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68
에레나의 말처럼, 메시는 아침 식사를 마치면 언제든 프로크스의 개인 연구실을 찾아가 일정 시간을 번역 작업에 힘쓰고 있었다.
마침내.
프로크스는 메시에게서 1할의 번역이 완료된 해석본을 받았다.
전체적으로 드문드문 풀이된 것이라 돌다리를 두들기며 건너듯, 키워드와 문장, 이어지는 문맥만으로 이해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장님이 징검다리를 건너는 꼴이었는데도, 프로크스의 얼굴은 대단히 밝았다.
“좋네! 이 정도면 나머지를 알아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겠어!”
둘만 있을 땐 말을 편하게 하기로 한 프로크스가 메시의 어깨를 두들기며 감탄사를 터뜨렸다.
여전히 예상 밖의 반응이었다.
“…그렇습니까?”
“그렇고말고. 옛 자료를 발견해서 공부하다 보면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 많거든. 자네가 이리 틀을 잡아주었으니, 가장 어려운 고비는 넘었다고 봐도 될 지경이야. 하하!”
‘그게 된다고?’
메시조차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상식적으로 소설책 한 권의 10분의 1만이 드문드문 번역되어 있으면, 그걸 읽어서 책 내용 전체를 파악할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 어렵지…’
[ 뀨? 이러면 네 계획이 어긋나지 않뀨? ]뀨조차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혹스러워했다.
메시의 계획은 간단했다.
연구 직전 단계인, 번역에서만큼은 자신의 공로를 확실히 하는 것.
완역본을 주지 않고, 프로크스의 옆에서 조금씩 조언을 해주며 자신의 지분을 늘리는 방법이었다.
치사해도 어쩔 수 없었다.
‘마법적 능력이 떨어지니 연구에서 난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거다. 여기서 비중을 높여놔야지.’
아헨탈 자작이 얼마나 해석할 수 있냐고 물었을 때, 굳이 ‘1할’이라 강조한 것도 이런 탓이었다.
하지만 메시가 간과한 점은 프로크스는 생각보다 더한 천재였으며 이런 어려움을 많이 겪어본 전문가였다는 점이다.
“호오… 호오… 대단하군…”
프로크스는 메시가 번역해온 ‘창생술’과 ‘연금술’ 2개의 자료를 읽어가면서 감탄사를 이어갔다.
누가 보면 전체 해석본이라도 읽는 사람 같았다.
마침내 다 읽고 난 프로크스는 생각을 정리하곤, 입을 열었다.
“역시 아주 흥미롭군. 고대 문명이 현 문명보다 뛰어나다는 건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만 읽고도 알 수가 있습니까?”
“나야 이런 걸 많이 읽어왔으니 그렇다네. 고대든 지금이든 마법사들이 자신의 연구기록을 남긴다면 양식은 비슷하게 따라가는 법이거든. 드문드문 해석되어도 양식을 따라가다 보면 얼개를 대충 추측할 수 있지. 그러다 보면 전체적으로 그림이 파악되는 거고.”
그의 대답을 듣고 메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군… 그 정도라면 내 역할은 아직 충분하다.’
하지만 프로크스의 능력이 새삼 대단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우치게 되었다. 괜히 대마법사가 아니다.
‘저런 게 가능하려면 얼마만큼의 경험과 지식을 쌓아온 걸까?’
[ 무서운 인간이다뀨… ]메시는 문득 호기심을 느꼈다.
프로크스가 추측한 내용과 진짜 내용은 그럼 얼마나 일치할까? 또 그걸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메시가 묻자, 그는 냉큼 대답해주었다.
“이유야 많다네. 첫째, 신과 가장 가까운 문명이었다는 점. 신은 이 세계를 구성한 가장 ‘완벽’에 가까운 존재인데, 그들의 영역을 만지기라도 했다는 것 자체가 문명이 고도화되었다는 뜻일세.”
클론을 만들던 21세기의 생명과학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웠다. 과학으로서 신과 가까워진 문명이었으니.
“여기 이 창생술에서도 고대 신이 품은 창조의 원리를 따라 하는 과정이 반복되더군. 그만한 신학적 지식과 마법적 바탕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지. 특히, 이 창생술은 생명을 창조하는 작업으로써 신을 모방하려고 가장 노력하고 있네.”
“신을 모방하려 했다?”
이 세계에서 신은 ‘절대자’와 ‘진리’ ‘완벽’을 상징하는 존재들이었다.
그런 이들을 따라 한다는 건, 그만큼 문명적인 발달이 뒷받침됐다는 뜻이었다.
이 세계 사람인 프로크스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신이라는 완벽한 구도자가 닦아놓은 길을 인간이 뒤따라간다.’
현 문명에서 인간이 생각하고 추구하는 발전 방향은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메시로서는 의아했다.
‘창생술의 결과물은 결국 엔조 무에테인데… 그게 어딜 봐서 신의 창조술을 모방한 결과지?’
고대 마법의 결과물을 알고 있는 메시는 프로크스처럼 감탄을 하기보단 경계의 기색을 드러냈다.
