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102
102화 후폭풍 (2)
신생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아이플러스.
조서욱 대표는 몇 안 되는 직원들이 전화기를 붙들고 온종일 낑낑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복잡한 심경이 드러나는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개인 정보 관련해서는 저희가 임의로 제공해 드릴 수가 없어서요.”
“네? 아, 광고 계약을 맺고 싶다고요? 일단 관련 사항은 저희가 따로 전달하겠습니다.”
“아니, 직접 이야기하고 싶으신 건 알겠는데요. 저희가 연락처를 따로 드릴 수가 없어요.”
전화기가 쉴 틈도 없이 계속 울려 대는 상황. 일주일 전만 해도 한산하기 그지없어 장식품 수준에 불과했던 것들이 조금도 쉬지 않고 울려 대고 있었지만, 조서욱 대표는 그다지 기뻐할 수가 없었다.
“이거 미치겠군……. 관심이 늘어난 것은 좋은데 업무가 마비될 수준이니…… 그냥 전화선을 뽑아 버려야 하나?”
진지하게 유선전화를 없애 버릴까 고민하는 조서욱 대표. 하지만 일반적인 문의들 사이에 간간이 섞여 들어오는 전화들 때문에 차마 그러지는 못했다.
[안녕하세요. 저…… 혹시 거기 매니지먼트랑 계약 가능할까요? ‘아랑단’ 채널 주인인데요.] [죄송해요. 너무 연락을 늦게 드렸죠? 저번에 메일 보내셨던 ‘바람의 검심’ 채널 운영자입니다.] [여기 혹시 채널 투고도 받나요? 저 진짜 열심히 할게요.]과거에 자신들에게 그렇게 기회를 달라고 구구절절한 메일을 보냈었던 채널들. 그 당시 아이플러스가 보냈던 러브 콜을 가뿐하게 무시하던 여러 중소 규모 채널의 주인들이 하나둘 관심을 보이며 계약을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 왔다.
[혹시 거기랑 계약하게 되면 초코파이조아 님도 볼 수 있어요?]물론 그 이유가 자신들이 아니라 바로 초코파이조아 때문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조서욱 대표는 개의치 않았다. 무슨 이유가 되었든 일단 계약을 통해 많은 채널을 확보하고 대중의 인지도를 쌓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초코파이의 후광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조서욱 대표도 이 쏟아지는 문의 전화를 소화하기 위해 두 팔 걷고 나서서 수화기를 집어 들 수밖에 없었다.
“예, 안녕하세요. 아이플러스입니다.”
[어? 대표님? 대표님이 왜 전화를 받으세요?]자신이 누구인지 한 번에 알아채는 상대방. 하지만 조서욱 대표 역시 그게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채고는 동그래진 눈으로 물었다.
“어? 초코파이 님?”
[네. 요즘 저 때문에 매우 바쁘신가 봐요? 개인 전화는 아예 꺼져 있으시고 대표 사무실 전화는 계속 통화 중이던데. 통화 한번 하기 힘드네요.]테러라도 당한 것처럼 쏟아지는 연락 때문에 개인 전화는 아예 꺼 버린 지 오래인 조서욱 대표. 그는 재영의 푸념에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하하하. 그러셨군요. 이거 죄송합니다. 하도 연락이 많이 와서 전화기를 꺼 둬서요. 나중에 번호를 바꾸고 나서 따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네. 나중에 메일이나 문자로 넣어 주시고요. 그보다…… 요즘 사람들 반응은 어떤가요?]사람들의 반응이 어떤지를 물어보는 재영. 그 물음에 그는 일말의 주저함 없이 답했다.
“대박이죠. 그 어느 채널보다 가파른 성장세로 순위권에 오르고 있습니다. 지금 추세로는 조만간 전 세계 1위에 등극하셔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입니다.”
실시간 시청자 수 2천만 달성.
최근 엘프와 세계수의 영상이 생중계로 방송되는 동안 달성한 경이적인 기록. 생방송이 끝나고 나서 비공개로 영상을 전환해 공개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관련 내용으로 커뮤니티 전체가 떠들썩한 상황이었다.
[그래요. 그 영상은 잘 편집해서 올려 주시고요. 그…… 개인 정보 관련해서는 아시죠?]“그럼요. 절대 비공개. 안 그래도 요즘 광고며 협찬이며 인터뷰며 온갖 제의가 들어오고는 있는데도 에둘러 거절하고 있습니다만, 혹시라도 관심 가지실 만한 것들은 따로 정리해서 메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슈퍼스타로 등극한 재영. 하지만 그런 명성에 비해서 본인의 신상이 노출되는 건 꺼리는 것인지, 조서욱 대표의 말에 시큰둥하게 말했다.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고요……. 그거보다 댓글 보다가 느낀 건데, 드워프랑 엘프들 마을이 어디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나요?]“그거야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드워프들의 숨겨진 도시, 샌드 오브 포지(Sand of Forge).
