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296
296/외전20
외전 5. 구도자 메시 (2)
대마법사 프로크스는 임종을 앞두고 있었다.
8왕국 역사상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진리의 탑을 높이 세워 홀로 찬란하게 빛난 자.
죽어서는, 마법사의 사후 세계라는 ‘위그드라실’의 높은 첨탑에서 수많은 이들을 발아래에 두고 내려볼 마법사.
그런 그가 낡은 허물을 벗고 또 다른 세상으로 향하려 하고 있었다.
“프로크스… 잘 있어. 그곳에선 당신이 평생 찾아 헤매던 진리가 있을 거야… 나 같은 건 금방 잊게 될 만큼 매혹적인 것 말이야…….”
새하얀 머리. 곱게 나이 든 여인 하나가 그의 주름진 손을 매만졌다. 음성은 젖어 있었다.
마드리는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프로크스는 힘겹게 눈을 떠 자신의 아내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대뜸 고개를 저었다.
“마드리… 난 위그드라실로 가지 않을 거야.”
“어째서?”
“진리는 반드시 있고, 마법사는 그것을 추구하는 운명이지만… 젊은 날의 나는 외로웠어. 당신을 만나기 전까진.”
울먹이던 마드리는 주름진 입술을 떨었다.
나이를 먹었으니 조금은 차분하게 임을 보내야지, 그래야지, 다짐했던 각오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나는 그대와 만날 수 있는 곳으로 향하고 싶어. 임자… 죽어서까지 그대의 뒤를 쫓아도 되겠어?”
기어코 마른 눈물이 흐르고야 말았다. 마드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든지, 얼마든지.
만리를 함께 걸을 길이 있다면 그대와 함께 걷겠어.
마드리의 대답에 노인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녀가 자리를 비켜서자, 프로크스의 눈길은 메시에게로 향했다. 수많은 사람 중에 그만이 알아보고 걸어 나갔다.
“부탁 하나 해도 되겠는가…….”
“열 가지를 하셔도 괜찮습니다.”
“아니, 하나면 되네. 나와 마드리를… 자네가 모시는 신의 품으로 보내줄 수 있겠는가?”
대부분은 메시를 가이아의 사도로 알지만, 프로크스는 그가 다른 고대 신의 사도임을 알고 있었다.
즉, 오흐가나의 품에 가겠다는 의지 표명이었기에 메시는 조금 놀랐다.
이유는 뒤따라 밝혀졌다.
“…거긴 영혼이 별로 없을 거 아닌가. 마드리를 알아보기 더 쉽겠지…….”
왠지 오흐가나가 기분 나빠할 만한 이유였으나, 메시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은 그런 그의 얼굴을 유심히 관찰하다 마른 입술을 뗐다.
“자네답지 않게 슬픈 얼굴이군… 이 몸이 가는 게 아쉬운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제 치유를 받으십시오. 사고와 함께 시간을 더 보내실 수 있습니다.”
“허허…….”
목이 말라 웃는 것조차 힘들었으나 노인은 유쾌하게 웃었다.
그러곤 메시의 손을 잡았다.
“메시, 난… 자네가 걱정이야…….”
“…….”
기대하던 대답 대신 프로크스는 염려를 보냈다.
죽어 가는 이의 근심이라.
아직도 자신은 누군가의 근심·걱정인 모양이었다.
메시는 사부를 떠나보내야 했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영원한 건 없네. 알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 현명한 자네라면 알 거야. 그리고 그것은 자네의 탓이 아니야. 그저, 섭리가 그리 정해진 것일 뿐.”
프로크스는 홀로 남을 아들이나 손자를 바라보는 눈길로, 따스하게 손을 꽉 잡았다.
마지막으로 타오르는 촛불의 힘이 그 완력에 있었다.
“지지 말게. 자네는 강해. 그러니… 절대 지지 말게.”
무엇에 지지 말라는 것인지, 듣는 이들은 알 수 없었다.
허나, 메시만큼은 그 말의 깊은 뜻을 이해하고 물러났다. 아직, 프로크스와 만나고 싶어 하는 이들의 줄은 길었다.
며칠 후.
대마법사는 사도 메시의 주관 하에 머나먼 여행을 떠났다.
*
얼마 있지 않아, 마드리는 기다리는 이를 찾아 급하게 떠났다.
