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채널 관리는 힘들어! (2)
아르팬디아의 뜨거운 감자로 온갖 이슈를 일으키는 파괴자의 일상물.
이 채널에 해명하라며 드러눕고 댓글 창을 더럽히는 덱팬무는, 온갖 수많은 게임에서 덱스를 따라붙으며 한없이 그를 추앙하는, 나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근본이 있는 길드였다.
-덱스랑 같이 게임 한 번 하면 소원이 없겠다.
-ㅋㅋㅋㅋㅋ. 꿈도 크다. 나는 덱스한테 한 번 뒤지기만 해도 만족함.
-나는 덱스 머리 한 번만 핥아 보고 싶다 >.<
매일같이 덱스에 대한 이상하고 왜곡된 자신들의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인터넷에 이상한 글을 싸지르는 이들. 그렇게 게시판에서 놀다가 게임 속에 덱스가 나타나면 한달음에 달려가 이러한 뒤틀린 애정을 숨기지 않고 표현해 온 이들에게 해 온 덱스의 대응은 언제나 똑같았다.
[덱스 님이 로그아웃하셨습니다.]-아아앗……. 오늘도 역시…….
-하아하아……. 이것이 바로 방치 플레이!
-이 정도면 업계 포상이지!!
로그아웃.
접속을 종료하거나 다른 채널로 이동하거나. 그도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숨어 버리며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덱스. 그렇기에 그들은 온갖 귓속말과 채팅으로도 온갖 구애(?)를 보냈지만, 그에게서 돌아오는 답변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바로 오늘, 수년이 넘는 시간 동안 침묵하며 무시를 일삼던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앞으로 처신 잘하라고. 자꾸 꼴받게 하면 내가 그냥 아예 게임 접어 버리는 수가 있으니까.]게임을 접어 버리기 전에 적당히 드러누우라는 그의 협박. 덱팬무의 입장에서는 가장 무섭고도 악몽 같은 상황이었기에 그들은 그의 말에 일어섰다. 그리고 영상 마지막에 혐오와 경멸이 가득한 눈빛으로 덱팬무에게 전한 마지막 말은 핵폭탄과 같은 파급력으로 번져 나갔다.
[그리고 내 팬티는 검은색이다, 이 빌어먹을 변태 새끼들아. 됐냐?]-검!!!!!은!!!!!색!!!!!!
-드디어……. 드디어!!!! 덱스의 팬티색을 알았다아아아!!!!!
-블랙……. 역시 고급스러운 색으로 입으시는구나 ♡
-저도 오늘부터 블랙 컨셉으로 입겠습니다.
-오늘부터 저희 길드 이름 바꿀까요? 덱팬검으로?
-오오오! 그거 동의! 좋은 생각인 듯.
-??? 저기요. 님들 컨셉이에요? 진심이에요?
-저기 위에 댓글들 뭐임? 존나 무서운데……?
덱스에 대해 잘 모르는 정상인들과 이상성욕의 변태들인 덱팬무가 양립하며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가 되어 버린 댓글 창. 그것을 하나하나 읽고 있던 재영은 피곤함이 가득한 얼굴로 한숨을 크게 내쉬며 말했다.
“하아……. 괜히 말해 줬나? 이제는 더 이상한 걸로 드러누웠네, 저 망할 변태들이.”
이제는 ‘덱스의 팬티는 무슨 색?’에서 ‘덱스의 팬티는 검은색!’으로 길드 이름을 바꾸겠다며 심도 있는 토론을 자기들끼리 벌이고 있는 이상성욕자들. 왜 하필이면 자신의 채널에서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일반인이 보면 눈살이 절로 찌푸려질 정도로 음험하고 소름 끼치는 놈들이었다.
“일단…… 그래도 이 정도면 얼마 지나지 않아 수그러들 거예요. 저렇게 꼬우면 접어 버리겠다고 한 상황에서는 저 녀석들도 어떻게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거든요.”
아이플러스 인근에 있는 작은 카페. 일부러 사람의 왕래가 적은 이곳까지 찾아와 조서욱 대표를 대면한 재영은 이제 다 해결했다는 듯 뭔가 후련한 얼굴로 커피를 홀짝였다. 그리고 조서욱 대표는 그런 재영의 말에 형용할 수 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 그런가요?”
덱팬무 일당을 직접 겪어 본 것이 처음인 조서욱 대표.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이제는 더 이상한 의미(?)로 폭발적으로 불타고 있는 댓글 창을 보고 있자면 차라리 이전 댓글로 도배되고 있던 상황이 더 나았지 않을까 싶었다.
“네. 만약 일주일이 더 지나도 변함이 없으면…… 그땐 진짜 확 접어 버리죠.”
“네……. 예……?”
