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조선의 반격 (3)
해적왕 카를로스.
과거 전 대륙을 공포에 빠뜨리며 해상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그 악명은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닌 사실 그대로였다.
콰콰쾅.
“크하하하하하! 전원 포격! 하나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침몰시켜라!”
수천이 넘는 함선을 자유자재로 산개, 집중시키며 밀려드는 적들을 일시에 섬멸하고. 일말의 자비도 보여 주지 않고 냉혹하게 자신들을 토벌하려던 함선을 모조리 바다 깊은 곳에 수장시키는 모습은 가히 대륙 최악의 범죄자다웠다.
[쇼엔 제국 해군 제1함대의 함선을 침몰…….] [쇼엔 제국 해군 제1함대의 함선을 침몰…….] [쇼엔 제국 해군 제1함대의 함선을 침몰…….] [쇼엔 제국 해군 제1함대의 함선을 침몰…….]자신들을 토벌하러 온 쇼엔 제국의 해군 함대. 하지만 카를로스는 마치 이러한 상황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모든 함선을 동원해 그들을 포위하고 사냥하고 있었다.
우우우웅.
그리고 그의 손에서 검은 기운을 내뿜으며 울고 있는 검은색의 커틀러스. 그걸 보면서 재영은 왜 카를로스의 함대가 이렇게 무참히도 적의 함대를 박살 낼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검은 바다의 공포가 희생자들을 잠식합니다.] [검은 바다의 가호가 휘하 함선에 깃듭니다.] [종합 능력치가 100% 상승합니다.] [부하 선원들의 전투력이 30% 상승합니다.] [스킬, 절대명령이 발동됩니다. 지휘력이 200% 상승합니다.] [스킬, 대양의 무법자가 발동됩니다. 적군의 사기가 50% 감소합니다.]함대전의 판도를 완전히 뒤엎을 정도로 강력한 아이템, 검은 바다의 공포. 그냥 일반적인 카를로스만 해도 그 어떤 제독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존재였지만, 무지막지한 개연성을 소모하며 마계에서 직접 공수해 온 이 사기적인 전설급 아이템은 그야말로 카를로스의 등에 날개를 달아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크하하하! 크하하하하하! 모조리 죽여라!”
광기에 사로잡힌 듯,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미친 듯이 웃으며 명령하는 카를로스. 그의 명령에 비정하게 쏟아 내는 포격에 휘황찬란하던 쇼엔 제국의 마지막 함선 하나가 바닷속으로 장렬하게 침몰하고 나자, 재영의 눈앞에는 무수히 많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쇼엔 제국의 해군 제독, 아르미엥이 사망하였습니다.] [쇼엔 제국의 해군 제1함대가 전멸하였습니다.] [쇼엔 제국의 제해권을 장악하였습니다.] [쇼엔 제국과의 평화 협상에 대한 영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쇼엔 제국의 영향력이 7.8% 감소합니다.] [전설적인 위업. 해적단을 이용해 제국군의 정규 함대를 전멸했습니다!] [개연성 283,251을 획득합니다.] [연계 퀘스트, 거점 방어에 실패하였습니다.] [연계 퀘스트, 평화 협상이 생성되었습니다.]쇼엔 제국의 앞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해양. 그곳에 갑자기 나타나 무단 점거를 시작한 카를로스와 그의 검은 해적단. 이들은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무수히 많은 잔해를 내려다보며 소리쳤다.
“이겼다아아아아아!”
“검은 해적단 만세!”
“카를로스 만세!”
압도적인 승리. 물론 함선의 수가 검은 해적단이 쇼엔 제국의 함대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을 정도로 많긴 했지만, 그래도 수천 척을 침몰시킨 대가로 수십 척을 잃은 것이 이들의 전부였기 때문에 역사에 기록되어 영원히 회자하고도 남을 해상 전투이며 완벽한 전승이라는 것에는 틀림이 없었다.
“흐음……. 꽤 잘 뽑혔네.”
“음? 뭐가, 주인?”
이 모든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재영. 그는 어벙한 얼굴로 되물어 오는 탄에게 묘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아니…… 생각보다 그림이 너무 좋아서.”
“무슨 그림?”
“그런 게 있어.”
알지 못하는 소리만을 중얼거리며 미소 짓는 재영. 탄과 엘을 비롯한 이 아르카디아의 존재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그는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마치 폭탄이 터진 것처럼 뒤집힌 이곳 밖 세상의 이야기를.
