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168
168화 Kill the Dragon (12)
신화 등급의 고대 유물을 건 경매. 오랜 전통 때문에 0골드부터 시작한 경매가.
원래라면 서로의 눈치를 보며 조금씩 가격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겠지만, 그 모두가 원하는 물건이었기에 이번 경매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100골드.”
“500골드.”
“2,000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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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몇 번의 입찰 만에 순식간에 현금으로 수억에 달하는 가격대로 올라가 버린 금액. 그 광경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지켜보고 있던 유저들의 채팅창은 빨라지기 시작했다.
-와, 미친. NPC들 스케일 보소.
-단숨에 수억 원으로 가격이 올라가 버리네.
-확실히 다른 경매랑은 차원이 다르네. 벌써 일반 유저들은 나가떨어질 금액 아님?
-???: 어디 수천 골드 정도로 경매에 참가해? 거지 샛기가.
-ㅋㅋㅋㅋㅋㅋ 가상현실판 빈부 격차 보소.
한 치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 결연한 의지를 보이며 앞다투어 손을 들고 금액을 올려 대는 귀족들. 그들의 그런 광기 어린 행보에 입찰 금액이 자신이 보유한 골드를 넘어서기 시작하자 허망한 얼굴의 유저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런 씹……. 이게 지금 말이 되는 상황인가?”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골드 매입 안 했지. 씨바 도대체 게임에 얼마나 돈을 쓰는 거야?”
나름 풍족하고 부유해 돈 걱정 없이 살아왔던 일반 유저들. 억 단위에 돈을 개의치 않고 게임에 쏟아붓는 이들은 일반적인 게임이었다면 큰손 취급 받으며 VVVIP로 대우받았겠지만, 이 아르카디아에서는 달랐다.
“흥, 고작 몇 억 가지고 되겠어?”
“예, 회장님. 그 아이템을 위해서 최대한 골드 확보했습니다.”
수천 명의 길드원이 가입된 초대형 길드부터, 현실의 대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상단들. 수십, 수백억의 자금을 동원하여 이번 경매를 준비했던 이들은 어중이떠중이들이 떨어져 나가자 본격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3,000골드!”
“5,000골드!”
“8,000골드!”
점점 현실성을 잃어버린 가격대로 올라가는 경매가. 눈빛으로 ‘쫄리면 뒈지시든지’를 날리며 공격적으로 입찰을 하던 이들. 그리고 결국 얼마 가지 않아 입찰 금액은 10,000골드를 넘어가고야 말았다.
“1만 골드!”
-엌ㅋㅋㅋㅋ 10억 돌파.
-와. 진짜 가격대 장난 아니네.
-게임으로 돈 번다는 말이 그냥 나온 소리가 아니라니까?
-ㅋㅋㅋㅋㅋ. 오늘부터 장래 희망 게이머 쓰는 잼민이들 많아지겠네.
-멀리 갈 필요 없음. 일단 나부터가 장래 희망이 게이머인데 뭐.
현실 가격으로 10억. 자그마치 지방의 번듯한 아파트 한 채를 구매해도 될 가격을 부르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들. 하지만 그런 그들을 황당한 눈초리로 바라보며 입찰에 지금까지 참여하지 않고 있던 한 귀족 NPC가 손을 들고는 외쳤다.
“15만 골드.”
“……?”
“…….”
15만 골드. 한화로 150억.
순식간에 갑자기 15배로 튀어 오르는 가격에 경매에 참여하고 있던 유저들은 하나같이 시간이 정지한 듯 멍한 얼굴로 그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이름 모를 귀족 NPC가 입찰을 시작한 것을 시작으로, 하나둘씩 그곳에 앉아 기회를 노리던 이들의 입찰이 시작되었다.
“20만 골드.”
“40만 골드.”
“50만 골드.”
“80만 골드.”
순식간에 수백억에 달하는 가격대로 치솟는 경매. 그 어떤 유저도 확보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단위의 골드로 가격이 올라가 버리자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유저들은 경악했다.
-이런 미친. 저 가격 실화냐?
-ㅋㅋㅋㅋㅋㅋㅋ 800억. 와 진짜 개 미쳤다.
-아니, 저 정도면 진짜 인생 걸고 한번 도전해 봐야 하는 거 아니냐?
-응, 일단 넌 저런 아이템 얻을 기회 없어.
-진짜 게임으로 돈 번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네.
아직 현행법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세금조차 떼지 않는, 정말 순수하게 800억을 벌어들일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놀랍게도 지금 이 경매는 끝이 난 상황이 아니었다.
“120만 골드!”
“150만 골드!”
“200만 골드!”
이제 일반적인 왕국조차도 쉽게 감당할 수 없는 가격대로 올라가 버린 상황.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유물 하나에 쓰기에는 너무나도 부담되는 금액. 그렇기에 몇몇 NPC들은 손을 내리고 그저 허탈한 표정으로 경매를 구경하기에 이르렀다.
