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170
170화 Kill the Dragon (14)
(주)아르카디아.
인류 최초의 가상현실을 서비스하는 세계적인 다국적 회사. 설립된 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신생 기업이었지만, 독점적인 시장 장악력과 가상현실의 성공적인 흥행으로 매달 벌어들이는 돈과 영향력은 그 어느 국가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아르카디아가 벌어들이는 한 달 매출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국가별로 조금 차이는 있지만, 수십억의 가입자들에게 달마다 대략 150불에 달하는 요금을 받고 있다고요.]인류 역사를 통틀어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유행. 거의 전 세계의 모든 인구가 아르카디아를 접하고 즐기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파급력 역시 감히 무시할 수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초유의 관심사로서 모두의 이목을 끌며 시작된 경매.
콰아아앙. 콰앙.
갑자기 벌어지는 전투에 그 광경을 지켜보는 이들은 당황해했지만, 이후 이름 모를 유저로부터 공개된 카르벤 남작의 정체에 모두가 경악했다.
[카르벤 남작……. 아니, 레드 드래곤 케르베니안.] [그러니까 허무하게 개죽음당하기 싫으면 전력을 다해 덤벼, 이 망할 도마뱀 새끼야.]카르벤 남작을 드래곤이라 칭하며 계속해서 전력을 다한 공격을 퍼붓는 유저. 그 맹렬한 공격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그가 본색을 드러내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크으으으……. 이 버러지 같은 인간이!]쿠구구궁.
강력한 마력의 파동.
7서클 마법사로서도 감히 넘볼 수 없는, 그 끝을 헤아릴 수 없는 거대하고 무한한 마나의 폭풍. 그리고 그 휘몰아치는 폭풍 속에서 쏟아지는 고위 마법들. 그 모든 것을 아르팬디아를 통해서 지켜보고 있던 유저들은 경악했다.
-이런 미친! 진짜 드래곤이야?
-아니, 뭔데? 왜 형이 여기 있는 건데!
-드래곤이 네 형이냐?
-와, 근데 진짜 장난 아니네. 7서클 마법을 도대체 동시에 몇 개나 쓰는 거야?
-그것보다 그걸 다 피하고 있는 저놈이 더 이상하지. 진짜 뭐냐?
멀리서 영상을 찍느라 제대로 캐릭터의 닉네임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 설정을 비활성화한 것은 아닌 모양인지 계속해서 그 의문의 유저의 머리 위에서 텍스트가 반짝거리고 있었지만, 긴박하게 벌어지는 전투를 쫓아가기도 힘들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통에 그것을 제대로 포착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콰아아아앙.
계속해서 쏟아지는 7서클 마법의 향연. 하지만 그 어느 하나도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애꿎은 건물과 사람들을 덮치며 심각한 피해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도대체 건물들은 몇 채가 박살 나는 거야?
-중앙 광장 완전히 박살 났네. 여기 제일 상점들 많았던 핵심 지구 아니었나?
-와, 그러네? 생각해 보니 물건들은 죄다 흔적도 없이 날아가는 건가?
-엌ㅋㅋㅋㅋ 상인들 피눈물 잼.
하필이면 사냥터도 어디 한적한 공터도 아니고, 가장 번화한 베일란의 중심지, 중앙 광장에서 벌어진 전투. 그것도 일반적인 칼싸움이 아니라서, 막강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대규모 범위 마법에 휘말려 박살 나는 건물들과 회색빛으로 쓰러지는 NPC와 유저가 한둘이 아니었다.
-아! 앙대!!! 이 나쁜 새끼들아! 내 상점은 안 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칙쇼오오오!!!! 이 빌어먹을 새끼들아!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현장에서 직관하다 죽고 아르팬디아에 접속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저들과 무언가 자신의 소중한 것들이 박살 나 버려 절규하는 듯한 유저들. 이들의 원망 어린 채팅이 방송을 물들여 갈 때. 갑작스럽게 이 방송에 밀려 들어오는 이들이 생겨났다.
-검은색! 검은색! 검은색! 검은색! 검은색!
-덱스! 덱스! 덱스! 덱스! 덱스! 덱스! 덱스!
-와……. 형, 뭐 하나 했더니 일본 가서 드래곤 뿌시고 있었구나?
-혼자 다른 게임 하지 말란 말이야!
-이왕 간 김에 죄다 박살 내고 와 버려.
-키아아아아!!! 일본 샛기들아! 이것이 김치의 매운맛이다.