[깃발을 올려라.] [전 함대, 출격.]최근 아이플러스가 공개한 재영의 따끈따끈한 최신 영상. 그에서 광오하게 선언하며 수천 척에 달하는 함대를 이끌고 어디론가로 향하는 카를로스의 모습을 본 유저들은 말 그대로 거대한 충격에 빠졌다.
[우리는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신대륙을 찾을 때까지…….]-신대륙……?
-씨발, 저건 또 무슨 소리야? 신대륙이라니.
-덱스다! 덱스가 또 일 저질렀다!
이미 터져 버린 댓글 창. 그곳에는 무슨 상황인지 추측하는 찌라시들이 난무하고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으며 영상 상위에 올라간 댓글이 하나 있었다.
-이거…… 혹시 신대륙이 다른 대륙 말하는 거 아냐? 한국 유저가 플레이 하는 게 제2대륙이잖아. 미국은 1대륙이고. 그런 식으로 여러 대륙이 있는 거 아닐까? ㅎㅎ
별다른 생각 없이 내뱉은 추측. 하지만 곰곰이 그 추측을 생각해 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아르카디아에서 공식 입장을 발표할 때마다 지칭했던 대륙을 연상하게 되었다.
[아르카디아 제2대륙에서…….] [아르카디아 제1대륙에서 일어난 일은…….] [아르카디아 제4대륙의 서비스는…….]국가별로 다른 숫자의 대륙을 칭하며 공식 입장을 발표하던 (주)아르카디아. 단순히 서버의 개념을 대륙이라 지칭한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이 순간 사람들은 깨달았다. 어쩌면 아르카디아가 단일 서버로 이루어진, 전 세계의 유저가 같이 플레이 하는 하나의 세상이나 다름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미친, 그게 말이 됨? 실시간 동 접속자 수만 해도 억 단위는 가뿐히 넘어갈 텐데?
-그 정도의 트래픽을 단일 서버에 수용한다고? 진짜 개소리도 적당히 하셔야지.
-현직 서버 개발자입니다. 이 정도 규모에서의 단일 서버는 뒤졌다가 깨어나셔도 불가능해요.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치면 애초에 이 가상현실 자체도 말이 안 됨.
-ㅇㅈ. 근데 또 모름. 그 삼대장이 한 짓이라면 이해가 갈지도.
현시대의 과학기술을 아득히도 뛰어넘은, 초미래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며 가상현실을 갑자기 떡하니 세상에 내놓은 아르고스, 실리코프, 아진 전자. 이 삼대장이 개입했다면 비상식도 상식이 되어 버리는 세상이었기에, 유저들은 물론 기자들까지 (주)아르카디아의 고객 센터에다가 온갖 질문을 거침없이 쑤셔 박기 시작했다.
삐리리리리리리릭.
그리고 그와 함께 또다시 터져 버린 (주)아르카디아 한국 지부의 고객 서비스 지원 센터. 곧이어 위기 관리 대응 팀에서까지 쏟아지는 고객 문의를 받아 내며 응대하고 있었지만, 금방 한계에 부딪히고 말았다.
[아니, 그런 답변이 어디 있어요?]“공식적인 입장이 조만간 발표될 예정입니다. 죄송하지만 고객님,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문의 주신 내용에 대한 답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르카디아가 단일 서버냐는 문의에 고개를 숙이며 재차 사과하는 고객 서비스 지원 팀의 한미나. 그녀는 첫 입사 때의 생글생글하고 파릇파릇한 기운을 잃어버린 듯, 푸석푸석해진 머릿결에 퀭한 눈동자로 헤드폰의 마이크를 붙잡고 말했다.
“여러 고객님이 똑같은 문의를 하시고 계십니다. 이 점에 대해서 한 분 한 분에게 모두 같은 내용 설명을 할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관련 사실을 알려 줄 수 없다고 안내하며 최대한 정중하게 전화를 끊은 미나. 하지만 그녀는 숨을 고를 새도 없이 또다시 걸려 오는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기계적으로 튀어나오는 응대 멘트. 하지만 그 상대방은 미나가 지금까지 받아 온 여러 고객들과는 조금 다른 신분을 가지고 있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KNB의 기자, 한상욱입니다. (주)아르카디아에 문의드릴 사항이 있어서 연락했는데요. 혹시 답변을 얻을 수 있을까요?]한국 최대 규모의 지상파 방송국이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KNB. 그곳에 소속된 기자라는 사실에 미나는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어떤 문의인지 확인할 수 있을까요?”
