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173
173화 Kill the Dragon (17)
죽창.
(주)아르카디아 한국 지부의 최악의 오점이자 흑역사로 회자되는 이벤트 죽창대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연히 유출된 이 사기적인 아이템은 권명한 전무가 직접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이템이었다.
[꼼수를 막는다고 물리, 마법 공격을 비롯한 모든 방어기를 무시한다는 설정을 추가하셨네요. 거기에 부당 패치만 3회 누적이라서 아이템 설정의 직권 변환도 완전히 거부하고 있고요.]아르카디아의 사장이자 1급 관리 권한을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이미연. 그녀의 명령에도 아이템의 조정을 거부한 인공지능 엘리스. 그 당시 권명한 전무는 자신의 섣부른 약속 하나 때문에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나가는 사태에 한참 동안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너무나도 다행스럽게도, 당사자가 합의를 수용했어요. 단 한 번. 한 번만 사용할 수 있게 조정해 두었으니 별다른 문제는 없겠죠.]무조건 한 방.
그 어떤 존재도 레벨과 능력치에 상관없이 한 방에 저세상으로 보낼 수 있는 사기적인 무기. 다행스럽게도 이미연 사장이 직접 나선 덕분에 그가 전 대륙을 돌아다니며 죽창으로 모든 이를 황천으로 보내 버리는 대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권명한 전무는 지금 침통한 표정으로 일본 대륙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면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저, 전무님…….”
그런 그 옆에서 조심스럽게 그의 눈치를 살피는 강태훈 부장. 죽창대전 당시 그 모든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던 그는 창백해진 권명한 전무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별다른 일 없을 겁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죽창을 들고 드래곤 모가지를 따겠다고 달려드는 덱스. 그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쳐다보고 있는 직원들은 하나같이 경악한 얼굴로 얼어붙어 있었다.
“이런 미친 새끼…….”
“이럴 수가……. 저 죽창을 설마…….”
“자, 잠깐만! 저거 정말 한 대만 성공한다면……!”
모두가 미친 짓이라며 실패를 확신하고 있던 운영자들. 덱스를 추앙하던 그 덱팬무라는 집단조차도 그가 드래곤을 잡을 것이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솔직히 지금까지도 대단하긴 했지만, 저건 못 잡지.
-와……. 근데 드래곤 진짜 장난 아니네.
-덱스 형! 죽형이 죽으면 나 팬티 찢고 울부짖을 거야.
-?? 팬티는 왜 찢음?
-어휴. 미친 새끼들 진짜 여기도 있네.
흥미롭게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지만, 결국 그의 패배를 예견하던 이들. 하지만 그가 죽창을 꺼내 든 순간 채팅창엔 약속이라도 한 듯 물음표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
-뭐냐???
-????
.
.
.
수많은 갈고리가 달리고 난 후. 재영이 저 붉은 드래곤을 향해 대담무쌍하게 죽창을 든 채 돌격하기 시작하자 채팅이 폭주한 것처럼 쉴 새 없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저 미친 새끼!
-죽창!!!!!!! 죽창이다!!!!!!!!
-검은색! 검은색! 검은색! 검은색! 검은색! 검은색! 검은색! 검은색!
-여자친구 생기게 해 주세요! 수능 만점 맞게 해 주세요!
-정신 나갈 거 같애! 정신 나갈 거 같애! 정신 나갈 거 같애! 점심 나가서 먹을 거 같애!
-덱팬무여 영원하라!! 덱스 만세!!!!!
순식간에 달아오르며 덱스의 찬양으로 열광하는 한국 유저들. 갑자기 미쳐 날뛰는 그들의 반응에 외국 유저들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당혹스러워했지만, 이내 재영이 들고 있는 무기의 정체를 어디선가 건네 듣고는 경악했다.
-WTF? 그런 사기적인 아이템이 어딨어?
-한국 대륙에서 이벤트로 지급했다고? 그거 사기 아냐?
-우리는? 우리는 그런 이벤트 없었는데?
절대 한 유저의 힘으로는 잡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의 몬스터.
드래곤(Ancient Dragon).
하지만 지금 재영은 단신으로 그 난공불락의 몬스터를 공략하고 있었다. 스치기만 해도 죽을지도 모르는 강력한 마법들을 종이 한 장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모조리 피하면서 말이다.
