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보이지 않는 전쟁
-뜨겁게 불타오른 게임 페스타, 전설의 화려한 귀환.
-가상현실로 재탄생한 ‘전설의 리그’. 새로운 부활의 시작인가?
-(주)아르카디아의 상생 선언. 흥분하는 게임계.
평소라면 게임 관련 뉴스 사이트가 아니면 언급조차 되지 않는 게임 페스타. 하지만 올해만큼은 주요 언론사들의 1면을 차지하며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다.
[(주)아르카디아가 발표한 프로젝트의 첫 번째 수혜자로는 ‘전설의 리그’라는 인기 게임으로, (주)아르카디아가 보유하고 있는 가상현실 기술을 기반으로 완전히 새롭게 변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임 페스타에서 게임 플레이를 관람한 유저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으며, 이 내용이 발표되자 ‘전설의 리그’를 제작한 ‘파이엇 게임즈’의 주가는 82%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프로젝트, 과거의 영광(The Glory of the Past).
과거 컴퓨터를 기반으로 제작된 유명 게임을 가상현실로 새롭게 재탄생시킨다.
프로젝트의 내용을, 그리고 그 실질적인 상징물인 ‘전설의 리그, Reborn’을 본 게임업계는 하나같이 경악했고, 유명한 IP를 대거 보유하고 있는 초대형 게임사, 레픽 게임즈의 경우는 특히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게 사실이오……? 기존의 게임을 가상현실로 다시 재구현한다는 말이?”
레픽 게임즈의 CEO, 파이크 번들. 그는 긴급 이사회까지 소집해서 진지하게 이번 사안에 대해서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렇습니다. (주)아르카디아에서 이번에 공개한 ‘과거의 영광’ 프로젝트에 따르면, 기존의 유명 IP를 가상현실로 재탄생시킬 수 있도록 하는 설비와 개발 노하우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발표 직후 우리 회사를 비롯해 유명 게임사 전체에게 일괄적으로 관련 제안서를 메일을 통해 발송했습니다.”
프로젝트의 공개와 동시에 전 세계의 이름 있는 회사들에 날아온 한 통의 메일. 그것은 바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수렁 속에서 발버둥 치는 이들에게 내려 주는 동아줄 같은 것이었다.
“가상현실 제작에 필요한 루시드 드림(Lucid Dream)을 제공하고, 거기에 관련 기기에 대한 교육을 직원들에게 해 준다. 나쁘지는 않군.”
대중에 공개만 하고 정작 정식 출시는 하지도 않는 가상현실 통합제작 시스템, 루시드 드림. 그것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회사들에 한정해 제공하고 사용법까지 교육한다는 제안서의 내용에 그는 탐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빽빽하게 적혀 있는 요구 조건들에 인상을 찌푸렸다.
“분명 좋은 제안이기는 하지만, 요구 사항이 너무 가혹한 수준입니다. 일단 가상현실로 게임을 출시하게 되면 가입자 정보와 서버 운영에 관한 권한 일체를 아르고스 코퍼레이션으로 위임해야 합니다. 또한 시스템이나 업데이트 패치와 같은 여러 조정 사항에 대해서는 (주)아르카디아의 검수와 인가를 받아야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게임을 만들기만 하고 관리 권한을 거의 넘겨줘야만 하는 요구 조건. 어떻게 보면 자신들에게 굴종하라고 하는 터무니없는 제안이었기에 회의실 안에서는 성토가 오가기 시작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요구 조건입니까?”
“아니, 아무리 독자 기술이라고 해도 그렇지, 이건 폭정입니다.”
“관리 권한을 모조리 넘기라니. 이렇게 되면 게임 운영이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분노를 표출하기까지 하는 이들. 하지만 이것들은 (주)아르카디아가 요구하는 조건의 다가 아니었다.
“그리고…… 가상현실로 게임을 출시하게 되면, 전체 매출의 10%를 수수료로 내야 합니다.”
“저, 전체 매출의 10%? 영업이익도 아니고?”
“미쳤군……. 이런 말도 안 되는 조건을 제안이라고 내밀어?”
