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117
117화 다시 사막으로 (2)
신혼부부인 애플과 레몬.
이 둘이 만든 소규모 상단인 파이 상단은 작은 규모만큼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
콰앙.
“키에에에에에엑!”
“저, 전갈이다!”
“제기랄, 또야?”
“빙결 마법 준비! 전속력으로 이곳을 벗어난다!”
탐험이나 모험 계열의 직업이 가진 위기 감지 스킬로 최대한 전갈들이 숨어 있는 곳을 피해서 우회해 가야 하는 거대한 사막. 하지만 관련 스킬의 랭크가 낮은지 미처 찾아내지 못한 전갈들을 맞닥뜨린 것만 해도 벌써 3번째였다.
“크, 큰일 났습니다. 빙결 마법을 사용할 마력 회복이 아직 안 됐답니다.”
“뭐……?”
그로 인해 마력을 회복할 새도 없이 계속해서 빙결 마법을 사용해야 했던 마법사. 이미 탈진 상태인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
“무, 무리! 이 이상 마법 쓰면 제가 죽어요.”
“제기랄……! 일단 당장 달려!”
“캬아아아아악!”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애플. 그의 지시에 십수 마리의 낙타들이 빠른 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했지만, 무거운 물건들을 잔뜩 실은 수레를 끌고 모래가 가득한 사막에서 전갈들을 추월하기에는 한없이 부족한 속도일 수밖에 없었다.
콰앙.
거대한 전갈의 집게발이 내리쳐지자 산산이 부서지는 수레. 그리고 단 한 번의 꼬리 짓에 날아간 이들은 순식간에 회색빛으로 물들어 갔다.
“제기랄……! 짐들을 가지고 도망치기에는 전갈들이 너무 빠릅니다!”
“캬아아아아아아!”
콰아앙. 콰앙.
마치 맛있는 먹잇감을 발견한 듯한 괴성을 지르며 연신 집게발을 휘두르고 파이 상단의 수레를 박살 내기 시작한 전갈들. 이에 몇 명이 달려들어 대항하려 했지만, 회색빛으로 물들어 쓰러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럴 수가…….”
속수무책으로 상단 전체가 박살이 나는 상황. 그것을 무력하게 바라보는 애플의 얼굴은 참담함과 후회로 물들었다.
“감히 노려 볼 만한 곳이 아니었다 이 말인가…….”
지금까지 5대 금역으로 지정되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지도 오래였던 대사막 슈림. 하지만 드워프들의 도시가 숨겨져 있다는 정보가 공개되고 난 뒤에 수많은 공략과 파훼법이 하나둘씩 풀리기 시작했고, 그에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이 상행을 결정한 것이 이 죽음의 사막을 너무 우습게 본 대가를 치르게 했다.
“키에에에에에엑!”
“위, 위험해, 애플!”
허망한 얼굴로 그의 상단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보던 애플. 그를 발견한 한 전갈이 괴성을 지르며 거대한 집게발을 내려치려는 그때. 갑자기 엄청난 냉기가 그의 주변을 휘감기 시작했다.
“급속 냉각.”
쩌저저저정.
순식간에 얼어붙어 버린 집게발. 머리 위에서 절묘한 타이밍에 꽁꽁 언 채 멈추어 선 집게발을 보며 그가 눈을 커다랗게 뜰 때, 한 인영이 빠르게 도약하며 중얼거렸다.
“잠식하는 혹한.”
“캬아아아아아아악!”
그저 외골격에 살짝 손만 댔을 뿐인데 그 부분부터 맹렬한 속도로 차갑게 얼어붙기 시작한 전갈. 엄청난 고통을 느끼는지 소름 끼치는 괴성을 지르던 전갈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몸 전체에 새하얗게 서리가 낀 상태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쯧……. 이거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조잡한 거 아니에요?”
지금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툴툴대는 재영. 그의 말에 애플은 경악한 듯,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중얼거렸다.
“다, 당신은……?”
조금은 앳돼 보이는 청년. 카이저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그가 처음 만났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얼음 조각상이 되어 버린 전갈을 너무나도 손쉽게 부숴 버리고 있었다.
“일단 상황이 급박해 보이니 도와드리기는 하는데, 나중에 이용료는 따로 청구할 거예요.”
검은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 버린 재영. 몸 주변에서 마치 한파라도 몰아치듯 눈꽃 서리와 차가운 폭풍이 맹렬하게 맴돌고 있었다.
“키아아아아아아!”
“크에에에에에!”
자신의 동료가 죽은 것에 대해 분노하는지 낙타를 씹어 먹으며 살육을 자행하던 전갈들. 놈들은 괴성을 지르며 재영을 포위해 험악하게 집게발을 여닫고 있었다.
“레벨만 무식하게 높고 생각보다 지능은 별로 없어 보이네. 꽁지 빠지게 도망쳐도 모자랄 상황에 이 와중에 다구리 칠 생각이나 하고.”