[도대체 뭐냐! 그 무기는!]겉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평범한 죽창. 하지만, 케르베니안은 본능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죽음의 공포를 난생처음 느껴 보며 발작하듯이 마법을 쏟아부었다.
콰콰콰콰콰콰쾅.
인정사정 봐주지 않겠다는 듯, 하염없이 쏟아지는 마법들. 인간의 모습일 때와는 다르게 재앙이라 불리는 8서클 마법과 7서클 마법의 향연이었기에 그 사정거리는 베일란 전역을 포함하고도 남았다.
“햐……. 진짜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박살 나 버리네.”
수백만 명의 인구를 수용하던 거대 상업 도시, 베일란. 일본 대륙 전체로 유통되는 엄청난 물동량과 천문학적인 재화가 매일 오가는 그 대도시가 한순간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이 역사적인 광경에, 탄은 대단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역시 저 도마뱀 새끼들이 우리보다 더 양아치라니까.”
“……어째서?”
“아니, 생각해 봐. 우리도 가끔 아르카디아 침략해서 작은 마을이나 왕국 점령할 때 있잖아.”
“……?”
“우리는 영업 들어가기는 해도 무차별적으로 다 죽이지는 않는다고. 적당히 말 안 듣는 놈들만 조용히 정리하지, 대부분의 말 잘 듣는 인간들은 내버려 둔다고. 기물 파손도 적당히 겁주는 정도로만 하고.”
마계의 악마들이 인간들의 영혼을 강제로 약탈하고 타락시키는 과정을 직접 봐 온 엘. 빌어먹을 박쥐 새끼들이 다녀간 마을을 직접 성스러운 불로 정화하고 다닌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그런 그의 말에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너네 같은 망할 바퀴벌레보다는 나은 것 같은데?”
“뭐라고, 이 튀겨 먹을 치킨 새끼야?”
옆에서 여유롭게 담소를 나누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탄과 엘. 하지만 그런 그들과 다르게 한순간도 쉬지 못하고 계속해서 마법들을 피하며 어떻게든 케르베니안에게 접근하려고 애쓰던 재영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쓸데없는 소리 작작하고! 탄, 이제 몇 분 남았어!”
“음……. 5분 정도 남았어! 주인!”
“하아……. 겨우 그거밖에 안 남았다고……?”
애써 본체로 돌아오게 만드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도무지 틈을 주지 않는 케르베니안. 그런 그의 주변을 맴돌면서 기회만 노리다가 시간이 다 갈 것 같은 상황에, 재영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며 얼굴을 찌푸렸다.
“이런 식으로는 답이 없는데…….”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하지만 계속해서 똑같은 방식으로 해 봤자 달라질 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재영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별다른 뾰족한 방도는 없는 상황. 그런데 그때, 탄이 날개를 파닥거리며 날아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이봐, 주인. 내가 저 도마뱀들 싫어하는 거 아는데. 이건 어때?”
“뭐……? 어떤 거?”
“그게 말이지…….”
속닥거리며 재영의 귓가에 도마뱀을 빡치게 하는 비법을 알려 주는 탄. 그 비법을 들은 재영은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탄을 바라보았다.
“믿어 봐, 주인. 진짜 싫어한다니까?”
엄지를 내밀어 보이며 확신에 찬 미소를 보내는 탄. 그런 그를 불신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재영은 무언가를 결심한 듯, 저 멀리 공중에 부유한 채 자신을 경계하고 있는 케르베니안을 향해 물었다.
“야, 케르베니안.”
계속해서 쉴 새 없이 접근을 시도하던 그가 갑자기 멈추자 의아한 눈으로 가만히 지켜보는 케르베니안. 그는 재영의 물음에 밀려오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반응하고 말았다.
“아빠가 왕도마뱀이면?”
[……?]갑자기 무슨 개소리냐는 듯, 황당해하는 눈빛을 보내는 케르베니안. 하지만 재영은 너무나도 진지한 얼굴로 소리쳤다.
“고모도 왕도마뱀!”
[…….]-????
-ㅋㅋㅋㅋㅋ 피식했다.
-아 자존심 상해.
-뭐지, 미친 건가?
-아 이건 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래곤 한정 패드립에 패드립이네. 엌ㅋㅋㅋㅋㅋㅋ
제아무리 부장님이라도 정색하고, 아무도 안 받아 줄 법한 이상한 드립을 날리는 재영. 그런 그의 드립에 케르베니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마력을 끌어모을 뿐.