-주모! 주모 어디 갔어! 나 오늘 집에 안 들어가!
일본 유저들의 방송에 갑자기 밀려 들어오는 한국인들. 갑작스럽게 수십만이 넘는 시청자가 몰려와서 채팅창을 도배하기 시작하자 기존에 있던 유저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뭐, 뭐야.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놈들이야?
-이 망할 조센징 놈들! 이게 다 네놈들의 소행이었냐!
-이러고도 네놈들이 무사할 줄 아냐!
-칙쇼오오오오!!!!
혐오와 증오가 가득 담긴 채팅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지만, 그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열광하고 환호했다.
-드래곤 뿌셔! 일본 뿌셔! 다 뿌셔!
-크헤헤헤 개판이다 개판!
-이게 게임이지.
-나만 아니면 되에에에에에에!!!!!!
-ㅋㅋㅋㅋㅋㅋ. 진짜 불구경 꿀잼 꿀잼 개꿀잼이네.
한국 대륙을 넘어서 일본 대륙에서 온갖 깽판을 치고 있는 덱스. 그들의 채팅에 방송을 지켜보고 있던 전 세계의 유저들은 그제야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저 멀리에서 생사를 건 초월적인 대결을 펼치고 있는 그의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이름을 말이다.
[드래곤 슬레이어, 덱스.]* * *
[긴급 속보입니다.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상현실 게임, 아르카디아의 일본 대륙이라 알려진 곳에서 현재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관련 영상을 한번 보겠습니다.]지상파 방송. 정규 방송까지 중단하고 아르카디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전투를 실시간으로 송출하고 있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 그렇게 전 세계적으로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하자 (주)아르카디아 전 지사는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당장 관련 내용 확인해!”
“드래곤에 대한 설정 데이터 어디 있어?”
“부, 부장님! 일본 쪽에서 지금 당장 상급자 데리고 오라고 난리입니다.”
“홍보 팀, 지금 추측 기사 쏟아 내고 있는 신문사랑 방송사들, 고소 먹기 싫으면 당장 그만두라고 전해! 우리가 계획한 이벤트 상황 아니라고 확실하게 이야기해!”
“과장님! 방금 말씀하셨던 보고서 가지고 왔습니다.”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위기 관리 대응 팀. 이들을 비롯해 전 직원이 바쁘게 무언가를 하며 뛰어다니고 있을 때, 권명한 전무는 하염없이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는 그 화려한 전투에 넋을 잃은 표정을 한 채 앉아 있었다.
“……어느 정도 상황 파악 됐나?”
자신의 옆에 다가와 굳은 얼굴로 보고서를 들고 있는 강태훈 부장. 그런 그를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며 권명한 전무가 묻자 강태훈 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럼 이야기해 보게.”
그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포용적이고 관대한 얼굴의 권명한 전무. 하지만 그의 얼굴은 강태훈 부장의 이야기가 점점 이어질수록 일그러지며 기괴하게 변해 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캐러비안의 소속이었던 검은 해적단을 이끌고 일본 대륙으로 넘어갔던 그 ‘덱스’라는 유저가 지금 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벌였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현재 그 파괴자의 일상물이라는 채널에 영상 예고 공지가 20분 전에 올라갔었습니다. 해당 채널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에 문의한 바에 따라, 이미 며칠 전부터 특정 시간에 관련 공지를 올려 달라고 한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관련 공지 사항을 첨부한 종이 한 장을 권명한 전무에게 내밀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는 강태훈 부장. 그런 그가 내미는 종이를 받아 들고 찬찬히 읽어 보던 그는 얼굴을 파르르 떨며 물었다.
“다음 영상 제목이…… Kill the Dragon이라고……?”
“그렇습니다.”
Kill the Dragon.
드래곤 죽이기.
이 모든 것이 사전에 계획된 일이라는 것을 확인해 주는 강력한 증거. 그것을 본 권명한 전무는 머리가 둔탁한 둔기로 얻어맞은 것처럼 띵해졌다.
“……이런 미친 새끼가…….”
덱스.
다른 게임에서도 천부적인 재능과 엄청난 실력으로 유명세를 떨친 전설의 게이머. 그 명성과 위명을 익히 알고 들어 왔던 권명한 전무였지만, 그가 지금 이 아르카디아에서 벌이고 있는 짓은 그 어떤 과거의 사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원이 달랐다.
파라라라락.