“아니, 이런 식으로 하면 어느 게임 회사가 참여하겠습니까? 이건 상생이 아닙니다. 자신들에게 굴종하라는 선언 아닙니까!”
상생을 외치며 (주)아르카디아가 보낸 제안서.
하지만, 그 일면을 자세히 살펴본 이들은 이게 썩은 동아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레픽 게임즈의 CEO인 파이크 번들은 피곤한 기색이 가득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사회 여러분의 우려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 제안서에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고는 분개했습니다. 당장에라도 이걸 제안이라고 하냐며 독설을 공개적으로 퍼붓고 싶은 심정이었죠.”
친분이 있는 언론사를 통해서 저들의 치졸한 계획을 밝히며 언론 플레이를 할까도 생각했던 그. 하지만 현실이 그렇게 장밋빛만이 아닌 냉혹하다는 것을 그 역시 오랜 사회 경험을 통해서 아주 잘 알고 있기에 차마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아르카디아라는 게임의 출시에 사람들이 얼마나 열광하는지, 또 하루가 다르게 줄어드는 유저들이 얼마나 빠르게 가상현실의 세계로 넘어가고 있는지 말입니다.”
비싼 캡슐 가격 때문에 아직 남아 있는 유저들. 하지만 그들이 아직도 레픽 게임즈에 남아 있는 것은 게임이 너무 재밌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 아르카디아로 ‘못’ 넘어가서 남아 있는 것뿐이기에 그들의 충성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아, 게임 노잼.
-내가 이런 그래픽으로 아직도 게임해야 하냐?
-신규 유입도 없고, 한 판 돌리는 데 대기 시간 20분이 뭐냐?
-맛집이니까 그렇지. 고오급 레스토랑에서 음식이 바로 나오냐?
-뭐래 ㅋㅋ.
-에라이! 짜증 나서 못 해 먹겠다! 딴 게임이나 해야지. 삭제한다. ㅅㄱ.
유저 이탈이 점점 가속화되는 최악의 상황. 그렇기에 번들은 자신과 이 회사에 남아 있는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직시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권한을 빼앗긴 채 저들에게 굴종하거나.
아니면 끝도 없이 빠져드는 이 수렁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거나.
그렇기에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침통한 얼굴로 이사회 임원 전원에게 선언했다.
“우리에게…… 아니, 정확히는 모든 게임 산업계에는 그 어떤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저, 모든 이익을 독차지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라도 우리에게 기회를 줬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 상황입니다.”
“아니, 그런……!”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레픽 게임즈가 어떤 회사인데!”
전 세계 1위의 레픽 게임즈.
수십…… 수백 개도 넘는 히트작을 보유한 게임 산업의 세계적인 선두 주자로 성장하기까지 이들은 수많은 평지풍파를 이겨 내 왔다. 그렇기에 이사진 중에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마음으로 저항하자고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결국 그들은 격한 토론 끝에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 * *
[레픽 게임즈는 (주)아르카디아의 상생 제안에 깊은 감사를 표하며 앞으로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언론 앞에 나선 레픽 게임즈의 CEO, 파이크 번들. (주)아르카디아와 손을 맞잡겠다는 그의 발표를 듣고 이미연 사장은 권명한 전무를 향해 생글생글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의외네요. 가장 격렬하게 반발할 거라고 예상했던 회사였는데 말이죠.”
전 세계 게임 산업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레픽 게임즈. 아르카디아의 제안서가 발송된 지 채 24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그 어떤 회사보다 빠르게 백기를 내걸며 화답하는 저들의 모습은, 그녀가 예상했던 시나리오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권명한 전무 역시 동의한다는 듯 의외라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의외이긴 했습니다. 극렬하게 반발하는 회사 중 하나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주)아르카디아의 요구 조건.