[더 이상의 재롱은 못 봐 주겠군, 버러지 같은 인간.]이제 끝장을 보겠다는 듯, 마력이 휘몰아치며 무언가를 준비하는 그. 그리고 그 순간, 엘이 무언가를 확신한 듯 눈을 번득이며 소리쳤다.
“바로 지금이에요!”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전력을 다해 질주하기 시작한 재영. 마치 조금이라도 지체할 수 없다는 듯 빠르게 케르베니안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 그였지만, 이상하게 아까와 달리 어떤 마법도 쏟아지지 않았다.
[어리석구나. 도망쳐도 모자랄 상황에 죽음 속으로 달려들다니.]마치 재영의 죽음을 확신이라도 한 듯, 그 어떤 방어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마력만을 끌어모으고 있는 케르베니안. 그는 계속해서 자신을 향해 달려들고 있는 재영을 바라보며 이야기할 뿐이었다.
[네놈이 죽고 난 후, 나는 네놈의 시체를 가지고 모든 일족을 소집할 것이다. 이 아르카디아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인간이 마계, 천계와 내통하여 함께 이 세상의 수호자이자 조율자인 나를 죽이려고 작당한 사실에 대해서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에게 전할 것이다.]마왕 사탄. 그리고 대천사 미카엘.
이 둘이 개입된 이상 무언가 자신이 알지 못한 거대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인간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너무 많이 넘었기에 케르베니안은 이번 일에서 그냥 물러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우리의 분노를, 그리고 네놈이 저지른 씻을 수 없는 죄에 대한 책임을 모든 대륙의 인간에게 묻겠다.]안 그래도 그 누구보다 뒤끝이 강한 드래곤, 그중에서도 가장 꼬장이 심한 늙다리 드래곤이었기에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인간들의 왕국 몇 개는 싸그리 지도에서 지워 버릴 계획이 여러 개 그려져 있었다.
퍼어어엉.
그리고 그 순간에도 계속해서 질주를 멈추지 않고 있던 재영. 어느 정도 사정거리에 도달하고, 공기가 터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하늘에 떠오른 케르베니안의 몸체를 노리며 말이다.
우우우우웅.
그리고 그 순간 최고조에 달한 마력의 진동.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듯, 케르베니안은 죽창을 들고 날아오르는 재영을 바라보며 자신이 준비한 궁극의 마법을 시전했다.
[죽어라, 인간이여.]“엘! 지금이야!”
[죽음의 명령(Power Word Kill).]콰아아아아.
그 순간, 절대적인 죽음이 재영의 몸을 휩쓸었다.
살아 숨 쉬는 생명체라면 절대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절대적인 죽음을 선사하는 궁극의 9서클 마법. 제아무리 뛰어난 지성과 정신력을 가진 인간이라 해도 수천 년을 살아오며 다져진 초월적인 드래곤의 정신을 이겨 낼 수는 없었기에, 본래라면 재영의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푸욱.
하지만 그런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무언가 자신의 두껍고 견고한 비늘을 뚫고 찔러 오는 듯한 따끔한 통증에 케르베니안은 경악했다.
[뭐, 뭐지! 어, 어떻게……?]푸쉬이이이이익.
궁극의 9서클 마법. 그 거대하고 강력한 마력이 지나간 여파로 연신 온몸에서 김을 내뿜고 있었지만, 그런데도 그는 멀쩡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자신의 거대한 복부 한가운데에다가 그 파릇파릇한 죽창을 박아 넣은 채 말이다.
[부, 불가능해! 도대체 무슨 수로…….]“간단해. 생명체에게 절대적인 죽음을 선사하는 마법이잖아?”
경악한 얼굴로 신음하는 케르베니안. 하지만 그는 죽창을 찔러 넣은 채 서서히 고개를 들고 미소 짓는 재영의 얼굴을 보고는 소리쳤다.
[너, 너는!]아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재영. 온몸에서 양철 특유의 회색빛이 반짝거리는 그의 외형. 마치 양철 인형 같은 모습으로 변해 있는 그는 마치 이 모든 상황을 예견했다는 듯이 이죽거리며 미소 짓고 있었다.
“그럼 생명체가 아니면 되는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