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Kill the Dragon (3)
(주)아르카디아 한국 지부에서 기획했던 사상 최악의 이벤트.
죽창대전(竹槍大戰).
모두가 평등하게 그리고 동등하게 싸우고 즐기기를 원하며 기획했던 개발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 이벤트는 너무나도 불공평하게 돌아갔다.
죽창이 통하지 않는 사기적인 패시브를 이용한 이기적인 딜교에 의해서.
숨어 있지 말라며 뿌려 댄 독가스 속에서 낮잠을 자는 악질적인 플레이에.
그리고 그 누구도 감히 상대할 수 없을 괴물 같은 컨트롤과 압도적인 피지컬 때문에 말이다.
“와……. 이럴 수가…….”
그 결과, 재영의 손에 들려 있는 이벤트의 최종 보상 죽창(竹槍).
그것을 보며 탄은 정말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키며 하염없이 그 죽창을 내려다보았다.
“어때? 이제 좀 내 계획이 꽤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아무 말을 하지 못한 채 얼어붙은 엘. 그런 그녀에게 재영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씨익 지으며 물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말에 엘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저 저 싱그러운 초록빛 죽창을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거대한 개연성의 태풍을, 그리고 그 속에서 완전히 비틀어지는 거대한 인과의 흐름만을 목도할 뿐.
‘이럴 수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니…….’
재영과 함께 다니면서 온갖 일들을 경험하고 목격했던 대천사 미카엘. 하지만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처음으로 자신에게 부여된 지고(至高)한 권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경악했다.
[거대한 변수가 모든 서사의 흐름을 왜곡합니다.] [권능, 인과율의 선구안이 미래를 바라볼 수 없습니다.] [예지할 수 있는 미래가 존재하지 않습니다.]거룩한 영광의 성위, 대천사 미카엘.
천계를 지배하는 수장이자 빛과 선을 수호하는 사명을 지닌 그녀가 발휘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권능. 지금까지 천계가 마계를 압도하며 우월적인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것도, 언제나 그랬듯, 엘이 탄을 엿 먹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권능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힘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처음으로 언제나 예측 가능한 미래가 아닌, 완전한 깜깜한 어둠만이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렇기에 엘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게 그리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그 물건이라면 충분히…… 가능은 하겠군요.”
“그치?”
-정통으로 찔린 대상은 즉사.
-방어력, 마법 방어력을 완전히 무시함.
단순명료하지만, 절대적인 설정이 부여된 죽창. 이 초록빛 대나무 찌르기 한 방이면 그 어떤 강력한 고룡도 단숨에 죽은 목숨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렇기에 재영은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쩝……. 이렇게 보니 진짜 아깝네. 그냥 그때 그 제안을 거부할 걸 그랬나……?”
그 당시에는 왜 이렇게 퍼 주는지 의아할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개연성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 보니 100만의 개연성은 간에 기별도 가지 않을 만큼 적은 양이었다. 특히 데스브링어를 복구하기 위해서 2천만이나 하는 어마어마한 개연성이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이미 끝난 거래를 도로 무를 수도 없는 법. 그렇기에 재영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오묘한 표정을 하는 탄과 엘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 그럼 한번 시나리오를 대충 구상해 볼까?”
“엥? 무슨 시나리오?”
자리에 풀썩 주저앉는 재영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탄. 그런 그를 보고 재영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슨 시나리오긴? 그 늙다리 도마뱀을 자기 발로 찾아오게 만들기 위한 시나리오지.”
그렇게 시작된 재영과 두 지고의 존재(?)의 음모 꾸미기. 이들이 있는 곳은 주변에서 그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한적한 풀밭 같은 곳이었지만, 셋이 하는 이야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듣고 있는 존재가 있었다.
