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55
기사 전원이 동시에 튀어나갔다. 메시도 그들과 합을 맞춘 것처럼 같은 선상에서 달리기 시작했다.
‘역시 오래달리기라 그런가, 다들 처음부터 빠르게 달릴 생각은 없구나.’
메시도 속도를 내기 전, 몸을 풀 겸 가볍게 달릴 계획이었다. 기사들도 같은 생각을 했다고 착각했다.
사실은 출발선에 서기 전, 기사들이 세운 계획은 그 반대였다.
“초반부터 속도를 내서 한 바퀴 차이를 내고 시작하는 거다.”
“으흐흐, 아주 좋은걸. 놀리는 맛이 있겠어. 한 바퀴 차이를 낸 뒤에, 둘러싸서 욕을 때려 박는 거지.”
“이종이 엄마 찾는 꼴을 보게 되겠는 걸…”
자신들의 계획은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그래 봐야 기껏 늦깎이 신입생 아닌가.
가주의 은인이라는 게 걸렸지만, 기사단의 자질 검증이라는 게 원래 이런 걸 어쩌겠는가. 기사란 야만스러운 면모가 원체 있는 집단이다.
‘특별대우를 해줄 거라 여긴다면 오산이다, 쓴맛을 보여주지.’
기사들은 전력으로 달려나갔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뭐지?’
‘왜 거리가 안 벌려져?’
최대 속도로 달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메시라는 놈은 여유롭게 같이 뛰고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연무장 가장자리에서 뛰는 녀석이 같은 선상을 유지하면서 달리는 건 쉬운 게 아니었다. 기사 전원이 최고 속력으로 뛰고 있었으니 더했다.
연무장 반 바퀴를 돌 때쯤, 사태의 심각함을 하나둘 깨달아갔다.
‘뭐야, 이거?’
‘생각보다 저놈, 너무 잘 달리는데?’
“작전 변경이다, 훌란! 놈의 근처에서 견제를 넣어! 욕이라도 해서 페이스를 흐트러지게 하라고!”
“무, 무슨 욕을 할까?”
“갑자기 아마추어처럼 왜 이래! ‘누구나 부모는 있다’며 악신조차 실직시킨 놈이 네 녀석이잖아!”
바실러스에게 작전권을 부여받은 기사가 거절할 수 없는 임무를 하달했다.
훌란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그간 신입 태우기에 몰두해온 대가를 치르는 듯했다.
하필 이번 테스트 대상자가 메시였다.
메시가 누군가? 원망의 숲에서 벌인 자신의 대죄를 아는 사람이다.
거기다 눈치 없는 바보가 아닌 이상, 배신한 자신들을 살리도록 이 공자를 설득한 게 메시임을 모를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꼼짝없이 견제를 넣게 된 훌란은 홀로 난감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달리면서 몸을 메시 쪽으로 가까이 붙였다.
메시도 진작 눈치챘으므로, 다가오는 훌란을 향해 눈인사했다.
훌란의 머릿속으론 ‘악마 훌란’과 ‘천사 훌란’이 대립하는 듯했다. 눈동자가 요동쳤다.
훌란은 땀을 뻘뻘 흘리며 심각한 고민의 시간을 가지더니, 메시를 불렀다.
“이, 이봐!”
“?”
“너희 아버지가 키우는 개는 옆집 아저씨를 더 좋아한다지?”
“…?”
“너희 어머니 요리가 그렇게 맛이 없다던데?”
“너희 형제는 너 말고 다 못생겼다지?”
‘뭐라는 거야?’
훌란이 아주 약한 패드립을 날려대자 괜히 정신이 사나워진 메시는 그를 무시하고 앞에서 달리기로 했다.
조금 속도를 올려 치고 나가자, 뒤에서 쫓아가게 생긴 기사들은 우왕좌왕 혼란에 빠진 기색이 역력했다.
“훌란, 이 병신 새꺄! 그게 무슨 욕이야!”
“근데 앞에 건 해석에 따라 좀 심하지 않냐?”
“닥쳐, 전부 다 빨리 따라붙어!”
기사들이 달라붙으려고 노력하지만 메시와 벌어진 거리는 도무지 회복되지 않았다.
