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152
152화 대격변 (2)
전 세계가 함께 이용하는 글로벌 커뮤니티, 아르팬디아.
조회 수와 구독자 수를 가지고 적자생존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 험난한 야생에서 굳건하게 1위를 차지하고 절대 그 자리를 내주지 않는 채널이 하나 있었다.
파괴자의 일상물.
영상은 그리 많지 않지만, 하나하나가 엄청난 파급력을 자랑하는 괴물 같은 채널. 경쟁 상대가 없다시피 할 정도로 유일무이한 콘텐츠로 승부를 보고 있었기에 엄청난 조회 수와 구독자 수를 자랑했다.
-덱멘!
-오늘도 검은색입니다, 덱스 형.
-덱스 쟈응! 이왕 색깔 말해 준 거면 브랜드도 말해 주면 안 될까?
-아, 이 변태 새끼들 선 넘네……. 진짜 작작 좀 해라.
물론 매일같이 찾아와 드러눕는 변태(?) 집단의 공로 역시 한몫했지만, 그보다는 갑자기 밀려드는 일본인들의 화력이 더 컸다.
-이 새끼 때문인가?
-이 빌어먹을 조센징 새끼가 우리 일본을 건드려? 그러고도 무사할 것 같냐!
-칙쇼……. 왜 하필 우리 대륙으로 넘어온 건데!
기존 대륙을 넘어서 다른 대륙으로 넘어간다는 발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직접 증명한 덱스. 거기에 국가마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아르카디아가 사실 여러 개의 대륙으로 분리되어 있을 뿐, 실제로는 단일 서버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게 한 시발점이라는 사실에 전 세계의 유저가 몰려들었다.
-Holy Shit! How is that even possible?
-另一個大陸?那太棒了.
-A dónde va el continente europeo?
-Я думаю, что сойду с ума!
온갖 언어로 도배되는 댓글들. 그 내용은 제각기 달랐지만, 모두가 이번 사태에 대해서 내리는 평가는 한 사람처럼 비슷했다.
‘저 새끼는 도대체 무슨 게임을 하길래 벌써 저러고 다니는 거지?’
이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지 1년이 조금 넘은 아르카디아. 한국에서 서비스를 출시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아직 너무나도 많은 것이 베일에 가려져 모르는 것이 가득한 이 거대한 가상의 현실 속에서 어떻게 이렇게 전 세계를 뒤흔드는 짓을 벌이고 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이 상황에 경악하며 또 감탄했다. 물론 이를 갈며 방방 뛰며 온갖 악플을 달아 대는 일본인들도 가득했지만 말이다.
-키야……. 주모! 오늘 셔터 닫아! 나 오늘 집에 안 돌아간다!
-이것이…… 코리안이다.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미치겠닼ㅋㅋㅋㅋㅋㅋ.
-덱스! 덱스! 덱스! 덱스! 덱스! 덱스!
-검은색이여! 영원하라! 검은 해적단! 검은 팬티! 덱팬검 만세!
-일본 놈들 부들거리는 거 개웃기네 엌ㅋㅋㅋㅋㅋ.
일본 유저들에게는 그야말로 때려 죽여도 무죄일 수준의 악랄한 유저 덱스. 하지만 이 상황이 강 건너 불구경이나 다름없는 한국 유저들에게는 그야말로 팝콘을 절대 참을 수 없는 꿀잼 떡밥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지금껏 아껴 두었던 심술보를 잔뜩 풀고는 신명 나게 일본 유저들을 놀리기 시작했다.
-들어는 봤나, 조선의 반격이라고?
-코리안 리벤지. 너네도 침략 한번 당해 봐야지.
-ㅋㅋㅋㅋ 임진왜란의 보복전인가?
-근데…… 일본에 지금 내려진 퀘스트 보니까…… 저거 진짜 퀘스트 실패하면 영토 뺏길지도 모르겠는데?
-??? 그건 또 무슨 소리임?
-일본 애들 커뮤니티 가 봐. 거기 올라온 자료 있음.
그렇게 인터넷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번 사태의 전말. 그것을 확인한 한국 유저들은 이내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묘한 기시감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리고 이들은 오래 지나지 않아 그 기시감의 원인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잠깐만, 이거 씨발 뭔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슬라임! 초보자 마을 개박살 낸 슬라임 사태 때랑 비슷하잖아.
-맞네. 맨 마지막 줄에 묘하게 불길한 문구 하나 딱 붙어서는, 진짜 실패하니까 마을 전체를 완전히 개박살을 내 버리더니 아직도 이 새끼들 버릇 못 고쳤네.