[치명적인 변수 감지.] [대상자의 행동 패턴 심층 분석……. 위험도 최상.]초월적인 기술력과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한 인간의 합작품이자,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완벽한 가상의 현실, 아르카디아. 의도하지 않은 상황의 우연한 기적 속에서 탄생한 이 세상은, 재미난 발상으로 게임의 형태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그 하나의 세상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고 세상에 개입해 게임으로 만드는 역할을 도맡아 하는 ㈜아르카디아. 그런 그들을 보조하고 조율해 게임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운영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엘리스(Alice). 그녀는 지금 게임 속에서 재영이 벌이려고 하는 짓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분석하며 깨달았다.
지금껏 예측했던 모든 시나리오를 벗어난, 거대한 변수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폭발적으로 개화를 시작했다는 것을 말이다.
[소비 아이템, 죽창(竹槍).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재탐색…….](주)아르카디아 한국 지부의 뼈아픈 기획 실패로부터 탄생한 대참사. 비록 단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는 소비 아이템으로 전락해 버린 죽창이었지만 그 효과 자체는 변한 것 하나 없이 오롯한 그 자체였기에, 재영이 지금 노리고 있는 대상이 아르카디아의 수호자이자 조율자 그리고 최강자로 불리는 존재, 드래곤이었기에, 그녀의 연산회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하게 작동하기 시작했다.
위이이이잉.
[경고. 대규모 시나리오의 오염 감지.] [오염된 퀘스트…… 측정 불가.] [긴급 조치 가동. CODE 000, 003, 008…… 940.]매일같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져 자체적으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조치의 프로토콜이 마련되어 있는 엘리스. 그리고 그녀는 그 모든 조치 방안을 위한 코드들을 활성화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 (주)아르카디아의 한국 지부를 비롯한 전 세계의 모든 지부에는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우웅.
“뭐야, 갑자기?”
“……저 과장님? 인트라넷 접속이 안 되는데요?”
“어……? 뭐야. 권한이 왜 정지당했다고 나오는 거지?”
완벽한 하나의 세상, 아르카디아를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개발에 매진하며 발에 땀나도록 뛰어다니는 직원들. 하지만 그들은 갑작스럽게 자신들에게 부여된 모든 권한이 박탈당했다는 사실에, 그리고 업무에 필요한 모든 시스템이 일순간에 모조리 정지했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해킹인가……?”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저희 일본 쪽만 그런 건 아니고, 다른 지부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일어나는 걸로 보면 서버 문제나 프로그램상의 이상 현상 같습니다.”
그러면서 직원은 무언가를 확인하듯 키보드를 치는 손을 연신 놀리더니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다행히 아르카디아 서버 자체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냥 저희 업무를 위한 인트라넷이 잠깐 먹통이 된 상황인 걸로 보입니다.
게임 자체는 문제없이 돌아가는 것을 확인한 상황. 그렇기에 카즈키 지사장은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서 전화를 이리저리 돌리던 직원의 말에 인상을 찡그리며 험악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당장 본사로 전화해!”
“알겠습니다.”
그 말에 직원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곧바로 수화기를 들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주)아르카디아의 모든 지부를 총괄하는 총책임자이자 (주)아르카디아의 대표, 이미연 사장이 있는 한국 지부를 향해서 말이다.
* * *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지사에서 난리통이 나는 동안 아르카디아의 창조주이자 실질적인 아르카디아의 주인인 잭, 그는 지금 처음으로 과부하에 걸려 있는 엘리스의 상태를 보며 놀랍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런……. 이렇게까지 모든 것을 어그러뜨릴 줄이야…….]잠들어 버린 세계수가 데스브링어의 파괴로 인해서 깨어났을 때.
그리고 깨어난 세계수의 자아가 재영에게 힘을 회복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며 드래곤의 심장을 가져와 달라는 부탁을 할 때, 이러한 상황을 예견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 퀘스트는 존재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할 정도로 클리어 확률이 0퍼센트에 수렴하는 최악의 난이도. 그렇기에 잭이나 엘리스나 이 문제에 대해서 그렇게 큰 우려는 하지 않았었다.