거기다 현대인 이은호의 관점으로도 ‘신을 따라한다’는 의미가 썩 좋게 읽히지 않았다.
현대의 교육과정에서 배운 이야기들을 생각해보면 신과 얽혀서 패가망신한 인간이 많았지 잘 된 인간은 드물었다.
‘신을 따라 한다는 게,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닐 텐데.’
그건 신의 역할에 도전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창조주가 만든 피조물이 창조주의 역할에까지 손을 뻗은 셈이니까.
이미 베네딕트의 심상 세계에서 여신을 만난 메시로서는, 이 세계의 신이라는 존재는 인간처럼 사유하는 ‘특수한 존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절대 이 세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완벽한 정신체’라거나, ‘구도자’ 따위가 아니었다.
심하게 말하자면, 그들도 이 세계의 부속품 같은 존재라고 할까.
‘하지만 이걸 프로크스에게 설명해서 이해시킬 자신이 없다. 신을 만난 건 결국 내 개인적 경험일 뿐이고, 또 나에겐 이은호의 삶이 있었기에 가능한 사고방식이니까.’
메시는 입을 다물었다.
“두 번째로, 지금으로선 구하기 어려운 몬스터들의 재료들을 얼마든지 공수해서 쓰고 있다는 점일세. 강력한 사냥꾼들이 포진한 시대여야만 가능한 얘기지.”
“이 연금술사는 꽤 꼼꼼한 자였는지, 이렇게 연구 일지에 영수증까지 첨부하지 않았는가? ‘드레이크의 척추’와 ‘테로나의 눈’을 대량 구매했는데 가격이 현 시세로 따지면 1골드 정도야. 가격이 이렇게 낮다는 건, 그만큼 흔한 재료였다는 뜻이지.”
‘드레이크’는 하늘을 나는 거대 도마뱀이며 ‘테로나’는 눈이 마주치는 걸 모두 태워버리는 산양이다.
둘 다 외곽 숲에서나 등장하는 고위 괴물이었다.
그런 괴물의 부산물이 고대에서는 저렴하고도 흔했다. 그만큼 사냥이 수월했다는 뜻이니, 진보한 전투기술을 지녔다는 걸 의미했다.
지금 시대에는 저 재료들을 구하려면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은 골드를 줘야 하리라.
‘음?’
덕분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연구를 위해 지금 시대에도 저 재료들을 모으고 있는 놈들이 있겠군. 지금에선 비싼 데다 희귀한 것이니 수요도 별로 없을 테고… 알아보기 쉽겠어. 레토 아저씨에게 말해놔야겠군.’
반쪽짜리 창생술을 가져간 놈들도 연구를 위해서 해당 재료가 필요할 것이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연구가 중지되지만 않았다면 분명 놈들의 꼬리를 잡을 수 있다.
‘아직도 사들이고 있다면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나쁜 일이기도 하군… 수십 년 동안 이 연구에 큰돈을 쓸 수 있을 만큼 경제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니.’
만일 그렇다면, 사부와 원한을 맺은 흑막은 경제적 능력이 손꼽히는 조직이 확실하다. 그만큼 힘과 권력도 크다는 의미도 된다.
‘앞으로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겠다.’
각오를 다지던 메시에게, 때마침 바라던 이야기가 이어졌다.
“셋째로는, 연금술에 사용되는 이 세련된 술식이라네. 고대 문명답다고 할까… 당장 이 술식을 적용할 마법이 몇 가지 떠오르는데, 그렇게 한다면 마법 효율이나 시전 속도를 대폭 상승시킬 수 있을 테지. 정확한 수준은 해석을 완전히 끝마쳐야 알 수 있겠지만…”
고대의 마법이 발견되면, 새로운 학파와 마탑이 세워지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다.
기존의 마법에 고대 마법의 술식을 적용하여 성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점.
메시나 아헨탈 자작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마탑이 세워진 영지는 자연스레 명성과 영향력이 오른다. 자본 역시 몰릴 수밖에 없으니 발전하는 게 당연했다.
‘레토 아저씨에게 대화재로 파괴된 지역들과 그 주변 지역의 권리증을 매입해두라고 하길 잘했군.’
권리증은 해당 토지 내에서 영리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영주에게 인정받는 증서였다.
아헨탈 자작은 화재로 사라진 부지를 확보하여 마탑을 올릴 계획이었다. 따라서 그 권리증에는 보상금 차원의 웃돈이 얹어질 예정이다.
거기다 마탑 건설이 예정된 부지의 주변도 가격이 폭등할 것이다. 조직을 키우기 위해 자본이 필요한 레토에게 알맞은 투자처였다.
메시가 머릿속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동안, 프로크스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그것이 끝났을 땐 뀨의 감탄사가 연발됐다.
[ 뀨, 대단하다뀨! 저것만 읽고 다 알아차렸다뀨! ]일부를 보고 전체를 파악하는 그의 시야는 대단했다. 메시도 인정해야 했다.
프로크스는 고대의 마법을 연구하는 데 있어 최고의 마법사였다.