한국 유저 대부분의 엄청난 분노를 몰고 왔던 슬라임 사태. 그때의 그 여파가 아직도 남아 있는 거대한 대사건이었기 때문에 이들은 현재 일본의 첫 번째 메인 시나리오가, 그것도 맨 마지막에 붙은 저 의미심장한 문구가 가지고 올 여파가 얼마나 거대할지 경험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유저들은 두 손에 땀을 쥔 채 외쳤다.
-덱스야! 제발 이겨라……!
-검은 해적단 파이팅!! 제발 파괴와 혼란을 일본 대륙에도 불러와 주길.
-엌ㅋㅋㅋㅋㅋㅋ. 일본 진짜 X됐네. 좆망겜 소리 입에서 절로 나오겠네.
일본 대륙에 자리한 쇼엔 제국. 그곳의 해안 지역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깽판을 치는 검은 해적단을 보며. 그리고 그 사이에서 열심히 암약하고 있을 덱스를 향해서. 그들은 진심으로 기도했다. 자신들이 당한 것 그 이상으로 일본 유저들도 된통 당하기를 말이다. 하지만 그런 한국인들조차도 실시간으로 일본 유저의 스트리밍 방송까지 원정 나가 그곳의 상황을 지켜보고는 말을 잃었다.
[칙쇼오오오오-!] [방어 마법진이! 이렇게 허무하게 깨진다니! 말도 안 돼!]7서클 마법사가 직접 설계했다는 방어 마법진. 그것을 너무나도 허무할 정도로 손쉽게 파괴해 버린 거대한 해일. 그리고 모든 것을 게걸스럽게 집어삼키며 휩쓸어 가 버리는 대자연의 재해와도 같은 파괴의 현장 속에서, 그들은 진정한 인류애를 느끼며 말했다.
-아 이건 좀…….
-????????
-이거 도대체 지금 무슨 상황임?
-누가 설명 좀. 나 화장실 다녀온 새에 요새 어디 감?
-마법? 이런 마법도 있나?
치열한 포세이아의 방어막을 뚫기 위한 격전도, 그곳에서 종횡무진 날뛰며 적들을 압살하는 카를로스와 강자들의 대결도, 덱스의 기발한 발상과 신적인 피지컬도 그곳에는 없었다.
그저 그 누구도 감히 상대할 수 없을 거대하고 압도적인 무력과 그로 인해 아무런, 비루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사라져 버린 제국의 찬란한 요새의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 그리고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이 영상을 송출하던 일본 유저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들은 분명히 보았다.
저 멀리 검은 해적단의 함대가 진군하는 그 상공에서 휘몰아치는 거대한 마력의 회오리를, 그 중앙에 부유하며 이 거대한 재앙을 펼치는 덱스의 모습을 말이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본 한국 유저들은, 아니 전 세계의 유저들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씨발, 이건 사기잖아?”
* * *
8서클 마법, 타이달 웨이브.
그것이 포세이아 전체를, 그리고 그 안에 주둔하고 있던 쇼엔 제국의 모든 해상 전력을 완전히 휩쓸어 버리자 엘리스는 이번 메인 시나리오의 결과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쇼엔 제국의 해상 전력 전멸.] [해상 요새 포세이아 완파.] [검은 해적단이 파괴한 마을, 27곳.] [검은 해적단의 전력 손실률…… 17%.] [검은 해적단의 압승.]아무리 관대하게, 일본 쪽에 유리하게 판정을 내려 주려고 해도 도무지 그럴 수가 없는 압도적인 격차. 애초에 한쪽에 편파적인 평가를 하지도 않았지만, 절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결과에 엘리스는 결국 메인 시나리오의 종료를 선언했다.
[메인 시나리오, Act. 1 대륙 침공이 종료되었습니다.] [퀘스트에 실패하였습니다.] [쇼엔 제국 북부 해안 지대의 영역이 검은 해적단에게로 이전됩니다.] [5년 동안 쇼엔 제국과 검은 해적단 간의 평화협정이 체결됩니다.] [캐러비안의 영토가 확장됩니다.] [대륙 간 이동에 필요한 해상 항로가 수립되었습니다.] [정기적인 대륙 이동선이 운항을 시작합니다.]수많은 여러 변수를 종합하여 파생된 수천…… 수만 개의 시나리오 중에서 필연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최적의 결과를 결정한 그녀는, 그 누구의 지시나 개입 없이 그 모든 것을 게임 속에 실시간으로 적용했다.
[최적의 시나리오 No. 18232.] [Code-002. 긴급 패치 시작.] [Code-283. 변경 내용을 적용합니다.]그렇게 엘리스의 최종적인 업데이트가 적용되고 난 후. 공식적으로 아르카디아 제2대륙에 존재하던 무법자들과 범죄자들의 도시, 캐러비안은 전혀 다른 별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항해자들의 도시.
