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지엠 그룹 (1)
하루에도 수많은 영상이 올라오는 아르팬디아.
이 커뮤니티에서 최근 화제가 되는 떡밥은 다름 아닌 엘프와 드워프들의 위치였다.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엘프들과 드워프들이 있는 곳으로 가장 유력한 곳은 아마 신성제국의 영역 중에서도 숨겨진 곳이 아닐까 싶어요. 특히 엘프들의 경우, 교황이 직접 이들의 존재를 숨기려고 한 것으로…….] [드워프 마을을 찾기 위한 퀘스트! 어떻게 하면 받을 수 있는지 알아봅시다. 자, 일단 망치 하나를 준비하시는 게 좋은데요. 저희가 찾아갈 곳은 여기, 이 술집입니다. 여기 주인이 키가 엄청 작은데요, 드워프족의 오래된 혼혈이라는 은밀한 소문이…….]엘프랑 드워프와 관련된 퀘스트를 수행한다는 떡밥을 날리며 영상을 올리는 이들. 하지만 이들의 영상 대부분은 거짓 정보였기에 오히려 그들을 어설프게 따라 하려다 된통 당하는 피해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이런 씹, 여기 영상 개사기입니다. 망치 들고 술집 찾아가면 주인이 이제는 묻지도 않고 망치 뺏어서 뚝배기 박살 냅니다. 조심하세요. 뒈질 뻔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아니, 거기 술집 주인은 무슨 죄야……. 키 작다고 드워프 혼혈 잼.
-이러니까 아르팬디아가 욕먹는 거지. 확실한 정보 아니면 영상을 올리지 말든가. 사기 쳐서 조회 수 빨아먹으니까 좋냐?
-아, 이렇게 사람들 애타게 할 거면 그냥 공개하면 안 됨? 도대체 왜 이렇게 소수만 독식하게 내버려 두냐?
단순한 이벤트도 아니고, 자그마치 이종족들의 마을이라는 대규모 콘텐츠. 만약 일반적인 게임이라면 사전에 게임사 자체에서 TV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어마어마한 광고를 때리며 마케팅을 벌여도 모자랄 판이었을 텐데, 이 망할 게임은 이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이 일언반구도 없었다.
[아르카디아는 무한한 자유와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유저들이 현실과도 같은 생생한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가장 최우선적인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엘프와 드워프의 마을 같은 경우도 저희가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모험과 탐험 속에서 발견의 기쁨을 즐길 수 있도록…….]오히려 절대 자기들이 공개할 일은 없으니까 능력껏 찾아보라는 게임사의 공식적인 발표. 이러한 게임사의 대처에 아르팬디아는 뜨겁게 불타기 시작했다.
-하……. 최초의 가상현실 게임이라고 진짜 배짱 운영 지린다.
-ㅋㅋㅋㅋㅋㅋ. 이 게임 진짜 하드코어 해서 재밌네. 유저들 노예로 만들어도 무시. 슬라임이 마을 박살 내도 개무시. 아주 그냥 유저들이 호구지?
-이 엿 같은 운영자 새끼들. 분명 변태들만 골라서 채용한 게 분명함. 지금도 게시판 뒤져 보면서 유저들이 괴로워하는 거 낄낄대며 즐기고 있을걸?
하지만 게시판이 불타는 것과 달리, 게임 속에서는 여러 세력이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주 사소한 단서나 정보라도 놓치지 마. 이 게임의 특별한 퀘스트는 마을의 작은 낙서 하나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뭐든 철저히 확인해!”
“경쟁 길드에서 최근 이종족들의 마을을 찾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 길드는 지금 뭐 하고 있죠?”
“골드가 얼마나 들든지 상관하지 않을 테니까! 일단 찾기나 해!”
길드와 상단 같은 집단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를 꿈꾸는 랭커들까지. 많은 세력이 은밀하고 치열한 물밑 싸움을 벌이고 있을 그때. 지엠 상단 역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정보 수집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상단주님, 드워프의 마을이 어디인지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는 사람을 찾았습니다.”
지엠 상단의 주인, 최제규. 그는 흥분한 것처럼 살짝 빨개진 얼굴로 들어오는 그의 수행 비서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이번엔 확실한 거야?”
“그렇습니다. 모험과 탐험을 전문으로 하는 패스파인더라는 직업을 가진 유저인데…… 이력을 보니 믿을 만한 것 같습니다.”
