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174
174화 Kill the Dragon (18)
양철 전투 인형 오르카.
과거 마도 공학이 번성하던 시기 한때 아르카디아 대륙에 출현했던 일종의 병기.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 전투 인형은 천상의 강신 목록의 맨 구석에 존재하며 자신의 존재를 뽐내고 있었다.
“도대체 왜 이런 양철 인형 따위가 천상의 강신 목록에 들어가 있는 거야?”
도무지 이해가 안 돼서 물어본 물음. 그 물음에 엘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었다.
“아, 그거요? 전에 그 인형을 개발했던 이의 간절한 부탁이었거든요.”
“간절한 부탁?”
“네. 자신의 영혼이 천상에 가지 않아도 좋으니, 그 대신 자식 같은 그 양철 인형을 대신 천상에 보내 영원히 남아 있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요.”
“……그래서 이게 천상에 있던 거야?”
“그보다 정말 의외네요.”
“뭐가……?”
“아뇨. 그 인형이 이런 식으로 유용하게 쓰이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어느 이름 모를 한 개발자의 염원이 만들어 낸 상황. 지금껏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양철 인형 오르카의 존재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말도 안 되는 거대한 이적을 만들어 내며 그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럴 수가……. 이런 말도 안 되는…….]9서클의 궁극 마법, 죽음의 명령.
일개 인간 따위는 감히 막아 낼 수 없는 절대적인 죽음을 선사하는 대마법이었기에, 케르베니안은 자신의 마법을 전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무력화한 재영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온몸의 마력을 일순간 폭발시키듯 해방했다.
콰아아아아앙.
단순한 마력의 방출.
하지만 그 후폭풍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했기에, 주변의 부서진 건물 잔해들은 저 멀리 날아가며 일순간 강력한 바람이 케르베니안의 주위로 휘몰아쳤다.
[감히! 감히! 일개 인간 따위가!]자신의 공격을 무력화한 것을 넘어 자신의 본체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힌 재영. 거의 느껴지지도 않을 정도의 고통이었지만, 그걸 막지 못했다는 사실이 치욕스러운지 그는 이성을 잃고 광분했다.
[치명적인 대미지를 입었습니다.] [상태 이상, 빈사 상태에 빠집니다.] [모든 개연성을 소진하였습니다.] [강신 스킬이 취소됩니다.]그리고 때마침 타이밍 좋게 완전히 바닥난 재영의 개연성. 그 덕분에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그는 마력의 폭풍에 튕겨 바닥에 처박히고는 빈사 상태에 빠졌다.
“으어……. 진짜 죽을 뻔했네.”
아슬아슬하게 죽지 않을 정도의 체력만이 남은 상태. 그것을 확인하고 재영이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탄과 엘은 당황해하는 눈으로 저 멀리에서 폭주하고 있는 케르베니안을 쳐다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저, 저…… 미친 도마뱀 새끼가…….”
“이런, 완전히 이성을 잃었어…….”
찢어 죽일 듯한 눈으로 재영이 있는 곳을 보며, 무언가를 준비하는 듯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는 케르베니안. 그런 그를 향해 탄과 엘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야, 사명은 어디다 팔아 처먹고 대륙 파괴 마법을 준비하는데?”
“인간 하나에 대한 보복으로 메테오 스웜이라니! 이건 명백한 율법의 위반이에요.”
일전에 엘이 제일 우려했던 상황.
개 빡친 케르베니안이 앞뒤 안 가리고 대륙 전체를 모조리 박살 내기 위한 대륙간탄도탄의 스위치를 눌러 버리려고 하자 이 둘도 기겁한 얼굴로 말리려고 들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완전히 이성을 상실해 버린 케르베니안. 그는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저 인간만큼은 죽이고 말겠다는 눈빛으로 외쳤다.
[흥, 상관없다. 저 버러지 같은 놈과 그 일족을 모조리 이 대륙에서 지워 버릴 수만 있다면 그 정도의 페널티 따위야 얼마든지 감수…… 음……?]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을 짓는 케르베니안. 그리고 그때 재영의 귓가에 한 알림음이 들려왔다.
