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64
그날 밤 도시 아헨탈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은 영지민들에게 ‘아헨탈 대화재’라고 불릴 정도로 큰 충격을 줬다.
치안대가 밤 동안 신호음을 계속 울린 바람에 영지민들이 불안에 떨었을 뿐 아니라, 경매장에서 시작한 불이 번지는 바람에 도시에 큰 화재의 흔적을 남긴 탓이었다.
그뿐 아니라 그날 밤 치안대에 임시 수용되어있던 경범죄자들이 탈출하는 일도 발생하여, 치안대가 다시 체포하러 다니는 기현상도 있었다.
영지민들도 거기까진 우연이 겹치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여겼다.
그런데, 사건을 일으킨 범인이 체포되었으며 그 정체가 밝혀지자 파장은 심각했다.
“크롬벨 백작가의 후계자가 저지른 일이라며?”
“미친놈이군! 듣기론 후앙 상단의 경매장에 앙심을 품고 저질렀다던데.”
“아니야, 경매품 중 하나를 훔치려고 들어간 거래. 그걸 지키던 경비원들을 다 죽였다더군.”
“아니, 그런 후레자식을 봤나?”
모든 원망과 분노가 ‘크롬벨 백작가의 후계자’라는 키워드에 쏟아질 때쯤, 아헨탈 자작가의 입장이 나왔다.
“아헨탈 자작가는 본 영지에서 크롬벨 백작가의 후계자, ‘로윈 폰 크롬벨’이 저지른 이 중차대한 범죄 사건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린 그의 신병을 확보했고, 아헨탈 가문의 영지법에 따라 엄중히 처분할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발생한 영지민들의 피해는 본 영지의 주인인 나, 아헨탈 자작이 모두 보상할 것이며 죄 없이 죽은 피해자들 유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도록 하겠다.”
아헨탈 자작의 공문이 뿌려지자, 영지민들은 아헨탈 가를 칭송할 수밖에 없었다.
경쟁 가문으로 불리는 크롬벨 백작가는 남의 영지에 와서 방화나 저지르고 도둑질을 하는 데 반해, 아헨탈 가문은 그 피해를 보전하고 유가족까지 책임져주는 이런 모범적인 태도라니…
두 가문의 모습이 극과 극으로 유난히 대조되는 순간이었다.
**
으아아아아악!
귀를 때리는 비명에 로윈은 정신 차렸다.
비명의 처절함이 생존 욕구를 건드린 탓인지, 서둘러 고개를 돌리며 사태를 파악하려 했다. 자신의 몸은 굵은 쇠사슬로 통짜 철제 의자에 고정되어 있었다.
어두운 공간 안이었는데, 횃불의 불길이 주황빛으로 일렁이며 안을 비춰주고 있었다.
음습한 기운과 피 냄새가 로윈을 구역질 나게 하고 있었다.
자신의 앞에는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에레브… 네놈이!!”
“어, 깼어?”
마치, 잠에서 깬 애인에게 묻는 듯했다. 에레브가 한창 인두를 불로 달구고 있었다.
저걸로 무엇을 하려고 했을까. 그걸 상상하자 로윈은 빨리 정신을 차린 걸 다행으로 여겼다.
“이… 이게 무슨 짓이냐. 난 귀족이다. 크롬벨 가문의 정식 후계자이니 포로로서 예우를 다해라!”
“푸하하, 무슨 개소리야. 그건 전쟁을 하다가 붙잡혔을 때 얘기지. 넌 그냥 도둑에다가 방화범이라고.”
에레브의 비웃음에 로윈의 얼굴이 빨개졌다.
으아아아아악!!
또 어딘가에서 비명이 들렸다.
설마…
“저거… 혹시 내 기사들이냐?”
“당연한 걸 묻지 마. 지금 우리 영지에서 고문을 당할 만큼 중죄를 저지른 건 네놈들뿐이니까.”
“과연 천한 상인 핏줄답게 귀족이나 기사의 명예 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는군…!”
“일을 저지를 때 명예는 버린 거 아니었나? 필요할 때만 줏으려 하는군. 한심한 자식.”
“네… 네놈 같은 망나니에게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난 적어도 도둑질이나 방화는 안 저질렀어. 병신.”
에레브는 달궈진 인두를 로윈의 안쪽 허벅지에다 쑤셔 박았다.
치이이이익!
“끄, 끄아아아아악!!”
“소리 좋고.”
“허, 허억. 허억…”
로윈은 그제야 머릿속에 상황판단이 되는 걸 느꼈다.
눈앞의 상대는 그 유명한 망나니 에레브다.
그런 놈이 자신을 고문한다? 저 새빨갛게 달궈진 인두를 들고 있다?
