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181
181화 은신처는 관리가 필요해 (1)
[쪽지가 32건 도착했습니다.] [메시지를 확인해 주십시오.]“……이건 뭐지?”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눈앞에 떠오르는 상태창. 무심코 쪽지함을 열어 본 재영은 자신과 친구로 등록된 이들로부터 온 질문이 가득 담겨 있는 장문의 메시지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젤리나: ???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다니는 거죠? 드래곤이라니요?] [카시야스: ……어느 정도 상대할 수 있을 만큼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부족한 것 같군. 조금 더 열심히 강해지도록 하지.] [나는야똥손: 형! 형! 영상 실시간으로 봤어요. 진짜 멋있어요!] [레몬&애플: 덱스 님, 이거 덱스 님 맞죠? 아니, 그 죽창으로 드래곤을 잡다니. 도대체 언제부터 계획하던 일인가요? 그보다…… 혹시 드래곤 비늘 같은 거라도 좀 얻으셨나요? 혹시 보상 같은 것들 판매하실 계획이면 저희에게 맡겨 주신다면 최선을 다해…….]캐러비안을 해방하고 다른 대륙으로 넘어갈 때조차 별다른 쪽지를 보내지 않았던 이들. 하지만 이번 드래곤 레이드만큼은 참을 수 없었는지 앞다투어 그에게 메시지를 보낸 상태였다. 그리고 재영은 자신에게 날아온 이 쪽지들을 보며 친구 등록이 되어 있지 않으면 쪽지를 보낼 수 없는 게임 시스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아무나 쪽지 보낼 수 있었다면 난리가 났겠네.”
PC 게임에서 자주 겪었던 상황.
누군지도 모를 이름 모를 유저들이 무차별적으로 보내는 친구 추가 혹은 파티 초대 그리고 길드 가입 요청 메시지들. 게임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폭탄처럼 쏟아지는 바람에 꼴 받아서 아예 접어 버렸던 경우도 여러 번 있었기에, 재영은 아르카디아의 폐쇄적인 커뮤니티 시스템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야, 주인. 왜 그렇게 쪼개고 있어? 뭐 좋은 일이라도 있어?”
“좋은 일……? 음……. 있기야 하지.”
드래곤 사냥.
Kill the Dragon이라는 이름으로 업데이트된 재영의 영상은 그야말로 핵폭탄을 떨어트린 것처럼 아르팬디아에 거대한 충격파를 몰고 왔다.
[그러니까 허무하게 개죽음당하기 싫으면 전력을 다해서 덤벼, 이 망할 도마뱀 새끼야.]지고의 존재이자 초월종인 드래곤.
감히 인간으로서는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겁에 질려 바닥을 기어야 할 그런 강력한 존재를 상대로 대등하게…… 아니, 순수하게 실력으로 궁지에 몰아붙이는 그의 괴물 같은 플레이에 경악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아니 시발, 저게 말이 되는 움직임이냐고, 도대체가!
-방금 마법들 피해 범위 사각지대로 파고들어서 회피한 거 나만 보이냐?
-ㅋㅋㅋㅋㅋㅋ. 패턴 미쳤네, 진짜.
-뭐야, 마법사도 근접전에 엄청 강하네.
-지랄, 저건 드래곤이니까 가능한 거지.
정신없이 쏟아지는 마법의 향연. 한 방만 맞아도 바로 사망에 이르는 그 치명적인 일격들이 바로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상황을 재영의 시점으로 다시 본 이들은 미친 듯이 밀려오는 긴장감에 자기도 모르게 손이 땀으로 축축해져 갔다.
그리고…….
푸욱.
-??? 내가 방금 뭘 본 거지?
-와……. 이거 진짜 실화냐?
-컨트롤 미쳤다! 아니 반응속도, 타이밍 도대체 뭐냐고!!
재영이 결국 그의 방어막을 뚫고 치명적인 일격을 가슴에 꽂아 넣었을 때. 그들은 경악했고.
[어리석구나, 인간이여. 조금 특별한 강함으로 감히 나를 죽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가.]-와……. 이걸 어떻게 잡어?
-게임사 선 넘네. 이건 좀 심한데?
-앙대! 죽으면 안 된다고!
본체로 돌아가 재앙과도 같은 마법을 뿌리는 고룡급 드래곤의 힘에 절망했으며.
[죽창 앞에서는 모두가 한 방이야.]푸욱.
죽창을 그의 복부에 찔러 넣은 그 순간에는 환호했다.
-덱스 쨔으응!!!!!!!
-믿고 있었다고오!!!!!!!!
-팬티 찢는다아아아!!!!! 우아아아아!!!!!!
[조회 수: 1,453,215,424]14억이라는 무지막지한 조회 수를 달성한 영상.
