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인성 터진 엘프들 (6)
미카엘이 마계의 신기, 데스브링어의 폭주로 인해 벌어진 상황에 재영에게 제안한 계획. 그것은 다름 아닌 미카엘 본인의 직접 강림이었다.
“잠깐 몸 좀 빌려주세요. 제가 최소한의 수준으로 강림해서 직접 처리하는 게 지금 상황에서는 제일 편할 것 같네요.”
“네가 직접 나서겠다고? 그렇게 되면 개연성 소모가 장난 아니지 않아?”
이제 20만 정도밖에 남지 않은 개연성. 필요한 곳에만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너무 펑펑 사용한 탓에 이제 바닥을 보이는 개연성이었기에 재영은 미카엘의 말에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것보다는 탄을 불러서 막는 게 개연성이 더 싸게 먹히겠다. 그냥 탄을 부르면 안 돼?”
천계의 최종 보스인 미카엘. 그녀가 직접 강림해서 깽판을 친다면 그 후에 청구될 개연성은 생각만 해도 무시무시할 것이기에 재영은 가능하면 더 쉬운 방법을 선택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말에 엘은 무슨 소리냐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혹시 지금 덱스 님이 가진 개연성을 사용할 거라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응? 아니었어?”
“그 정도의 개연성으로 제가 강림을 어떻게 해요? 모습만 직접 드러내는 걸로도 모자라요.”
재영이 상상한 것 이상의 개연성을 필요로 하는 것 같은 엘의 발언. 그녀는 안심하라는 듯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직접 계획한 일이고, 그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 이번 수습은 천상에서 알아서 할 생각이니까요. 덱스 님에게 돌아갈 피해는 전혀 없을 거예요.”
자기가 다 알아서 책임지겠다는 엘. 그 말에 재영은 긴박하게 돌아가는 엘프 마을의 상황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재영의 시야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거룩한 영광의 성위, 대천사 미카엘이 플레이어에 강림합니다.] [관전 모드로 전환됩니다.]관전 모드로 전환된다는 메시지와 함께 흐릿해지는 그의 시야. 그리고 쏟아지는 강렬한 빛무리.
콰아아앙.
“크아아아아아아악!”
강렬한 빛무리에 시야가 잠깐 멀어 있는 동안 폭탄이라도 터진 것과 같은 굉음과 고통에 찬 비명이 들려왔다. 몇 초가 지났을까? 일시적으로 멀었던 눈이 회복되자 재영과 시청자들은 그 잠깐의 순간에 벌어진 광경에 모두 경악했다.
-???
-저거 뭐야?
-이런 미친…….
엘프들의 공격에도 티끌만 한 피해도 받지 않고 미쳐 날뛰던 악마. 그런 강력한 악마가 바닥에 주저앉아 온몸을 불태우는 성화에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크아아악!”
[굳건한 신념이 활성화됩니다.] [천상의 거룩한 정의가 활성화됩니다.] [드높은 명예의 찬가가 활성화됩니다.] [모든 것을 꿰뚫는 진리가 활성화됩니다.] [숭고한 희생의 정의가 활성화됩니다.] [꺼지지 않는 성화가 발동됩니다.].
.
.
이름만 들어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온갖 스킬들의 향연. 그와 동시에 휘둘러지는 영원의 종막은 그 강력해 보이는 악마를 순식간에 빈사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지금 이거 무슨 상황임?
-와 시바, 천사가 도대체 여기서 왜 나와?
-초코파이 형……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다니는 거야?
재영의 뒤에 돋아난 새하얀 날개. 그리고 몸 전체에서 이글거리는 태양처럼 뿜어져 나오는 신성력을 본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물론 본인의 몸이었지만 관전 상태로 그 모든 것을 지켜보는 재영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이런 미친…… 이게 최소한도의 강림이라니…….’
거룩한 영광의 성위, 대천사 미카엘.
드높은 천상을 다스리고 천사들을 이끄는 수장인 그녀. 비록 지금은 탄을 견제한답시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재영의 수호천사라는 명목으로 따라다니고 있지만, 그녀가 가진 신성은 그 누구도 감히 대적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쿠우우웅.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격의 차이를 느낀 재영. 그가 탄과 미카엘이 매번 초등학생처럼 유치한 싸움을 벌일 때마다 비웃었던 것을 반성하며 그들의 말도 안 되는 강함에 놀라고 있는 동안, 미카엘은 그 데스브링어를 상대로 마무리 일격을 짓고 있었다.