신대륙의 교두보.
범죄자와 비천한 자들을 위한 곳.
찬란한 자유와 평등의 산물.
캐러비안으로 말이다.
* * *
“어이, 거기 목재들 좀 더 가져와!”
“뭐야, 네놈들은? 영주 놈한테서 도망쳐 왔다고? 그럼 일단 와서 이거나 좀 도와줘.”
“내 밑에 있는 놈들 중에서 다른 대륙 출신이라고 무시하거나 깔보는 놈 있으면 나한테 먼저 뒈지게 맞을 줄 알아라. 알겠냐?”
완전히 폐허가 되어 버린 포세이아. 그곳에 둥지를 튼 검은 해적단 모두가 복구 작업에 매진하고 있을 때. 카를로스는 재영의 옆에 다가와 슬며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쇼엔 제국과는 향후 5년 동안은 서로 간 무력 충돌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네. 지금까지 우리가 장악했던 곳들과 그 인근의 해역까지도 인정하는 조건으로 말이야.”
“…….”
그 말을 들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재영. 그런 그에게 카를로스는 이제야 기억났다는 듯이 이어서 말했다.
“아, 그리고 그 쇼엔 제국의 협상단 놈들한테 한 가지 더 받아 냈네. 어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자더라도,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는 노예든 농노든, 그 누구든 상관없이 이곳 캐러비안의 문을 두드린 순간부터 그들은 우리가 알아서 책임질 것이라고 말이야.”
비록 대륙은 다르지만, 이곳에서도 비천하고 밑바닥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캐러비안의 주민으로 받아들이려는 카를로스. 이런 그의 신념이 언제 퍼진 것인지, 지금도 조금씩이지만 캐러비안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 도망쳐 오는 이름 모를 NPC들이 점점 늘어 가고 있었다.
“고맙네.”
진심을 담은 카를로스의 한 마디.
그것을 들은 재영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자네는 정체를 알다가도 모를 것 같은 존재였지만, 덕분에 자유를 찾고 다시 캐러비안의 지배자가 된 것을 넘어서……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되었네.”
두 손에 씻을 수 없는 거대한 피를 묻힌 희대의 범죄자, 카를로스. 하지만 밑바닥의 고통받고 신음하는 자들에게는 마지막 희망이자 등불과도 같은 존재기도 한 그가 감사해하고 있었다. 자신의 그 식어 버린 열정을 다시금 불태워 준, 그리고 그 야망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이 말도 안 되는 기적을 만들어 낸 존재에게 말이다.
“……맨입으로?”
그런 그의 고마움에 맨입이냐고 되묻는 재영. 그런 그의 물음에 카를로스는 잠깐 동안 멍청한 표정을 짓다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크크크…… 크하하하하. 역시 너는 끝까지 한결같군.”
한참 동안을 혼자 웃던 카를로스. 그런 그가 이내 히죽 웃으며 능글맞게 물었다.
“그래…… 이렇게 엄청난 일을 벌여 줬는데 맨입일 수는 없겠지. 원하는 게 있나? 나의 영혼이라도 필요하다면 기꺼이 내주지.”
“오? 이렇게 쉽게? 야, 주인! 저거 콜 해! 콜! 완전 콜!”
그 말에 두 눈을 띠용 하고 뜨더니 재영의 옷깃을 연신 잡아당기며 영혼을 빨리 가져오라며 빼애액거리는 탄. 재영은 그런 탄을 한심하다는 눈으로 한번 흘겨보더니 이내 카를로스에게 말했다.
“하아……. 그런 건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나?”
괜히 영혼 이야기를 꺼내서 탄의 가슴속 스위치를 건드려 버린 카를로스. 영혼을 받아 내지 않으면 직접 자기가 거둬 가겠다며 발광하는 탄이 엘에게 진압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재영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크크크……. 역시 악마는 아니군, 자네.”
그 말에 확신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짓는 카를로스. 그런 그를 황당하다는 듯이 바라보고는 재영은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일단…… 내가 받을 보상은 다 받은 것 같고, 나중에 혹시라도 도움 필요할 일 있으면 부탁할 때니까 그때 손 좀 빌려줘.”
“보상을 받았다고……? 무슨?”
자신은 해 준 것도 없는데 보상을 받았다는 재영. 그런 그의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카를로스가 의아해할 때, 재영은 자신에게 들어온 정산금에 뿌듯해하며 미소 지었다.
[개연성, 953,212를 획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