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42
전업 힐러는 점점 강해진다
(41)
“고대의 마법이라고…?”
자작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에이러스는 조금 다급하게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하하, 아버지. 에레브가 많이 피곤한 모양입니다. 일찍 들여보내서 쉬게 하시지요.”
“넌 가만히 있거라. 좀 더 들어봐야겠다.”
대공자의 표정이 나빠졌다.
에레브는 유적에서 가져온 두 가지 자료를 아헨탈 자작에게 내밀었다.
알 수 없는 언어와 수식, 도형,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척 봐도 범상치 않긴 했다. 내용을 알면 더 기절초풍할 것이다.
하나는 엔조 무에테 제작과 관련된 창생술의 일부이고, 하나는 기사들이 수색하면서 발견한 고대 마법에 관련된 자료였다.
읽지도 못할 것을 아헨탈 자작은 한참 내려다보았다. 자작은 티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며 생각을 이어가다, 메시를 쳐다보며 물었다.
“자네, 얼마나 해독 가능한가?”
“1할 정도라 보시면 됩니다.”
“1할… 1할이라.”
공주의 지식으론 완역도 가능하지만 메시는 다른 목적을 갖고 10분의 1로 줄였다.
“무슨 내용의 마법인지는 알고?”
“글쎄요.”
메시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 웃음이 걸리는지 자작이 이마를 찌푸렸다.
“그게 무슨 의미인가? 모른다는 뜻인가?”
“많이 궁금하신가 보군요. 고대 마법의 가치를 잘 아시는 듯합니다.”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애초 마탑들은 각각 다른 고대 마법을 근본 삼아 세워졌지. 마법의 종사가 될 수 있는 근간인데 그 값어치가 낮겠는가.”
아헨탈 자작은 친우인 프로크스를 통해 마법에 대한 배경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일반 귀족들보단 훨씬 능통한 편이었다.
그런 탓에 고대 마법의 가치를 잘 알았다. 설사 그 고대 마법이 단순히 불을 켜고 끄는 마법이라 해도, 마법 안에 들어가 있는 수식이나 마나 회로를 다루는 방향성은 지금 수준을 능가할 것이다.
‘만일… 정말로 고대의 마법서라면 우리 영지 내에 새로운 마탑 하나를 건설할 수 있는 일이다. 프로크스를 영지로 불러들일 기회이기도 하고.’
자작의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벌써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듯했다. 고대의 마법을 기반으로 엉덩이가 무거운 대마법사 친구부터 불러들인 후, 그와 함께 새로운 마법학파를 개파한다.
마탑을 세우는데 아헨탈 가의 자본이 주로 출자될 것이고, 탑의 영향력은 오롯이 자신의 가문이 쥘 수 있을 거다.
그럼 탑에 들어가는 연구 재료와 몬스터들의 부산물, 광석은 아헨탈 가문을 거쳐서 들어가게 될 테고, 탑에서 나오는 마법 물품들과 연구 결과, 마법서들도 아헨탈 가문을 거쳐서 나가게 될 것이다.
거기서 파생될 막대한 돈과 영향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뿐인가, 마탑이 세워져 있으면 그 주변으로 마법사들이 모여든다. 분명 도시 ‘아헨탈’에 새로운 바람이 불 거다.
지금도 상업적으로 발전한 영지지만, 여기서 추가로 마법과 관련된 인구까지 들어온다면…..
그 거대한 청사진에 자작은 몸을 떨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메시의 다음 말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
“가치를 그렇게 잘 아시는 분이… 마치 맡겨놓은 물건 찾는 것처럼 물으십니까?”
언뜻 듣기엔 건방진 말인데도, 자작의 귀엔 건방지게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맞는 말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너무 뻣뻣했다.
상대가 쥔 패가 그저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뭐라고?”
아헨탈 자작은 가만히 있는데, 옆에 있던 자작 부인이 발끈했다.
“감히, 어딜 이종 따위가…!”
“그 말은 그냥 넘겨들을 수 없군요. 부인.”
메시는 당당함을 잃지 않고, 오히려 고개를 치켜들고 떳떳하게 말했다.
“난 여러분의 눈에는 한낱 이종일지 몰라도, 그들의 왕족이자 가장 고귀한 자입니다. 부디 다음번 말씀에는 실수가 없으셨으면 좋겠군요.”
정중하게 말하지만, 권위가 느껴지는 말이었다. 이번은 실수로 쳐줄 테지만, 다음번 배려는 없다는 뜻이다.
마치 자신의 목줄이라도 잡은 상태에서 말하는 위압감이 있었기에 자작 부인도 순간 입을 다물어야 했다.
메시의 태도를 보면 정말로 자신이 뭔가 크게 잘못했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으니까.
‘그러고 보니… 로안도 가만히 있잖아?’
로안은 아헨탈 자작의 이름이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큰아들 에이러스를 바라봤다. 에이러스가 살짝 고개를 젓자, 그녀는 물러나기로 했다.