이제 영상이 업로드된 지 채 3일도 안 되었다는 것과 아직도 그 상승세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아르팬디아에 다시없을 대기록을 기록하며 영원한 랭킹 1위에 고정될 영상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초, 초코파이조아 님, 진짜 대박입니다. 이번 영상…… 저희에게 맡겨 주신 덱스 님에게도 꼭 감사하다고 전해 주십시오. 정말 감사합니다.]이번 영상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었는지, 조서욱 대표가 감격에 복받쳐 울먹거리며 감사를 전해 달라며 전화를 줄 정도였다. 그렇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명성을 얻게 된 재영. 아르카디아 안에서나 밖에서나 그로서는 그야말로 최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기에 미소가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 이게 드래곤 하트라 이 말이지……?”
재영의 손에 들려 있는, 강렬한 붉은빛으로 반짝이는 크리스털.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은 화끈함이 느껴지는 그것의 세부 설명창을 열어본 그는 어마어마한 능력치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고룡(Anicent Dragon)의 심장 – 신화]수천 년을 쌓아 온 마력이 온전히 보전된 레드 드래곤의 심장. 무한한 마나를 품을 수 있는 이 심장은 모든 이가 원하는 최고의 재료이자 기연이나, 감당할 수 없는 이에게는 그 힘을 쉽게 허락지 않으리라.
-복용 시 영구적으로 마력 증가(100,000 ~ ????).
-복용 시 [천룡체], [마력 지배], [드높은 지성] 습득.
-제작 시 재료로 사용 가능.
-?????
먹을 수 있는 소비 아이템이자 동시에 제작 재료인 드래곤 하트. 그것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유심히 살펴보던 재영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흠……. 먹을 수도 있네……?”
마법 대미지는 물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나의 최대치와도 밀접하게 연관이 되는 마력. 이 마력을 최소 10만 이상은 올려 주고, 거기에 이름만 들어도 무언가 특별해 보이는 패시브 스킬을 3개나 준다는 사실에 살짝 혹했다. 하지만 엘과 탄은 그런 재영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연신 만류했다.
“야, 주인. 그 귀중한 걸 왜 먹어? 미쳤어?”
“드래곤 하트를 먹다니요? 그것도 고룡의 것을……? 그건 정말 죄악이에요.”
혹시라도 그런 생각조차 하지 말라는 듯 격렬하게 반응하는 둘. 그런 둘의 반응에 재영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물었다.
“……왜들 그렇게 난리야?”
“그 도마뱀 놈 심장이 얼마나 희귀한 건데? 그건 무조건 무구로 만들어야지. 드래곤 하트를 쓰면 얼마나 출력이 무지막지하게 상승하는지 알아?”
“맞아요. 일개 인간이 그 심장을 먹고 강해지는 건 고작 백 년도 안 되는 찰나의 순간만이지만…… 잘 만든 강력한 무기는 영원하죠. 저희 천상에서 보유하고 있는 신기들처럼요.”
“이번 같은 경우야 세계수 때문에 우리도 별말 안 하는 거지, 아니었으면 당장 달라고 달려들었다. 그런데 그런 귀중한 걸 먹겠다고? 그건 진짜 선 넘는 짓이지.”
“맞아요. 제아무리 덱스 님이라고 해도 그런 죄악을 저지르는 건 저로서도 좌시할 수 없어요.”
혹시라도 먹으면 배를 갈라서라도 다시 꺼내겠다는 듯 흉흉한 분위기로 재영을 바라보는 탄과 엘. 이 둘의 반응에 재영은 지금껏 느껴 보지 못한 오싹함에 질린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누가 먹겠대? 그냥 해 본 말이야.”
다시 인벤토리 속에 드래곤 하트를 집어넣은 재영. 그러고는 이내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저번에 이야기했던 그 애들은 어디 있어?”
“아, 창고지기? 잠깐만……. 야! 이 새끼가 어디 숨었어?”
재영의 물음에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던 탄. 그리고 곧 어딘가에서 황급히 무언가가 튀어나와 털썩 바닥에 엎드리기 시작했다.
“킬킬킬……. 위대하신 마계의 지배자이시여! 마족, 크레비니안 데 글러트니 바르쇼메니아 페르도스켄. 잠깐 이 보고 안에 존재하는 재물들을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부르심에 늦게 응답한 것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용서고 나발이고, 인사나 해. 앞으로 네 녀석을 책임질 내 계약자니까.”
탄의 말에 고개를 슬며시 들며 재영을 바라본 마족. 고블린처럼 작고 왜소하게 생긴 외형이었지만, 괜히 마족이 아닌지, 범상치 않아 보이는 그는 곧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인간에게 기어가 또다시 고개를 처박고는 충성을 맹세했다.
“……저희 마계의 모든 마족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교훈들을 알려 주시는 그 악랄한 인간이시군요. 저도 마왕님께서 들려주는 이야기에 진정한 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매번 탄복했습니다. 앞으로 저, 크레비니안 데 글러트니 바르쇼메니아 페르도스켄이 주어진 명령을 수행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을 맹세…….”
