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6
전업 힐러는 점점 강해진다
(5)
목적지까진 사실 괜찮았다. 벌목꾼의 요새나 유적이나 뭐 그런 것은 용병들에게 그렇게 위험하다고 와닿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열에 관련된 문제는 달랐다. 숲을 돌파하여 목적지를 향하는 데 있어서 계속 유지해야 할 진형이고, 어디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목숨이 달린 문제였기 때문이다.
“대열은, 중앙에 기사 전원이 배치되며, 후방과 전방에 용병들을 나눠 배치한다. 부대 각각 길잡이를 하나씩 배치한다. 이상이다.”
용병들을 방패막이 삼겠다는 의지표명이었다. 느긋하던 용병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무리 용병들이 제 목숨을 돈과 환산해서 임무를 행하는 자들이고, 그런 위험한 의뢰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하는 건 불쾌한 일이었다.
“한 마디로 우린 돈 썼다, 너희가 죽어라. 이거 아녀?”
용병 중 누군가의 말이었다. 정확했다.
“라망 경!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용병들만 위험에 몰아세우는 것은 잔인한 일 아닌가요?”
“그러라고 댁들이 있는 거잖소.”
용병들의 대표로 에일라가 나섰지만 그렇다고 콧방귀나 뀔 기사들이 아니었다. 에레브의 입가엔 비웃음이 걸려있었다.
“단장 계집, 어젯밤엔 내 사타구니 근처에서 주제 파악을 그리 잘하는 거 같더니… 왜 이제 와서 그러나?”
하하하하!
에레브의 성희롱적 발언에 모든 기사가 웃음을 터뜨렸다. 심지어 깐깐하던 라망조차 예외는 아니었다.
에일라의 얼굴이 분노로 물들었지만 차마 검을 뽑을 순 없었다.
힘과 폭력이 우열을 가리는 세계에서 10대부터 살아온 자신이었다. 검을 뽑으면 죽는 건 자신이라는 걸 잘 알았다.
“호호… 부디 사정을 좀 봐주셔요. 이 공자님. 하룻밤의 정을 생각해서라도요.”
애원하듯 에레브의 앞에 고개를 숙이는 에일라였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는 용병들 모두 입술을 씹으며 겨우 화를 참고 있었다.
당사자가 화를 참고 모두를 위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자신들이 나설 순 없었다.
“흐음, 그래?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어쩔 수 없군. 기사 5명씩은 차출해서 선방과 후방 부대에 배치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이 공자.”
기사 5명 정도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다행이었다. 에일라는 그나마 선방했다고 생각했으나 라망이 나섰다.
“안 됩니다, 이 공자! 기사들이야말로 끝까지 아껴야 하는 전력입니다. 한낱 하룻밤의 정으로 대사를 그르쳐서는 안 될 일이지요!”
“이런, 그런가? 단장. 미안하게 됐군. 보시다시피 난 실권이 없어서 말이야! 기사들을 지휘하는 건 라망 경이거든. 그러게 차라리 어젯밤에 라망 경의 침실로 들어갔으면 됐을 텐데… 내 침실로 오다니 안타깝게 됐구먼.”
하하하!
의도적인 짓이었다. 보나 마나 라망이 막을 줄 알고 일부러 선심을 쓰는 척 한 것이다.
에일라의 손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렸으나 기적적으로 참아냈다.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가는 고통에 이성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에일라는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메시의 말을 듣고도 긴가민가하던 차였다. 그냥 계약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정 그렇다면… 저희는 계약을 파기하겠습니다. 위약금은 계약대로 10배 물려드리지요. 지금부터 우리 붉은 여우 용병단은 이번 일에서 손 떼겠습니다.”
“…허, 저년이 미쳤나?”
“에일라 단장. 위약금 10배를 물려준다고 했는데, 그 값이 100골드에 이른다는 걸 알고 말하는 겁니까?”
“네. 비록 용병단은 파산하고… 전 모든 걸 잃겠지만 위약금 값을 치르겠습니다.”
100골드면 큰 액수였다. 1실버가 일반 평민 가정의 한 달 식비라 친다면, 100실버가 1골드. 그러니까 10000명의 평민들을 한 달 동안 먹여 살릴 금액이었다.
“하하, 좋다. 단장 계집. 위약금은 그렇다 치고, 너희의 변심으로 인해 우리 계획이 수포가 되는 이 손해는 어떻게 메꿀 생각이지?”
“무슨… 그런 건 계약사항에 없지 않았습니까!”
아무리 그녀가 억울함을 부르짖어도 소용없었다.
상대는 에일라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의 인간이었다.
“닥쳐라, 난 귀족이다!!!”