[다름이 아니라,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이야기인데요. 전 세계에서 서비스 중인 가상현실 아르카디아가 사실 국가별로 분리된 서버가 아니라 통합된 하나의 단일 서버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혹이 번지고 있어서요.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묻고 싶어서 연락했습니다.]역시나 지금 고객 센터로 쏟아지고 있는 질문과 같은 문의를 하는 기자. 미나는 그런 그의 물음에 이전 답변과 같은 형식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관련해 주신 문의에 대해서는 저희 측에서도 답변해 드릴 수가 없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상부에 문의하신 내용을 전달하고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이른 시일 내에 답변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또한 이러한 문의 내용에 대해서는 고객 센터가 아니라 (주)아르카디아 공보 팀에 연락하여 문의를…….”
[흐음……. 답변은 하시지 못한다는데 그 의혹에 대해 부정은 하시지는 않네요? 그 말은 지금 인터넷에 퍼지고 있는 내용이 완전한 거짓은 아니다, 이 말씀이신가요?]묘하게 의심스럽다는 목소리로 물어 오는 기자. 그의 물음에 미나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재차 말했다.
“거짓인지, 아니면 사실인지 저희 측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는 말씀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공식 입장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 어떤 억측도, 추측성 기사도 저희 (주)아르카디아에서는…… 어머?”
무언가 빌미를 잡아 자기 마음대로 소설을 써 내려가려는 듯한 어조에 강력히 경고하려던 미나. 하지만 그녀는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그녀가 끼고 있는 헤드셋을 벗기자 당황스러워하며 뒤를 돌아봤다.
“사, 사장님?”
언제 들어왔는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주는 이미연 사장. 그녀의 존재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듯, 바쁘게 고객과 통화하느라 소란스러운 그 공간 속에서 이미연 사장은 헤드셋을 끼고 전화를 대신했다.
“여보세요.”
[음……. 누구시죠……?]갑자기 통화 상대가 바뀌자 약간 당황한 듯한 한상욱 기자. 그런 그에게 이미연 사장은 여유로운 어조로 말했다.
“아까 공보 팀에 전화 주셨던 기자죠? 같은 번호로 고객 센터로 계속 연락을 시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직접 답변해 주려고 왔습니다.”
[아, 그러신가요?]답변을 해 주겠다는 말에 반색하는 기자. 그런 기자에게 이미연 사장은 재밌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받아 적으세요. 기자님에게는 아마 인생에 다시 없을 특종일 테니까요.”
[네? 그게 무슨……?]의아한 목소리로 묻는 기자에게 이미연 사장은 공표하듯이 말했다.
“가상현실 게임, 아르카디아는 문의하신 대로 전 세계에 동일하게 서비스되는 하나의 단일 서버로 이루어진 세상이 맞습니다.”
“…….”
“……?”
그렇게 크지도 않았던 목소리. 하지만 시끌시끌해 시장 바닥인 것 같았던 고객 서비스 센터 전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모두가 경악한 표정으로 헤드셋을 잡고 직접 그 사실을 통보하는 이미연 사장을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총 8개의 대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대륙을 특정 국가 혹은 언어와 문화권이 비슷한 국가들끼리 묶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예를 들자면 유럽권이나 아랍권…… 그리고 동남아시아나 오세아니아 권역이 그런 좋은 사례가 되겠네요.”
[잠깐만요……. 그러면 어떻게 그 많은 양의 인원을 수용하며 서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겁니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팽배하던데요?]수십억이 넘는 가입자를 가지고 수억 명이 동시에 플레이 하는 아르카디아. 그 모든 것이 하나의 단일 서버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에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연신 바쁘게 무언가를 적어 내 키보드 누르는 소리를 내며 의심 가득한 목소리로 그가 물었다. 하지만 이미연 사장은 그런 기자의 질문에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기자님께서 말씀하신 일반적인 업계의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하겠죠.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저희 (주)아르카디아는 그게 가능하다고밖에 답변할 수 없겠네요.”
그 답변을 끝으로 할 이야기는 다 했다는 듯 전화를 끊으려는 이미연 사장. 그런 그녀에게 수화기 너머 황급히 묻는 기자의 마지막 물음이 들려왔다.
[지, 지금 저랑 통화하신 분 직책과 성함이 뭔지 알 수 있을까요?]“저요?”
그 말에 그녀는 잠깐 고민하는 듯하다가 이내 눈을 반짝이며 답했다.
“사장 이미연이요.”
[네……. 네……?]자기가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충격을 받은 듯한 기자의 목소리. 하지만 그가 들은 것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다시금 그의 귓가에 또렷하게 그녀의 직책과 이름이 들려왔다.
“(주)아르카디아의 사장, 이미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