소중한 이를 찾아가는 길이었기에, 메시는 그녀를 말릴 수 없었다. 똑같이 장례를 그가 주관했다.
레토가 아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베누다 마을로 돌아가 촌장이 된 그였다. 갑자기 쓰러졌다는 서신에 메시가 서둘러 방문했을 때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라망은 용감히 약자를 지키다 죽었다.
당시, 팔란티어 교국에 머무르던 메시는 라망을 도울 수 없었다. 그다운 장렬한 최후에 메시는 조용히 묵념했다.
교황 베네딕트가 잠을 자듯 조용히 죽었다.
따스한 봄볕의 아래 차를 마시던 그는 혼자 있고 싶다 했다. 이후 무슨 깨달음이 불현듯 찾아왔는지는 모른다.
그저 모든 번뇌에서 벗어난 듯 미소를 지으며 의자에 앉아 열반에 들었다.
알란아스터가 벽을 넘지 못하고 죽었다.
아내를 떠나보내고 폐관 수련에 들어간 그였다. 10년은 검에 빠져 살았으나 원하던 결과를 내지 못했다.
마지막 가는 길에 평생 휘두른 검을 품고 죽을 줄 알았으나, 그가 선택한 건 아내의 초상이 그려진 앨범이었다.
메시가 도착하기 전, 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죽음을 맞이했다.
전전대 아헨탈 공작인 에레브는 습격을 받아 죽었다.
기나긴 평화는 백나비조차 무뎌지게 만들었다. 아헨탈의 방위가 뚫리고 암수의 칼날은 당대 아헨탈 공작에게까지 미치려 했다.
누군가는 죽어야만 하는 상황. 에레브는 자신의 몸을 던져, 후손을 살리는 길을 택했다.
그 뒤 2년, 메시는 또다시 시산혈해를 걸었다.
더는 누구도 아헨탈을 건드리지 못했다.
그 이후로 무려 20년이 흘렀다.
메시가 아는 이들이 하나둘씩 떠나갔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여행을 떠나지도 않았다. 영지를 벗어나는 일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심지어는 육포를 챙겨 뀨에게 가는 일조차 뒤로 미뤘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가족뿐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아들 라이덴의 부름에 메시가 고개를 들었다.
외관만으로는 호칭이 반대되어야 할 거 같은데도, 둘의 행동거지는 자연스러웠다.
“무슨 일이더냐, 라이덴.”
“어머니가 찾으세요.”
“그래?”
메시는 읽던 책을 정리하고 서재를 나서려 했다. 그러다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자식을 돌아보았다.
손으로 자식의 얼굴 주름을 하나하나 살폈다. 나이로는 이미 아흔이 넘은 자식이었다. 그러나 메시의 가호와 엔조 무에테의 피 덕분에 비교적 젊은 모습이었다.
“그새 너도 많이 늙었구나. 이따가 치유를 해 주마.”
라이덴은 아버지의 말에 우물쭈물하다,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예, 하고 대답했다.
나이를 먹어도 자식은 자식이었다. 그 모습이 예쁘다는 듯 메시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는 곧 볕이 잘 드는 침소에서 에레나를 만났다.
이전에 비해 성숙한 자태이긴 했으나, 여전히 젊다면 젊은 모습이었고, 예전과 다를 바 없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메시를 보고는 조금 고민하더니 말을 했다.
“조금 전에 치료사가 다녀갔어요.”
“어디가 안 좋아? 나를 바로 부르지 그랬어.”
“후후, 당신을 부르면 어디가 아픈지 알기도 전에 치료할 거 아니에요.”
“그건 그렇군.”
에레나의 말에 메시는 멋쩍게 웃어 버렸다.
아프다는 말만 나오면 즉각 치료를 해 버리니, 때론 제 병명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을 것이다.
“어디가 안 좋다고 하던가?”
“요새 자꾸 건망증이 심해지더니, 오늘은 몸에 힘이 풀렸어요. 그래서 물어봤죠… 근육과 신경계에… 그리고 뇌에 안 좋은 병변이 있다더군요.”
“내가 직접 가르친 녀석들이니 틀림없겠지. 그럼 바로 치유를…….”
메시가 성화를 일으키려 하자 그의 손을 에레나가 살며시 붙잡았다.