“같잖은 저항 작작 하고 얌전히 뒈져, 이 빌어먹을 박쥐 새끼야.”
콰아아아아아.
영원의 종막. 멸악의 권능을 가진 그 천계의 신기는 미카엘의 손에서 그 힘을 최대한도로 응축한 채 데스브링어의 검날 중앙에 정확하게 내리찍혔다. 그리고 그 순간 충돌로 방출되는 거대한 에너지.
까앙.
콰아아앙.
한 번의 부딪침에 주변의 모든 것이 초토화되는 강력한 파동의 발산. 하지만 그럼에도 영원의 종막의 일격을 맞은 데스브링어는 멀쩡했다.
[치명적인 위협을 감지했습니다.] [데스브링어가 방어 모드로 돌입합니다.]지금이 존재 자체에 대한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는 것을 깨달은 데스브링어. 사력을 다해 영원의 종막에 대항하려는지, 그 검은 황급히 자신이 만들어 낸 숙주로부터 모든 힘을 빨아들였다.
“크르르륵…….”
무시무시한 악마의 외형은 어디로 가고, 구멍 난 풍선처럼 쪼그라들더니 이내 절명하는 오우거. 그와 동시에 모든 힘을 다시 회수한 데스브링어는 이전보다 더 강한 칠흑 같은 어두운 기운을 내뿜으며 울었다.
우우우웅.
신의 선택을 받은 교황이나 성녀가 와도 절대 뚫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악의 기운.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아르카디아의 대륙 어디에도 데스브링어의 방어를 뚫고 파괴할 수단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쭈? 박쥐 새끼들 날붙이 주제에 반항해?”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대를 잘못 만나도 너무 잘못 만난 데스브링어.
멸악의 성질을 띠고 있는 천계의 신기 영원의 종막. 그리고 그 천계의 지배자인 미카엘. 말도 안 되는 그 둘의 조합은 사력을 다한 데스브링어의 우주 방어를 뚫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열 번 찍어 부러지지 않는 마검 없다고, 어디 한번 해보자.”
두 손으로 영원의 종막을 고쳐 쥐고는 있는 힘껏 내려치기 시작한 엘.
까앙. 까앙. 까앙.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한 번 한 번 충돌할 때마다 주변을 쓸어버리는 에너지가 사방으로 뿜어져 가는, 두 계를 대표하는 신기들의 싸움. 수천 년은 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나무마저 그 충격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질 정도로 그 파장은 거대했다.
[멸악의 권능이 발동됩니다.] [절대 심판, 파마의 기운이 검을 잠식합니다.]하지만 미카엘로부터 무한정 신성력을 공급 받는 영원의 종막을 이기지 못하는 데스브링어.
쩌저저저저적.
결국 방어를 위한 힘조차 잃어버린 채 미카엘의 신성력을 최대한도로 받아 낸 그 검은, 이내 균열이 생겨나더니 산산조각이 나 버리고 말았다.
쨍그랑.
마치 유리창이 깨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흩날리는 검의 조각들. 그와 동시에 재영의 귓가에 수많은 알림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신화적인 위업! 마계의 신기, 데스브링어가 파괴되었습니다.] [마계의 영향력이 4.3% 감소합니다.] [선과 악의 균형추가 기울어지기 시작합니다.] [칭호, ‘악의 심판자’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천상의 대리자’를 획득하였습니다.] [세인트 제국과 신성 교단이 플레이어의 행보를 주시하기 시작합니다.] [퀘스트, 최후의 저항이 완료되었습니다.] [퀘스트, 악에 물든 세계수가 완료되었습니다.] [엘프들의 호감도가 최대치로 상승합니다.] [칭호, ‘엘프들의 영웅’을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세계수의 수호자’를 획득하였습니다.].
.
.
마계를 대표하는 신기를 파괴하는 업적을 달성한 재영. 그 때문인지 쏟아지는 보상과 메시지들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그건 방송을 지켜보던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주)아르카디아에 어떻게든 손발을 담가 두고 있던 직원들은 더더욱 말이다.
“저, 저 미친 새끼가……! 당장 관련 정보들 확인해!”
“예……? 부장님, 저희가요?”