굳이 저들에게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았지만, 사실 (주)아르카디아가 내건 조건들은 지극히도 당연하고 또 어쩔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인공지능 엘리스의 관제와 아진 전자에서 극비리에 제공 중인 고성능 설비들. 거기에 아르고스의 혁신적인 프로그램들이 아니라면 절대 그 어떤 기업도 감당할 수 없는 가상현실 시스템. 그것을 대신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사항들이었지만, 그것을 모르는 기존의 게임사들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막강한 권한 자체를 대부분 상실해야 한다는 사실에 강력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레픽 게임즈가 백기를 내건 덕분에 여러 게임사도 눈치를 보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절대 수용 불가능하다며 반기를 드는 이들도 슬슬 보이고는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조작해 무언가를 보여 주는 권명한 전무. 그것은 업로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한 기사였다.
-아르카디아의 타도를 외치는 반(反)게임 연합. 이들의 저항은 승리할 수 있을까?
[가상현실 기술을 한 기업이 독점하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전 세계의 게임 산업을 독차지하려는 이들의 폭거를 멈추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각국에서 도를 넘어선 (주)아르카디아의 독점 행위를 막아서기 위해 법적 조치를 시작할 것이며, 모두와 함께 연대할 것입니다! 가상현실 기술은 인류 모두의 것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투명하고 모든 인류가 평등하게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첫 시작으로…….]벌써 카메라 앞에 나와서 이건 독점 기업의 폭거라며, 당장 정부가 나서서 제한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연합체까지 구성해 똘똘 뭉쳐 저항하려는 저들의 움직임에 이미연 사장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어머. 재미있는 발상이네요. 독점으로 엮으면서 가상현실 기술을 대중에 공개하라는 논리가 어떻게 저렇게 엮일 수가 있죠?”
결국 원래 하던 대로 자기 혼자 다 처먹고 싶으니 기술이나 뱉어 내라는, 어린아이도 하지 않을 것 같은 억지를 부리는 이들. 그녀의 싸늘한 미소를 보며 권명한 전무는 말을 이어 갔다.
“일단 저 성명에 참여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아마 중국 정부의 입김이 많이 섞여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 기업 자국 내 활동에서 가장 폐쇄적인 성향을 보이는 중국 정부. 그들의 개입이 의심된다는 권명한 전무의 말에 골치 아프다는 듯이 이미연 사장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또 중국이에요? 하여간 정말 머리 아프게 하는 나라네요.”
아르카디아를 출시할 당시에도 온갖 규제와 법 때문에 서비스 출시 자체를 포기하려고 했던 중국 시장. 협상 막판에 중국 정부가 양보하며 극적으로 아르카디아를 출시할 수 있었지만, 그 이후에도 그들은 계속해서 회사 운영에 개입하려 들었다.
“하여간, 가상현실 기술을 어떻게든 빼내려고 혈안인 나라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 어차피 제대로 써먹지도 못할 텐데.”
가상현실.
관련 기술의 전문가들이 현존 기술을 수백 년은 아득히도 앞선, 초-과학의 산물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비정상적인 기술. 이것을 정상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인프라와 기술력을 제대로 갖춘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기에, 이미연 사장은 그들의 얄팍한 수작에 진절머리가 난 상태였다.
“일단, 이번 성명에 참여한 기업들 명단 잘 확인하고 전부 블랙리스트에 올려 두세요. 앞으로 우리 회사와 관련한 그 어떤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수 없도록 철저하게 감시하고요.”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혹시나, 직원들 입단속도 철저히 시키고요. 이번 일에 우리는 철저히 무대응으로 일관하도록 하죠. 반박 기사도 낼 필요가 없어요.”
“네……?”
상대 측에서는 악덕 기업으로 몰아가려고 작정한 상황. 당장에 반박 기사부터 내고 철저하게 여론 몰이에 대항해도 부족한데,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이미연 사장의 말에 권명한 전무는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하지만, 그런 권명한 전무에게 그녀는 사악한 눈빛을 빛내며 중얼거렸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솎아 내려고요. 우리 회사에 반기를 드는, 그리고 가상현실 기술을 노골적으로 약탈하려 드는 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모조리 찾아내야죠.”
은혜는 잊어도, 원한은 100배로 갚는 치졸함을 가진 이미연 사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