이쯤 되니 메시도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왜 안 쫓아오지?’
페이스를 유지할 생각인가? 하지만 몸풀기에서부터 거리가 벌려지면 나중에 따라잡을 부담이 더 클 텐데.
메시도 그때부터는 작전을 바꿨다. 진심으로 달리기로 했다. 저렇게 방심하고 거리를 둔다면 차라리 빠르게 치고 나가 거리를 벌리는 게 옳다고 여겼다.
쾅!
디딤발에 힘을 주고 몸을 밀어내자, 그 반발력에 흙이 튀었다. 쫓아오던 기사들이 모래와 흙을 맞으며 욕을 뱉었다.
모래가 가시고, 입에 들어간 흙을 다 뱉었을 땐 이미 메시는 한참 앞을 달리고 있었다.
기사들도 그때부터 큰 착각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들보다 빨라도 저렇게 차이가 날 수 없다는 고정 관념 때문이었다.
“미, 미친…”
“저거 마나 쓰는 거 아니야? 반칙인데?”
“왜 그렇게 빠른지 이제 알겠군. 우리도 써서 따라붙는다!”
오해를 한 기사들이 미친 듯이 메시를 쫓기 시작했다. 마나를 운용하면서 달리니 몸이 가벼워져 앞으로 쭉쭉 치고 나갔다.
하지만 거리를 어느 정도 좁힐 수 있었어도 메시를 완전히 따라붙질 못했다.
어째서지? 마나까지 쓰고 있는데?
기사들은 더욱 혼란에 빠졌다.
**
바실러스는 놀라서 눈을 치떴다.
아무 생각 없던 자질 테스트에서 이런 꼴을 보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현역 기사들이 못 쫓아가고 있다고?’
아무리 마나를 쓰지 않고 달린다고 해도 평소 받는 훈련량부터가 다르다.
철제 갑옷을 입고 뜀박질을 하는 인간들인데, 그런 인간들이 뒤에서 쫓아가는 이 상황은 뭐란 말인가.
심지어 메시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그는 더욱 놀라고 말았다.
‘마나를 쓰는 게 아니다…’
마나를 써서 달리는 건 신체 내부의 에너지로 몸을 가볍게 띄우는 행위였다.
저렇게 족적을 남긴다는 건 온전히 힘을 디딤발에 주고 있다는 건데, 마나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비효율적인 일이었다.
제삼자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볼 수 있었다면 달리고 있는 기사들도 그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그럼 따라가지도 못하는 판국에 추하게 마나를 쓰는 행위까진 하지 않았겠지.
‘그런데, 평기사들이 마나를 쓰고도 거리를 못 좁히다니… 이게 대체…’
대체 저 메시란 놈은 정체가 뭐란 말인가?
어떤 신체를 가져야 맨몸으로 뛰는데 마나 사용자와 비등할 수 있단 말인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에 바실러스의 입이 벌어지고 있었다.
“와하하, 이거 연극보다 재밌는데!”
연무장 관람석에서 즐겁게 웃고 있는 에레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메시가 연무장을 47바퀴 정도 달렸을 때쯤, 그는 깨달았다.
‘이제 앞뒤로 아무도 없군.’
어느새 길이 텅텅 비었다는 걸 깨달았다. 혼자 더 달려야 되나? 고민하는 와중 바실러스가 보였다.
그가 멈추라는 제스처를 취하자, 바로 앞에서 멈춰섰다.
“끝났습니까?”
‘이놈, 숨도 헐떡거리지 않잖아?’
무슨 말도 안 되는 체력이냐.
다행히 바실러스는 안면을 가려주는 폐쇄형 투구를 쓰고 있었기에 표정 변화를 들키지 않았다.
“그래, 끝났다. 네가 현역 기사들을 전부 체력으로 누른 거다.”
“그렇군요. 수고하셨습니다.”
“…수고는 자네가 했잖아?”
메시의 인사말이, 자긴 딱히 힘들지도 않았다는 여유처럼 느껴졌다.
틀린 건 아니었다. 메시에게 이번 테스트는 쉬운 일에 속했다. 뜀박질이라니, 엔조 무에테의 힘을 습득한 자신에게 그보다 쉬운 무대는 없었다.