엘프들의 최후의 안식처, 세계수가 잠든 곳(Where Tree Rest).
이 두 곳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는 폭발적이었다. 단순히 지금껏 베일에 싸여 있던 이종족들의 출현이라는 관심 때문도 있었지만, 영상에서 간접적으로 공개된 사항들만 봐도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미친, 저거 미스릴 맞지? 어디서 구하나 했는데 드워프들이 가지고 있었네.
-미세 세공 스킬 어디서 배우는 건가 했는데 저기서 배우는 거구나.
-정령술? 내 로망이 정령술사였는데 ㅜㅜ. 엘프들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
-초록 물망초다! 씨발, 저거 하나에 2골드나 하는 것들인데 저기는 아예 그냥 군락지 수준으로 쌓여 있네? 미친 거 아니냐?
희귀 광석들과 약초들. 거기에 인간들의 도시나 마을 그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스킬과 기술들이 가득 숨겨져 있는 것이 확인되었기에 더더욱 그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 하지만 인터넷과 커뮤니티를 모조리 둘러봐도, 그 어디에서도 관련 정보를 확실하게 얻을 수 없었다. (주)아르카디아에 문의해도 역시 답이 없었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이플러스에 전화를 거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아마 억 단위의 돈을 받고 관련 정보를 팔아도 사는 사람이 넘쳐 날 겁니다.”
실제로 수십억 원을 제안하며 정보를 팔아 달라는 대형 길드의 공식 제안이 있었을 정도로, 모두가 목말라하는 정보. 그렇기에 조서욱 대표는 재영의 물음에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확신에 차서 말할 수 있었다.
[음…… 그런가요? 그러면 공개하세요.]“예……?”
하지만 그런 그의 말에 쿨내를 가득 풍기며 시큰둥하게 공개하라는 재영. 그 말에 조서욱 대표는 자기가 잘못 들은 건가 하는 표정을 하며 되물었다.
“지, 지금 두 마을이 어디 있는지를 공개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정말로?”
정보가 곧 생명이고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지고 있는 아르카디아. 다른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남다른 규모를 자랑하는 이 게임에서 이런 비공개 정보는 곧 돈으로 직결되었기에 조서욱 대표는 재영의 말에 당황하며 말했다.
“저 초코파이 님, 그러지 마시고 드워프 마을이랑 엘프 마을에서 영상 콘텐츠 몇 개만 더 만드시는 건 어떤가요? 지금 반응을 보면 그냥 마을 상인이 무슨 물건 파는지만 올려도 메인에 올라가는 건 확정인 수준이에요.”
다른 사람은 자신의 영상이 메인에 한 번 뜨는 것이 소원일 정도로 메인에 오르는 건 엄청나게 힘든 일. 하지만 재영에게 있어 아르팬디아의 메인을 장식하는 것은 숨 쉬는 것처럼 쉬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시큰둥하게 조서욱 대표의 제안을 거절했다.
[싫어요. 그런 재미없는 걸 왜 올려요?]“그, 그렇지만…….”
재미없다는 이유로 돈을 저버리는 재영. 그런 그의 말에 조서욱 대표가 무어라 항변하려 했지만, 재영은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대표님 말씀대로 그곳에서 여러 콘텐츠 정해서 영상을 찍는 게 인기를 끌고 돈도 될 거라는 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그건 그냥 누구든 할 수 있는 거고, 굳이 그런 걸 귀찮게 컨셉 잡고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에요. 어차피 그것 말고도 더 재밌는 것도 할 게 많고요.]“…….”
지금보다 더 재밌는 영상을 찍을 게 많다는 의미심장한 재영의 말. 그 말에 조서욱 대표도 차마 본인의 생각을 고집할 수는 없었다. 뭐가 되었든 본인이 싫다는 것을 억지로 시킬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아이플러스와 재영의 관계에서 조서욱 대표 본인이 생각해도 자신들이 절대 을이고 그가 절대 갑이었으니 말이다.
[아, 그리고 어차피 위치 알려 줘서 거기 두 마을에 사람들이 찾아가 봤자 원하는 걸 얻기는 많이 힘들걸요?]“네……?”
이해할 수 없는 묘한 말을 하는 재영. 그 말에 조서욱 대표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지만, 그는 자세히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그저 진한 미소가 섞여 있는 듯한 의미심장한 말만 할 뿐이었다.