그런 그의 앞에 쏟아지는 수십 장의 보고서 뭉치. 그 종이들에 적힌 내용은 모두 달랐지만 (주)아르카디아의 직원들을 야근의 지옥으로 몰아 고통받게 했던 수많은 사건과 사고들이었고, 모두 하나의 퍼즐과 연결되어 있었다.
“지금까지는 몰랐지만…… 이번 사건으로 확실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유저가 캐러비안의 지배자, 카를로스를 해방하고 일본 대륙으로 넘어갔던 것이 전부 이것을 위해서였습니다!”
뜬금없이 카를로스를 이용해 다른 대륙으로 넘어간 덱스. 모든 정보의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공개된 정보들만을 모아 그의 진정한 목적을 확인하려 갖은 노력을 다한 위기 관리 대응 팀. 그럼에도 정확히 그 이유를 파악할 수 없었지만, 이제야 비로소 진짜 목적을 알 수 있었다.
“……드래곤을 죽이려고 대륙을 넘어갔다고……? 왜……?”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가득한 권명한 전무. 하지만 이것에 대해서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다급하게 그의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저, 전무님, 일본 지부의 카즈키 지사장님 전화입니다. 일단 받아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지금껏 전화를 피해 왔던 권명한 전무. 하지만 시간을 이 이상 끄는 게 불가능한지 난감한 목소리의 직원의 말에 그는 한숨을 내쉬며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일단 알겠으니 나가 보게. 자세한 이야기는 일본 측과 통화를 하고 난 후에 하도록 하지.”
“예!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영상으로 상황을 파악하면서 조금 더 조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강태훈 부장이 나가자 카즈키 지사장이 대기하고 있던 회선을 연결한 권명한 전무. 그가 전화를 받자마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극대로 한 카즈키 지사장의 고함이 방 안을 가득 채우며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칙쇼! 네놈들이 지금 무슨 짓을 벌이는 건지 알고 있는 거냐!]엄청나게 분노한 듯, 권명한 전무가 항변할 조금의 기회도 주지 않고 온갖 욕설을 퍼붓는 카즈키 지사장. 그가 한참 동안을 발광한 후에야 권명한 전무는 겨우 이번 사태에 대해 해명할 수 있었다.
“우리 쪽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이오.”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권명한 전무?]조금만 생각해 봐도 이해가 안 되는 요소가 너무 많았다. 이제 서비스를 시작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한국.
그런데 그 얼마 되지도 않은 짧은 시간 만에 유저가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다른 대륙으로 넘어가서, 그곳에 원래 존재하던 대제국의 영토를 강제로 침탈하고 거기에 세계관 최강자인 드래곤의 목숨을 노린다?
이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네놈들이 뒤에서 수작질을 벌이지 않은 이상 이런 일은 불가능해. 이 모든 게 유저를 이용해서 우리 일본 대륙에 막대한 피해를 주기 위한 네놈들의 농간이지 않은가!]뭔가 단단히 오해한 듯, 말도 되지 않는 억울한 음모론을 펼치는 카즈키 지사장. 권명한 전무는 그런 그의 말에 할 말을 잃고 침묵했다. 그리고 그 침묵을 시인하는 것으로 오해한 듯, 카즈키 지사장은 더욱 의기양양한 태도로 소리쳤다.
[전부 각오하고 있어! 이사회 전체에 이미연 사장을 비롯해 네놈과 한국 지부 전체를 문제 삼을 테니까! 네놈들이 벌인 뒷공작으로 우리가 무너질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야!]가만있지 않겠다는 보복 통보를 끝으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카즈키 지사장. 권명한 전무는 오해라고, 우리도 피해자라고 피해를 토로하고 싶은 마음에 다시 그에게 전화를 걸려고 수화기를 집어 들었지만, 문득 자신의 책상 위에 있는 종이 한 장을 내려다보고는 창백해진 얼굴로 수화기를 내렸다.
“하아……. 이런 씨발…….”
십 년은 더 늙어 버린 표정의 권명한 전무. 그는 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가는 사태에 진심으로 자신의 과오를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싱그로운 향기가 가득 묻어 나오는 듯한 초록빛 대나무.
과거, 한국 지부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했던 첫 번째 이벤트, 죽창대전(竹槍大戰).
그 이벤트에서 사용되었던 죽창의 이미지를 보면서, 권명한 전무는 비로소 깨달았다.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냉정하게 상황을 하나하나 짚어 보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드래곤 죽이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촉발한 원인 제공자가 바로 본인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