“600만 골드.”
“800만 골드.”
“……1,000만 골드!”
1조 원.
단일 아이템 하나의 가격이 대략 이지스함 한 대 가격과 맞먹는 수준. 개념을 아득히도 초월한 듯한 이 경매를 지켜보고 있는 이들은 모두가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1, 1조……?
-……이게 게임이냐?
-ㅋㅋㅋㅋㅋㅋ. 오늘 뉴스 속보 뭔지 대충 보인다 보여.
-와……. 진짜 아르카디아 생각한 거보다 장난 아니네.
이제 대부분의 NPC가 입찰을 포기한 상황.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그 자존심 강한 두 노인은 서로를 노려보며 적개심을 대놓고 피워 올리기 시작했다.
“흥, 페로스 제국이 감당할 수준이 아닐 텐데?”
“헛소리 마시오. 쇼엔 제국만큼 경제력이 강한 건 아니지만 본 제국이 과거부터 쌓아 놓은 재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니.”
이 정도는 아직 할 만하다는 듯 여유를 부리는 두 제국. 이 둘은 그다음에도 계속해서 치열하게 가격을 올려 대기 시작했다.
“1,100만 골드.”
“1,300만 골드!”
“1,500만 골드!”
“2,000만 골드!”
어디 끝까지 해보자는 듯 둘이서만 입찰을 하며 으르렁대는 케이스 백작과 마이엘 후작. 하지만 그런 둘의 대결에 끼어드는 이가 하나 있었다.
“7,000만 골드.”
“……?”
“……엥?”
‘내가 지금 잘못 들었나?’ 하는 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시에 돌리는 모두의 고개. 그리고 그 시선 끝 강렬한 붉은빛으로 환하게 빛나는 한 사내가 신경질적인 눈빛으로 경매 관리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 식으로 경매가 지체되는 것은 이 이상 보고 싶지 않소. 입찰 가격은 7천만 골드로 올리겠소.”
“…….”
“치, 칠천만?”
7조. 이 정도면 현실의 항공모함을 건조하고도 남을 천문학적인 금액.
제아무리 대륙을 양분하는 거대한 제국이라 할지라도 감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액수였는지, 케이스 백작과 마이엘 후작은 눈에 띄게 동요하며 당혹스러워하는 목소리로 외쳤다.
“마, 말도 안 돼! 바엘 왕국이 그 정의 액수를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을 텐데?”
“네놈…… 도대체 무슨 속셈이냐!”
이 순간만큼은 한마음으로 같은 편이 된 두 사람. 하지만 그 둘의 항의에도 그는 심드렁한 얼굴을 하고 오만함이 가득한 태도로 말했다.
“감당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두 분께서 걱정할 일이 아닌 것 같소만……? 어떻게, 입찰에 계속 참여하실 거요?”
“…….”
“이이익……. 네놈…….”
마치 가격을 더 높여도 상대해 줄 여력이 충분하다는 듯 여유로운 그의 태도. 하지만 지금 이 정도 금액은 제아무리 제국이라 해도 기둥뿌리 하나가 아니라 최소 열댓 개는 더 뽑혀야 하는 수준이었기에 그 둘은 이를 갈면서도 차마 참여하지 못했다. 그리고 카르벤은 그런 그 둘을 보고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흠. 그럴 줄 알았소.”
치욕적인 모욕감을 선사하며 두 제국의 대리자를 깔아뭉갠 카르벤. 그는 더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멍하니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경매 관리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미 이 경매의 승자가 결정된 것 같은데? 진행 안 하시오?”
그 말에 화들짝 놀라며 우물쭈물하는 관리인. 그런데 누군가가 황급히 단상으로 달려오더니 의사봉을 그에게서 낚아채고 이내 연신 책상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낙찰! 이번 미다스 경매 물품은 7천만 골드에 여기 바엘 왕국의 카르벤 남작에게 낙찰되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미다스 상단의 총책임자인 골드버그. 그가 직접 나와서 망치를 두드리며 이 경매를 확정 짓고 기쁨의 함성을 내지르는 것으로, 모두를 뜨겁게 달구었던 경매는 나름 시시하게 끝이 났다. 7천만 골드라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액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모든 이들은 하나같이 허망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씨발. 이게 게임이냐?”
하여간 뭐 하나 정상인 게 없는 것 같은 X 같은 게임이었다.
* * *
“흐음……. 7천만 골드나 해? 진짜 통이 크네.”
그 모든 경매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재영. 그는 현실에서 7조 원에 달하는, 거의 한 정부 부처의 1년 치 예산에 맞먹는 엄청난 규모의 낙찰 금액을 보며 입을 벌렸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보고 탄이 자랑스러운 듯 잔뜩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야, 주인! 저것도 엄청나게 싼 거야. 만약 저게 정상의 모습이었다면 저것보다 몇 배를 줘서라도 사려고 달려들었을걸?”