“부인이 실례했군. 집안에만 있다 보니 물정을 잘 모르오. 내가 대신 사과하지. 아니, 사과드리겠소. 메시 경.”
말까지 높여서 대답해주는 아헨탈 자작의 모습에 메시도 만족한 듯 끄덕였다.
이제야 서로를 바라보는 동등한 협상 테이블에 앉은 기분이었다.
“사과를 받아들이겠습니다. 저도 여러분과 나쁜 관계를 맺고자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니까요. 성문 앞에서 말했듯이… 아헨탈 가의 번영을 익히 들어왔습니다. 그곳에 선망을 품고 온 것이니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 주시지요.”
“알겠소. 그리고 고맙소. 고대의 마법서를 1할이라도 번역할 수 있다는 건 가문의 큰 도움이지. 그 1할을 바탕으로 나머지 역시 추론할 수 있는 기반이 될 테니.”
“하하, 최소 2000년 전에 쓰던 ‘야그란 어’를 다시 복구시키려면 제 도움이 많이 필요하실 겁니다.”
메시의 목소리엔 이유가 있는 여유로움이 묻어나왔다. 건방진 느낌은 아니었다.
메시의 역할은 ‘숙일 땐 숙이더라도 왕족의 기품을 놓지 않는 이종의 왕자’였으니까.
그게 자작의 마음에 들었다.
“메시 경이 원하는 게 있소? 지원해주리다.”
“원하는 거라…”
틈을 놓치지 않고, 에이러스가 앞서 나왔다.
“아버님. 갑자기 필요한 걸 물으면 당황하지 않겠습니까? 소자가 시간을 들여 메시 경의 옆에 있을 테니, 책임지고 불편함 없게 하겠습니다.”
의도가 뻔히 보이는 짓이었다.
메시가 웃으며 자작에게 말했다.
“고대 마법과 관련된 작업은 이 공자와 함께할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원망의 숲 안의 유적을 탐사한 건 이 공자의 공이니까요. 이점을 가문 내에 확실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제 옆에서 지원을 해주는 건 이 공자면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같이 여행한 사이다 보니… 이 공자가 더 편합니다. 불편 사항이 있을 때 말하기 덜 부담스럽지 않겠습니까?”
에이러스의 얼굴이 또 한 번 나빠졌다.
‘밥상 차릴 때 코빼기도 안 보이던 놈이 어딜 감히 숟가락을 들이밀려고 그래?’
합리적인 근거가 있자, 자작도 동의했다.
“그게 좋겠소. 에레브, 그렇게 하여라.”
“예. 아버님.”
상황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해도 메시는 절대 본질을 잊지 않았다.
지금 자신이 이러고 있는 것은 오직 에레브를 가주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에레브를 발판 삼아 아헨탈 가문의 영향력을 자신의 발밑에 둬야 했다.
“일단 가장 필요한 것부터 말씀드리자면… 아무래도 휴식이군요. 이렇게 먼 여행길은 처음인지라…”
“그렇겠군. 먼 길 오느라 여독이 쌓이셨을 테니…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앞으로도 많지 않겠소. 그로테인, 메시 경께 숙소를 안내해드리게.”
메시는 앙큼하게 여유를 부렸다.
하지만 자작은 무슨 마법인지 당장 알고 싶을 텐데도 조급한 모습을 일절 보이지 않았다.
이미 자신의 손안에 들어온 것인데, 여유를 잃을 필요 없다고 판단한 거다.
얼굴을 숨기고 거래에 손해를 볼 짓은 하지 않는다. 아헨탈 가문의 가주다운 모습이라 생각했다.
메시와 에레브가 그로테인을 앞세우고 응접실을 나서자, 가만히 있던 자작 부인이 돌변했다.
“로안! 저자를 집안에 들이실 작정인가요?”
“부인,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고대의 마법은 뛰어난 가치를 지니고 있소. 그 가치를 빛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저자요.”
“어차피 내성에 들어왔으니, 가신들을 시켜 고신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제까짓 것이 고통을 견딜 수 있으려고요?”
“그만하시오. 고문해서 나오는 정보를 믿을 수 있다고 보는 게요? 고대 마법의 해석과 연구를 위해 많은 자본이 투입될 텐데… 그 모든 시작의 근간이 저자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오. 그것부터 잘못된다면 헛돈만 쓰고, 많은 시간을 돌아오게 될 거요.”
자작 부인은 표독스럽게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껏 자신이 마음먹은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은 적은 손에 꼽힐 만큼 드물었다.
방금 그게 하나 추가됐다.
“그럼… 에이러스에게 모든 일을 일임시키세요. 에레브 그 아이는 기사단의 일만 할 줄 알지, 그 외엔 아는 게 없는 아이 아닌가요?”
“방금 이야기가 다 되지 않았소. 나보고 그걸 또 뒤집으라고? 거기다 메시 경 본인이 에레브가 더 편하다는데 어찌하겠소?”
또 하나 추가됐다.
부인이 부들거리든 말든, 자작은 앞으로의 계획을 진행하기 바빴다.