그 외침 한 마디에, 분노로 얼굴이 붉어졌던 용병들 모두가 할 말을 잊어버렸다.
메시는 그제야 자신이 어디에 떨어졌는지를 알았다. 이 세상은 명백한 수직적 계급 사회였고, 어째서 에일라가 자신에게 그런 충고를 했는지 직접 보게 됐다.
“귀족의 말은 진리요, 법이다!! 네깟 것들이 아무리 계약서를 들이밀어 위아래를 농단해도 변하지 않아야만 하는 것이 있단 말이다!!”
에레브는 강조하듯, 한 마디씩 내뱉었다.
“절대로, 귀족은, 평민들, 따위, 에게, 손해, 보지, 않는다.”
에레브가 손을 들어 올리자 그 뒤편의 기사들이 모두 검을 뽑아 들었다.
스스승!
“파기한다고? 어디 해봐라. 위약금은 네놈들 용병단의 본부를 깡그리 약탈하고 벽돌 한 점까지 다 팔아먹어서 받아내 주마. 그리고 우리 계획이 물거품이 된 손해는 너희의 목숨값으로 책정하겠다.”
오십에 달하는 정예 기사들이 검을 뽑자 그 위압감은 주변의 숲을 울릴 만큼 웅장했다. 저것이 패악질을 벌이는 저들 자신감의 원천이었다.
“…원래부터 이럴 속셈이었나요?”
위기에 처한 에일라는 오히려 차분해져 있었다.
지금껏 수많은 위기를 검 하나 쥐고 돌파해온 그녀였기 때문일까?
차라리 일이 이 지경이 되자 신기하게도 하나의 가설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부단장인 노아스와는 무슨 관계죠?”
“노아스?”
“부단장 이름이 여기서 왜 나와?”
에일라의 질문에 당혹스러워하는 건 도리어 용병들이었다.
“뭔가 이상하긴 했어요. 너무 조건이 후했으니까. 동패 용병 80명만 동원해도 무려 10골드라니… 더군다나 노아스가 가져온 정보에도 원망의 숲은 위험도가 고작 B-급… 대체 어느 용병단이 이런 달콤한 미끼를 물지 않겠어요? 안 그런가요, 이 공자.”
에레브는 대꾸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이 모든 대답이었다.
“때마침 대형 용병단으로 도약하기 위해 붉은 여우 용병단은 실적과 명예, 자금이 필요했으니… 이 미끼를 날름 물 거라는 걸 이 공자는 당연히 알았겠고요.”
그제야 용병들도 이 상황이 이해된 건지 80명이나 되는 그들의 안색이 일제히 나빠졌다.
“노아스… 그놈이 이 빌어먹을 설계에 동참해서 우리를 사지로 몰아넣은 건가! ”
“내가 이래서 합병할 때 반대했던 거라고! 대체 그 자식들을 뭘 믿고 받아줘서 부단장까지 시켜준 거야!”
“말조심해, 우리도 원랜 노아스 용병단 출신이니까!”
붉은 여우 용병단이 덩치를 불리면서 몇 개의 용병단을 흡수했는데, 그 중의 가장 큰 곳이 노아스 용병단이었다.
따라서 안정적인 합병을 위해 합의가 필요했는데, 부단장 자리를 내주는 것이 그 대가였다.
당시엔 그것으로 내부에 논란이 있긴 했지만, 몇 년 동안 안정적으로 단장과 부단장이 힘을 합쳐 붉은 여우를 이끌어왔으므로 오래전에 잊힌 일이었다.
이렇게 뒤통수를 맞기 전까진 말이다.
촌장과 레토는 이 광경을 보며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군.”
“전 용병들이 이해가 갑니다. 갑자기 자신들이 서 있는 곳이 지옥문 앞인데 누군들 안 저러겠습니까.”
“난 부단장에게 배신당한 에일라 단장의 마음이 왠지 모르게 이해가 가는군.”
“무슨 뜬금없는 소릴….. 왜 그런 눈으로 절 보십니까? 제가 언제 촌장님 뒤통수라도 친 적 있습니까?”
“잘 생각해보게! 메시 녀석을 받기 전까지 우리 사이는 그렇게 나쁘지가 않았어!”
“나빴습니다.”
“그랬나?”
레토의 단호함에 촌장은 할 말을 잊었다.
“우리도 큰일입니다. 애초 기사들은 그들 외의 모두를 희생시킬 작정으로 데려온 거니… 길잡이라고 예외가 될 순 없을 겁니다.”
“왠지 운수가 좋더라니…”
“여차하면 도망칠 생각도 했는데, 아까 전 라망 경이 말한 대열을 생각하면 그것도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우리 셋을 쪼개서 각자 한 부대씩 감시하겠다는 얘기니.”