게다가 메시는 마나를 쓰지도 않았다. 이 정도 압도적인 차이를 보여줄 수 있을 줄 몰랐기에 메시 자신도 놀라고 있었다.
“따라와라. 다음은 근력 테스트다.”
메시는 얌전히 바실러스를 따라갔다.
연무장엔 각자 크기가 다른 철구가 놓여있었다. 메시가 달리는 사이 준비된 것들이었다.
그것들은 땅꼬마 장인의 작품이라고만 전해지고 있는 것들이었다. 무게를 올리기 위해 이것저것 광물을 섞어서 뭐로 만든 건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서 만들어진 시기도 알 수 없었다. 바실러스도 스콰이어 시험을 받을 때 들어 올렸고, 당시 단장도 스콰이어 시험에서 들었다고 했으니 역사가 대단한 도구였다.
총 8개의 철구였고, 가장 낮은 1단계가 50kg, 가장 높은 8단계가 400kg이었다.
“스콰이어 시험용 철구다. 스콰이어 시험을 치르는 나잇대가 최소 7살, 최대 15살인 데다가 무게가 무겁다 보니 뒤쪽의 철구를 들어 올리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도 있다는 얘기 같습니다만…”
“알려진 최대 기록은 있지. 그로테인 경이 13살에 5단계를 들어 올렸지.”
“…13살?”
“뭐… 타고난 용력이 다른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씁쓸하게 말하는 걸 보니, 바실러스의 기록은 거기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는 곧장 기사 하나를 호출했다. 덱스터라는 자였는데, 아까 뛰면서 훌란을 재촉하던 자였다.
메시가 본 사람 중 그로테인을 제외하면 가장 덩치가 큰 사내 같았다.
“자네 나이의 평기사가 보통 마나를 쓰지 않고 4, 5단계까진 들지. 잘 보게.”
덱스터는 메시를 한번 바라보더니 피식 웃고는 콧바람을 훅훅 내쉬며 철구 앞에 섰다.
보통이라 말한 4, 5단계가 아닌 6단계의 철구였다. 아까 달리기에서 범한 수치를 여기서 만회하겠다는 의도가 역력했다.
“덱스터, 무리하는 건 아니겠지?”
“흐하하, 어릴 때부터 기사로 단련된 제가 이거 하나 못 들겠습니까?”
메시를 쳐다보면서 하는 말이다 보니, 말에서 뼈가 느껴졌다.
부담 없는 말과 달리 그는 긴장한 채로 6단계의 철구의 밑동을 잡았다.
다리를 접어 몸은 낮추고 허리는 일직선으로 폈다. 숨을 후후 몇 번 짧게 들이쉬곤 복압을 유지함과 동시에 접은 다리를 쫙 펼치며 용력을 전신에 쏟았다. 허벅지 근육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을 것이다.
“흐읍!!!”
덱스터는 얼굴이 붉어진 채로 철구를 들어 올렸다. 철갑을 입고 300kg의 철구를 드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그의 말대로 오랜 기사 훈련을 받은 자만이 해낼 수 있는 결과였다.
쿵!!
철구를 내려놓은 덱스터는 메시를 쳐다보며 씩 웃었다. 얼마나 힘을 썼는지, 그의 코에선 코피가 흐르고 있었다.
“자넨 3단계부터 해볼까?”
바실러스는 메시의 체격을 고려해서 제안했다.
사실 3단계도 과해 보였지만, 메시의 가능성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함이었다.
‘체력도 좋고, 따로 훈련을 받지 않았어도 3단계의 근력을 갖고 있다면… 밑바탕이 매우 훌륭하단 뜻이지.’
애초 지금 하는 테스트의 목적이 힘자랑이 아니라 자질을 알아보는 것이었으므로, 그 정도만 해도 바실러스는 아헨탈 자작에게 좋은 평가를 해줄 용의가 있었다.
하지만 메시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바로 8단계 가겠습니다.”
“…6단계를 잘못 말한 거 아닌가?”
덱스터에게 자극이라도 받아, 6단계를 말하려다 잘못 말한 건가 했다.
하지만 메시는 8단계의 철구 앞으로 가서 섰다. 철구의 덩치는 메시의 가슴까지 올 정도로 컸다.
