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30
전업 힐러는 점점 강해진다
(29)
“메시, 미안해. 같이 가줘야 하는데…”
“단장! 우리가 없는 게 메시 입장에선 챙길 사람 적어서 좋을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자고요.”
“하하, 가스통 말이 맞아요. 요새를 잘 지키고 있어 주세요. 저기 촌장님하고 레토 아저씨도 좀 신경 써주시고요.”
유적으로 기사들과 출발하기 전, 메시는 에일라, 가스통과 인사를 나눴다. 그들은 기존 계획대로 유적 탐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에레브도 수긍했다. 어차피 저곳에 가봐야 용병들의 레벨로는 짐밖에 되지 않는다.
“크흠! 나도 자네와 함께 가고 싶지만… 요새 늙어서 그런가, 무릎 관절이… 큭!”
“촌장님, 거긴 무릎이 아니라 허벅집니다.”
“아아, 실수. 내 무릎이..! 크윽!”
촌장은 어떻게든 강제로 데려가고 싶었지만, 저 인간을 데려가려다가 레토 아저씨까지 괜히 따라올 거 같았다.
저 영감이 30년 전만 해도 호남형에 키도 크고 성격도 시원한 데다가,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챙겨주는 중년인이었다니…
처음으로 사부의 말을 부정하고 싶어졌다.
“레토 아저씨, 혹시 우리 마을 촌장님이 바뀐 적 있어요?”
“아니, 애석하게도 저분이 1대 베누다 마을 촌장님이시다.”
“…”
세월이란 게 참 무섭구나.
“그럼, 출발한다.”
에레브가 출발 신호를 올렸다. 간단한 식량만 챙기고 기사들과 메시는 요새를 빠져나왔다. 47명의 기사와 길잡이 한 명, 벌레 한 마리가 이 대열의 전부였다.
[ 드디어 출발이다뀨! ]‘넌 뭐가 그리 신나는 거야?’
[ 평소에도 그 유적에 가보고 싶었다뀨! 뭐가 있는지 어머니도 도통 가르쳐주지 않았다뀨~ ]‘여왕이 말해준 정보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
“10명씩 한 조를 만든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따라오도록. 앞 조의 꼬리를 절대 잃지 않도록 해라.”
“예, 이 공자!”
마지막 조는 머릿수가 부족한 관계로 7명인데, 그중 6명이 어제의 배신자들이었다. 그들은 죄를 씻기 위함인지 자진해서 위험한 후방을 자처했다. 흔적들을 지우며 따라가겠단다.
에레브는 선뜻 그러라고 하질 못했는데, 괜히 자유롭게 놔뒀다가 뒤에서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였다.
메시가 눈치를 주자, 그제야 허락을 내렸다.
“너희가 자진해서 고생을 원하니 보기가 좋구나. 믿고 맡기겠다. 모든 일이 끝나면 보상이 있을 것이다.”
“…!”
“감, 감사합니다!”
6명은 감격하며 후방조로 이동했다. 에레브는 메시에게 배운 대로 행동한 것이었다.
“이거면 된다는 거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습니까, 대가 또한 사소한 거라도 좋으니 일단 말이라도 해놓는 게 좋습니다.”
“고래가 뭐지?”
아, 여긴 고래가 없지. 바다가 없는 동네인 걸 깜빡했다.
“예전 제가 살던 곳에 있던 몬스터입니다. 덩치가 산만 합니다.”
“그런 몬스터가 있다니… 숲은 역시 더 깊이 들어갈수록 위험해지나보군.”
“자넨 어떻게 그런 곳에서 살아온 건가? 대단하군.”
에레브나 라망이나 뭔가 큰 오해를 한 거 같지만, 정정하지 않았다. 그 정도 괴물이 있는 숲에서도 살아왔던 ‘메시’이기에 이들이 의지하는 것이니까.
1조가 속보로 숲을 가로질렀다. 드물게 동선에 걸쳐있는 몬스터의 흔적을 발견하면, 메시는 방향을 바꿨다.
기사들은 군말하지 않고 메시를 따랐다. 에레브가 전권을 주기도 했으나, 이미 기사들 내부에선 메시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특히, 배신자 여섯 명에 관한 처분에 그의 입김이 많이 들어갔다는 걸 알고 더 그랬다. 이동 중인 각 조에서도 메시가 주요한 이야깃거리였다.