“아, 그건 됐고……. 야, 탄. 이 자식 이름은 왜 이렇게 쓸데없이 긴 거야?”
“몰라. 개인 취향이겠지. 나도 쟤 이름은 다 안 외우고 다녀.”
그냥 넘어가려고 해도 도무지 딴지를 안 걸고는 참을 수 없는 그의 이름. 재영은 바닥에 엎드려 위를 올려다보고 있는 그 마족을 빤히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 명령이면 다 듣는다 이거지?”
“그렇습니다! 자랑스러운 마족의 일원이자 위대한 글러트니의 일족으로서, 저에게 부여된 사명을 성실하게 이행하리라 맹세합니다. 그 어떤 명령이라도 내려 주십시오.”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듯이 비장한 얼굴로 말하는 그. 재영은 그런 그의 다짐에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래. 그럼 이제부터 네 이름은 황금 고블린이다.”
“……네?”
노란빛의 피부색. 고블린처럼 작고 깡마른 외형. 보자마자 딱 생각나는 이름이 있었기에 재영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그를 보며 다시금 말했다.
“어떤 명령이든 듣겠다며? 네 이름은 황금 고블린이라고.”
“그, 그런…….”
“왜? 싫어?”
엄청나게 싫은 표정을 짓고 있는 황금 고블린. 하지만 그는 재영의 옆에서 찢어 죽일 듯한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탄을 힐끔 바라보고는 이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아, 아닙니다. 편하신 대로 불러 주십시오, 주인님…….”
[은신처의 관리인이 지정되었습니다.] [현재 관리인: 상급 마족, 황금 고블린.]그의 말과 함께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 이 황금 고블린이 상급 마족이었다는 사실에 재영은 조금은 놀란 눈빛으로 탄을 돌아보며 물었다.
“뭐야, 이 녀석 상급 마족이었어?”
“어. 생긴 거는 얼빵해 보여도 나름 가방끈은 길어. 안 그랬으면 이미 다른 놈들한테 오래전에 뒈졌을걸?”
“흐음……. 저놈이 그 마계의 유명한 글러트니 일족의 일원이라는 거지? 확실히 엄청 특이하게 생기긴 했네.”
탄이 데리고 온 황금 고블린을 신기하다는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던 엘. 재영은 그런 엘을 바라보며 물었다.
“엘, 그래서 너는 누구 데리고 온 건데?”
“아, 저요? 잠시만요…….”
자기도 개연성을 내놓으라며 땡깡을 부리던 엘. 오랜 싸움 끝에 재영이 결국 내린 결론은 공평하게 각 계의 존재를 한 명씩 데리고 오라는 것이었다.
[둘 다 그 도마뱀 잡는 데 크게 일조한 건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아무나 한 명씩 데리고 와. 공평하게 둘 다 고용할 테니까.]우우우웅.
재영의 물음에 신성력을 뿜어내며 알 수 없는 언어로 적힌 거대한 마법진을 허공에 그려 내기 시작한 엘. 그리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탄과 황금 고블린은 질색하며 소리쳤다.
“크엑. 이 치킨 새끼야, 장소는 분간하고 그 역겨운 기운 뿜어내라고.”
“히이이익! 대천사의 신성력!”
이 두 악마가 무슨 지랄을 하든 상관하지 않고 천상의 게이트를 여는 엘. 그리고 그 안에서 나타나는 존재는, 순백의 갑주와 거대한 대검을 장착한, 4개의 새하얀 날개가 달린 아름다운 여기사의 모습을 한 존재였다.
쿠웅.
천천히 공중에서 내려와 묵직한 소리를 내며 대지에 안착한 그녀. 그리고 호박색의 눈동자를 뜨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여기입니까……? 제가 지켜야 할 곳이?”
“맞아요.”
이미 이야기가 끝난 듯,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이해하고 있는 듯한 천사. 그리고 이내 그녀는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한 뒤, 재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정리를 좀 하고 와야겠군요. 잠시 실례하죠.”
파앗.
그 말과 함께 순식간에 사라진 그녀. 재영이 당황해하고 있을 때, 어디에선가 이상한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콰앙. 콰콰쾅.
퍼엉.
“뭐, 뭐야?”
무슨 상황이냐고 묻는 듯한 재영의 눈빛. 엘은 별일 아니라는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 은신처 인근에 파이어 자이언트의 서식지가 있어서 그래요. 괜히 이상한 잔챙이들이 얼쩡거려 봤자 좋을 게 없으니까 정리하는 것 같네요.”
“…….”
오자마자 학살을 시작한 천사. 하지만 엘은 그런 그녀가 자랑스럽기라도 한 듯이,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어떻게…… 마음에 들어요? 제가 엄선해서 데리고 온 녀석이라고요.”
그렇게 어느 한 화산 지대에서는 이상한 도시 전설 같은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그 인근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고 있으면, 갑자기 4개의 새하얀 날개를 가진 천사가 나타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죽이기 시작한다는 믿기 힘든 소문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