재영이 그 마검을 파괴하는 장면을 지켜보다 입에 게거품을 물며 소리치는 강태훈 부장. 그를 보며 다른 직원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물었다. 그도 그럴 게, 현재 부서 자체가 폭파되면서 전원 대기 발령 상태인 그들의 부서다. 엄밀히 말하면 그들에게 주어진 업무도 없을뿐더러 지금의 상황 또한 그들과 관계가 없는 일이기에, 너무 과할 정도로 격한 반응을 보이는 강태훈 부장을 그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지금 위에 가서 무슨 이야기 듣고 왔는지 아냐?”
“……?”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된 듯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강태훈 부장을 쳐다보기만 하는 직원들. 그들을 보며 그는 마치 선언하듯이 관련 사실을 공지했다.
“현 시간부로 이전 퀘스트&시나리오 개발 팀 전원은 위기 관리 대응 팀으로 재편하며, 아르카디아 내외에서 발생하는 모든 특이 사항에 대한 업무를 전담한다. 다시 말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모니터에 떠오른 문제의 원흉을 바라보는 강태훈 부장. 그는 부러질까 걱정이 될 정도로 이를 강하게 갈며 말했다.
“저게 전부 다 우리가 치워야 하는 똥이라는 거지.”
“예……?”
“그, 그게 무슨……?”
다른 부서로 뿔뿔이 흩어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직원들. 설마 인원 그대로 다른 부서를 신설해 재편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그들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절망했다.
“그럼 이게 전부 저희가 처리해야 하는……?”
그 악독한 업무에서 벗어났다고 내심 좋아했던 그들. 하지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거대해진 똥들이 빨리 처리해 달라며 자신들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그들은 마음속으로 비슷한 생각을 했다.
‘아…… 그냥 퇴사할까……?’
오늘도 퇴사가 정말로 마려워지는 (주)아르카디아 임직원들의 일상적인 하루였다.
* * *
“휴우…….”
강신을 해제하고 다시 원래의 수호천사의 모습으로 돌아온 미카엘. 겉으로는 멀쩡했지만, 꽤 많은 여파가 있는지 그녀의 안색은 별로 좋지 않았다.
“괜찮아?”
“솔직히 조금 부담되기는 하네요. 이 정도 수준으로 아르카디아에 개입하는 건 또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래도 몸을 빌린 덕에 그나마 나은 편이에요.”
파지지지직.
개연성의 과도한 소진으로 인한 그 후폭풍이 밀려오는지, 연신 미카엘의 주변에 묘한 스파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 상당한 타격을 받은 것 같은 엘이었지만, 그런데도 그녀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그래도…… 고마워요. 덕분에 오래전부터 꿈꿨던 숙원을 해결했네요.”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데스브링어의 파편들을 하나하나 모아 손가락만 한 작은 주머니에 집어넣은 엘. 아공간 주머니인지, 그 큼지막한 파편들이 작은 주머니 안으로 쏙쏙 들어가는 것을 신기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그때. 허공에 칠흑 같은 어두운 구멍이 뚫리더니 분노에 가득 찬 절규가 들려왔다.
“야! 이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빌어먹을 치킨 새끼야아아아아!”
“어? 왔냐?”
자신의 애병, 데스브링어가 산산조각이 난 사실을 알았는지 허겁지겁 달려온 티가 가득한 탄. 하지만 엘은 그런 탄의 등장에 기분 좋은지 연신 미소를 지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여유로운 자태로 그를 반겼다.
“이 미친 새끼가! 내가 자리 비운 새에 무슨 짓을 벌이고 다닌 건데?! 지금 나랑 한번 해보자 이거야?! 이 정도면 그냥 선전포고로 받아들여도 되는 거지? 어?!”
정말 오자마자 발작 수준으로 지랄 발광을 하기 시작한 탄. 하지만 엘은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음에도 쏟아지는 탄의 저주와 갖은 협박을 무시하고 실실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전면전? 신기까지 박살 나 버린 상황에 2차 성마대전 벌이면 이길 자신은 있고?”
“이, 이, 이 새끼가……!”
진짜 분노로 악마가 뒷목 잡는 상황을 볼 수도 있을 것 같은 상황. 엘의 말에 치밀어 오르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만 있는 탄. 그런 그에게 엘은 피식 웃으며 데스브링어의 조각들이 곱게 담겨 있는 주머니를 던지고는 꼭 하고 싶었던 말을 전했다.
“야, 너네 신기 쩔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