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84
덴버 남작령은 작지만 상업 도시였다.
도시 아헨탈만큼 번성하는 건 아니었지만, 아헨탈에 가기 전에 거쳐 가는 도시로는 나쁘지 않았다.
넉넉잡아 일주일 거리인데다가, 덴버 다음부터는 톨리드 산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산맥이 지나가고 있어 덴버에서 발걸음을 한 번 멈추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거기다 아헨탈 자작의 배려로 몇 가지 물품은 도시 아헨탈의 시장가와 차이가 나지 않아 빨리 처분하기 좋았다. 남작령치곤 번성할 만한 몇 가지 조건을 가진 것이었다.
하지만 아헨탈에게서 비호를 받다보니, 전쟁 가능성을 경시하는 나쁜 버릇이 있었다. 그 탓에 전시상황에 대한 대비는 떨어졌다.
덴버의 성채만 봐도 그러했다. 성벽은 일반 영주성보다 한참 낮았고 두껍지도 않았다. 해자가 있지 않아 성문 보호하기도 힘들었다.
그런 판국에…
‘경계 병력이 왜 하나도 없어?’
어두운 새벽, 정찰병은 덴버의 성벽에 붙어 이리저리 관찰했다. 성벽 위아래에 화톳불을 깔고 경계를 해도 모자란데, 적은 그러고 있지 않았다.
크롬벨 백작에게 돌아온 정찰병은 이 사실을 그대로 고해바쳤다.
백작은 당장 하이웍 자작을 불렀다.
“무슨 꿍꿍이일까?”
“함정일 수 있습니다. 덴버성 안으로 끌어들인 뒤에 화재를 일으킨다면 피해가 제법 있을 겁니다.”
“일부 수색대를 보내 성벽 너머를 확인해보지.”
백작은 즉시 그렇게 했다.
그리고 그 다음 결과에 크롬벨 백작은 어이가 없다는 듯, 냉소적으로 웃었다.
함정? 그런 건 없었다.
그저 중앙 귀족의 관점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뿐이다.
“어이가 없군. 영주가 영지를 버리고 도망을 쳐?”
아헨탈 자작이야 물러날 수 있다하더라도, 덴버 남작은 남아야했다. 귀족은 자신의 땅을 마지막까지 지키다 죽는 게 명예였다. 그런 것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물러난 것이다.
이 세계 귀족가문의 힘은 영지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걸 버리고 간다는 건, 귀족의 자긍심 따윈 던져버린 셈.
‘그런 한심한 놈을 가신으로 데리고 있는 아헨탈도 알만하군.’
크롬벨 백작은 병사를 이끌고 덴버에 손쉽게 입장했다. 거리에는 영지민들이 급하게 도망을 친 흔적들이 많았다.
짐도 챙기지 못한 건지, 앞서 들어왔던 수색대 병력은 벌써 약탈을 한 아름 진행한 상황이었다.
어떻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이렇게 도망친 걸 보면 기습 정보가 새어나갔다고 봐야했다.
“이건 이상하군요.”
하이웍이 덴버의 내부를 살펴보며 중얼거렸다.
경계병력 하나 없는 걸 보고도 별다른 말이 없었던 그였는데, 서둘러 도망친 흔적이 있는 덴버를 보곤 이상하다고 평을 했다.
“뭐가 이상하단 말인가?”
“적에겐 소드마스터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도망친단 말입니까? 그것도 이렇게 급하게…”
“으음.”
“기습 정보가 새어나갈 정도면… 우리에게 알란아스터 경이 없다는 것과 어블레이즈 기사 세 명만이 있다는 것도 알았을 겁니다. 그건 소드마스터가 후퇴할 전력은 아닙니다.”
하이웍은 가정법치고는 확신하는 어조였다.
“어쩌면 아헨탈엔… 소드마스터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크롬벨 백작의 얼굴이 환해졌다.
“진심인가?”
“아니면 소드마스터나 자작의 안위에 이상이 생겼거나… 아무튼 이 상황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협상 사절로 갔던 포일드 자작이나 알란아스터 경이 뭔가 착각을 했다고 밖에…”
“당장 포일드를 불러와라!”
백작의 거친 명령에 포일드는 영문도 모른 채 앞으로 끌려나왔다.
“네 놈은 아헨탈에 소드마스터가 출현했다고 직접 떠들었다. 무슨 근거로 그랬지? 놈들이 돈이라도 쥐어주면서 그리 말해달라든가?”
“무, 무슨 그런 말씀을!! 아닙니다, 저는 알란아스터 경이 그리 고분고분한 걸 처음 봤기에 확신했던 것입니다!”
당시 포일드의 눈에는 소드마스터와 대마법사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다 보니, 알란아스터가 한 수 접어주는 상황이라 여겼다.