“에이러스, 집안의 가문 마법사들을 모두 소집해라. 내 집무실로 2시간 이내에 모이도록 하고. 그사이 너는 바로 프로크스에게 서신을 띄울 준비를 하여라. 그 녀석이라면 ‘고대의 마법’에서 ‘고’만 들어도 바로 튀어올 테니.”
“예, 아버님.”
친우인 대마법사 프로크스는 자신의 연구실을 따로 차렸다.
아헨탈 영지 내에 초대해서 마탑을 세워주겠다는데도 거절하고, 가문의 마법사로 초대하겠다는데도 거절한 인간이었다.
‘프로크스… 이 미끼만큼은 너도 물지 않고 못 배길 것이다.’
**
그로테인의 안내를 받아 숙소로 들어왔다. 에레브도 그를 쫓아 졸졸 따라왔다.
“뭐 그렇게 초조한 표정입니까. 이 공자답지 않게.”
“아버지에게 너무 강하게 나간 거 아니야?”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왕자로 살아온 존재가 저자세로 나가는 게 이상한 일이지요. 영지민들에겐 당장 호감을 사야 하니 좀 예외였지만… 제가 쥐고 있는 패가 어디 보통 패입니까?”
‘하긴, 나였어도…’
에레브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헨탈 자작이 떠올린 청사진을 그동안 에레브가 못 그려낼 리 없었다.
메시가 자신의 부하가 아니었다면, 천만금을 약속해서라도 끌어들이려고 노력했을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제가 아헨탈 가문에 대해 아는 건 이 공자가 말해준 정보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지내면서 살펴볼 겁니다. 제 입지를 다지면서요.”
자신의 눈으로 직접 봐야 한다. 집안의 권력 구도와 관계도, 얽혀있는 이권을. 남에게 전해 들은 죽은 정보가 아니라 살아있는 정보를 머리에 담아야 했다.
그것을 알아야 이 전장에서 이기는 길을 이 공자에게 열어줄 수 있었다.
“그렇게 해. 어차피 아버지가 손님방을 내어준 이상, 가문 사람들도 너에게 절대 함부로 하지 않아. 손님으로 인정받았다는 뜻이니까.”
“좋습니다. 그럼 다음 단계로 넘어가죠.”
에레브가 고개를 갸웃했다.
좀 쉬면서 정보를 축적한다고 말한 게 불과 몇 초 전 아닌가?
“우리도 에일라처럼 내부 단속을 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미끼를 뿌려야겠습니다.”
“내부 단속? 너는 배신자가 더 있다고 보는구나.”
“분명 더 있습니다.”
마주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메시는 에이러스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에레브가 돌아오는 날짜와 시간까지 계산해서 연출을 꾸미는 지독한 통제자였다.
그런 인간이라면 이 공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자기 시야에 두기 위해 갖은 수를 썼을 것이다.
“무슨 미끼를 던질 참이냐?”
“후후, 가장 맛있는 미끼가 이 공자 눈앞에 있지 않습니까? 대공자가 유일하게 파악하지 못한 변수지요.”
“크크! 네 말이 맞다.”
메시는 단언할 수 있었다.
대공자는 응접실에 나오는 즉시 수족들을 통해 자신에 관한 정보를 끌어모을 것이다.
변수를 싫어한다는 건, 완벽주의적 성향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인물에게 잘 알지 못하는 것처럼 짜증 나는 건 없다.
더군다나 메시는 에레브가 데려온 데다가, 그의 영향력을 확대해주기까지 했다.
아마 바보가 아닌 이상, 둘 사이에 무언가가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여기엔 메시가 일부러 티 나게 행동한 것도 있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 공자가 초대한 이종 치료사로 얌전하게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다가, 천천히 자신의 색을 드러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자마자 알게 됐다. 생각했던 것보다 에레브의 입지가 많이 안 좋다는 걸.
가주는 자식들을 사랑하지만 정치적 계산에 능한 인물이며, 자작의 부인은 이유는 모르겠으나 대공자의 편을 들고 있으며, 영지민들이나 가신들은 대공자 외에 후계를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용케 야망을 버리지 않았군.’
보통의 인물이라면, 여기까지 밀린 상황에선 꿈을 포기하고 독자적인 활로를 모색했을 거다.
하지만 에레브는 가주가 된다는 목표를 놓지 못하고 발버둥이라도 치듯, 원망의 숲으로 향했다. 뒤가 없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는 메시를 얻게 되었으니까.
“이 공자, 그동안 함께 해온 기사와 시종을 의심하는 건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들에게 저에 대한 각기 다른 정보를 뿌리셔야 합니다. 빠르게 소문을 내기엔 술자리만 한 게 없으니, 기사와 시종 각자 따로 연회를 준비하지요. 적당한 명목도 있지 않습니까, 고생한 부하들을 위무해주기 위한 이 공자의 배려라고요.”
독을 품은 미끼를 걸고 낚시대를 던졌다.
끝
ⓒ 10억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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