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5
전업 힐러는 점점 강해진다
(4)
외곽 숲.
이 세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뜻으로 쓰였다.
첫째는 말 그대로 마을 바깥의 숲.
둘째는 ‘인간들이 사는 영역’을 둘러싼 경계가 되는 모든 숲을 통칭했다.
이 얘기를 사부에게 처음 들은 이은호(메시) 또한 인간들이 사는 영역? 이라는 말에 의문부호가 떠올랐다.
그것을 해결하려면 이 세계가 어떻게 생겼는지부터를 알아야 했다.
[ 바다? 그게 뭐냐? ]사부에게 원래 세상을 얘기하자 처음 돌아온 대답이었다.
‘이 세계엔, 바다가 없다. 그런 개념이 없어서 바다가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대신, 수해(樹海)만이 존재한다. 숲으로 된 녹색의 바다가 인간들이 사는 공간을 완전히 둘러싸고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아직 아무도 끝을 보지 못한 거대하고도 광활한 무한한 크기의 숲 안에 인간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나무를 베고, 몬스터를 죽이며, 자신들이 사는 공간을 점차 넓혀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새로운 나라가 탄생하고, 영웅이 나타나며, 전설이 만들어지고, 문명을 이뤄갔다.
이곳 사람들의 모든 역사는 ‘숲과 인간의 투쟁’ 그 자체였다.
지금 이들이 외곽 숲을 굳이 통과하여 원망의 숲으로 향하는 것도 그 역사의 영향일 거라 메시는 생각했다.
정예 기사 50명, 용병 80명. 시종 30명. 길잡이 3명.
베누다 마을의 외곽 숲에겐 근래 들어 가장 많은 인원이 한 번에 진입하는 일이다.
과연 그 탓인지, 숲의 공기가 떨리고 있었다.
“소란스럽군요.”
“네, 이 공자. 놈들이 50피터 정도 거리를 둔 채로 계속 우리를 쫓아오고 있습니다.”
“라망 경, 그냥 한번 깡그리 청소하는 것도 괜찮지 않습니까?”
“감으로는 그저 몬스터 같긴 한데… 딱히 길잡이들이 반응이 없으니 무시해도 되는 일 같습니다.”
“저놈들이 몬스터가 근처에 있는 걸 느끼기나 하겠습니까? 우리 정도나 되니까 느끼는 거지요.”
길잡이들을 앞에 둔 채 들으라고 의도적으로 하는 말이었다.
기사 라망은 이 공자를 평가할 때, ‘속과 겉이 다른 사람’이라는 평을 하곤 했다.
누구보다 주의가 깊은 사람이지만, 겉으로는 그것을 티 내지 않고 일부러 말을 함부로 내뱉곤 했다.
어제만 해도 저녁 식사 후에 찾아와서는 갑자기 이종에 대해 경계를 해야 한다고 하질 않나, 원망의 숲에 이종들이 많을지 모르니 마법방어구를 더 준비해야 한다고 하질 않나, 이종을 다룰 목줄이 될 만한 마을 주민들을 끌고 가야 한다고 하질 않나, 이종이 다른 계획을 세울 만한 시간조차 주지 않도록 이른 출발을 해야 한다고 하질 않나.
그런 사람이 지금은 이종을 포함한 길잡이들을 무시하는 말을 하고 있었다.
“라망님, 지금 쫓아오는 몬스터들은 굳이 반응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그저 외곽 숲에 사는 몬스터들의 부락 경계에 길이 걸쳐있기 때문이니까요. 저들도 갑자기 인간의 부대가 나타나서 놀란 것뿐입니다.”
“걱정을 가시게 해줘서 고맙군, 약초꾼.”
“별말씀을. 아마 이대로 쭉 다섯 시간쯤 더 가면 공터가 나오는데 원망의 숲에 가깝습니다. 그럼 저들은 되돌아갈 겁니다.”
레토는 정중하게 라망과 에레브를 향해 허리 굽혀 인사를 한 뒤 다시 대열의 앞으로 뛰어갔다.
“이 공자, 공터가 나오면 거기서 휴식을 취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러죠. 거기서 우리 목적지를 밝힐 필요도 있을 테니. 용병들한테나, 길잡이들한테나.”
* *
성인 남성의 속보로 8시간 정도를 걸어서야 나오는 외곽 숲 안의 공터에 약 160명에 달하는 인간들이 자리 잡고 휴식을 준비했다.
새벽부터 출발했고, 여기서 이른 점심을 먹고 드디어 목표의 숲속으로 진입하려는 생각이었다.
기사들의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시종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용병들은 각자 알아서 끼니를 때우기 위한 준비를 했다.
레토와 촌장, 메시 같은 길잡이들도 대충 육포나 말린 채소로 한 끼를 때우려는데 자꾸만 메시의 손에는 뭔가 먹을거리들이 많아졌다.
“어이, 어제 가스통 녀석을 살려줘서 고마웠다고.”
“우리도 앞으로 잘 부탁해.”
“보일이라는 자식은 매일 ‘난 못해’라는 말만 하던 놈이라 걱정됐는데, 네가 있어서 좀 낫군.”