특히, 알란아스터는 아헨탈 자작의 앞에서 필요 이상으로 공손하기까지 했다.
“소드마스터가 소드마스터를 알아본 건데, 제가 뭐라 보고를 드리겠습니까. 그렇다고 해야지요.”
한 마디로, 알란아스터가 적의 소드마스터를 확인해주었기에 진짜라고 여겼다는 뜻이다.
만일, 하이웍의 가정이 사실이면 알란아스터가 거짓으로 포일드를 속였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아니면… 아헨탈의 속임수에 알란아스터조차 속아 넘어갔거나.
하지만 그건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소드마스터처럼 기감에 예민한 족속들이 없다. 그를 속여서 소드마스터 행세를 한다?
차라리 알란아스터가 크롬벨 가문을 속이기 위해 연기를 했다고 보는 게 더 타당성 있었다.
거기다 동기도 따로 충분했다.
“저… 가주님. 이제 와서 말씀 드리기 뭐하지만. 알란 경은 사절단 일을 싫어했습니다.”
포일드는 알란아스터가 사절단이 출발하고도 뒤에서 놀다 늦게 합류한 이야기를 꺼냈다.
사절단의 일조차 귀찮아하는 알란이라면, 전쟁 시 벌어질 일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거기다 백작과 하이웍만이 아는 사실이 의심을 증폭시켰다.
‘에이드리언 가문의 독이 뇌에 영향을 줬다면, 쾌락을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이유는 충분한 동기가 될 수 있다.’
알란아스터가 자신을 속였다는 쪽으로 백작의 마음은 기울어졌다.
“그 추악한 놈이 내게 애원해보라는 둥 헛소리를 지껄인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군. 아헨탈에 소드마스터가 있어야 제 가치가 오르니까!”
‘정말 그런 것일까?’
하이웍은 의문을 품었다. 감옥으로 가기 전 걱정스럽게 말하던 알란의 모습이 거짓 같진 않았다.
하지만 정황상 모든 게 착착 맞아 떨어졌다. 마음은 아니라는데, 머리로는 맞다고 얘기했다.
알란아스터가 정말로 그랬다면…
하이웍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가주님. 이건 기회입니다. 제 가정이 사실이라면 추격을 해야 합니다.”
“추격을?”
“멀리 못 갔을 겁니다. 영지민까지 달고 야반도주를 했으니 가봐야 얼마나 갔겠습니까. 영지민들이 짐조차 못 챙기고 몸만 가지고 간 걸 보면 정말 다급한 상황이었을 테고, 한편으로는 여기서 약탈을 하며 시간을 보내길 원했겠지요.”
“과연, 그 말이 옳다!”
하이웍의 말에 크롬벨 백작은 웃었다.
그의 설명을 듣고 있자면 승리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했다.
“좋아, 빈 영지 따위야 언제든 점령할 수 있는 법이지. 모두들 들어라! 우린 비겁하게 도망간 아헨탈 자작을 쫓아간다! 약탈은 자작을 죽인 후에 얼마든지 하게 해줄 테니 모두 신속하게 나를 따라라!”
**
크롬벨 백작의 군대는 덴버성을 지나 톨리드 산맥 안으로 들어갔다.
산속이지만 아헨탈 가문이 도로를 열심히 닦아놓은 터라, 주변의 산림이 조금 울창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일 뿐. 백작의 군대는 이동하는데 조금의 어려움도 있지 않았다.
크롬벨 측에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아헨탈에게도 좋은 얘기였다. 그만큼 빨리 도망칠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조급해진 백작은 기사를 데리고 먼저 앞으로 치고 달려 나갔다.
그 효과를 본 건지, 불을 든 채 도망치고 있는 영지민들을 발견했다.
“멈춰라, 멈추지 않으면 죽이겠다!”
“사, 살려만 주십시오!”
“네놈들은 뭐냐?”
“덴버의 영지민입니다…”
“근데 왜 도망을 치고 있냐는 말이다.”
“덴버 영주가 따라올 것을 지시했습니다… 가만히 있다면 전부 살해당할 거라고…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서게 되었는데, 저희는 노인이 있다 보니 낙오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헨탈 자작의 본대는 어디쯤에 있나?”
“조, 조금만 더 가시면 있을 겁니다. 낙오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캐낼 만큼 캐냈다고 생각하는 건지, 백작 뒤편의 크롬벨 기사가 검을 뽑았다.
모두가 움츠려드는데, 백작은 그러지 말라는 듯 손을 저었다.
“그게 아헨탈 자작이 원하는 거다! 이것들을 죽이며 귀중한 시간을 버리는 것! 우리의 목표는 아헨탈의 목을 틀어쥐는 일이다. 그걸 잊어서는 안 돼, 얼른 가자!”
