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76
전쟁 준비로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그로 인해 바쁜 건 자작과 메시만이 아니었다. 프로크스 역시 연구실에 처박혀 두문불출하는 나날을 보냈다.
원래라면 해석 작업 때문에 프로크스의 연구실을 매일 방문했어야 할 메시였지만, 아헨탈 기사단의 강화를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하다 보니 그를 잊고 살았다.
라망을 겨우 0.3 라우드까지 올려놓은 날, 아헨탈 자작은 메시에게 부탁했다.
‘프로크스의 안부를 확인 해주시겠소? 그가 메시 경만큼은 편하게 생각하는 듯해서 말이오.’
덕분에, 메시는 오래간만에 프로크스의 연구실 앞에 섰다.
쿵쿵.
노크를 해도 연구실 안에선 기척이 없었다.
[ 실험하다가 죽은 거 아니냐뀨? ]뀨의 가정이 너무 신빙성 있게 들리는 것이 문제였다.
메시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다행히 프로크스는 멀쩡했다. 다만, 연구에 빠져 정신을 놓은 듯 허공을 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메시는 한숨을 푹 쉬고 프로크스의 맞은편에 앉았다.
‘식사는 제대로 하는 건가?’
이전보다 약간 마른 느낌이다.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면 식사를 거르는 타입이군.
언제쯤 눈치 채나 기다려도 알아보질 못하자, 염치 불구하고 사색을 방해하기로 마음먹었다.
“프로크스님.”
“…으응? 자네, 언제 왔는가?”
“좀 됐습니다.”
“미안하네. 내가 한번 집중을 하면 원체 못 빠져나오는 체질이라.”
그런 체질도 있나.
“자작님이 걱정을 하셨습니다. 도통 얼굴을 요즘 못 보셔서요.”
“하핫, 내 나름대로 친구의 가문에 도움을 주려고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니 그랬네.”
“도움…? 아는 마법사라도 부르셨습니까?”
메시는 기대감을 갖고 물어봤다. 마법사가 많이 있다면 전쟁을 치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저런 세력들을 불러 모으면, 차후 전쟁이 끝나고 대가를 뜯기게 되어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사치스러운 고민일 뿐이었다.
프로크스는 마법계 아웃사이더에게 뭘 바라냐는 듯, 냉큼 손을 저었다.
“껄껄, 마법사는 연구를 해야지. 나처럼 전쟁에 휩쓸리는 몹쓸 녀석이 많으면 안 되지.”
“그럼?”
“두 가지 물품을 만들어봤네. 그중 하나는 더 개량하려고 고민 중이었고.”
프로크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루비 하나와 시약병을 가져왔다.
메시는 루비부터 만져봤다. 표면에 무엇인가 세밀하게 새겨져 있다. 손끝으로 촉진을 해보니 마법 술식 같았다.
“새로운 형태의 마법 스크롤일세. 아헨탈 가문의 보석술과 결합을 시켜봤지.”
“…?”
‘이게 마법 스크롤이라고? 근데 굳이 지금 필요한 건가?’
메시의 의문을 잘 아는지, 설명을 이어나갔다.
“예전에 내가 마나 배열 구조에 대해 말하지 않았나? 기존의 마법 스크롤은 종이에 술식을 새기는 구조다 보니 당연히 고체 배열로 만들어야 했지.”
“그랬죠. 기체 구조는 불안정해 다루기가 어려운 대신 마법 효과가 강하고, 고체 구조는 안정적이지만 마법 효과가 약하다고요. 액체 구조는 각 장점을 취했다고 했습니다.”
“이건 액체 구조의 마법 스크롤이라 보면 되네. 한번 흔들어보게.”
루비를 흔들자, 안에서 찰랑거리는 액체가 느껴졌다. 설마…
“껄껄, 그렇네. 마나수를 넣었지. 지금 그 루비는 ‘파이어볼’의 술식을 새겼는데, 기존 종이 스크롤과 파괴력이 2, 3배 차이 날 거야.”
2, 3배라니? 엄청난 차이였다. 어째서 전쟁에 도움이 될 거라 말했는지 알겠다.
“더군다나, 보석은 내구성이 좋은 재료다 보니 종이 스크롤을 제작할 때보다 실패 확률이 적어. 종이는 내구성이 약하다보니 마나를 못 견디고 타버리거든.”
“전쟁터에서도 쓰임이 많겠습니다. 종이 스크롤은 물에 젖거나 진흙이 묻어버리면 망가질 테니까요. 보석의 경우 그런 걱정을 안 해도 되겠군요.”
