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대기업의 횡포 (2)
대사막 슈림.
숨 막히는 열기가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막을 달구는 메말라 버린 죽음의 대지. 모래 밑에서 여행자를 기다리는 거대한 전갈들에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절대 발을 들여서는 안 되는 금지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골드에 눈이 먼 개척자들의 골든 로드(Golden Road)가 되어 버린 사막. 수많은 탐험가와 상인들에 의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이가 발을 들이고 있었다.
“와…… 드워프 장비가 그 정도로 인기가 있어요?”
상인들 사이에서는 온통 드워프제 물건들을 구하려는 발주서가 쏟아진다는 애플의 이야기. 웃돈까지 얹어서라도 물건을 구하려는 이들이 가득하다는 말에 재균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우와……. 그러면 진짜 돈 많이 버셨겠네요! 요즘 안 그래도 뉴스에서도 이야기 많이 나오는 것 같던데.”
부부가 같은 상인으로 꾸려 나가고 있는 상단. 상인이라는 직업으로 플레이 하는 유저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니었기에 대충 짐작 가는 대로 던진 이야기였지만, 재균의 말에 둘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해요. 이번에 가져가는 물건도 잘해야 본전에서 조금 남길까 말까예요.”
“어? 그래요? 왜요?”
언론에서는 한 번의 교역으로 수십억 원에 달하는 골드를 벌어들인다고 대서특필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눈치인 애플과 레몬. 둘은 의아해하며 물어 오는 재균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말 못 할 소규모 상단의 어려움을 한탄하기 시작했다.
“일단 여기가 규모의 경제라서 그래요. 언론이나 뉴스에서 이야기하는 건 사실…… 특정 상단 하나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거나 다름없어요.”
“특정 상단이라면…… 설마……?”
“맞아요. 지엠 상단이요.”
대기업의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순식간에 유저가 만든 상단 중에서는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며 1위로 올라선 상단. 물론 아르카디아 내에 존재하던 전통적인 거대 상단 수준은 아니었지만,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애플과 레몬은 그들에 대해서 그렇게 호의적인 눈치는 아니었다.
“정말…… 대기업도 쪼잔하고 악질적일 때가 있다고 듣기는 했지만, 정말 장난 아니에요.”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한 달. 샌드 오브 포지가 유저들에게 공개되고 활발한 교류가 시작된 그 짧은 시간 동안, 지엠 상단은 압도적인 규모로 자신들만의 규칙을 세워 시장을 장악해 버렸다.
“일단…… 공채라고 해서 수준급의 탐험가와 빙결 전문 마법사들을 모조리 영입해 갔죠.”
“아, 그건 알아요.”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라 저희 상단에서 일하기로 했던 사람까지 빼 갔어요. 뭐 저희가 주기로 한 금액의 2배를 주기로 했다고 하던데…… 비슷하게 당한 상단이 꽤 되더라고요.”
전형적인 인재 빼내기. 힘들게 고용한 탐험가와 마법사들을 교묘하게 꼬드겨 데려가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필수 인력을 잃어버린 이들.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교역으로 얻는 수입도 중요하지만, 상단에 끼어서 가는 유저들 있죠? 그 상단 버스로 판매하는 티켓 수입도 진짜 만만치 않은데, 대놓고 호객하면서 손님도 다 뺏어 가 버리거든요.”
탐험가나 마법사 유저를 고용하거나 그도 안 되면 거금을 주고 NPC들을 고용해야 하는데, 그 비용을 충당하려면 필수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상단 버스. 하지만 애플 상단을 비롯한 여러 중소 상단들은 버스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없어 매번 파리만 날리는 상황. 그 이야기를 듣고 재균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어? 저희도 그거 당했는데.”
“……그러셨나요?”
“네. 중소 상단 몰려 있는 곳에 가려니까 거기 가지 말라고 막아서던데, 어쩐지 그게 일부러 그런 거였구나…….”
이제야 모든 게 이해가 된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재균. 그런 그의 증언에 애플은 어두운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대놓고 그런 방해 공작을 하는데, 저희는 아무 소리도 못 해요.”
“왜요?”
“이 세상에서의 지엠 상단도 거대하지만…… 밖에 존재하는 지엠 그룹은 더욱 거대하니까요.”