방금 사람의 허벅지를 지져놓고 저리 해맑게 웃고 있는 게 저 미친놈이다.
살기 위해서라도 빨리 머리를 굴려야만 했다.
“자, 한 번 더 간다.”
“…내, 내 신체를 훼손해선 우리 가문과의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또한, 너희 아헨탈 가문의 야만성을 귀족가에 알릴 테다!”
“기껏 생각한 게 그거야? 메시, 들어와!”
끼이익.
쇠로 된 철문을 열고 들어온 메시가 인상을 찌푸렸다. 살이 익은 누린내가 났다.
“이 녀석 치료해버려.”
메시는 바로 로윈을 향해 힐을 시전하고는 바로 다시 나가버렸다.
“이… 이럴 수가? 분명 힐이었는데?”
로윈은 놀라서 자신의 허벅지를 바라봤다. 인두에 암행복이 타버리면서 구멍이 드러났는데, 그 안에 반들반들한 새살이 보였다.
“됐지? 이제 걱정하지 말고 고문받자. 널 위해 준비했어.”
덜덜덜…
이대로라면 계속 인두로 지져질 테고, 치료를 받아 흔적도 남지 않을 것이다.
로윈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대, 대체 원하는 게 뭐냐? 잘못을 인정하라는 건가? 이미 현행범으로 잡혔는데 뭘 더 인정하라는 거지? 고문을 하는 데 목적이 있을 거 아니냐!”
이제야 대화를 할 준비가 된 건가.
에레브는 씩 웃으며 본론을 꺼냈다.
“이상하잖아? 네가 이런 미친 짓을 저지른 게. 아무리 ‘아인하르츠 마나연공법’을 갖고 싶었다 해도 정도를 넘었어.”
“그… 그냥 갖고 싶었던 것뿐이다! 내 욕심이 지나쳐서…”
그 순간, 멀리서 생명이 꺼지는 듯한 비명이 들려왔다.
으아아아아아…..
로윈은 미칠 것만 같았다. 미치광이 살인마에게 잡혀서 묶여있는 기분이었다.
에레브가 해맑게 인두를 들었다.
“확실히 저쪽 방엔 기술자가 있어서 그런지, 잘하네.”
로윈의 이가 딱딱거렸다. 두려움에 몸이 떨려왔다.
에레브가 다시 서늘한 눈빛으로 물었다.
“제대로 이유를 설명하는 게 좋아. 아니면 다음에 저 방에 들어가는 건 네놈이니까.”
로윈은 눈앞의 미친놈을 보며 자신이 살아 돌아가려면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
메시는 고문실 복도 중앙에서 비명을 듣고 있었다.
내성의 지하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메시는 자신이 와있는 세계가 새삼 인권조차 확립되지 않았던 중세와 비슷한 판타지 세계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현대의 이은호라면 살 타는 누린내를 맡고 구역질이라도 대판 했어야 맞지만, 이세계의 메시로서는 이게 당연하다는 걸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두 자아가 공존할 수 있는 건, 나름의 협의를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끼이익.
다른 고문실의 문이 열리며 라망이 고개를 내밀었다.
“비명… 한 번 더 질러야 하나?”
“아뇨, 그만하면 된 거 같은데요.”
“역시 내 연기가 제대로 먹혔나 보군.”
후후, 라망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비명을 낼 사람을 찾다가, 요새에서 훌란과 오헨스 외 4명의 배신자를 속여먹는데 재미를 느꼈던 라망을 호출했다.
다른 고문실의 문들도 열렸다. 고개를 내민 건 훌란과 오헨스였다.
“솔직히 제가 더 진짜 같지 않았습니까?”
“무슨 소리냐, 훌란. 방금 내 비명 못 들었어? 점점 끝이 떨어지는 게 훨씬 진짜 같지. 난 적진에서 고문당해본 경험도 있다고.”
“그딴 걸로 싸우지 말고 둘 다 나와요. 그만하면 된 거 같으니.“
황당한 싸움이 벌어지기 직전, 문을 열고 에레브가 나왔다.
“메시, 네 예상이 맞았어. 남은 반쪽을 크롬벨 백작이 가지고 있다는군.”
심증으로만 확신하던 것이 사실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
“진짜였나… 아인하르츠 마나연공법 하권이라니.”
메시와 에레브의 보고를 듣고는 아헨탈 자작이 놀랍다는 듯 읊조렸다.
오랫동안 세상에서 사라진 것이 하권이었다. 그걸 뜬금없이 크롬벨 백작이 확보하고 있었다.
“하마터면 큰일이 날 뻔했습니다, 가주님.”
“맞습니다. 크롬벨 놈들이 그걸 완성했다면 우릴 가만 놔뒀겠습니까?”
“이 공자와 메시 경의 판단력이 가문을 살렸습니다!”