백작은 계속 마주치는 무수한 영지민은 무시하고 말을 몰았다. 백작의 주위로는 이제 기사들 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백작은 멈출 줄 몰랐다. 어블레이즈 경지의 기사 셋이면 적병이 얼마가 되던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자신이 있었다.
마침내, 백작과 기사들은 계곡으로 진입했다.
변화는 거기서부터 벌어졌다.
쾅!!!
마법이었을까? 계곡의 입구가 불덩이로 인해 폭발하면서 돌과 흙더미가 쏟아져 내렸고, 그들의 진입로는 막혀버렸다.
“허. 이것들 봐라?”
“백작님! 적들의 함정입니다!”
“당황하지 마라, 하이웍. 고작해야 입구나 막고, 위에서 활시위를 당길 생각이겠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계곡 위에서 화살이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애초 화살은 기사의 철판 갑옷에 무용지물이었다.
몸을 다 가리지 못한 군마가 위험했다. 많은 전투를 치러본 크롬벨 백작답게 바로 해결책을 냈다.
“말을 절벽에 붙이고 방패로 가린 후, 모두 하마하라!”
말의 머리엔 철제 보호구가 착용되어 있었다. 절벽 쪽에 붙여 말의 몸통 한쪽을 가리고, 반대편을 커다란 방패로 덮었다.
하마한 기사들은 화살을 가뿐하게 쳐내면서 반격을 시작했다. 어째서 이 시대 핵심 전력이 기사인지 보여줬다.
팡! 팡!
어블레이즈에 속한 두 기사가 절벽을 뛰어오르며 검을 뽑았다.
그 뒤를 브릴란트의 기사들이 쫓았는데, 차이는 명백했다. 그들은 절벽에 단검을 여러 개 박아 넣고 발 디딤대로 삼아 뛰어 오르고 있었다.
기사 두 명이 마치 평지처럼 절벽을 달려오자, 활시위를 먹이던 병사들에게 당황한 기색이 어렸다.
아헨탈 측의 누군가가 외쳤다.
“마법을 타격시켜라!!”
시위를 당기던 병사들이 활을 던져버린 후 꺼낸 건 보석이었다.
프로크스가 만든 보석 스크롤이었다. 의지를 더해 손에 힘을 주자 보석은 깨져나가고, 강력한 화염의 구가 형성되어 직선으로 쏘아졌다.
“흥, 고작 파이어볼이냐.”
수백의 병사가 마법 스크롤을 쓰는 돈지랄의 일대 장관이었으나, 어블레이즈 기사 오버트에겐 별 감흥이 못 되었다.
그의 검에선 마치 불이 붙은 것처럼 이글거리는 마나가 번져갔는데, 그것이 어블레이즈를 상징하는 오러였다.
흡, 하고 검을 몇 번 휘두르자 그의 전방을 노리고 날아오던 수백의 화염구가 쪼개지며 이리저리 불똥처럼 튀었다.
오버트의 눈에 의문이 찼다. 반으로 쪼개져 사그라질 거라는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일반적인 파이어볼이 아니라는 걸 그는 알아챘다.
잘리고도 힘이 남은 잔여 파이어볼들은 난반사를 하듯 절벽 곳곳에 부딪쳐 폭발을 일으켰고, 그럴수록 돌무더기가 쏟아져 아래의 기사들은 피하고 베느라 죽을 맛이었다. 많은 군마들이 돌에 깔려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오버트, 릭레이! 제대로 하지 못해?!”
크롬벨 백작의 고성에 둘은 수를 바꿨다.
날아오는 파이어볼의 숫자는 끝을 몰랐고, 생각보다 베는 맛도 묵직한 게 귀찮았다.
‘베는 것보다는 다른 수가 낫겠구나.’
그들은 검으로 마법조차 흘리기 시작했다.
퉁, 퉁!
공중에 뜬 채, 날아오는 파이어볼을 흘려서 다른 방향의 적에게 보냈다. 미세한 마나 컨트롤과 신체일부 같은 무기이기에 가능한 기예였다. 마검사라도 된 듯, 검으로 마법을 부리면서 접근하는 모습에 병사들은 기가 질렸다.
마침내 그들은 절벽 위를 딛고 섰다. 더 이상 그들을 막을 자가 없었다.
서걱, 서걱!
검을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것 같은데도, 오버트와 릭레이가 지나가는 자리에는 비명과 피바람 밖에 남지 않았다.
일검에 스무 명의 몸이 분리 되고, 일격에 십인대가 사라지고 있으니, 병사들의 눈엔 정말 괴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절벽에 가두고 패면 우리가 당황할 줄 알았나? 멍청한 놈들.’