게임을 접겠단 말에 화들짝 놀라는 조서욱 대표. 그런 그의 반응에 재영은 씨익 웃어 보이며 태연하게 말했다.
“농담이에요, 농담. 왜 그렇게 격렬하게 반응하세요?”
“그, 그렇죠? 어휴. 진짜 깜짝 놀랐잖아요.”
초코파이조아…… 아니, 덱스. 그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했기에 아직 이렇다 할 만한 소속 BJ가 아무도 없는 (주)아이플러스나 조서욱 대표에게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놓치면 안 되는 파트너. 그렇기에 그는 한참이나 어려 보이는 그에게 숙이며 정중하게 이번 일에 대해서 사과했다.
“뭐가 되었든 일단 먼저 아이플러스 대표로서 이번 일을 원활하게 처리하지 못해서 사과드립니다. 저나 저희 직원이나 이런 일은 처음 겪어 보는 일이라 당황했고, 또 원만하게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먼저 사과를 하는 조서욱 대표. 그런 그의 진심 어린 사과에 무표정한 얼굴로 지그시 눈을 바라보던 재영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사과, 받아들이도록 하죠. 솔직히 이번 일의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나 불만도 많았지만, 그렇다고 계약을 해지할 정도의 귀책사유는 아닌 것 같고, 또 귀찮게 다른 소속사 찾고 그러고 싶지는 않아서요.”
“…….”
“그리고 제 개인 신상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비밀로, 직원들 입단속까지 완벽하게 하는 것 같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거든요. 솔직히 말해서 언론사든 게임사든 어디에서 전화 한번 올 거 각오하고 계약했었는데…… 아직 그런 일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직원들도 믿을 만한 사람들인 것 같아요. 대표님이 인복은 많으신가 보네요.”
“가, 감사합니다.”
직설적인 비난과 칭찬이 오가는 재영의 진솔한 평가. 그 말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나 헷갈리는 얼굴의 조서욱 대표를 보며 재영은 자신이 구상한 바를 밝혔다.
“일전에도 이야기했듯이…… 앞으로도 제가 덱스라는 사실은 직원들에게도 알리지 않으셨으면 해요. 그냥 덱스랑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정도로 일러 두고, 또 저를 통해서 여러 영상을 받고 올려 주는 거로 이야기가 됐다……. 이 정도로 둘러대 주세요.”
게임 내에서 초코파이조아로만 활동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재영. 그렇기에 그는 초코파이조아라는 위장을 통해서 덱스의 활약도 함께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조서욱 대표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 그렇게 해야 합니까? 그럴 거면 차라리 위장 채널을 하나 더 만드시는 게…….”
머릿속의 계산기가 맹렬하게 돌아가는 조서욱 대표. 재영이 덱스라는 사실을 알고 난 이후, 그는 덱스의 영상을 올리는 채널 하나를 더 만들고 싶었다.
‘초코파이조아도 좋지만, 만약 덱스의 영상을 올리는 채널이 생긴다면……?’
수많은 게임에서 전설이라고 찬양받는 경이적인 위업을 남긴 덱스.
그가 가진 명성을 생각한다면 지금까지의 기록을 모조리 갈아 치울 전무후무한, 괴물 같은, 어마어마한 구독자와 조회 수를 자랑하는 채널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조서욱 대표는 묘하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
하지만 조서욱 대표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끄러미 그를 쳐다보는 재영. 그런 그의 눈빛에 긴장한 눈으로 침을 꿀꺽 삼키며 조서욱 대표는 말을 이었다.
“지금 채널에 덱스의 영상을 같이 올리면 부작용이 많습니다. 먼저 지금 벌어지는 상황과 같이 초코파이조아를 좋아해서 찾아오는 일반인들과 덱스 팬티 색깔에 집착하는 변태들이 한데 뒤섞여서 불필요한 분란과 갈등이 조장된다는 점이 있습니다.”
“그건 그렇긴 하죠.”
그 사실은 부정하지 않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재영. 그런 그의 반응에 조서욱 대표는 눈을 빛내며 신나게 떠들었다.
“게다가 채널의 차별화가 가능합니다. 매니지먼트의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지금 초코파이조아로 올리는 영상들은 자극적이고 또 신선하고 차별화된 영상이기에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솔직히 오랜 시간 동안 끌어가기에는 힘든 주제들입니다. 악평도 많고요.”
채굴 노예 양성 영상, 지엠 그룹 폭로 영상, 거기에 슬라임 종족 전쟁과 세계수를 둘러싼 천사와 악마의 전쟁까지. 그 모든 것이 특별하고 또 독특했지만, 다양한 영상을 주기적으로 올려 시청자들에게서 광고료를 최대한도로 끌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초코파이조아의 채널이 엄청난 조회 수와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광고 수익은 종합 채널 순위에서 100위 밖으로 벗어나 있는 것이 바로 그러한 점 때문입니다. 마지막 영상을 올린 지도 이제 거의 3주가 넘어가지 않습니까?”