“척하면 척이군. 자넨 이해가 빨라서 좋아.”
“대량 생산이 어렵진 않습니까?”
“오히려 더 쉽네. 기존의 스크롤은 마법사가 종이에 마나를 부여하며 한 땀 한 땀 신경 써서 술식을 새겨야 했지. 자연히 마법스크롤은 비싸고 귀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건…”
“마법사가 아니라, 보석 세공사의 손을 거쳐 술식을 새기면 되겠군요.”
“그렇지. 마나수를 채워 넣는 작업만 마법사가 하면 그만일세.”
“안 그래도 전쟁으로 일감이 줄어서 보석 세공사들이 놀고 있을 텐데, 여기다 투입시키면 되겠군요.”
장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메시는 아헨탈 자작이 왜 그리 프로크스를 원했는지 알 거 같았다.
아무리 고대 마법의 자료를 구해다 줬어도, 알아서 연구하고 성과물을 척척 만들어내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메시는 프로크스가 꺼내온 시약병에 시선이 갔다. 분명 이것도 엄청난 녀석일 거 같다.
“그럼 이건 뭡니까?”
“음…”
메시의 기대와 다르게, 프로크스의 표정이 좋지 않아졌다. 문제가 있는 듯했는데, 그가 연구실에서 못 나오고 계속 골머리를 앓고 있는 원흉인 듯했다.
“사실 이건… 섭식용 마나수일세.”
“…?”
프로크스가 말을 어렵게 했는데, 메시가 떠올린 건 하나였다.
‘마나포션?’
현대인의 기억 덕분에, 메시는 단박에 알아차렸다. 게임이나 판타지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것이었다.
“이걸 섭취하면 마나를 얻을 수 있다… 뭐 그런 얘기입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지.”
“…”
이 사람은 엄청난 걸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경향이 있었다.
“마나를 마시는 걸로 채울 수 있으면 마나연공법이 무의미해지는 거 아닙니까?”
“인위적으로 모은 마나라 마나홀에 쌓는 건 할 수 없네.”
메시의 오해를 바로 정정해주며 정확한 용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기사들의 경우 마나홀의 마나를 소진하게 되면 탈력감이 오면서 심각한 컨디션 저하가 오지 않나?”
메시도 잘 알고 있었다.
아인하르츠 마나연공법의 위험성을 전파하기 위해 귀족들 앞에서 라비쉬의 검의를 무리하게 선보였다.
그때 느낀 심한 탈력감은 하루를 넘어서 이어졌다. 메시도 그 위험성을 알았다.
“이건 그럴 때 마시는 걸세. 들어가는 순간 마나가 임시 보충이 되지. 허나, 시간제한이 있는 마나야. 몸 바깥으로 유출되는 걸 막을 순 없네. 그 사이 자신의 컨디션을 다스리는 용도인 게지.”
메시가 알고 있던 마나포션의 용도와는 많이 달랐다. 바로 의문이 들었다.
“이걸 마시고 다시 전투를 치르면 어떻게 됩니까? 그 마나들도 사용이 가능한가요?”
“글쎄? 아직 그런 용도로는 실험 해본 적이 없네. 애초 내가 만든 건, 자네가 탈력감을 심하게 느끼는 걸 보고 착안한 것이거든.”
프로크스는 메시가 라비쉬의 검의를 선보인 이후, 심한 탈력감을 느끼는 걸 알아봤다.
당시 메시가 능숙하게 표정 관리를 해도, 프로크스는 마법사다 보니 신체의 마나 부족 현상으로 찾아오는 증상들을 너무 잘 알았다.
“얘길 들어보니, 자넨 마나를 깨우친 지 얼마 되지 않았더군. 만약 전쟁터에서 마나가 부족한 상황이 된다면 목숨이 위험할 게야. 기사들은 긴 시간 마나연공법을 익힌 자들이라 오랜 전투를 고려한 마나 배분에 능숙하네. 하지만 자넨 달라. 이게 꼭 필요할 걸세.”
알고 봤더니 메시를 위한 연구물이었다.
자신을 생각해주는 프로크스의 마음씀씀이에 메시도 놀랄 정도였다.
‘그러게. 마법 연구에만 미친 사람인 줄 알았더니… 우리가 오해를 했나보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뭘, 자네가 전쟁에서 살아 돌아와야 남은 연구물들의 해석이 진행될 거 아닌가.”
“…”
[ 미친 인간 맞다뀨. ] 허나, 자신을 생각해서 만들어줬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메시는 바로 사용해보기로 했다.
프로크스의 허락을 구하고, 검을 뽑았다. 탈력감을 느끼던 상황을 다시 한 번 재현해나갔다.