“…유서라도 쓰고 올 걸 그랬나? 아이고. 개 같이 모은 내 전 재산 써보지도 못하고!”
“후, 대체 제가 얼마나 촌장님에게 실망해야 그만 바닥으로 떨어지실 겁니까? 제발 체통을 좀 지키십쇼.”
“다 죽을 판인데 체통이 뭔 소용이야! 레토, 자네 혹시 무슨 방안이라도 있는 게야?”
“저는 없지만…”
레토는 슬쩍 메시를 쳐다봤다.
그는 지금의 상황을 바라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껏 레토가 겪어본 메시는 보통 저렇게 생각을 하고 나서 뭔가 해결책을 꺼내곤 했다.
3년 전, 갑자기 나타난 바르셀로의 제자. 그리고 자신의 가족이 된 녀석.
대단한 힘을 가진 건 아니지만 매번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숨겨둔 한 수를 보여왔던 녀석이다.
어젯밤에도 자신은 도망치기를 종용했지만, 지금처럼 곰곰이 생각하더니 메시는 저들을 데리고 원망의 숲을 갔다 오겠다고 말했다.
뭔가 생각해둔 것이 있을 터였다.
* *
기사들의 목적지가 밝혀질 때부터 메시는 생각이 많아졌다. 어느 정도 예상하던 것이긴 하지만, 실제로 확정된 건 충격이 컸다.
‘이 자들… 역시 사부님과 똑같은 걸 쫓고 있었나.’
바르셀로는 전직 벌목꾼이었다.
숲을 개간하고, 괴이한 자연환경과 싸우며, 그곳에서 튀어나오는 무수한 몬스터들과 고대의 마수들을 상대하는 자, 벌목꾼.
각국의 사익을 초월해 인간의 영토를 늘린다는 목적 하나로, 국가들이 연합하여 만든 ‘벌목꾼 연합체’.
그들의 인간병기였다.
수십 년 전, 바르셀로는 동료들과 함께 이곳으로 파견을 와 땅을 넓히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어떤 유적을 발견하기 전까진.
가끔 그런 일이 있었다.
숲을 개간하다 보면, 예전에 있었던 문명의 흔적들이 발견되는 일이.
바르셀로와 동료들은 단순히 그런 일이라 판단했고, 탐사에 돌입했다.
결과는?
‘벌목꾼 전원 철수가 결정이 나고 베누다 마을의 주민들만이 땅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강제로 남게 됐지.’
사부에게 듣기론 참혹한 후회만 남겼다고 했다. 많은 동료 벌목꾼이 죽었고, 그 와중에 바르셀로의 친동생까지 죽는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한이 남은 사부는 자신을 사망 처리하고, 벌목꾼 연합체를 빠져나와 수십 년을 숲에서 서성였다.
지금 그곳에 저들이 가겠다고 하는 것이다.
‘무슨 자신감이지?’
메시는 곰곰이 따져봤다. 과연 저 기사들이 강한가?
‘뭐… 강하긴 하지.’
붉은 여우 용병단에게 패악질을 벌이는 걸 보니 강하긴 강하다.
특히 정예 기사 오십이 검을 뽑아 기운을 일으키자마자 숲이 우는 듯한 착각마저 드는 건, 분명 대단했다.
그렇지만 이번 상황에서는 강함을 판단하는 데 있어 적절한 기준점이 있었다.
‘과연 기사들이 벌목꾼보다 강한가?’
‘그렇지 않다면 벌목꾼들도 포기한 유적을 대체 무슨 수로 탐사하려고?’
자신이 알고 있는 벌목꾼이라고 해봐야 사부 바르셀로 뿐이었다.
그럼 비교를 해본다. 과연 저들은 사부님보다 강한가?
메시 자신이 스카우터 같은 전투력 측정기가 될 만큼 뛰어난 안목이나 실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사부는 혼자서 원망의 숲을 돌아다닐 만큼 강한 사람이었지만…’
저 기사들은 원망의 숲을 지나다닐 자신조차 없어 80명이나 되는 용병들의 목숨을 희생시키려는 자들이었다.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레벨이란 말이다.
그런데 뭘 저렇게 아웅다웅하고 있을까?
어차피 용병 80명을 희생시킨다 한들, 나머지 정예 기사들도 다 뒈질 텐데.
푸핫!
순간, 올라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메시는 웃어버렸다.
“…..”
“…..”
“…웃어?”
모두의 시선이 웃음을 터뜨린 메시에게로 향해버렸다.
끝
ⓒ 10억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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