[두 종족 다 인성이 터져 버린 놈들이라서 비위 맞춰 주는 것도 힘들 거예요.]이때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두 마을이 공식적으로 공개되고 난 이후에 조서욱 대표는 그제야 재영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두 종족은 지독하게도 종족 우월주의와 외모 지상주의로 점철된,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가 힘든 희대의 개XX 같은 종족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 * *
세계수를 정화하고 엘프들의 영웅이라는 칭호를 얻은 재영. 그 덕분에 재영이 엘프들에게 가지는 영향력은 그들을 이끄는 여왕, 멜리사조차도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해졌다.
“그러니까, 앞으로 드워프 앞에서 괜히 어그로 끄는 발언들 하지 말고, 특히 키랑 관련된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그 자식들 아닌 척하면서도 키 작은 것 가지고 엄청 민감하게 구니까요.”
엘프들을 한곳에 옹기종기 모아 놓고 강의를 하는 재영. 그가 하는 강의는 바로 ‘어떻게 하면 드워프한테 어그로를 끌지 않을 수 있을까?’에 대한 주제였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정말 진지하게 듣고 있는 엘프들. 귀를 쫑긋거리며 무언가를 받아 적으며 재영의 강의를 듣던 중, 한 작은 엘프가 손을 들고는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음……. 저 궁금한 거 하나 있어요오-!”
“그래, 칸나야. 뭐가 궁금하니?”
모든 엘프의 시선이 집중된 상태. 그 상황에서 그 꼬마 엘프는 정말 순수한 눈망울로 재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못생긴 것들이랑 어울리면 나쁜 엘프 되니까 그러면 안 된다고 배웠어요! 그런데 드워프 같은 못생긴 애들이랑 어울리면 칸나는 나쁜 엘프 되는 건데 그래도 괜찮은 거예요?”
듣기만 해도 정말 황당한 질문. 하지만 그 표정을 보면 저게 진지하게 물어보는 질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재영은 한동안 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다가 물었다.
“혹시, 누가 못생긴 것들이랑 어울리면 나쁜 엘프 된다고 가르쳐 줬니?”
“우리 엄마가요!”
“그래…… 그랬구나…….”
가정의 밥상머리 교육에서부터 세뇌되는 저 비뚤어진 가치관. 저런 식으로 엘프들의 인성이 글러 먹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재영은 칸나라는 자라나는 새싹 엘프에게 환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드워프랑은 어울려도 나쁜 엘프 안 돼요. 착한 엘프예요.”
“정말요?”
“그럼요. 드워프랑 친하게 지내면 착한 엘프예요.”
“헤헤! 네!”
가정에서 배운 내용과 충돌하며 겪은 인지 부조화가 해소되었다는 듯, 후련한 표정으로 웃으며 자리에 앉는 칸나. 저런 엘프를 보니 앞으로의 미래가 암울해지는 것이 느껴졌지만, 재영은 그저 고개를 돌려 옆에서 그의 강연을 유심히 지켜보던 엘프들의 수장, 멜리사를 보고 말했다.
“앞으로 저런 교육 좀 애들한테 하지 마세요. 무슨 인성 박살 교육 하세요?”
“뭐…… 노력은 해 볼게요.”
엘프 여왕인 그녀조차 못생긴 걸 왜 못생겼다고 말하면 안 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하고 있는 걸 보니 3일간의 그의 특별 인성 교육이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어차피 드워프들 역시 엘프와 다를 바 없는 놈들이었기에 재영은 별다른 말 없이 넘어갔다.
“뭐…… 어차피 평화협정에 서명한 이상 계속해서 교류하고 마주치게 될 텐데, 앞으로 싸우지 말고 잘들 지내 보세요.”
“아…… 저 물어볼 게 하나 있는데요.”
“예, 말해 보세요.”
“그…… 요즘 들어서 갑자기 아밀 지역을 얼쩡거리는 인간들이 늘어나고 있어서요. 그들한테도 잘 대해 줘야 하나요?”
재영의 눈치를 보며 에둘러 조심스럽게 말하는 멜리사. 하지만 재영은 그녀가 말하는 질문의 요지를 단번에 파악했다.
‘못생긴 인간 놈들한테도 억지로 잘해 줘야 하냐?’
재영과 같은 종족의 인간이라 그런지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그녀. 하지만 재영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건 마음대로 하세요. 저는 상관 안 해요.”
“저, 정말요……?”
그리고 그 말에 반색하는 멜리사. 그녀는 정말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밝은 얼굴로 말했다.
“휴우…… 저는 못생긴 인간들도 우리 마을에 받아 줘야 하는 건가 싶어서 얼마나 걱정했다고요! 아침에 눈 뜨고 마을을 돌아다니는 못생긴 인간들 볼 생각에 엄청 우울했는데,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제가…….”
무어라 재잘재잘 환한 미소로 떠드는 멜리사. 그런 그녀를 보며 재영은 확신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조만간 엘프와 인간 사이에서 또 다른 종족 전쟁이 벌어지리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