가신들이 잔뜩 흥분해서 떠들어댔다.
하지만 아헨탈 자작도 동감하는 바였다. 안 그래도 지금 처지에서 무력으로는 상대하기 힘든 크롬벨 백작가인데, 수준 높은 상위 마나연공법을 얻었다면 사태가 더 심각해졌을 것이다.
아헨탈 자작은 새삼 놀랍다는 듯 메시를 쳐다봤다.
분명, 이번 판단도 그가 한 것이었다.
둘째 아들인 에레브가 도와줬다고 해봐야 메시가 하자는 대로만 한 정도일 거다.
‘놀랍군. 그저 만약을 위해 메시 경의 주장을 따른 것이었는데.’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했지만, 확신하지 못했다. 자신이 직접 지휘하지 않고 에레브에게 맡긴 것도 그 이유였다.
하지만 결과가 덩그러니 나와버렸다.
의심이 진실로 밝혀진 것이다.
‘메시 경은 우리 가문의 수호신이라도 된단 말인가? 허허, 기가 막히는군.’
그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는 게, 이번 일은 소 뒷걸음질 치다가 적의 급소를 잡은 일이기 때문이다.
듣기로는 에레브가 선물을 사주려고 경매장에 데리고 간 것인데, 갑자기 크롬벨 백작가의 후계자라는 대어를 낚시해서 돌아왔으니…
어쨌든 상황은 아헨탈 가문에 이롭게 돌아가고 있었다.
“메시 경, 참 대단한 일을 해냈소. 그간 우리의 경쟁 가문이던 크롬벨의 이미지를 똥통에 처박았으니… 속이 다 시원하구려.”
아헨탈 자작은 가신들과 가족들의 앞에서 메시를 치켜세웠다.
“이 공자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래, 에레브. 네가 계획대로 그 애송이를 잘 잡았다. 참 잘했다.”
“어렵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아헨탈 자작은 쉽사리 당근만 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과한 점은 있었다. 차라리 후앙 상단에 협조를 구해 로윈의 체포를 계획했다면 피해가 훨씬 적었을 것이야.”
“예, 반성하고 있습니다.”
가주의 질책에 에레브는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사죄를 올렸다.
예상 밖의 반응에 자작은 조금 놀랐다.
평소 같으면 자신이 왜 그랬는지, 변명을 늘어놓았을 둘째였다.
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이 따로 있었던 탓이다.
“가주님, 로윈의 범죄는 확실하지도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후앙 상단의 피해가 이번처럼 크지 않았다면, 후앙 상단이 완벽히 크롬벨 백작가의 적으로 돌아서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 점을 헤아려 주시지요.”
메시의 말대로였다.
이번 일을 후앙 상단이 미리 알고 피해를 줄였다면, 크롬벨 백작가에게 후앙 상단이 원한을 갖긴 했어도 협상에 따라 회복이 가능한 관계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수준이었다. 경매장 관리자 길버트는 후앙 상단 소속의 상급자 하나를 데리고 응접실을 찾아와 농성 중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크롬벨 백작가의 후계자를 자신들에게 넘겨달라는 이유였다.
의도는 명백했다. 이제 후앙 상단과 크롬벨 백작가는 전쟁 수준의 싸움이 예고되는데, 후계자를 데리고 있음으로써 압박을 넣을 참이었다.
“하하, 자작님. 메시 경의 말이 참으로 옳습니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데, 우리의 아군이 든든하게 생긴 것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이 공자께서 아주 큰 그림을 보고 소를 희생하신 셈입니다. 대계를 그리는 실력이 꼭 자작님을 쏙 빼닮으셨습니다!”
가신 몇 명이 에레브를 옹호했다.
이는 예전 같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에이러스의 표정이 흔들렸다.
마침내 자신의 왕국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음을 안 것이다.
아헨탈 자작은 이번엔 에이러스에게 화살을 돌렸다.
“치안대를 움직였더구나.”
에이러스에겐 에레브처럼 따로 자신의 사정을 설명할 대변인이 없었다. 가신들이 눈치를 보고 있으니 직접 설명해야 했다.
“집안에 큰일이 생겼는데, 장자인 제가 어찌 가만히 있겠습니까? 치안대의 포위망이 그들을 잡는데 많은 도움을 끼쳤….”
“에이러스, 그렇지만 과하지 않았더냐? 치안대 전체를 투입하다니. 도시 내에 상주하는 병력이 늘어서 영지민들이 불안에 떨었을 뿐 아니라, 치안대에서 탈옥 사건이 벌어졌다고 들었다.”
에레브 때와 다르게 강하게 질책하는 목소리였다.
에이러스는 고개를 숙였다. 가신들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에게 질책을 받아본 게 대체 얼마 만이란 말인가.