“우리 이 공자를 설득해서 움직이는 솜씨만 봐도 보통 녀석이 아니지.”
“크큭, 맞다 맞어. 우리 이 공자가 어디 보통 사람인가.”
“기사장님도 그걸로 칭찬 많이 하더라.”
“저 녀석이 이 공자에게 우릴 대우해주라고 직언을 올렸다던데.”
“아니… 우리를 왜? 고맙긴 한데.”
“메시 저 녀석이 보기에도 이 공자가 너무 한다고 본 거지.”
“하긴… 그건 그렇지.”
“게다가 기사장님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이 공자를 따르도록 조언했대. 그저께 보초 서던 녀석이 들었다더군.”
“크크, 완전 자네 얘기대로면 실세가 따로 없지 않은가?”
그 말처럼, 실세는 간단한 신호로 대열 모두를 멈춰 세웠다.
“잠시, 정지.”
“뭐냐, 메시. 몬스터의 흔적인가?”
“아뇨, 손님이 찾아온 거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에레브는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라망은 뭔가 깨달은 눈치였다.
“아, 그 친구? 이 공자, 쓸만한 인재가 합류할 겁니다. 하하!”
“이 숲에서 인재가 갑자기 합류한다고요?”
에레브나, 기사들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리고 곧, 그들은 경악했다.
“전부 전투준비!”
“개미다! 장군 개미야!”
“이 공자와 메시를 지켜라!”
보랏빛 수풀을 가르고 나타난 장군 개미.
공주를 데리고 있는 인간들의 목표가 유적지라는 걸 아는 듯이, 또 그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커다란 겹눈과 기다란 더듬이를 보자마자 기사단 모두가 검을 뽑았다.
“진정들 하세요. 일단 아군입니다.”
“…뭐라?”
“장군아, 이리와.”
[ 이리 와뀨! ] [ ….. ]메시가 손을 까닥하자, 장군 개미는 쿵쿵거리며 다가왔다. 사실 공주가 부른 것이지만 다른 이들이 볼 땐 메시의 말에 따른 것처럼 보였다.
거리가 좁혀지자 기사들은 긴장한 채로 무기를 들어 올렸으나, 장군 개미의 손엔 무기가 없었다.
“라우드와의 전투에서 크게 도와줬다는 게 과장이 아니었군…”
“제가 말씀드린 건 다 사실입니다, 이 공자. 기사분들도 무기 집어넣으시죠. 장군이도 무기 안 들고 있잖습니까. 설마 무서우신 겁니까?”
‘에이, 설마 겁먹었어?’ 하고 묻는 메시의 말에, 기사들도 하나둘씩 검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경계하는 기색은 역력했다.
“개미 공주를 지키려고 따라다니고 있더군요. 호위 기사 같은 거라고 보면 됩니다.”
“아… 그… 애벌레?”
에레브가 인상을 찌푸리며 메시의 주머니를 바라봤다. 꼬물꼬물, 속에서 팔뚝만 한 뭔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왜 저런 애벌레를 키우나 했더니, 역시 의미가 있었군.”
“얘만 곁에 두면 알아서 제 호위까지 해주거든요. 이 공자도 제 근처에 계시면 됩니다.”
“…아니, 난 내 한 몸 알아서 지키도록 하겠다. 즐겁게 키우도록.”
이런 효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공주를 욕심낼 만도 한데, 유독 벌레에 엄격한 에레브였다.
대열은 다시 움직였다. 장군 개미와 메시가 10보 정도의 거리를 둔 채, 어깨를 마주하고 걸었다.
뒤에서 그걸 보는 기사들은 생각이 많아졌다.
‘저런 걸 마음대로 부린다니? 역시, 숲의 종족이라 가능한 건가.’
‘이 공자도 함락시키더니 개미마저… 이제 메시에게 시비 걸다간 뼈도 못 추리겠군.’
‘이종이라 말하면 안 되겠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기사들에겐 점점 두려운 존재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메시였다.