한 마리마다 레벨 160에 달하는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몬스터, 거대 사막 전갈. 지금 아르카디아의 어떤 유저도 홀로 놈들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였기에 싸움은커녕 도주에 급급했지만, 애플의 눈앞에 서 있는 그는 달랐다.
“프로스트 스피어.”
쩌저저저정.
스킬의 시동어와 함께 재영의 손에서 급격하게 얼어붙으며 모습을 드러내는 하나의 거대한 창. 그것을 두 손에 쥐며 그는 즐겁다는 듯이 미소 지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어디 한번 해보지 뭐.”
그렇게 시작된 4마리의 사막 전갈과 재영의 전투. 그것을 직접 목격하고 살아남은 이들로부터 시작된 하나의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가 슈림 인근 주점에서 나돌기 시작했다.
사막을 활보하는, 위기에 빠진 상인들을 구원한다는 혹한의 전사.
잭 프로스트(Jack Frost)의 설화가 말이다.
* * *
[강신 스킬이 종료되었습니다.] [지속 시간과 플레이어의 행위에 대한 정산을 시작합니다.] [개연성 28,352가 소모되었습니다.]사막 전갈 5마리를 해치우고 소진한 개연성치고는 무지막지한 양. 하지만 재영의 째려보는 눈초리에도 탄은 뻔뻔하리만큼 당당하게 말했다.
“뭐! 왜! 네가 소환한 녀석이 그렇게 만만한 녀석인 줄 알아? 안 그래도 절대영도, 아이스버그의 절대 강자 중 하나였다고. 이 전갈 놈들을 가지고 놀 정도면 절대 바가지가 아니다?”
혹한의 마녀, 인챈트리스. 160대의 전갈들을 5마리나 홀로 처치한 것을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비싼 감이 없지 않았다.
“너, 지금 데스브링어 부서졌다고 그러는 거지? 그거 복구하려고 일부러 개연성 바가지 씌워서 뜯어내는 거 아냐?”
재영과 비슷한 생각을 한 것인지 수상하다는 눈초리로 탄을 바라보며 묻는 엘. 그런 그녀의 말에 탄은 그 어느 때보다도 격렬하게 반응했다.
“닥쳐! 이 빌어먹을 치킨 새끼야. 안 그래도 열받는데 자꾸 그 이야기 할래?”
“흐음……. 아직도 복구를 포기 안 했나 보네? 아예 가루로 만들어 버릴 걸 그랬나?”
“뭐, 이 새끼야? 너 방금 뭐라고 그랬냐?”
정곡을 찔렸는지 또다시 급발진하며 엘에게 달려드는 탄. 그런 그의 저돌적인 돌격에 엘 역시 맞상대하며 주먹을 휘두르자, 시작된 난투극. 그것을 지켜보는 재영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것도 영상으로 찍어서 올리면 조회 수 장난 아니겠지……?’
천사와 악마의 맞짱 대결.
그것도 아기 천사나 임프 같은 하급한 수준이 아닌, 격 자체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초월적인 수준인 마왕과 대천사의 맞짱. 하지만 이 둘의 싸움은 그야말로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유치한 수준이었다.
“악! 물지 마, 이 닭날개야!”
“너야말로 눈 찌르기 같은 반칙 쓰지 말라고!”
“목숨을 건 생사결에 반칙 따위가 어딨어!”
“하여간 이 빌어 처먹을 박쥐 새끼가.”
한 번 시작하면 한참 동안을 벌이는 난투극. 이것을 잠자코 지켜보는 재미 역시 탁월했지만, 재영은 놀란 눈으로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애플 때문에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카이저…… 님이라고 하셨죠? 정말 감사합니다. 카이저 님이 아니었으면 상단 전체가 전멸할 뻔했네요.”
“정말 고마워요…….”
창백하게 질린 애플과 레몬. 이들 주변에서 여러 직원이 피해를 수습하고 있었지만, 거의 절반 이상의 수레와 그 안에 실려 있던 물품들이 파괴되고 많은 이가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기에 딱 보기에도 엄청난 손해를 입은 것은 확실해 보였다.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긴 하지만…… 이 상단, 구색은 맞추긴 했지만 생각한 것보다 역량이 너무 부족하네요.”
전갈들의 위협을 감지하고 우회로를 파악해야 하는 탐험가도, 맞닥뜨린 전갈들의 이동을 방해할 빙결 전문 마법사도, 거기에 잠깐이라도 시간을 벌어 주고 어그로를 끌어 줄 전사들조차도 수준 이하였다.
“아…… 그게, 저희가 소규모 상단이다 보니 모두 NPC로 대체할 수밖에 없어서……. 그 점에 대해서는 저희가 무어라 할 말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지엠 상단과 같이 대기업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곳과는 다르게 개인의 자금으로 소규모로 운영되는 파이 상단. 그렇기에 인건비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소속 상단의 직원들은 대부분 관련 스킬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랭크와 레벨이 낮은 수준 미달의 값싼 NPC들로 채워질 수밖에 없었다.
“사업 규모를 키우려면 성장성이 높은 유저들을 고용해야 하는 걸 저희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자본금이 부족해서 기본적인 최저임금의 월급 수준으로 지급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어 이번 상행으로 최대한 이익을 보려 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힘들 것 같네요.”