“역시, 대마법사가 맞으시네요.”
“껄껄, 과찬일세. 어떤가? 이쯤 되면 내게 마드리와 자네의 관계를 말해줄 수 있…..”
“아직 갈 길이 한참 멉니다. 이제 남은 부분을 해석해보도록 하죠.”
“끙.”
메시가 냉정하게 말을 자르고 넘어가자, 프로크스가 아쉽다는 듯 침음성을 삼켰다.
**
그날부터 메시는 아침 식사를 마치면 언제든 프로크스의 개인 연구실을 찾아갔다.
그럴 때마다 보는 건, 수많은 자료 더미 속에 파묻혀 하루를 보내는 프로크스였다.
‘저게 마법사의 삶인가…’
메시가 보았을 땐, 전혀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이었다. 사부님이 마법사에 관해 물으면 왜 그리 욕을 하면서도 딱하게 여겼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마법사 외의 사람들은 이해를 못 하겠지만. 저것이 마법사들의 행복이요, 낙이었다.
“그래, 이거였어!”
뭔가를 알아낸 프로크스는 성취감에 몸부림쳤고,
“이건 도무지 모르겠군…”
머리를 쥐어짜며 안타까움에 한숨을 흘리기도 했다.
며칠 사이 프로크스는 주변의 도움을 최대한 받아 ‘야그란 어’와 관련된 자료들을 급하게 끌어모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해석 작업.
늙어가는 50대 남성이 종이 하나를 부여잡고 끙끙대는 모습을 보면, 메시도 조금 미안함과 동정심이 들어 전체 완역본을 건네줄까도 싶지만…..
“여기서 막히는데… 이걸 뭐라고 해석해야 할까? 다른 자료에도 이것과 같은 글자가 없어서 그렇다네.”
1할의 해석본만으로도 날카로운 식견을 보여줬던 프로크스였지만, 본격적으로 해석 작업에 들어가자 난항을 겪고 있다.
메시가 바라던 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저도 고민을 좀 해보겠습니다.”
‘뀨, 저건 뭐야?’
[ 간단하다뀨. 증류수를 의미한다뀨. ]뀨의 대답을 들었음에도, 능청스럽게 종이를 받아 챙겨 같이 고민을 하는 척을 하다가 5분 뒤쯤.
“혹시. 증류수를 뜻하는 거 아닐까요? 여기 모양이 물을 끓이는 형태 같지 않습니까.”
어째서 비밀 문자를 상형 문자로 만들었는지 고대 연금술사들의 사고를 이해할 순 없지만, 메시는 덕분에 둘러대기가 좋았다.
“증류? 이런… 난 멍청이인가? 이걸 왜 듣기 전까진 알아채지 못했지?”
프로크스는 서둘러 해당 글자를 모든 자료에 대입해보더니 어색한 점이 없음을 깨닫고 만족한 듯 물개 박수를 쳤다.
“자네 말이 맞는 거 같군! 그래, 증류수가 들어가면 말이 되지. 아무래도 불순물을 최대한 줄인 깨끗한 물을 실험에 사용할 테니!”
프로크스는 메시의 힌트를 받아 챙기고 허겁지겁 다시 작업으로 돌아갔다.
이런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되자, 프로크스는 점차 메시를 부르는 빈도가 늘어만 갔다.
힌트를 주는 해설지가 옆에 있으니 제아무리 대마법사라고 해도 매달릴 수밖에.
“이, 이보게. 메시. 잘 왔네!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 거 같나?”
이젠 오자마자 묻는다.
메시는 홀로 웃었다. 곧 프로크스는 자신이 없으면 연구를 못 하는 몸이 되고 말 것이다.
[ 뀨뀨뀨, 메시는 사악하다뀨! ]‘나중에라도 연구에 대한 지분을 나눌지 모르니까. 이런 식으로 반복된다면 프로크스도 내 공을 절대 작게 언급할 수 없을 거야.’
메시는 차후 아헨탈 영지에 세워질 마탑을 이용할 계획도 세우고 있었다.
마탑 설립의 밑바탕이 되는 ‘고대 마법’. 그걸 해석하는 데 자신이 크게 일조했다는 걸 잊지 않게 한다.
그렇게 된다면 마탑 내에서 메시의 발언권은 적지 않으리라.
‘처음부터 다 주기보단, 조금씩 내주면서 내 그림자를 키워가는 거지…’
해석이 완료되면 메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최대한 자신의 지분을 확보하는 게 중요했다.
“이대로만 가면 되겠군.”
메시는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
일주일 후.
메시는 여느 때와 똑같이 프로크스의 연구실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날은 내부의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뿌연 연기 같은 것들이 연구실의 공중에 잔뜩 서려 있었다.
“이게 무슨…”
“아, 자네 왔나?”
프로크스는 항아리를 팔팔 끓이며,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었다.
“뭐… 하시는 겁니까?”
“아, 연금술 쪽은 대충 알 거 같아서 한번 실험해보는 중일세.”
“…?”
[ 미친 인간이다뀨. ]아직 번역 작업이 3할도 진행되지 않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