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Act. 3 신대륙
새로운 메인 시나리오가 시작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하루에도 몇 번씩 긴급하게 소집되어 열리는 회의. 하지만 생각보다 회의를 통해서 결정되는 사안들은 지지부진하거나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 대다수였다.
“아니, 이럴 거면 도대체 왜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거야? 모든 정보가 보안 등급이라니?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가 뭘 준비하고 대응하려고 해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
“내 말이……. 위기 관리 대응 팀에서 들리는 이야기로는…… 권명한 전무도 시나리오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 시나리오가 시작되게 된 경위만이 아니라, 시나리오의 구체적인 내용과 앞으로의 방향성과 전개에 대한 것도 전부.”
“뭐? 진짜로?”
아르카디아 대륙 전체를 뒤흔드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메인 시나리오. 물론 플레이 하는 유저 정보나 시나리오에 지대한 문제를 끼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정보가 제한되기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모든 정보가 모조리 비공개되는 경우는 흔치 않았기에 회의에 참여하는 각 부서의 팀장과 부장급 인사들은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하아……. 도대체 얼마나 파급력이 강력한 내용이길래 그렇게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고 있는 건데? 그래서 권명한 전무님이 계속 사장님 방을 왔다 갔다 하시는 건가?”
“모르지……. 대충 분위기를 보면 이미연 사장님도 뭔가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건지, 계속 고심하는 것 같긴 했는데……. 잘 모르겠네.”
“에휴. 뭐가 됐든 그냥 이 망할 긴급회의나 그만 좀 소집했으면 좋겠는데. 이거 때문에 도무지 해야 할 업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쌓여 대고 있다고.”
“맞아. 나는 그거보다 정시 퇴근이나 좀 하고 싶다. 지금 이러다 애가 내 얼굴을 까먹겠어.”
한숨을 푹푹 내쉬며 커피를 홀짝이는 썩은 동태눈의 직원들. 이들의 고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미연 사장은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심각한 얼굴로 누군가와의 화상회의를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현재 아르카디아 2대륙에서 플레이 하는 유저 하나가 다른 대륙으로 넘어가는 데 필요한 모든 필요조건을 만족했어요. 관련 시나리오는 이미 생성되었고, 엘리스는 시나리오가 시작되었다고 판단, 관련 퀘스트를 해당 유저에게 부여했죠. 지금 한창 그 퀘스트를 진행 중인 걸로 알고 있고요.”
현재까지 있었던 모든 사항에 대해 보고자의 입장으로 누군가에게 보고하는 이미연 사장. (주)아르카디아의 대표이자 최고 운영권자인 그녀였지만, 화상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진정한 회사의 주인들에게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주)아르카디아의 지분의 99.9%를 보유하고 있는 세 회사의 주인들.
코퍼레이션 아르고스의 CEO, 미하일.
실리코프 바이오 인더스트리의 총수 제니카.
아진 그룹의 회장, 이준희.
그리고…….
아르카디아의 창조주이자 이 거대한 가상의 세계를 지탱하고 있는 실질적인 최고 운영자, 잭.
이미연 사장의 보고를 들은 이들은 각각 다른 표정을 지었다.
재미있다는 듯이 눈을 빛내는 잭과 혼란스러움과 놀라움으로 가득한 표정을 짓는 미하일과 이준희 회장. 마지막으로 분노와 짜증으로 얼룩져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는 제니카까지. 각자 이번 상황을 보는 시각과 생각이 다르다는 것은, 이들의 반응만 보고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극명했다.
[아니, 도대체 얼마나 됐다고 다른 대륙으로 넘어간다는 거야? 우리가 2대륙에서는 관련 시나리오 난이도를 그렇게 쉽게 설정했던가?]감히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아르카디아의 세계.
그 안에 존재하는 8개의 대륙은 절대 일반적인 시도로는 넘어가지 못할 드넓은 대양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그럴 리가. 엘리스와 내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서 관련 시나리오를 구상했었는데? 그때 엘리스가 분석하기로는…… 엘리스, 그때 대륙별 난이도 평가 결과가 어떻게 됐었지?] [2대륙, 대륙 이동 시나리오 난이도 평가 결과, S-. 8개의 대륙 중 1위입니다.]모든 것을 관조하고 분석하는 완전무결한 인공지능 엘리스. 그녀의 평가 결과로는 그 어떤 대륙보다 어려운 가장 높은 난이도로 설계된 해당 시나리오. 그렇기에 제니카의 물음에 잭은 절대 아니라는 듯이 단언하며 말했다.