그 동작에는 언뜻 엄중한 분위기마저 서려 있어, 무심코 그녀를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여보?”
“미안해요.”
“무… 엇이 미안하다는 거야?”
살짝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갑자기 에레나가 왜 이럴까, 어떤 이유로 사과하는 걸까.
메시는 그 해답을 누구보다 빠르게 떠올렸으면서, 머릿속으로 알고 있으면서 스스로 부정을 했다. 즉시 성화를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다시 바라본 에레나는 처연하게 고개를 젓고 있었다.
“이제… 이 정도면 된 거 같아요.”
“뭐가 되었다는 거야.”
“메시… 내 사랑하는 사람…….”
에레나는 남편의 뺨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메시는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자신의 손으로 매만지고, 입술로 흔적을 남겼다.
그러고 보니, 예전보다 손가락이 한층 가늘어진 느낌이었다.
‘왜 이걸 모르고 있었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답은 나왔다.
근래 들어 아내는 장갑을 자주 바꿔 가며 착용했다. 새로 생긴 취미려니 했다.
요즘 아내는 화장을 자주 했다. 일상에 변화를 주고 싶은 거려니 했다.
따로 잠자리하며, 자신의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생각할 것이 있나 보다 했다.
그게 아니었다.
메시는 제 무신경함을 탓했다.
아무리 사랑해도, 매일 평소 보는 사람의 변화는 물에 종이가 젖어 가듯 천천히 스며드는 것이었다. 그 변화를 알아보는 건 몹시도 까다로운 일이었다.
아니, 어쩌면… ‘안목’의 능력이 있는 메시를 속이기 위해 그녀가 그만큼 필사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숨기고 있었던 거야?”
“당신은 나를 보내기 싫어하기보다, 내가 아파서 힘든 걸 참지 못했을 테니까요.”
그 말은 사실이었다.
소중한 이들을 하나씩 상실해 온 그라면,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이의 고통을 참고 넘기기 어려웠으리라.
하지만…….
그건 에레나도 마찬가지였다.
소중한 이들이 죽음과 고통 속에 사라지는 가운데, 자신만이 오롯이 젊음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건 그저 평범한 영혼을 지닌 일반인으로선 버티기 힘든 일이었다.
그랬기에 언젠가 이런 일이 올 거라, 메시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게 오늘이 되리라곤 생각 못했지만.
그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왜… 이제 와서 말하는 거야?”
“더는 숨기기 어려울 테니까요. 그리고… 내 사랑하는 사람에게 인사도 못할 순 없잖아요?”
“……!”
메시는 입술을 꽉 깨문다. 바르르 떨리는 눈시울 사이로, 여전히 흔들림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여인을 발견했다.
어찌하여 저 자신의 죽음이 가까이 와도,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저리 예사로울 수 있을까.
‘이 사람을 잃는다고……?’
메시는 제 곁에 선 에레나가 사라진다고 생각하자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이 사람이 없다면, 누구와 마음을 열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이 사람이 없다면, 누가 아무런 대가도 없이 자신을 위해 줄까.
이 사람이 없다면, 누구에게 기대어 의지할 수 있을까.
‘아니… 또 그런 사람은 없어…….’
있을 수 없었다.
아내는 단 한 사람이었다.
살아생전에 유일무이한 사람.
메시는 그녀와의 헤어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가 다급히 말했다. 생떼처럼 보여도 좋았다.
에레나, 예전에 판딜 왕국을 다시 한번 방문해 보고 싶다고 했잖아? 얼음으로 지어진 성이 참 예쁘다면서… 이번에 함께 가자. 이번 한 번만… 몸을 치유하고 가자.
그래, 오랜만에 뀨의 얼굴도 같이 보자. 녀석은 여전히 육포를 좋아하지. 당신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유난히 반가워해. 아마 당신이 가 주면 정말로 기뻐할 거야…….
자신이 무어라 말하는지 인식하기도 어려울 만큼 주워섬겼다. 다시 말해 보라고 하면 메시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구구절절한 설득이었다.
그러자, 에레나는 조용히 메시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백년이 넘도록 쓰다듬은 머리였지만, 예전과 한점 다르지 않았다. 윤기가 넘쳤고, 젊음과 힘이 느껴졌다. 그만큼 그에게 남은 시간이 많다는 뜻이리라.