**
유적의 주변은 변함없이 을씨년스러웠다. 우중충한 마른 넝쿨로 감싸져 주변이 온통 회색빛이었고, 넝쿨이 제멋대로 자란 바람에 유적의 형태도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저곳이 넝쿨로 된 동굴인지, 건물인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입구에 드러난 부분이 돌로 차곡차곡 쌓여있어 저 안에 문명의 결과물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47명의 기사와 길잡이 한 명, 애벌레 하나, 이족보행 개미 하나가 유적으로 진입했다.
유적의 입구는 쌓아놓은 돌이 무너진 관계로 엉망인지라, 한참을 치워서 진입로를 확보해야만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들어가서부터는 무너진 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돈이 되어 있었다.
메시는 유적 입구 내부를 살폈다.
“입구와 내부의 보존상태 차이가 큽니다. 아직 유적 내부에 보존을 이루는 마법이 있다는 얘기 같습니다.”
“그게 좋은 일인가?”
“글쎄요. 이 공자가 거둘 수 있는 성과가 남아있다는 소리지만… 함정이 있다면 그 체계도 살아있다는 소리가 되겠지요.”
좋은 소식 반, 나쁜 소식 반이란 얘기였다.
“들어가 보면 알게 되겠지.”
에레브는 움츠러들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선두가 움직이자 기사들도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유적은 옛 고대의 신전 같았다. 거기엔 옛 종교 영향인지, 우상 숭배의 잔재가 있었다. 벽마다 여유 공간이 있다 싶으면 그 안엔 조각상이 꼭 있었다.
문제는 조각상을 봐도 무엇을 나타내기 위해 깎은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는 점이다. 정보가 단절된 시대의 것인지, 이 세계인들에겐 전해지지 않은 지식의 일부 같았다.
일행 중에선 단 한 존재만이 그 시대의 지식을 알고 있었다.
[ 적어도 5~6000년 전의 신전이다뀨. ]‘어떻게 안 거야?’
[ 벽화도 그렇뀨, 조각상도 당시에 숭배받던 신들의 조각상이다뀨. ]‘그 당시 신들은 좀 괴물 같았나?’
메시가 봤을 땐, 신의 조각상이라기엔 경건함보다는 다소 흉물스러운 면이 있었다.
뚱뚱한 인간 여성의 모습이지만 뒤로는 뱀이 튀어나와 있다든지, 몸은 멧돼지인데, 눈은 여섯 개이며, 날카로운 가시들을 갖고 있다든지…
[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뀨. 당시엔 두 번째 대격변이 막 끝난 시점이라 생존을 위해 치열한 시대였다뀨. 당연히 강해야만 했고, 강해지기 위해 강한 신만을 섬겼다뀨. 신들의 모습이 저럴 수밖에 없다뀨. ]‘두 번째 대 격변이 뭐지?’
[ 세상이 온통 물에 잠겼던 시대가 있었다뀨, 그게 두 번째 대 격변이다뀨. ]성경이 생각나는 얘기였다. 세상이 너무 타락하자 야훼가 홍수를 대대적으로 일으켜 모두를 멸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노아의 방주가 이때 나온다.
‘첫 번째는 뭐야?’
[ 세상이 불에 뒤덮여있었다고 전해진다뀨. 그 시대는 우리 종족도 지식이 거의 없다뀨. 너무 오래전 얘기라서 그렇다뀨. ]불(火) 다음은 물(水)인가…
그럼, 혹시?
‘그럼 세 번째 대 격변도 있구나?’
[ 눈치챈 거 같은데 말해봐야 뭐하냐뀨~ 네 생각이 맞다뀨. 그다음 대격변은 ‘나무’였다뀨. 세상이 모두 숲이 되었다뀨. ] 신이 존재하는 세상답게 믿기 힘든 신화적 얘기였다.
그래서 이 세계의 인류가 거대한 숲 안에서 살아가게 된 건가.
어쨌든, 숲속의 문명은 태어난 지 몇천 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반면, 이 유적은 숲속의 문명보다 훨씬 전에 만들어진 장소라는 말이다.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을 멀쩡한 모습으로 내부를 유지하려면 얼마나 막대한 힘이 필요할까?