가상과 현실에 둘 다 존재하는 지엠 그룹. 대기업의 영업에 방해되는 짓을 했다가 알게 모르게 당하게 될 보복 조치들을 생각하면…… 괜히 밉보여서는 좋을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기에 바짝 엎드려 숨죽이는 파이 상단. 그런 그들의 씁쓸한 상황에 재균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흐음……. 역시 인간의 사악함은 배울 게 많다니까. 독창적인 방식으로 다른 경쟁자들을 짓밟는군.”
마음에 든다는 듯 무언가를 또 검은빛 두루마리에 휘갈기고 있는 탄. 그런 그를 바라보던 엘은 진심으로 혐오스럽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뭘 또 그런 걸 적고 있어, 이 근본부터 글러 먹은 박쥐 새끼야.”
“아, 시끄러워. 이런 것들은 밑의 악마들한테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고. 이러다가 인간들한테 밀릴 것 같단 말이야.”
강력한 경쟁자가 생겼다는 것에 위기의식을 느끼는지 매번 배워야 할 것들을 받아 적어 가는 탄. 그런 그를 한심하게 바라보던 엘이 툴툴거리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상단주님! 저기 뒤에서 뭔가 달려옵니다.”
“뭐……? 어디……?”
용병으로 파이 상단에 고용된 탐험가 NPC. 그가 가리킨 뒤편에는 모래 먼지를 휘날리며 빠르게 달려오는 무언가가 있었다.
“뭐지……? 상단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 육안으로도 보이기 시작한 무리. 정확히 파악은 안 되지만, 수십 명의 사람이 낙타를 타고 달려오는 모습에 애플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에게 재영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왜 그러세요? 무슨 문제 있어요?”
“아니…… 여기 사막에서는 전갈들 때문에 저렇게 급하게 달리면 절대 안 되거든요.”
모래사막 곳곳에 잠복 중인 전갈들.
놈들이 가장 민감하게 감지하는 것은 바로 진동이기에 빠르게 달리는 행위는 전갈들을 대상으로 광역 도발을 시전하는 거나 다름없는 짓이었다. 그렇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적으로 금기시되는 행동. 사막을 건너는 이라면 누구든 알고 있을 상식을 반하는 짓을 하는 정체불명의 무리를 보며 애플과 레몬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들의 불안한 짐작은 얼마 가지 않아 확신으로 뒤바뀌었다.
“이거…… 어째 저희 쪽으로 오는 것 같은데요?”
정확히 파이 상단이 있는 방향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이들. 누가 누구인지 눈으로 분간할 수 있을 정도로 지척에 다다르자 재영은 눈치챌 수 있었다. 지금 따라붙은 이들은 짐수레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누구세요……? 무슨 일이시죠……?”
다른 상단과는 일정 거리를 두고 따로 이동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존재하는 사막. 하지만 그런 규칙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따라와 파이 상단 주위를 위협적으로 맴도는 이들. 그리고 그때, 재균이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고는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 저 사람은 그때 그……?!”
재영과 재균에게 지엠 상단을 이용하라고 꼬드기던 지엠 상단의 직원. 그가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서 있었고, 다른 이들은 적대적인 기운을 풍기며 손에 무기를 든 채 천천히 파이 상단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저기, 애플 님? 여기 사막에 도적단도 있었나요?”
무언가 짐작이 가는 게 있어서 물어보는 재영. 하지만 그런 그의 질문에 애플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까지 그런 경우는 들어 본 적 없어요.”
하지만 명백히 약탈의 의지를 보이며 다가오는 이들. 파이 상단에 고용된 용병들도 저들에게 대항하려고 했지만, 비교적 저렴한 NPC를 고용한 탓에 딱 보기에도 승산은 없어 보였다.
“이게 도대체 무슨…….”
처음 겪어 보는 돌발 상황에 적잖이 당황한 듯한 기색의 애플과 레몬. 이 둘에게 재영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충 상황을 알려 주었다.
“지엠 상단이 벌인 짓이네요.”
“예?”
“뭐라고요?”
“저기 저 사람, 저희한테 지엠 상단 이용하라고 호객하던 사람이에요.”