“혹시 네 부족에서 쓰는 신비한 축언 같은 게 있나? 있다면 한 번 걸어줘.”
용병들이 계속 메시를 찾아와서 조그마한 선물을 주는 탓이었다.
동료를 살려줘서 고맙다는 뜻도 있었고, 길잡이 능력뿐 아니라 치료 능력이 있는 메시에게 잘 보이기 위함도 있었다.
치료사인 보일에 대한 불만이나 이종의 샤머니즘에 대한 환상도 한몫했다. 하여튼 메시에겐 나쁠 것 없는 대접이었다.
적어도 용병들 사이에서는 메시의 첫인상이 꽤 유능하게 잡혔다는 말이었으니까.
옆에서 레토가 사냥꾼 수화를 통해 구체적인 말을 전달해주는 척을 하자 메시도 웃으며 받아줬다.
특히 마지막 사람은, 그의 머리에 손을 얹고 눈을 감은 채 숙연하게 애국가를 외워주자 3절부터는 눈물을 흘렸다. 왜일까?
“네 옆에 있으면 굶을 일은 없겠구나. 안 그렇습니까 촌장님?”
“하이고. 그래. 배고플 일 없어서 좋겠구먼 자네들은!”
“아직도 꽁해있으십니까. 인제 그만 현실을 받아들이시죠. 어찌 됐든 간에 거절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그리고… 대를 위한 소의 희생…”
“그만! 내가 잘못했어! 제발 대를 위한 소의 희생 같은 개소리 좀 집어치우게! 몇 번째야 대체!”
레토는 오는 길 내내 대화마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을 붙여서 말을 걸고 있었다. 촌장이 진저리칠 법도 했다.
“어머, 이쪽에 음식이 많네. 합석 좀 해도 되겠죠?”
“허허, 아름다운 레이디께서 앉겠다는데 저희가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여자 용병 단장이 나타나자 촌장은 안면을 싹 바꾸더니 굵직한 목소리를 내며 자신의 자리를 내주는 게 아닌가.
레토와 메시는 ‘저렇게 늙진 말아야겠다’하고 순간 똑같은 생각을 했다.
식사를 끝마치고 대충 솔가루를 물에 풀어 끓인 차를 마시는데, 여자가 메시를 향해 말했다.
“조심해야 할 거야.”
“…..?”
“이 공자가 너에게 관심이 아주 많은 거 같으니까.”
‘나를? 어째서?’
슬쩍 멀리 떨어진 에레브를 쳐다봤다. 그새 작은 막사를 치고는 그 안에서 라망과 회의라도 하는 것 같았다.
혹시 실수한 것이 있나 싶어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딱히 잡히는 구석이 없었다. 어렴풋하게 자신의 마법 때문인가, 싶기도 했다.
“어젯밤에 너하고 한 약속 다 깨고 말할 뻔했다니까. 어휴, 어찌나 날 잘 다루는지…”
여자는 발그레하게 홍조를 띠면서 자신의 아랫배를 꾹꾹 누르며 마사지했다. 메시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진 않았다. 촌장의 눈이 음흉하게 휘어지며 광대가 올라갔다.
“말해도 괜찮다고 했습니다.”
“흠… 역시 우리 이종 씨는 아직 귀족들을 상대해본 적이 없구나?”
사실이었다. 이세계에 와서 귀족과 기사를 만난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어제 네 말은 되게 설득력이 있었어. 인정해. 하지만, 그걸 곱씹어 생각해보니 네가 귀족을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귀족은 네 생각처럼 그렇게 논리적인 존재가 아니거든.”
“네가 길잡이로 효용성이 있어서 널 무조건 살려둘 것이다? 아닐 거야. 특히 저 이 공자라면. 절대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가지고 노는 걸 봐주는 인간이 아니거든. 귀족이란 자신의 위신을 위해 목숨 따윈 얼마든지 죽일 수 있는 자들이야. 심지어 이종의 목숨을 신경 쓰기나 할까?”
그제야 메시는 자신이 현대인의 시점으로 귀족이라는 존재들을 해석하려 했음을 알았다. 저들은 이 세계의 지배계층의 정점에 있는 자들이었다. 자신들의 마음대로 얼마든지 생과 사를 결정하는 무리다.
어제 보일이 그렇게 겁을 집어먹고 살려달라고 빈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네 양팔이라도 다 자르고 길잡이로 끌고 다닐지 몰라. 단지 하찮은 이종이 자신을 속였다는 이유로. 물론, 이보다 더 심할 수도 있고.”
여자의 말이 끝나자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여자는 그제야 자신의 말이 어떻게 들렸을 수도 있는지 깨달았는지 뒷말을 덧붙였다.
“아, 이건 너한테 하는 협박은 아니야. 오히려 충고라고 해둘게. 어제 가스통 말고도 2명을 더 치료해준 값이라고 생각해. 아무래도 넌 우리와 다르고… 그래서 판단을 한 번이라도 잘못하면 더 위험할 수 있거든.”
차가 맛있다, 하고 여자는 남은 솔잎차를 한입에 털어 넣었다. 그녀에게 메시가 물었다.
“당신, 이름이 뭐죠?”