[최소한으로 잡았던 대륙 이동 시나리오의 발현은 5년에서 6년 후 정도야. 한국이 플레이 중인 2대륙 같은 경우는 그보다 더 늦은 8년 정도로 잡았었고.]기획상으론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것을 확인해 준 잭과 엘리스. 그런 이 둘의 말에 제니카는 지금 이 상황이 더더욱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물었다.
[아니, 그럼 지금 이건 뭔데? 지금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나 됐어? 이제 막 8개월째잖아. 아무리 그 망할 직업 가졌다고 이런 식으로 8년은 더 나중에 발생할 거라 예상됐던 시나리오를 건든다고?]화면 속에서 거칠게 손에 들고 있는 종이들을 뒤적거리며 분개하는 제니카. 그런 그녀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미하일은 이미연 사장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일단…… 여기 나와 있는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플레이 하는 유저 하나가 현재 다른 국가의 유저들이 플레이를 즐기고 있는 대륙으로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상황인가요?]“네. 맞아요. 시일은 정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엘리스가 판단하기에는 최소 한 달 내로 관련 시나리오가 시작될 거라고 보고 있어요.”
[그렇군요……. 하지만 너무 이르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아직 대륙을 넘어가기에는, 실시간 통번역 시스템이 완벽하게 적용되지 않았다고 알고 있는데요.]전 국가의 언어를 실시간으로 번역해서 타 국가의 플레이어들과의 교류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편의 기능. 먼 훗날 대륙 간의 왕래가 자유로워질 때나 필요한 내용이었지만, 지금 당장은 없어도 별다른 문제가 없기에 아직 미적용 상태의 기능이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현재 긴급하게 관련 시스템 적용을 위한 최종 점검을 마무리하고 있어요. 아직은 아주 극소수의 인원만이 필요로 할 시스템이기에 엘리스의 현재 연산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있고요. 단, 최대한 빠르게 연산 설비의 확장은 이루어져야 할 것 같아요.”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시오. 관련 장비의 생산과 공급을 최우선으로 해 둘 테니.] [하아……. 아! 몰라! 짜증 나! 일 좀 줄어드나 싶으면 왜 또 일이 늘어나는 건데!]이미연 사장의 말에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이준희 회장과 제니카. 뭐가 되었든 자신이 처리해야 할 일거리가 늘어난다는 것에 분개하는지,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손에 든 보고서를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잠깐, 이거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아직 미발견 지역인 신대륙을 찾아서 ‘끝없는 바다’로 떠나는 상황이잖아?]무언가 좋은 생각이 든 것처럼, 눈을 빛내는 제니카. 그녀는 누가 무어라 말릴 새도 없이 엘리스에게 명령했다.
[엘리스, 1급 관리자로서 명령한다. 현재 아르카디아 대해의 심해 괴수의 습격 빈도를 100%, 난이도는 1,000% 상승시켜.]시나리오의 시작을 막을 수는 없더라도 절대 진행 불가능한 난이도로 조정해 이를 막아 보려는 제니카. 1급 관리자로서의 절대적인 명령권을 행사하며 자신만만하게 명령한 그녀는 돌아오는 엘리스의 답변에 입을 벌렸다.
[1급 관리자 권한 확인. 아르카디아 대해의 난이도 조정…… 적용할 수 없습니다.] [뭐……? 뭐라고? 어째서!]이미연 사장조차 가지지 못한 1급 관리자의 권한. 사실상 엘리스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그녀는 자신의 명령을 처음으로 거부하는 엘리스의 판단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엘리스는 무미건조한 어조로 그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해당 명령은 특정 유저를 대상으로 한 부당한 밸런스 조정입니다.] [대상 유저는 본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해 발생한 문제에 대한 합의안을 원만하게 수용하여 절대적인 방어권을 획득했습니다.]1급 관리자인 제니카로서도 어쩌지 못하는 절대적인 방어권을 획득했다는 유저. 그녀는 듣도 보도 못 한 엘리스의 설명에 당황한 얼굴로 소리쳤다.
