 옮겨지고 있었다.
이러한 감각을 대체 무어라 설명해야 할까.
그야말로 완전한 이해? 지배? 점유?
‘사부는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었단 말입니까?’
놀랍고도 놀랍다.
이토록, 타인의 자질에서 압도적인 경이와 생동감을 같이 느낀 적이 있었던가.
알란아스터의 재능을 받아들였을 때도 크게 놀라웠던 건 마찬가지긴 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시작점이 달랐다.
라우드의 신체 정보를 받아들인 상태에서 알란아스터의 자질에 놀란 것과.
알란아스터의 신체 정보를 받아들인 상태에서 사부의 자질에 경이를 느낀 건…….
반딧불과 달.
알란아스터의 자질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감각으로 검을 익힌다면…….’
감히, 적수가 없으리라.
메시는 이 시간대에 온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절반만.
“…….”
모든 치유가 끝난 후에도 메시는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었다.
머리로는 귀환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데도.
그는 다리가 땅속에 깊숙이 박힌 기분을 느꼈다.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는 사부를 놔두고… 돌아가야 한다고?’
메시는 그 모순이 못 견디게 괴로웠다.
이렇게 될 줄 알았기에, 메시는 최우선적으로 발라드락을 이용하여 티프리메이식을 가두는 것을 선택했다.’
다시 바르셀로를 만난다면, 어떤 선택을 하고 말지 자신조차 확신이 없었으니까.
어디선가 티프리메이식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
[어째서 그래야 하나. 이름도 모를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이 세계를 위해서? 잘난 대의를 위해 내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을 포기해야 한다고? 나만 아픔을 감당해야 한다니, 어째서?] [자네라면… 그럴 수 있겠나? 소중한 이와의 행복했던 시간… 그때로 되돌아갈 방법이 있는데… 자네와 아무런 상관없는 이들과 사회 때문에 그걸 포기할 수 있단 말인가?]메시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티프리메이식의 음성 덕분에 주저하던 마음이 조금 깎여 나간다.
인간이 집착으로 추해질 때 얼마나 끔찍해질 수 있는지 본 탓이었다.
무거운 다리를 일으켜 다시 숲속으로 몸을 숨기려 할 때였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익숙한… 음성.
메시는 늪 속으로 온몸이 빠져들어 가는 기분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