“그게 정말이에요……?”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려는 건지 유저들이 운영하는 중소 상단을 상대로 온갖 견제와 방해 공작을 벌이는 지엠 상단.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압박을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적나라하게 공격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애플은 울분에 찬 목소리로 그들에게 소리쳤다.
“야, 이 빌어먹을 새끼들아. 지엠이 대기업이면 다냐? 이런 식으로 짓밟으면 우리라고 가만히 있을 줄 알아? 털끝 하나만이라도 건들기만 해 봐! 인터넷에 죄다 뿌려 버릴 거야.”
흉흉한 기세로 천천히 다가오는 유저들. 수적으로나 전력으로나 완전히 열세였기에 악에 차 내뱉은 협박. 하지만 그 말에 지엠 상단의 직원은 비웃음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
“하, 지엠 상단? 우리는 그냥 도적 떼일 뿐인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헛소리하지 마! 그런 식으로 잡아뗀다고 우리가 모를 줄 알아? 너희가 아니면 누가…….”
“그거 위험한 발언 아닌가? 확실한 물증도 없이 지엠 같은 대기업을 언급하다 고소당하면 그땐 진짜 곤란해질 것 같은데 말이지.”
히죽거리며 비웃는 그의 말에 애플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엠 상단을 건드린다면 현실에서 일반인에 불과한 그가 대한민국의 한 축을 담당하는 대기업과 싸움을 벌여야 할 테고, 그건 너무나도 외롭고 비참하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누구도 도와주지 않으며, 그저 끝없이 벌어지는 싸움에 시간과 돈을 허비하며 고통받는 오랜 세월을 버텨야 한다. 그렇기에 애플과 레몬은 그의 조롱 섞인 말에 허망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그냥 도적단일 뿐이야. 지엠 상단이 여기서 왜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너희 같은 만만한 상단들 털어먹으려고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고.”
히죽 웃으며 상단이 하잘것없다고 비웃는 지엠 직원. 그는 재영과 재균을 바라보고는 역시 조롱 섞인 말을 건넸다.
“이런 조잡한 상단을 이용하는 호구들도 있었네? 미안하게 됐지만, 똥 밟았다고 생각해. 그러게 비싸도 안전한 곳을 찾아가야지.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몰라?”
“주인, 죽이자!”
“위기에 빠진 약자를 구하고 정의를 이 땅에 실현할 순간이군요.”
자신이 지금 누굴 건드리는지도 모른 채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만족해하는 그. 수적으로나 무력으로나 이들을 확연히 압도하기에 그에게는 그 어떤 걱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저기요, 애플 님.”
“네……?”
“저번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서비스가 개판이네요.”
“…….”
재영의 말에 할 말이 없는지 어두운 표정으로 입술을 질끈 깨무는 애플. 당장 전멸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그의 얼굴에는 절망감이 어렸다.
“이참에 투자 좀 받아 보실래요? 전면적으로 개편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네……? 투자요? 그게 무슨…….”
갑자기 투자 이야기를 꺼내자 의아한 눈빛으로 물어 오는 애플. 그런 그를 바라보며 재영은 가면을 벗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강신. 고독한 성전사, 베르하이머.”
우우웅.
콰앙.
“뭐, 뭐야?”
“이게 무슨……?”
갑자기 등장한 거대한 망치. 그리고 그 망치에서 불타오르는 성화를 보며 그들이 당황한 기색으로 소리칠 때. 재영은 경악한 얼굴의 애플과 레몬을 보며 말했다.
“지엠 상단이 갑질 하는 게 엿 같다고 그러셨죠? 그럼 제가 직접 투자할 테니 어디 한번 제대로 키워 보실래요? 아르카디아 사상 최대 규모의 상단으로 말이에요.”
“그, 그게 무슨…….”
“저, 덱스의 이름으로 말이죠.”
가면을 벗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재영. 그의 머리 위에 당당하게 드러난 닉네임을 본 이들은 경악했다.
[고독한 성전사, 덱스]“데, 덱스?”
“저거 설마 그 죽창대전의……?”
모두가 갑작스러운 변화에 경악하고 있는 그 순간. 재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망치 나가신다, 이 새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