수행 비서가 종이 뭉치들을 건네주는 것을 받고는 불신 가득한 눈으로 뒤적이는 최제규. 그는 이내 화려한 이력을 보고는 이채를 띤 눈으로 중얼거렸다.
“음? 최근에 발견된 고대 던전이 이 사람이 발견한 거였어?”
“그렇습니다. 아르카디아의 고대 역사와 지리에 대한 전문적인 탐사를 하는 직업이라고, 드워프가 숨어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이 어디인지 확인했고 관련 문헌도 확보했다고 합니다.”
“그래……?”
정보가 곧 돈과 강함으로 직결되는 아르카디아.
거기에는 유저에게 너무나도 비협조적인 운영사가 한몫했지만, 규모를 감히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지형과 곳곳에 숨겨져 있는 너무나도 많은 수의 유물과 유적들 때문에 관련 일만 전문적으로 하는 직업들이 생겨날 정도였다.
“그런데…… 조금 요구하는 액수가 큽니다.”
하지만 핵심적인 위치를 제공하는 대신 그 대가로 요구하는 골드의 액수가 예상 밖이었는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그의 수행 비서. 제규는 그런 그의 말에 물었다.
“얼마나 요구하는데 그래?”
“그게…… 1억을 요구했습니다.”
“뭐……? 1억?”
고작 숨겨진 마을에 대한 정보의 대가로 주기에는 너무나도 큰 액수. 제규는 수행 비서의 말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는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 이것도 최대한 깎은 겁니다. 원래 요구한 금액은 5억이었습니다.”
“하……. 아주 그냥 될 대로 지르고 보는구나. 빌어먹을 정보팔이 새끼들.”
회사에 취직에서 뼈 빠지게 3~4년을 일하며 알뜰살뜰 저축해도 모으기 힘든 액수. 그걸 그저 가만히 캡슐에 드러누워 게임이나 하는 정체도 모를 방구석 폐인한테 줘야 되나 하는 생각에 제규의 얼굴은 험악하게 변했다.
“정보 그거 확실한 것 맞아? 혹시라도 거짓 정보라면…….”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관련 내용이 허위라면 이에 대한 위약금을 지불하는 것으로 계약서를 쓰기로 하고 한번 직접 만나 볼 생각입니다.”
“현실에서?”
“예.”
“…….”
현실에서 직접 만나 볼 생각이라는 수행 비서의 말에 제규의 표정은 한층 누그러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엠 상단의 모체는 다름 아닌 한국의 재벌 기업인 지엠 그룹.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자신의 신상을 까발린 이상 감히 지엠 그룹에 같잖은 사기를 칠 생각을 할 리가 없었다.
“일단, 알겠어. 정보만 확실하다면 1억 정도는 지불할 의향까지는 있었으니까.”
제규는 아르카디아에서 정보가 가지는 가치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본인조차도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사전 계획을 입수한 것만으로도 천문학적인 이익을 얻을 뻔하지 않았던가? 물론 그 전쟁이 무산된 탓에 약소한 이익에 그쳤지만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건 그렇고…… 유저 닉네임이…… 초코파이조아라고 했지? 그 유저에 대해서는 좀 알아본 거 없어?”
초코파이조아.
이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최강의 몬스터가 되어 버린 슬라임을 자기 마음대로 지배하고, 드워프와 엘프 마을을 최초로 공개하고, 거기에 세계수와 관련된 알 수 없는 천사와 악마 사이의 전투까지. 그가 영상에서 보여 준 것들을 본 이들은 하나같이 동일한 생각을 했다.
‘저 사람만 우리 길드 손에 넣는다면…….’
‘관련 퀘스트의 일부만이라도 공유해서 같이 협력해서 깰 수 있다면…….’
‘잠깐만, 이렇게 관련 정보들 찾고 다닐 거면 차라리 저 유저만 영입하면……?’
초대박.
그야말로 황금알을 가득 배 속에 품고 있는 오리로 보이는 유저.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인터넷에 그와 관련된 정보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모두가 애타게 그를 찾아 헤매고 있는 상황. 제규 역시 그러한 사람들 중 하나였다.
“아, 그게…….”
“왜, 어려워?”