[아이템 효과가 발동됩니다.]소비 아이템, 죽창. 단 한 번뿐이지만 찔러 넣은 대상에게 완전하고 절대적인 죽음을 선사하는 이 사기적인 아이템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자, 케르베니안은 이내 자신의 몸에서 벌어지는 이변을 감지하고는 경악한 얼굴로 소리쳤다.
우우우우웅.
[뭐, 뭐야. 마나가 갑자기 왜……?]그의 신체 일부라도 되는 것같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던 마나. 하지만 그의 심장을 비롯해 육신 전체에 퍼져 있던 그 힘의 원천이 갑자기 통제력을 잃고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네놈…… 도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갑작스럽게 취소된 궁극 마법. 그것을 시작으로 자신의 몸을 잠식해 가는 묘한 기운에 케르베니안은 황급히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했고, 이내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배에 박혀 있는 그 이쑤시개 같은 창으로부터 지금껏 느껴 보지 못한 거대한 힘이 나와 자신을 향해 휘몰아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 이게 도대체…….]파지지직.
저항하려 해도 강력한 반탄력만 생길 뿐,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자신의 몸을 잠식해 가는 죽음의 기운에 그는 처음으로 당황했다. 수천 년을 살아온 그의 경험에서도, 수십 만 년의 시간 동안 축적된 일족의 무한한 지식 속에서도 전혀 접해 본 적 없는 미지의 힘. 하지만 그는 온 힘을 다한 저항 속에서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찔러 넣은 죽창에 담겨 있는 힘은, 최강의 종족인 드래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보유하고 있는 고룡급조차 감히 저항할 수 없는 절대적인 설정(設定)이라는 것을.
“아까부터 계속 말했잖아……?”
어느새 빈사 상태를 회복한 재영. 그가 천천히 바닥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고는 말했다.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자신의 계획이 성공했다는 사실에 밀려오는 짜릿한 전율. 조금만 삐끗해도 모든 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며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순간에서도, 보란 듯이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만들어 냈다는 데에서 재영은 죽어 가고 있는 케르베니안의 앞에서 미소를 참을 수 없었다.
“죽창 앞에서는 모두가 한 방이라고.”
죽창의 평등주의.
[그게 도대체 무슨 개소리……. 크으으윽!]재영의 말에 이해할 수 없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되묻던 케르베니안은 갑작스럽게 균형을 잃고 추락하는 몸에 당황한 신음성을 토했다. 자신의 몸을 공중에 떠오르게 하던 마나의 통제력까지 완전히 잃어버린 상황.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벌어진 이변에 그는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한 채 거대한 굉음을 내며 추락했다.
쿠우우웅.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이 일대에 울려 퍼지는 진동. 바닥에 떨어져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몸을 버둥거리던 케르베니안은 이내 고통과 분노에 찬 울음을 내뱉었다.
[감히-! 감히-! 인간 따위가-!]최강의 강자로서 일생을 살아왔던 그. 언제나 버러지로 깔보며 무시해 왔던 인간에게 이렇게 무참할 정도로 당했다는 사실도 참을 수 없었지만, 그보다 더 화나는 것은 다름 아닌 그 빌어먹을 인간 옆에 착 달라붙어 있는 두 마리(?)의 치킨과 박쥐 때문이었다.
“키야! 주인! 역시 믿고 있었다고!”
“설마설마했는데…… 이걸 성공할 줄이야. 정말이지 덱스 님은 언제나 절 놀라게 하는군요.”
호들갑을 떨고 온갖 칭찬을 남발하며 신이 난 탄. 그리고 경악한 표정으로 재영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엘. 그 둘의 가증스러운 모습을 보며 죽어 가던 케르베니안은 그 와중에도 저주의 말을 아끼지 않고 남김없이 이들에게 퍼부었다.
[네놈들이 이런 식으로 아르카디아에 개입하는 것을 우리의 일족이 가만히 두고 볼 것 같은가! 도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지만, 이번 일에 대한 대가를 네놈들은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다! 일단 네놈을 시작으로 이번 일과 관련 있는 놈들을 모조리 색출해서…….]구족을 멸하겠다는 것을 시작으로 온갖 무시무시한 협박을 한참이나 쏟아 내던 케르베니안.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죽겠다는 듯이 단 1초도 멈추지 않는 그의 말을 듣고 있던 탄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빈정거렸다.
“뭐래, 다 뒈져 가는 도마뱀 새끼가.”