통상 일주일에 2개, 많으면 3~4개까지 올리는 업로드 빈도. 그것을 고려하면 덱스의 영상은 전혀 다른 주제로 접근하는 새로운 채널을 만들어 올리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었다.
“덱스의 위명을 생각하면 그냥 마을만 돌아다니거나 사냥만 해도, 퀘스트나 던전 하나 공략만 해도 엄청난 조회 수로 광고료를 끌어올 겁니다. 차라리 제대로 기획해서 하는 게…….”
“저기, 죄송하지만 대표님.”
“네.”
조서욱 대표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있던 재영은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어떤 생각인지는 잘 알겠지만, 가장 큰 문제가 있어요.”
“어떤 문제를 말씀하시는 건지……?”
“일단, 덱스의 채널을 직접 운영하는 건 엄청난 어그로가 끌려요.”
“덱팬무 말씀인가요? 그건 저도 압니다만…….”
“아니, 거기 말고요.”
“거기 말고요……? 아!”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깨달은 조서욱 대표. 그런 그에게 재영이 말했다.
“지엠 상단을 제가 덱스로 제대로 엿 먹였죠? 지금 안 그래도 지엠 그룹 전체가 그 문제로 온갖 곤욕을 치르며 부들부들 떨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제가 아이플러스와 계약한 사실이 퍼진다. 그럼 과연 어떻게 될까요?”
“…….”
지엠 상단에게 아이플러스가 뻗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감히 어쩌지 못할 대한민국의 재벌 그룹, 지엠. 그들의 눈 밖에 나는 것을 넘어, 제대로 엿을 먹인 장본인과 한패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은 사실 조서욱 대표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려서 제가 대표님은 믿어도 대표님 밑의 직원들은 솔직히 안 믿거든요.”
“개인 정보 말씀인가요? 그거라면 제가 장담할 수…….”
“초코파이조아에 대한 신상 정보에 대해서 입을 다무는 것과 덱스의 신상 정보에 대해 입을 다무는 것은 정말 큰 차이가 있어요. 굳이 비교하자면 천지 차이죠.”
“그게 무슨……?”
이해할 수 없는 재영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조서욱 대표. 그런 그에게 재영은 씁쓸한 표정으로 비어 버린 커피잔을 흔들며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제 말 믿으세요. 이번에 직접 경험하신 덱팬무라는 존재들은…… 정말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그런 존재들이거든요.”
실제로 그랬다.
재영의 학창 시절.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다가 우연히 나오게 된 덱스의 이야기.
그리고 정말 변태적인 얼굴로 중얼거리는 절친한 친구의 한마디.
[하아……. 덱스 얼굴 한번 핥아 보고 싶다…….]그때부터였다. 재영이 게임 속이든 현실이든 그 누구에게도 자신이 덱스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게 말이다.
“일단 알겠습니다……. 그럼 말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메일로 업로드할 새로운 영상 보냈습니다. 한번 검토해 보시죠. 덱스로 플레이 한 영상이고, 편집만 해 두세요. 업로드 기일은 제가 정할게요.”
“네. 확인해 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재영과 헤어진 조서욱 대표.
재영이 마지막에 보여 준 씁쓸한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서린 그는 도대체 왜 저렇게 개인 정보에 예민할까 하는 생각에 잠기며 무심코 사무실에 들어섰다.
“어? 사장님 오셨어요?”
그가 왔다는 사실에 무언가를 하다가 다급하게 숨기려는 한 직원. 너무나도 이질적인 반응에 조서욱 대표는 의아한 눈초리로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뭐야, 그게?”
“아, 그, 그게…… 이번에 부른 물건이 하나 있는데 주소를 잘못 설정해서 회사로 와서요.”
마치 누가 볼까 두려운지 다급하게 숨기려는 직원. 그런 그의 수상한 행동에 조서욱 대표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뭔데. 보여 줘.”
“이거 진짜 별거 아니…….”
“회사 자료라도 빼돌리는 거야?”
“에이! 사장님! 제가 왜 그러겠어요.”
“그런 거 아니면 보여 줘. 아무 말도 안 할 테니까.”
진짜 진지한 얼굴로 보여 달라는 조서욱 대표의 말에 직원은 굳은 얼굴로 천천히 자신이 숨기려 했던 것을 그에게 보여 주었다.
“…….”
그리고 그것을 본 조서욱 대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그리고 한참 동안 사무실 안에는 어색한 침묵만이 맴돌았다.
직원이 그렇게 사력을 다해서 숨기려고 했던 물건.
그것은 바로.
검은색의 남성용 팬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