난처한 얼굴을 하며 말을 흐리는 수행 비서. 그는 한숨을 내쉬며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저희 소속사의 BJ 하나가 그 초코파이조아라는 유저와 밀접하게 접촉했었다고 합니다.”
“뭐……?”
그 말에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되묻는 제규. 그런 그에게 수행 비서는 허공에 손을 이리저리 휘젖더니 이내 제규의 눈앞에 하나의 창을 띄웠다.
“최근에 저희 쪽에서 영입한 ‘영희’라는 BJ와 ‘브루스’가 합동으로 영상 하나를 찍었는데, 거기에 우연히 초대된 게스트의 형태로 초코파이조아가 있었습니다.”
[다 모였으면 가자, 오크들 혼내 주러.]영희와 브루스를 따라다니며 가만히 슬라임들을 사냥하는 것을 지켜보다 파티를 탈퇴하고 오크 군락지로 슬라임들을 이끌고 가는 영상. 그것을 보며 제규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뭐? 이 영상이 우리 쪽 BJ들이랑 촬영하다가 만들어진 거였어? 그걸 왜 내가 지금까지 몰랐던 거지?”
자기 소속사의 인원들이 함께 동행하며 대화까지 했던 상황. 하지만 지금껏 관련 내용에 대한 보고가 없었기에 제규의 눈빛은 싸늘하게 변해 갔다.
“그, 그게…… 그 당시에는 계약을 하지 않았던 상황이라서 소속사 쪽에서도 상황 파악이랑 관련 내용에 대한 수습과 대처가 늦었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멍청하군, 최소한 저 유저가 하자는 대로 맞춰서 따라갔으면 지금까지 연락을 유지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일 텐데.”
영상에서 매정하게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결국 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들까지 싸그리 날아가는 것을 본 제규. 그는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원래부터 초코파이조아가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는 말을 고려하면 아마 힘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계속해서 추적해 보겠습니다.”
“찾게 되면 무조건 영입해. 얼마가 되든 상관하지 않을 테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반드시 우리 편으로 만들란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방을 떠나가는 수행 비서. 그가 떠나가고 난 이후에도 제규는 한참 동안 서류 뭉치를 읽으며 생각에 잠겼다.
“드워프들의 마을이라…….”
지엠 그룹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만든 지엠 상단.
비록 최근 전쟁을 사주했다는 폭로 영상 때문에 그룹 전체가 이미지에 뼈아픈 손실을 입으면서 제규의 아버지이자 회장, 최춘식이 단단히 화가 나 그 이상의 자금 지원은 없었지만, 그런데도 그의 상단은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상단 재무 현황.”
제규의 중얼거림에 눈앞에 나타나는 거대한 창. 그 안은 복잡한 수치와 그래프들로 가득했고, 수십 개가 넘는 페이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제규는 한참 동안 그 안의 내용들을 꼼꼼히 확인하다 마지막에 나와 있는 자산 총계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추정 자산 총계: 5,124,651골드
처음 시작할 땐 50만 골드로 시작했던 그의 상단. 비록 전쟁은 무산되었지만, 그 이후 마녀사냥이라는 희대의 학살극이 벌어지며 폭등한 곡물값 덕분에 막대한 이익을 얻어 기사회생한 제규. 그는 그 이후에도 재벌가의 일원이라는 혈통의 재능을 최대한도로 활용하며 꽤 안정적으로 상단을 운영해 나가고 있었다.
“드워프의 마을을 선점하고 그들과의 거래에서 독점적인 지위만 확보할 수 있다면…….”
최춘식 회장에게 제대로 미운털이 박혀 버린 제규. 하지만 그는 다짐했다. 반드시 아르카디아를 통해 다른 형제들이 달성하지 못할 엄청난 영업이익을 창출해 내서 보란 듯이 회장직을 건 경영 전쟁에 복귀하겠다고 말이다. 그것을 이루기 위한 계획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제규의 눈에는 섬칫할 정도로 독기가 가득 어려 있었다.
“반드시…… 반드시 드워프들은 내가 먼저 찾는다.”
하지만 제규는 몰랐다.
그의 수행 비서가 지시에 따라 착실히 한 유저한테서 1억을 지불해 정보를 사 오는 동안, 인터넷에 그가 그렇게 절실히도 원하는 엘프와 드워프들의 마을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친절하게 아르카디아 지도 위에 마킹까지 된 채로 뿌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