“호호, 이제 이름을 물어볼 생각이 들었니? 난 에일라야.”
“고맙습니다, 에일라. 충고 기억해두죠.”
“후후, 그럼 그럼. 어른의 충고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법이랍니다.”
그래 봐야 몇 살 연상에 불과할 텐데, 어른이라고 콧대를 세우는 모습이 나름 귀엽다고 메시는 생각했다.
“우리 이종 씨는 원망의 숲에서 왔다며? 저길 잘 알겠네?”
“그러니까 이렇게 끌려왔겠죠.”
메시의 시원한 대답에 에일라가 웃었다.
“구체적으로 말 좀 해봐. 알아야 우리도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할 거 아니야?”
언제부턴가 말을 놓고 있는 에일라였다. 새벽부터였나? 하지만 불쾌감보단 친화력으로 느껴지기에 나쁘지 않았다.
아까 전의 충고도 고마웠다. 하마터면 자신이 놓칠 뻔한 부분을 짚어준 일이었다.
그래서 메시는 다시 한번 도와줘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돈은 얼마나 받으셨죠?”
“어머, 얘. 갑자기 돈 얘기를… 너도 돈 좀 밝히는구나. 그렇지만 영업비밀은 함부로 말하면 안 되는걸.”
“그게 아니라… 대체 얼마면 용병단 전원이 사지로 들어갈 계약에 도장을 찍을 수 있나 궁금해서 그럽니다.”
순간, 찬 바람이 두 사람을 스쳐 지나가는 소리가 들릴 만큼 고요해졌다.
“용병들의 안색이 나쁘지 않은 거로 봐선 우리처럼 강제로 끌려온 것도 아니고, 그리고 가스통 씨의 말을 들어보니 용병이 죽으면 유가족에게 정착 지원금까지 줄 정도로 복지도 신경 쓰는 곳 같고… 그러니 용병들의 목숨값을 헐값에 측정해서 사지로 내몰 곳도 아닌 듯한데 어째서 이곳에 왔냐는 거죠. 분명히 자진해서 온 거 같은데.”
“메시의 말이 맞아. 나도 그게 자꾸만 걸리더군. 원망의 숲은 제아무리 비싼 돈을 줘도 올 곳이 아니야.”
“더군다나 당신은 용병 단장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당신이 죽으면 용병단은 누가 이끌죠?”
마치 죽음이 확정된 것처럼 가정하는 메시와 레토였다. 에일라의 표정이 멍해졌다.
“…그 정도라고? 하지만 우리가 조사했을 땐 아니었어. 우리가 바보도 아니고… 제 목숨 귀한 줄 알고 몸이 재산인 사람들인데 그거 하나 안 알아봤겠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에일라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레토와 메시가 서로를 바라봤다. 대체 자신들이 왜 여기 끌려왔는지 이 여자는 까먹었나?
“그 말은, 우리가 해야 되는 말 아닐까요?”
“…..어…”
‘그럼 지금껏… 우린 사지로 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단 말이야?’
에일라는 전신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벌떡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봤다.
모든 용병의 얼굴에 긴장이 느껴지지 않았다. 죽음의 걱정 같은 건 보이지도 않았다.
특히 어제는 기사들이 과할 만큼 술과 음식을 내줘서 용병 전원이 기분 좋게 논 터라 긴장이 풀려있었다.
“대체 어디서 알아본 정보에요?”
“…부단장이 정보 길드에서 사 왔지.”
“그 사람은 지금 어디 있는데요?”
“용병단 본부에… 있지.”
호위 의뢰에서 목적지는 중요하다. 그곳이 어디냐에 따라 용병 전체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니까.
그만큼 가치가 있는 정보를 다룬다면 단체 내에 정보만 따로 취급하는 팀이 있을 만도 한데, 그걸 그저 한 사람에게 맡겼다는 건가?
“어째서 그 사람에게 다 일임했죠?”
“그거야… 지금껏 그렇게 해왔으니까…..”
관성이란 무서운 일이다.
특히 붉은 여우 용병단은 소수의 인원부터 시작해서 덩치를 키워온 용병단으로서 몸집은 커졌지만, 체계는 잡혀있지 않았다.
그 때문에 시스템이 없다 보니 관습적으로 처리하는 일이 많았고, 쭉 그렇게 흘러가다 보니 다들 불편을 느끼지 않게 됐다.
딱히 그렇게 해도 큰 문제는 없었으니까.
지금까진.
“전원… 주목하라!!”
작은 막사에서 라망과 이 공자 에레브가 걸어 나왔다. 라망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지금부터 우리의 목표와 앞으로의 대열을 말해주겠다! 용병단과 길잡이들은 반드시 숙지하도록!”
“1차 목표는 원망의 숲에 있는 ‘벌목꾼의 요새’다! 우리는 그곳을 다시 재점령, 정비를 완료해 완벽하게 점유한다!”
“2차 목표는 요새를 기반으로 예전 벌목꾼들이 미처 완전히 발굴하지 못했던 ‘유적’을 완전히 개발하고 그곳에서 ‘유물’을 가져온다! 이상이다!”
끝
ⓒ 10억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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