바실러스조차 당황했다. 저렇게 평범한 체격의 사람이 기본적인 힘으로 저걸 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물론 그로테인이 현역 기사일 때 들어 올리는 걸 본 적은 있지만, 그 사람은 체격부터가 메시와는 다르고 고도의 훈련을 받은 자였다.
“만용은 그만두게. 괜히 그러다 허리 분질러지는 놈들이 스콰이어 시험 때도 꼭 한 놈씩…..”
“어, 어?”
옆에 있던 덱스터가 놀란다.
설마 하고 쳐다보는데 8단계의 철구가 바닥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쑤욱.
“…?”
“?”
허무할 정도로 간단히 8단계를 안아서 들어 올리자, 잠깐 두 사람 사이에 말이 끊겼다.
바실러스가 겨우 정신을 수습했다.
“…내려놓게.”
“네.”
쿵!!!!
바닥에 떨어질 때의 무게감으로 봐선 철구에 이상이 생긴 거 같진 않았다.
이상이 있는 걸 굳이 따지자면…
‘뭐 이런 게 다 있지?’
그냥, 이놈이 이상한 거였다.
몬스터에 필적하는 근력이 저런 체격에 담겨있다니… 이건 상식 바깥의 일이었다.
바실러스는 결국 메시의 신체 능력에 대해 이해하는 걸 포기했다.
**
아헨탈 자작도 처음엔 그냥 활짝 웃었다.
달리기에서 기대 이상의 기량을 보여준 탓이었다.
아침의 폭탄 발언 이후 메시가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계획은 달라지지 않더라도 조금은 난처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높은 평가를 했던 라망의 눈이 정확했다.
“자네의 안목이 훌륭하다는 걸 인정하겠네. 라망.”
“하하… 네…”
가주의 칭찬에 라망은 떨떠름하게 웃었다.
‘아니, 내가 본 건 저런 게 아닌데.’
개미굴에서 같이 달려본 기억이 있긴 한데, 저렇게 빠르진 않았다.
당혹스러운 건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메시가 전력 질주를 시작하자, 기사들이 마나를 사용해서 추격하는 장면부터였다.
그때부터는 아헨탈 자작도 조금 이상하다는 듯 라망에게 물었다.
“지금 메시 경이 마나를 쓰고 있는 건가?”
“그런 거 같진 않습니다만…”
“근데 우리 기사들은 지금 마나를 쓰고 달리는 거 같다만…?”
“제 눈에도 그렇게 보입니다…”
“그런데도 메시 경을 못 따라잡고 있는 건 무슨 경우지?”
“…..”
라망도 할 말을 잃어버렸다.
저게 무슨 경우인지, 자신조차도 몰랐다.
결국, 마력을 다 소모했거나, 제풀에 지쳐 뛰기를 그만둔 기사들이 속출하자 메시의 달리기도 멈췄다.
“이게 말이 되나?”
될 리가 없습니다…
아헨탈 자작의 의문에 라망도 고개를 저었다.
사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메시가 8단계의 철구를 별 고민 없이 드는 걸 보고 좌중이 입을 다물었다.
아헨탈 자작도 눈이 부릅떠진 채 가라앉힐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마냥 축제처럼 즐기던 에레브도, 인상을 찌푸리던 에이러스도 입을 쩍 벌렸다.
아헨탈 가의 남자라면 모두 겪어본 스콰이어 테스트였으므로, 8단계의 철구가 주는 무게감을 다 아는 탓이었다.
자작이 중얼거렸다.
“적어도 1200골드를 어스웜 입에다 처넣었다는 말은 다들 안 하겠군…”
그의 혼잣말이었음에도 주변의 모든 이가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마지막 검증만이 남아있었다.
정식 스콰이어 테스트는 예비 기사로서 자질을 평가하는 것이므로 승마 기술이나 근접 격투와 레슬링을 평가해야 했으나, 이번엔 단지 메시의 가능성을 알아보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생략됐다.
하지만 한 가지는 반드시 짚고 가야만 했다.
메시의 앞에 연습용 목검이 던져졌다. 그걸 붙잡자 올라오는 건 익숙한 얼굴이었다.
“라망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