한때는 이 힘에 든든함을 느꼈고, 이제는 이 힘 때문에 그를 혼자 두고 가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그간… 나를 사랑해 줘서 고마웠어요.”
“그런 말 하지 마. 에레나, 제발. 당장 떠날 것처럼 그러지 마.”
“맞아요. 당장 떠나지 않을 거예요. 아픈 환자가 되어… 당신을 힘들 게 할 거예요. 때론 추한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고, 당신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점차 늙어 가는 내 모습만이 결국 당신의 기억 속에 남겠죠.”
“에레나… 에레나…….”
“그건 싫어요.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게 지금 이 순간일 거라 생각해요. 당신이 영원히 떠올릴 수 있는…….”
“아니야, 당신은 항상 아름다웠어. 나는 그 기억을 잊지 못할 거야. 그거 알아? 펜란지 공작의 연회에서 유일하게 빛이 나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건 오로지 당신뿐이었어.”
메시의 고백에 에레나는 쑥스럽다는 듯 배시시 웃었다.
그녀는 어느새 침소에 들어온 자식들을 바라보았다.
제 한몫을 하다 못해 이제는 은퇴한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마음이 여려 제 아버지의 울음 섞인 음성에 참지 못하고 들어온 듯했다.
“당신을 계속 기다려야만 했던 1년간은 힘들었지만… 그 이후엔 정말로 행복했어요. 당신은 그 시간을 보상이라도 해 주듯 오로지 나를 위해 주었으니까요. 둘 사이에서 이리도 예쁜 자식들을 낳았고요.”
“나도… 나 역시…….”
메시는 슬픔에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이 대화가 끝나면, 당장에라도 에레나가 이별을 고할 것만 같았기에. 메시는 더더욱 말을 완성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에레나는 말하고야 말았다.
“나를 보내줘요, 메시. 죽어야만 한다면 당신이 바라보는 와중에 가고 싶으니까…….”
*
에레나 폰 아헨탈의 장례식은 근 한 달간 계속 이어졌다.
메시의 아내이자 팔란티어―아헨탈 령의 주인이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현명한 여자였고, 아헨탈이 부흥하는 만큼 적이 많아진다는 걸 알았다.
때문에 많은 재물을 어려운 이들에게 베풀었다. 귀족이 적으로 돌아서도, 대중이 아헨탈을 지지할 수 있도록.
10년 전 찾아온 대 가뭄 당시에는 수많은 평민이 아사할 뻔했으나, 그녀가 곡식 창고를 열어 그해 찾아오는 이들을 모두를 먹여 살려 많은 이들이 살아남았다.
그것이 지금의 결과였다.
에레나가 마련한 구호식을 한 숟갈이라도 먹어 본 자라면 몰려와, 들판에서 꺾어 온 꽃 한 송이를 얹고 돌아갔다.
그런 여인이었다.
그런 여인의 죽음이었기에, 메시는 진심으로 상심했다.
그녀는 스스로 선택한 죽음, 그 존엄한 죽음을 앞두고도 한 점 떨리지 않는 음성으로 자신에게 말했다.
“지지 마요. 당신. 끝까지 행복해야 해요.”
…어떻게 너 없이 행복하라는 것이지?
내가 행복하길 원했다면, 조금만 더 곁에 있어 줄 수 없었던 거야?
혼란한 마음을 어쩌지 못한 메시는 오후 늦게 탑에 올랐다.
해는 떨어지고 있었고, 도시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그녀를 추모하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라이덴…….”
큰아들이, 그날 이후 처음으로 찾아와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미리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아버지.”
“…괜찮다.”
그는 아들을 향해 물었다.
“네 어머니의 상태를 알고 있었다는 건… 너 역시 같은 마음이라는 거겠지?”
“…죄송합니다. 아버지.”
아들도 더는 치유를 원치 않다고 의사를 표명한 셈.
라이덴은 쳐다보는 것조차 죄송하다는 듯 눈도 마주치질 못했다.
붉게 물든 황혼이 찾아오고, 이어서 어둠이 찾아왔다.
그는 다시 여명이 뜰 때까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끝까지 행복하라는, 아내의 음성만이 계속해서 귓가에 울려퍼지는 와중 한 방울의 눈물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