[뭐, 뭐라고?]“우리가 여기 침략 한두 번 해 보는 줄 아냐. 네놈들, 자기 일과 관련된 거 아니면 아예 관심도 주지 않는 더러운 개인주의 도마뱀인 걸 다 아는데 무슨 보복? 헹. 지랄하고 자빠졌네.”
실제로 자신의 이익이 걸려 있지 않은 이상 절대로 남을 위해 나서는 일이 없는, 철저한 자신만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드래곤들. 아르카디아 전체가 멸망할 만큼의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서야, 드래곤 로드가 명령권을 발동하기 전까지는 그 무거운 엉덩이를 꿈쩍하지도 않는 놈들이 복수하겠다고 움직일 리가 없었다.
“우리가 그런 것들도 생각하지 않고 움직였을 것 같나요? 천만에요. 당신을 죽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 일로 인해서 일어날 여파까지 하나하나 모든 것을 검토한 후라고요.”
케르베니안의 협박이 허세라는 탄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엘. 그런 그 둘의 반응에 케르베니안은 조금은 허탈한 표정으로 재영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어처구니없군. 내가 이런 말도 안 되는 함정에 걸려들다니…….]지금 다시 돌이켜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수상했던 정황들. 하지만 그 의심스러운 순간들을 그는 너무나도 무심하게 흘려보내 버렸다. 그 어떤 인간도 자신을 위협할 수 없다는 그 끝없는 오만함 때문에 말이다.
쉬이이이이이익.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그의 몸을 갉아먹던 죽음의 기운. 임계점에 도달했는지 그 거대한 몸체가 빠르게 회색빛으로 물들어 가던 케르베니안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최후를 믿을 수 없는지 연신 허망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믿을 수 없군……. 믿을 수 없어……. 이 내가 이렇게 허망하게 죽는다니…….]그 말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회색빛으로 물들어 버린 케르베니안. 그의 눈에서 생명의 불씨가 꺼지는 그 순간. 재영의 눈앞에 지금껏 본 적 없는 속도로 엄청난 양의 상태창이 말 그대로 폭격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신화적인 업적. 단신으로 고룡급 드래곤을 처치하였습니다.] [아르카디아의 모든 존재가 당신의 업적에 경악합니다.] [명성치 14억 2,900만을 획득하였습니다.] [아르카디아의 역사서에 당신의 이름이 기록됩니다.] [모험가라는 존재에 대한 모든 이들의 평가가 전면 재조정됩니다.] [칭호, 드래곤 슬레이어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죽창의 사도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혼돈의 창조자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괴물 같은 지략가를 획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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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업적만으로 얻은 수십 개의 칭호와 지금껏 본 적 없는 어마어마한 수치로 때려 박히는 명성치. 거기에 이어 엄청난 가치를 가진 레드 드래곤 케르베니안의 부산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레드 드래곤의 비늘 2,724개를 획득하였습니다.] [레드 드래곤의 이빨 152개를 획득하였습니다.] [레드 드래곤의 뼈 935개를 획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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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나 연금술사를 비롯한, 제작 계열이 단 한 번만이라도 만져 봤으면 하는 꿈의 재료가 엄청난 양으로 인벤토리에 쏟아지기 시작한 상황. 그리고 그 엄청난 목록 속에서 재영은 하나의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미소 지었다.
[드래곤 하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퀘스트, 흩어진 대륙을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를 위해서 세계수를 찾아가십시오.]세계수가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던져 준 퀘스트.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몇 개월 동안 해 왔던 오랜 여정을 돌이키던 재영은 모든 것을 보상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고룡급의 드래곤을 단신으로 잡은 것에 대한 보상은 고작 이 정도 수준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레드 드래곤 케르베니안이 레어의 소유권을 상실합니다.] [레드 드래곤 케르베니안의 레어의 소유권을 획득합니다.] [레드 드래곤 케르베니안의 레어가 플레이어의 은신처로 등록됩니다.]“뭐……?”
온갖 귀중한 물건들을 모조리 자신의 레어에 짱박아 둔다는 드래곤들. 그런 드래곤의 레어가 자신에게 귀속되었다는 메시지에 재영이 일순간 얼어붙었을 때. 나지막하게 속삭이듯 그에게 하나의 알림음이 들려왔다.
[개연성, 14,290,000을 획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