그만큼 귀중한 물건이라는 걸 다른 사람이 알아봐 줬다는 데에서 기쁘기라도 한 건지, 연신 뿌듯하다는 얼굴로 히죽거리는 탄. 그런 그의 말에 재영은 슬슬 경매를 관람하고 있던 어느 건물의 지붕에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말했다.
“아무튼……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
지금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던 재영. 오랜만에 상태창을 켜 현재 남아 있는 개연성의 양을 확인했다.
-개연성: 1,812,331
지금까지 여러 방면으로 많은 개연성을 사용해 왔지만, 그 이상의 개연성을 벌어들이며 조금씩 쌓아 왔던 그. 의외로 이전 미션과 조력자들로부터 얻은 개연성은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안젤리나: 283,212
-카시야스: 192,988
-나는야똥손: 92,123
무슨 짓을 벌이는지 모르겠지만, 혼자 압도적인 양을 벌어들이며 선방하고 있는 안젤리나. 그리고 그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흡족할 수준의 개연성을 벌어들이는 카시야스와 나는야똥손. 이들로부터 획득한 개연성까지 잔뜩 끌어모은 재영은 탄을 바라보며 말했다.
“탄, 이 정도면 가능하겠지?”
“음……. 간당간당하지만, 30분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아.”
“그럼 부탁할게.”
“나야말로. 주인만 믿고 있을게.”
굳건한 믿음을 보여 주며 씨익 웃어 보이는 탄. 그런 그의 두 손에 검은 기운이 맺히기 시작하고, 재영의 몸에 무언가 다른 것이 겹쳐지기 시작했다.
“강신, 드래곤 슬레이어 카인.”
우우웅.
[마계의 존재가 플레이어의 몸에 깃듭니다.] [일시적으로 깃든 존재의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그의 몸에서 가득 느껴지는 끈적끈적한 기운. 그리고 그의 손에는 처음 보는 이질적인 외형의 검 하나가 들려 있었다.
[용살검(龍殺劍), 베인이 사냥할 드래곤의 심장을 감지합니다.] [패시브 스킬, 용족 사냥이 활성화됩니다.] [패시브 스킬, 절대 가속이 활성화됩니다.] [패시브 스킬, 물러서지 않는 투지가 활성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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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을 상대하는 데 특화되어 있는 온갖 패시브 스킬들. 그리고 그들을 상대로 한정으로 데미지를 증폭해 주는 전설급 무기까지.
그야말로 이 한 방에 가지고 있는 모든 개연성을 밀어 넣은 재영은, 조금은 긴장한 얼굴로 저기 저 멀리에서 모두의 박수를 받으면서 냉담한 얼굴로 데스브링어를 수령하려 기다리는 붉은 머리의 도마뱀을 노려보았다.
철컥.
그리고 모두가 의식하지 못한 그때 재영의 검집에서 검이 그 모습을 드러내며 섬광 같은 속도로 도약해 그의 몸을 반으로 가르며 나아가려는 순간. 거대한 충격파가 그곳 전체를 강타했다.
콰아아앙.
“크아아악!”
“사, 살려 줘!”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일대 전체를 초토화하는 거대한 충격파. 경매장을 중심으로 수십 미터의 모든 것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정도의 파괴력에, 수십 명의 귀족과 유저들이 눈 깜빡할 사이에 회색빛으로 물들며 쓰러져 있었다.
“쳇……. 역시 쉽게는 안 되나 보네. 그걸 어떻게 막았지?”
성공적으로 가해진 기습 공격. 만약에 적중했더라면 꽤 강력한 치명타를 날릴 수 있었겠지만, 그 0.1초의 순간에 강력한 방어막을 형성해 이를 막아 낸 카르벤 남작. 그는 진심으로 당혹스러워하는 얼굴로 재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놈…… 도대체 누구지? 그 검은……?”
용살검, 베인.
드래곤에게 모든 소중한 이들이 죽임을 당하고 홀로 남은 이름 모를 이가 자신의 영혼까지 불태우며 만들어 낸 희대의 역작. 오로지 복수와 증오만으로 드래곤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이 검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실현한다는 것이 기쁜 것인지 강렬한 기운을 내뿜으며 울고 있었다.
우우우웅.
마치 ‘너어는 반드시 죽이고 만다, 이 빌어먹을 도마뱀 새끼야.’ 하고 외치는 듯한 검. 그 검을 바라보고 사뭇 진지한 눈빛으로 변한 카르벤이 재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놈, 지금 감히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존재. 언터처블(Untouchable). 그런 핵폭탄 같은 존재를 대놓고 공격하는 재영이었지만, 그는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안다는 듯이 태연자약한 얼굴로 말했다.
“무슨 짓이긴?”
카앙.
다시 한번 내질러진 그의 검. 위협적으로 그의 방어막을 연신 긁어 대며 재영은 말했다.
“도마뱀 사냥 하는 짓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