[그,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절대적인 방어권이라니?] [해당 자료를 메일로 전송하였습니다. 확인해 주십시오.]그 말에 다급하게 컴퓨터를 뒤적이는 듯한 제니카. 그리고 이내 그녀의 날카로운 소리가 스피커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주)아르카디아의 서투른 이벤트 기획으로 벌어진 대참사. 그때의 기록을 살펴보던 제니카는 그 이후로도 한참 동안을 발광했다. 자신의 권한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절대적인 방어권을 가진 유저의 탄생에, 그리고 그 유저가 온갖 깽판을 저지르며 아르카디아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말이다.
* * *
제니카의 온갖 지랄발광을 끝으로 회의가 마무리되고 난 후.
가상의 공간 속에서 잭은 기분 좋은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말했다.
“고마워, 엘리스. 네가 거기서 거부하지 않고 그 명령에 따랐으면 내가 나서서 반대하고 제니카랑 한바탕 싸웠어야 했거든.”
만약 악의적으로 시나리오를 저지하려고 했다면 이를 나서서 거부하려 했던 잭. 그는 자신의 연인인 제니카와 부딪히지 않고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가게 되었다는 것에 엘리스에게 고마워했다.
[저는 원칙에 따라 판단한 것뿐입니다.]그 어떠한 이해관계나 감정에도 치우치지 않고, 그저 자신에게 부여된 원리 원칙과 사명에 따라 모든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인공지능 엘리스. 그 어떤 존재보다 공명정대한 그녀의 판단에 잭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아. 그렇게 공정하게 일을 처리해 줘서 고맙다는 거야.”
[별말씀입니다.]그 말에 고개를 돌리며 아래를 내려다보는 잭. 그의 두 눈에는 바쁘게 움직이며 무언가를 준비하는 캐러비안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리 봐도 플레이 하는 방식이 너무 독특하고 참신하단 말이지……. 자기가 직접 발 벗고 돌아다니며 퀘스트의 단서를 수집하지 않고 캐러비안의 지배자를 풀어 줘서 대신 처리하게 만든다니……. 저것 때문에 시간이 너무 단축됐어.”
캐러비안에 존재하는 수백, 수천 개의 크고 작은 군도.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는 이곳을 모두 돌아다니며 흩어져 있는 관련 퀘스트들을 수행해 단서와 아이템을 수집해야 했다. 아무리 숙련된 탐험가나 모험가라 할지라도 최소 반년은 헤매고 다녀야 찾을 수 있는 실마리들.
하지만 재영의 지시를 받고 바쁘게 움직이며 관련 단서와 정보를 찾아다니는 캐러비안의 주민들과 해적들 덕분에 그 시간은 경이적인 수준으로 단축되었다.
[현재 시나리오 시작까지 남은 시간…… 1일 2시간 39분 24초…… 23초…….]이제 곧 시나리오의 시작이 임박했다는 엘리스의 분석. 그것을 들으며 잭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휘저었다.
“어디 보자……. 캐러비안에서 가장 가까운 대륙이 어디인지…….”
그 순간 그의 발아래 비추어지던 캐러비안의 풍경이 사라지고 거대한 아르카디아 세계 전체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리고 잭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 모든 세상을 관조하며 중얼거렸다.
“끝없는 바다를 넘어서……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두 갈래로 해로가 나뉘네?”
캐러비안의 2대륙. 그 밑에 사이좋게 존재하는 두 개의 대륙을 보며 재밌다는 듯이 킬킬거리던 잭은 무심코 엘리스에게 물었다.
“엘리스, 저기 밑의 두 대륙은 어느 나라가 플레이 중이더라?”
물음에 응답하듯 잭의 눈앞에 떠오른 관련 정보창. 그것을 본 그는 처음으로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엥? 이거 이러면 안 되지 않나?”
재영이 매우 높은 확률로 도달하게 될 두 개의 대륙. 그 두 대륙의 상세 정보가 적혀 있는 정보창에는 이렇게 나와 있었다.
[제3대륙, 플레이 국가: 일본.] [제4대륙, 플레이 국가: 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