흔히 판타지의 클리셰는 ‘오래될수록 더 강하다’는 공식이 있지 않은가. 이곳을 판타지 세계라 여기고 있는 메시로서는 오랫동안 신전 내부를 보존할 수 있었던 ‘유적이 품은 힘’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제아무리 메시라고 해도 더는 안에 들어가고 싶지가 않아졌다.
‘그 정도로 오래된 유적일 줄은 몰랐는데… 우리가 감당하기 힘든 사이즈다.’
공주의 말대로 이곳이 최소 5~6000년 전의 유적이라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다. 하지만 일행에게 이로운 시나리오는 쉬이 볼 수 없을 것이다.
이곳이 어떤 용도인진 모르겠으나… 5000년이 넘게 내부를 유지할 생각을 했다면.
보존 마법뿐 아니라 침입자로부터 이곳을 지킬 방도 하나 놔두지 않았을 리 없다.
예를 들면… 가디언의 존재다. 그건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다.
현 문명보다 이전 시대의 존재일 텐데, 공주의 말로는 그 시대는 살아남기 위해 강해져야 하는 시대였고, 강한 신만을 모시는 시대라고 했다.
그 시대에 만든 가디언이라면… 대체 얼마나 강할까?
벌목꾼 45명의 죽음이 왠지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 공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뭐라도 좀 알아냈나?”
메시는 공주에게 들은 얘기를 적절히 고쳐 전달했다. 예를 들면, 숲의 종족에서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오던 얘기라는 식이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에레브와 라망의 표정은 각각 달랐다. 에레브는 눈빛에 탐욕이 흘렀고, 라망은 근심이 꼈다.
“크크, 역시 보통 장소가 아니라 생각하긴 했어. 아무렴, 그 정도는 돼야지.”
“좋아할 때가 아닙니다, 이 공자. 제가 어제 말하지 않았습니까. 후퇴해야 할 때는 후퇴해야 한다고요.”
어젯밤, 유적 탐사에 메시가 참여해줄 것을 에레브가 권하자 메시는 조건을 달았다. 자신이 후퇴를 건의하면 즉시 이행해줄 것.
“설마, 되돌아가자는 얘기냐?”
“예, 약조를 잊진 않으셨길 바랍니다. 여긴 벌목꾼 45명이 죽은 곳입니다. 무엇 때문에 그리된 건지 몰라도 뭔가가 있긴 하다는 겁니다. 이곳을 지키는 파수꾼이라든지…”
“자네는 이곳에 최소 5000년 전 괴물이 있다… 뭐 이런 상상을 하는 거 같은데.”
“네, 라망 경. 가장 나쁜 시나리오죠. 거기까지 염두에 두고 있긴 합니다.”
벌목꾼들이 숲을 개발할 때, 드물게 고대의 마수와 마주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문제는 그런 고대의 마수도 세 번째 대격변 이후에 탄생한 존재인데, 그 이전의 존재라면 얼마나 강할지 미지수다.
‘초 고대의 마수를 마주치게 된다!’
에레브도 이성을 차렸는지, 침묵에 빠졌다. 아마 욕망과 이성 사이에서 심각한 저울질을 하는 듯했다.
‘이대로 돌아간다면… 분명 형님의 공적을 이길 수 있는 성과를 낼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저 녀석을 얻었다. 그것만으로도 내 개인적인 성과는 분명히 있었던 거다.’
메시라도 얻지 못했더라면, 차마 돌아가는 발걸음이 안 떨어졌으리라.
“…알겠다. 전원 후퇴하도록 하지.”
에레브가 결단을 내렸다. 기사들도 신속하게 방향을 돌렸다.
괴이하게 생긴 돌조각상부터, 세상의 멸망을 한 폭에 담은 벽화까지 있는 이 장소.
그들도 정체 모를 공간에서 빠져나가고 싶은지 오래였다.
후퇴하는 발걸음엔 망설임이 없었다. 그러다 선두의 누군가가 헛바람을 집어삼키는 소리를 냈다.
“헉?”
원래는 마지막 조였지만 이젠 가장 선두에 서게 된 전직 배신자, 기사 훌란이었다. 그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잠시만, 모두 멈춰봐! 뭔가 이상해!”
“무슨 일이야?”
“입구가… 막힌 거 같아.”
“뭐라고?”
끝
ⓒ 10억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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