다른 대륙으로 넘어가는 것도, 고룡급 드래곤을 찾는 것도, 그 드래곤의 모가지를 따서 심장을 얻는 것도, 그 어느 하나도 일반적인 유저라면 감히 이룰 수 없는 거대한 위업이자 업적이었기에. 언젠가 가능할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빠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관련 시나리오의 발현만 해도 최소 1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었는데…….]불과 두 달 조금 지난 시간 만에 모든 그 어려운 난관을 반칙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너무나도 쉽게 넘어선 재영. 그리고 이제 그가 일본 대륙에서 계획하고 있는 일들은 아르카디아에 흩어져 있는 전 대륙에 거대한 혼란을 불러오는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것과 다름없었다.
[저는 흩어져 있는 모든 대륙이 다시 하나로 합쳐지길 원해요.]세계수에게 부여되어 있는 사명.
지금이 아니라 십수 년이 지난 후에나 일어날 일로 계획하며 잭이 직접 만들어 낸 서사 속 핵심적인 설정.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각각의 대륙에서 유저들로 인해 여러 가지 이야기꽃이 피워져 나가고, 그리고 모든 것이 무르익고 난 후에야 시도하려고 했던 거대한 시나리오. 하지만 이미 폭주해 버린 기관차는 그 끝을 알지 못한 채 미친 듯이 혼자서 앞서 나가고 있었다.
[이렇게 진도가 빠르니까 다른 사람들이 따라가질 못하는 거지…….]다른 사람들은 이제 조금 레벨 올랐다고 자신들이 플레이를 시작한 거점 왕국을 벗어나는 모험을 시작하고 있는 상황인데, 혼자서 다른 대륙으로 넘어가서 초월적인 신화 속 존재의 모가지를 따려고 하는 재영. 그런 그를 보면서 잭은 진심으로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연산 자원 부족……. 긴급 모드 전환. 아르카디아 실시간 감시 시스템 최소화. 업무 시스템 전면 비활성화.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집중 분석…….]모든 가용 가능한 연산 자원을 예상 시나리오 분석에 쏟아 부은 엘리스. 처음으로 그녀의 연산 자원이 한계를 맞이할 정도로 과중한 부하가 걸렸다는 사실에, 잭은 감탄하면서도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에 재영이 걸어온 행보가 그저 제2대륙에서의 여파로 끝이 날 일이었다면, 지금 이번 일은 아르카디아에 존재하는 모든 대륙에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충격파를 날리는 엄청난 일이었기에 때문에 엘리스의 연산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쩝……. 안 그래도 연산 서버 증설할 예정이었는데…….]안 그래도 다른 대륙으로의 이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세상에 공개되고 나서 슬슬 엘리스의 업무가 늘어나며 필요했던 확장 작업. 서버 통합 시나리오가 발동할 때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며 여유를 부린 탓에 엘리스가 정상적인 작동을 하지 못하는 수준으로까지 과부하가 걸리는 상황을 초래했지만, 그럼에도 잭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는 않았다.
[진짜…… 그 녀석이랑 너무 비슷하네…….]게임 속에서 온갖 깽판을 저지르며 전 대륙과 전 세계의 유저를 혼란과 파멸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는 재영. 그런 그를 보며 잭은 누군가가 연상된다는 듯이 묘한 얼굴을 짓더니 이내 재밌다는 듯,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확실히 재미있긴 재미있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해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너무나도 기대가 되는 상황. 그렇기에 아르카디아의 창조주인 잭은 그의 세상이 따분하게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그리고 언제나 그 자신에게 놀라움을 선물하는 재영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그로 인해서 고통받는 (주)아르카디아의 전 임직원과 옆에서 이를 갈며 변종 에이즈 바이러스로 모종의 암살(?) 계획을 꾸미는 실리코프의 총수이자 잭의 연인 제니카를 뒤로한 채 말이다. 그렇게 그는 게임의 진리를 깨달았다.
게임은 원래 개판일 때가 제일 재밌다는 진리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