라비쉬의 검의가 몇 번 이어졌다. 몸을 무력하게 만드는 탈력감이 찾아오려 하자, 메시는 즉시 시약병의 내용물을 마셨다.
찌릿.
얼음물을 들이킨 듯, 위장이 서늘해졌다. 그걸 느낀 지 얼마 되지 않아 마나홀에 무게감이 실렸다.
‘정말 채워졌다!’
하지만 상상한 것과 직접 경험한 건 여러 차이가 있었다.
첫 번째로,
‘마나연공법으로 쌓은 만큼만 회복된다.’
두 번째는,
‘기존의 마나와는 밀도가 다르다.’
직접 쌓은 마나가 더 쫀쫀한 느낌이었다면, 이건 솜사탕처럼 몽실몽실하게 뭉쳐진 기분이다. 거기다 물이 끓으며 수분이 날아가듯, 마나는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서둘러 라비쉬의 검의를 다시 사용해보았다.
팡!
‘된다!’
직접 쌓은 마나와 위력에서 차이는 있었지만, 브레이브의 휘두름과는 분명 달랐다. 라비쉬의 검의가 틀림없었다.
‘이것만 있으면 당분간 마나가 부족해도 버틸 수 있겠는데?’
메시의 얼굴이 밝아졌다. 프로크스도 짐을 한결 덜었다는 눈치였다.
“마음에 드나보군. 난 조금 더 개량해서 자네에게 줄까 했지.”
“이렇게 잘 만들어놓고, 무슨 개량을 더 하시려고 했던 겁니까?”
“그야, 먹어본 자네가 더 잘 알 텐데? 마나가 빠져나가는 속도도 늦추고, 섭취자의 경지에 따라 마나 흡수율이 다른데 그걸 개인의 격차 구분 없이 일정하게 바꾸려고 했네.”
마나포션의 단점을 적나라하게 짚어내는 대마법사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자신이 만든 걸 자식 같이 여기니 저러기 쉽지가 않은데, 그는 달랐다.
“…프로크스님이 어떻게 대마법사가 되셨는지 이제 좀 알 거 같습니다.”
“껄껄! 새삼 내 위대함을 깨달았나?”
저런 면모만 없으면 좀 더 대마법사 같을 텐데…
하지만 만족을 모르고 끊임없이 더 나은 것을 만들려는 정신이 그에게 있었다.
인간적으로 절로 존경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사절단에 겨우 합류하여 크롬벨 영지로 되돌아가는 로윈은 자신의 삶이 완전히 뒤집혔음을 알게 됐다.
단 십 여일 정도만 갇혀있다 나왔을 뿐인데, 풀려난 이후의 세상은 그에게 너무 냉랭했다.
“드시죠.”
싸구려 여관 객실에 짐을 풀고 기다리자, 크롬벨 기사 하나가 음식을 가져다줬다. 입에 대려고 먼저 손을 짚는데, 그릇이 차가웠다.
“요리가 어째서 식은 것이냐? 데워 와라.”
“데우는 건 로아탄 경에게 시키시지요. 아! 사지에 내버리고 오셨으니 어려우시려나?”
“뭐?”
피식.
네가 노려보면 어쩔 건데, 기사의 비웃음이 말하고 있었다.
로윈은 검을 뽑을까 하다가도, 반응하면 자신의 꼴만 더 우스워진다는 걸 알았다.
부들부들 떨다가, 말을 뱉었다.
“물러가라…”
“예, 예. 물러가드려야지.”
예전이라면 이름 하나 기억할 필요 없을 놈이다. 그런 놈이 지금은 제 앞에서 건방을 떨고 사라졌다.
로윈은 기사가 사라지자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콱 씹었다.
“빌어먹을…!”
이게 크롬벨 가문에서 후계자가 아닌 자가 받는 대우였다.
다른 가문보다 훨씬 경직되고 수직적인 분위기인 크롬벨 가는, 강력한 가주 하나가 모든 권력을 쥐고 이끌어가는 형태였다.
그러다보니 후계자가 되지 못한 핏줄은 속된 말로 ‘가지치기’를 당했다. 온갖 모욕과 수모를 다 겪는다. 다른 가문의 보는 눈이 있으니 살려둘 뿐, 숨통만 붙인 장식 정도로만 여기는 수준이었다.
‘장식에게 충성과 존경을 바칠 자는 크롬벨에 없다.’
방금 기사의 태도는 그런 의미였다.
로윈은 자신의 아버지가 두 번의 기회를 주진 않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눈에 들었을 땐 그만큼 잘해주는 사람이 없지만, 한번 밖에 나면 그대로 끝이었다.