릭레이는 아헨탈의 어리석음을 비웃으며 마구잡이로 학살을 해나갔다.
한참을 그러고 있을 때였다.
절벽 아래에서 당황한 하이웍의 외침이 들려왔다.
“오버트 경!! 릭레이경!! 빨리!! 빨리 돌아오십시오!!”
‘뭐야?’
하이웍 자작이 유난을 떠는 건,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이번처럼 경악이 들어찬 건 처음이었다.
릭레이는 서둘러 돌아가려했다. 하지만 발을 딛은 절벽이 흔들렸다.
흙이 섞인 돌무더기가 거인의 손처럼 양 발목을 휘감았다.
“이건, 뭐…!”
“허허, 어딜 가려고 그러나. 내가 얼마나 개고생을 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중후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적어도 100걸음 정도의 거리를 두고 마법사 하나가 서있었다.
‘지금 저 거리에서 내 귀에 속삭이듯 말한 건가?’
“반갑네. 난 프로크스라고 하네. 남들은 날 대마법사라 칭하지.”
**
절벽 위에 무사히 오버트와 릭레이가 안착했다. 뒤따르는 브릴란트들도 금세 절벽 위에 도착할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백작은 가볍게 웃었다.
‘이따위 작전이 크롬벨의 기사에게 먹힐 거라 생각했단 말이냐?’
예상대로 절벽 위에선 대학살이 벌어졌다. 머리나 손, 팔과 같은 신체가 절벽 아래로 후두둑 떨어졌다.
“…”
백작의 곁을 지키던 어블레이즈, 무뚝뚝한 에손은 그것들을 툭툭 쳐내며 피가 묻지 않게 했다.
“로안―!! 어딨느냐, 나와라!! 도망친다고 네 놈이 살 수 있을 거 같으냐!!”
안 그래도 큰 백작의 목소리가 계곡이라는 지형을 타고 울려 퍼졌다.
곧 기다랗게 뻗은 계곡의 길목 끝에서부터 아헨탈 자작이 말을 타고 나타났다. 그 뒤로는 기사들이 따라붙었다.
“날 찾았더냐, 알바라옌?”
“고작 자작 주제에 백작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다니, 네놈이 미쳤더냐!”
“서로 죽이려는 판국에 못할 말이 어디 있더냐. 알바라옌.”
일부러 이름을 더 붙이는 자작이었다. 크롬벨 백작은 살짝 열이 오르려다가, 이내 웃어버렸다.
“크하하하, 곧 죽을 놈이라 그런가. 확실히 당당하구나. 그리 당당하면 덴버에서 맞이할 것이지, 귀족으로서 이런 추한 짓거리를 하다니…”
“덴버에서는 너를 유인할 수가 없었거든. 알바라옌.”
“이름 그만 불러, 씨발놈아! 어딜 자작 새끼가 감히…”
성질을 참지 못하고 급발진을 해버리는 백작이었다.
그 와중에 하이웍만이 ‘유인’이라는 말에 인상을 굳혔다.
‘유인을 했다고? 믿는 구석이 아직도 있다는 말인가?’
“에손, 저 건방진 놈의 목을 잘라 와라!”
“예.”
“에손 경이라면… 어블레이즈 삼인방의 하나시군.”
자작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 모습이 하이웍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부하의 그 마음도 모르고, 백작은 웃었다.
“크크, 그래. 곧 에손 뿐만이 아니라 오버트와 릭레이마저 내려올 거다. 소드마스터 하나 없는 네놈 가문이 감히 비벼볼 전력이 아니지.”
“후후… 소드마스터가 없다니. 소문을 못 들었나, 알바라옌?”
자작의 웃음엔 의미심장한 면이 있었다.
‘설마, 설마 아니겠지?’
하이웍이 식은땀을 흘리는 반면, 백작은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여겼으므로 흔들림이 없었다.
“있으시다? 하하하! 이거 정말 걸작이구나. 곧 죽어도 자존심이라니. 좋다, 한 번 불러내 봐라. 어디 그 소드마스터 구경이나 해보자꾸나!”
‘안 돼… 뭔가 이상하다!’
백작을 말리려는 하이웍과 동시에 손짓으로 신호를 주는 아헨탈 자작.
자작의 뒤에서 한 사내가 걸어 나왔다.
바실러스 폰 하와이어.
그리고 그의 검 위에 띄워진 붉은빛의 오러.
“…”
“…”
바실러스의 거친 눈빛을 정면에서 받게 된 에손은, 불안한 눈빛으로 뒤의 백작을 쳐다봤다.
이미 백작은 입이 쩍 벌어져 경악으로 물든 상태.
하이웍은 비명처럼 고함을 꽥 질렀다.
“오버트 경!! 릭레이경!! 빨리!! 빨리 돌아오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