절망한 눈으로 사막에 널브러진 맥주 통들과 드워프들이 좋아할 만한 훈제 고기와 여러 식자재들, 모래에 잔뜩 절어 못 쓰게 된 물건들을 보며 연신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한 직원이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남은 물건과 인력들을 수습했습니다. 손실률 54%. 46%의 물품들은 다행히 정상입니다.”
그래도 완전히 상단이 절멸한 것이 아니라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상황. 지금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애플과 레몬은 다시 마음을 다잡으며 말했다.
“저희 상단에 대한 신뢰는 이미 잃으신 것 같지만…… 그래도 저희와 함께 가시겠어요? 어차피 거의 다 와 가는 이상 여기서 되돌아가는 것은 무리일 테니. 그 대신 방금 도와주신 것에 대해서는 이번 교역이 끝나는 대로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액수로 저희가 보답해 드리겠습니다.”
이미 드워프 마을을 가 본 경험이 있는 재영. 그는 세 시간도 채 안 돼서 샌드 오브 포지에 당도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애플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죠.”
“감사합니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상행길. 방금 전 전갈의 공격에 하나 있던 탐험가까지 죽어 버린 상황이라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조심히 사막을 횡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서 저 멀리에서 보이는 여러 마리의 낙타 무리. 그것을 보며 사람들은 반색한 얼굴로 소리쳤다.
“저, 저기 봐! 지엠 상단이다!”
“도착했어! 저기 봐! 출입구야!”
이미 앞서 도착한 채 샌드 오브 포지의 입성을 기다리고 있는 지엠 상단. 그들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가던 애플 상단의 모두가 기쁨에 찬 얼굴로 소리쳤다.
“살았다!”
“휴…… 혹시나 전갈들 또 만나면 어쩌나 싶었는데……. 정말 다행이야!”
부상자들과 반파된 수레들을 이끄는 거지꼴이 된 애플 상단. 하지만 그래도 무사히 목적지까지 당도했다는 것에 안도하며 지엠 상단의 뒤에 다가갔다.
“여기서 잠깐 대기합시다. 앞의 상단이 통과하면 아마 저희 쪽으로 드워프가 와서 면밀히 물건들을 확인하고 통과 여부를 결정해 줄 거예요.”
애플의 말에 바쁘게 자리를 잡고 텐트를 설치하기 시작한 상단원들. 하지만 먼저 텐트를 설치하고 여유로운 자태로 쉬고 있던 지엠 상단의 여기저기에서 그들을 지켜보며 날리는 비웃음 섞인 조롱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야…… 저런 수준 낮은 상단도 드워프들과 거래 트겠다고 달려드네.”
“크크크. 몰골 보니 전갈들한테 된통 당한 모양인데?”
“와, 저기 보여? 직원들 죄다 NPC 쓰는 것 같은데? 하여간 싸구려만 골라 쓰는 수준 봐라.”
“역시 게임 속에서도 수준 차이가 보인다니까. 어휴, 격 떨어져.”
지엠 상단에서 월급을 받으며 상행을 도와주는 소속 유저들. 레벨과 스킬들이 뛰어난 유저들이었기에 그들이 느끼는 자부심과 자존심은 생각보다 너무 높았다.
“퍄…… 저기 유저들도 몇 명 있는데?”
“저런 상단에 껴서 개고생 많이 했겠네. 우리 상단 이용하면 그냥 꿀 빠는 거였는데.”
“크크크…… 저런 상단 이용하는 것 보니 딱 봐도 1골드도 아까운 거지들일 텐데 뭐. 싼 맛에 이용하다 된통 당하는 거지.”
“그건 그렇지. 저렇게 쫌생이로 사니까 게임에서도 구질구질하게 노는 거 아니겠어?”
하하호호 웃으며 조롱 섞인 이야기를 하는 지엠 상단 소속의 유저들. 하지만 그들은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자신들의 주변에서 파닥파닥 박쥐 날개와 닭 날개를 퍼덕이며 잠자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천사와 악마가 있다는 것을.
“……라고 하던데, 주인?”
“얼굴에 온갖 심술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 무지한 어린 양이에요. 따끔하게 충고하세요.”
하지만 탄과 엘의 고자질(?)에도 불구하고 재영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잠자코 앉아서 여유롭게 쉬고 있을 뿐이었다.
“주인, 어쩔 생각이야? 이걸 그냥 놔두게? 강신해서 다 안 죽여?”
어떻게든 분란을 만들고 싶어 하는 듯한 탄. 이걸로 개연성을 뜯어낼 생각이 가득해 보였지만, 재영은 그런 탄의 물음에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기다려 봐. 생각 좀 해 보고.”
자리에 앉아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상단을 살피는 애플과 레몬 이 둘과 지엠 상단을 연신 훑어보는 재영의 머릿속은 분주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지엠 상단의 입에 거대하고 우람한 엿을 먹일 수 있을까? 하는 방법에 대한 고찰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