한마디로, 자신은 이제 끝난 거였다.
‘이 식은 음식이… 앞으로의 내 미래인가.’
귀족가의 식탁에서 찬 음식은 존재할 수 없다. 오로지 먹다 남은 음식만이 식을 수 있었다. 그건 고용인들이나 한입 먹어보겠다고 달려드는 음식인 거다.
이런 수모가 앞으로의 일상이 될 거라고 기사는 예고하고 있었다.
식욕이 싹 사라졌다. 로윈은 창문을 열어 그릇 째 던져버렸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날씨는 더워져 가는데, 바람은 왜 이리 찬 건지 모를 일이었다.
컹컹컹!
떠돌이 개들이 로윈이 뿌린 음식으로 달려드는 꼴이 보였다. 저 개들이 마치 조금 전의 기사 같았다.
한숨을 내쉬며, 창문을 닫으려는데 갑자기 개 한 마리가 쓰러졌다.
깨갱, 아옭!
연이어 개들이 바닥에 쓰러지더니, 몸을 바들바들 떨다 피를 토하며 죽어갔다.
그 모습을 보는 로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런, 씨발…”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방금 전 저것을 한입이라도 먹었으면, 저 개처럼 피를 토하며 죽었으리라.
우연히 죽음을 비껴간 로윈은 복잡한 표정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기억을 되돌렸다.
지금의 상황을 자신에게 예견한 자가 있었다.
그것도 아헨탈 가문에서.
웬 이종이었다. 경매장에서도 에레브의 뒤에 있었던 놈이었다.
풀려나기 직전, 그놈이 갑자기 찾아와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던가.
[ 공자는 곧 죽을 겁니다. ]**
이게 뭔 개소리야?
로윈은 뜬금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눈앞의 이종을 쳐 죽이려 했으나, 자신은 빈손이었다.
거기다 이종의 뒤에는 에레브와 그 호위기사가 서있었다.
“에레브. 내가 간다고 아쉬운 가봐? 이종한테 이런 헛소리나 시킨 걸 보니.”
“너 따위가 뭐 아쉽겠냐. 이젠 후계자도 뭣도 아닌데.”
“뭐?”
갇혀있는 동안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정말 그런 얘길 들으니 충격이 컸다.
더군다나 그 얘길 전해주는 게 에레브였다. 로윈은 입술을 잘근 씹었다.
“저, 정말이냐. 내가 후계자가 아니라고?”
“에레나에게 혼인 동맹을 제안하더라. 너희 막내하고 결혼 시킬 테니 아인하르츠 마나연공법을 넘기라고. 그리고 네 동생을 후계자로 삼는단다.”
“막내…? 로엘을 후계자로 삼는다고? 날 버리고?”
“미친놈. 너 같으면 남의 영지에서 불 지르고 도둑질까지 한 새끼를 후계자로 내버려두겠냐?”
“…”
로윈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멍청한 새끼, 지금 그거에 절망할 때가 아니야. 너 그러다 뒤진다고.”
“…대체 아까부터 무슨 소리냐?”
“저는 메시라고 합니다. 제 얘길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로윈 공자.”
메시의 표정이 진지해도 너무 진지했다. 어쩔 수 없이 로윈은 고개를 끄덕였다.
“곧 아헨탈과 크롬벨 간에 전쟁이 벌어질 겁니다. 우린 아인하르츠 마나연공법을 건네주는 걸 거절했습니다.”
“미쳤나? 깡도 좋군.”
“문제는 크롬벨 측이 전쟁을 일으킬 명분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겁니다. 안 그래도 로윈 공자 때문에 크롬벨 가문의 이미지가 바닥을 기었는데, 갑자기 가해자 측이 피해자 쪽에 전쟁 선포라니요? 있을 수 없습니다.”
로윈도 아예 바보는 아니었다. 메시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았다.
“네놈들 말은… 그 명분을 세우기 위해 날 죽일 거라는 말이냐?”
“정확히는 죽여서 아헨탈에게 뒤집어씌울 겁니다.”
맞다.
아버지라면 그럴 인간이다. 더군다나 후계자도 뭣도 아닌데, 차라리 가문에 도움이 되고 죽으라며 살해할 인간이다.
후계자의 죽음보다 확실한 전쟁 명분이 어디 있겠는가?
‘풀려나는 게 아니라, 알고 보니 사지로 가는 일이었구나!’
로윈은 다리에 힘이 빠지는 걸 느끼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때, 달콤한 음성이 들려왔다.
“공자, 살고 싶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