‘일을 이따위로 하다니!’
에이러스는 치안대장의 얼굴을 떠올리며 분노에 떨었다.
자신이 치안대 전체를 투입하는 무리수를 낸 건 그만한 결과물을 가져오란 소리였다. 하지만 결국 동생에게 좋은 일만 실컷 해주고 끝이 났다.
더군다나 자신이 임시로 맡겨놓았던 베누다 마을의 촌장도 거기에 휩쓸려 사라졌다. 입맛이 썼다.
‘이래서야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뻔했구나.’
정말 그랬다.
이번 일로 아헨탈 자작은 큰아들에게 얹은 짐을 조금 덜어주기로 했으니까.
아헨탈 자작은 큰아들이 그간 너무 많은 권한을 대리하면서 오만해졌다고 여겼다.
‘녀석, 도시를 다스리는 데 있어 가장 필수적인 곳을 그리 함부로 운용하다니… 무엇이 중요한지를 잊은 것이냐.’
“에레브, 이번 치안대의 일은 쉽게 넘어갈 일은 아닌 듯하다. 아마 네 형이 신경 쓸 곳이 많다 보니 그런 거 같은데… 치안대를 도맡아서 해보겠느냐?”
“…!”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이건 에이러스가 가진 걸 에레브에게 넘긴다는 뜻이 아닌가?
“제가…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그래.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에레브가 이걸 거절할 리 없었다. 에이러스의 낯빛이 검게 변했다.
아헨탈 자작은 다음으로 메시를 쳐다봤다. 신상필벌이 확실한 사람이니, 거기서 끝날 리가 없었다.
그는 메시를 난처하다는 듯 쳐다봤다.
“흠… 메시 경에게도 뭔가 상을 드려야 할 거 같은데. 혹시 원하는 게 있소?”
이미 메시가 원한다는 걸 모두 준비하고 있는 처지였다. 뭔가를 더 추가할 만한 게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메시는 자신이 얻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자작의 손에 들린 낡은 책을 가리켰다.
“이것… 설마?”
“아인하르츠 마나연공법 상권. 그걸 가장 먼저 보고 싶습니다.”
“…!!”
모두가 놀라 쳐다봤다. 이제 이건 보통 마나연공법이 아니게 됐다. 실수로라도 크롬벨 가문에 유출되면 재앙이 생길 만한 물건이 된 탓이다.
가신들은 그걸 외부인인 메시가 먼저 본다면, 혹여나 크롬벨 가문과 거래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시 경은 이미 우리 가문의 은인이자, 이 마나연공법을 가져온 분이다. 대체 무엇을 쓸데없이 걱정하는 것인가?”
하지만 아헨탈 자작의 호령에 가신들이 고개를 숙였다.
아헨탈 자작은 웃으며 메시에게 직접 책을 건네주었다.
“메시 경의 ‘목표’에 도달하는데 훌륭하게 쓰이길 바라오.”
“감사합니다.”
메시는 책을 받았다. 그는 아헨탈 자작이 거절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헨탈 자작은 메시의 목표를 아는 사람이었다. 강해지길 원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니…
메시가 아인하르츠 마나연공법을 익힌다면 나머지 반쪽을 얻기 위해서라도 머리를 쓸 거라 예상할 것이다.
기대감 어린 자작의 미소가 그걸 확신하게 해주었다.
**
프로크스는 아헨탈 자작가에 하루라도 일찍 도착하기 위해, 정신력이 조금이라도 차오르면 텔레포트를 남발하며 거리를 좁혔다.
수일이 걸릴 거리를 단 하루 만에 좁혀서 도착했다는 것만으로도 그가 대단한 마법사임을 증명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도시 ‘아헨탈’에 도착해보니 이게 무엇인가.
‘…전쟁이라도 났나?’
도시 영지민들의 분위기는 대단히 안 좋았고, 하나 같이 크롬벨 백작가를 욕하기 바빴다.
거기다 도시 일부분이 불에 타 검게 전소한 걸 보자, 어젯밤 뭔가 큰 사달이 났음을 깨달았다.
영지민들에게 묻자, 어떻게 된 일인지 상황 파악을 할 수 있었다.
‘이거, 큰일이군… 아헨탈 가에 갔다간 꼼짝없이 같이 전쟁터로 갈 판인데.’
프로크스의 입장으로선 최악의 일이었다. 친우의 일이라 해도, 생명을 앗는 일은 싫었다.
그런데…
원래라면 당장 발걸음을 돌렸을 일인데도 내성으로 가는 발걸음을 그는 멈출 수가 없었다.
‘원망의 숲 유적에서 뭘 얻었는지 너무 궁금한 걸 어쩌란 말이야!’
호기심이 그를 운명으로 이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