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세계수의 부활 (5)
아르카디아를 관장하는 인공지능 엘리스(Alice).
거의 지구에 필적할 만큼의 방대한 크기의 대륙인 아르카디아.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관조하고 분석하며, 예측하고 또 조율하는 그녀는 과학자들이 소위 말하는 초-인공지능의 범주에 속하는 존재였다.
[특이사항 감지. 위험도 분석……. 위험도 하. 감시 제외.] [특수 시나리오 조건 충족. 예상 가능한 최적 시나리오 탐색……. 퀘스트 부여.] [‘전장의 폐허’, 해골 망령의 재생성률 35% 감소. 관련 원인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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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주요 상황들을 하나하나 관조하고 그 상황에 따라 가장 최적의 시나리오대로 유저들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완벽하게 보조하는 그녀는, 사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그저 단순한 시설 관리용 인공지능에 불과했다.
“엘리스, 너무 더운 것 같은데 에어컨 온도 조금만 더 낮춰 줄래?”
[알겠습니다.]“고마워.”
실리코프 더 바이오 인더스트리의 비밀 연구 시설, 하이브(Hive).
그곳에 상주하는 실리코프의 총수, 제니카. 그녀는 요청한 대로 가동된 에어컨의 서늘한 바람을 느끼며 피곤에 찌든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후……. 씨발.”
의도하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욕설. 그녀의 그런 혼잣말에 엘리스가 물었다.
[최근 욕설의 사용 빈도가 219% 증가했습니다. 혹시 불편한 일이 있으십니까?]퍼센티지로 증가 수치까지 친절하게 알려 주며 무슨 고민이 있냐고 물어 오는 엘리스. 그런 그녀의 물음에 제니카는 잔뜩 빡친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안에서나 밖에서나 온갖 깽판을 치고 다니는 새끼들 때문이지, 뭐가 문제겠어.”
[현실에서의 문제는 모르겠지만, 아르카디아 내부의 문제는 이미연 사장이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관리자님께서 신경 쓰시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한 행위라고 판단됩니다.]“내가 어떻게 신경을 안 써! 엘리스! 지금 게임이 개판으로 굴러가고 있으니까 내가 지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이 고생이잖아. 네 서버랑 연산 시설의 증설을 왜 이렇게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건데!”
극비리에 운영되는 시설인 하이브.
최근 미국 정보에 그 존재가 공개되었지만, 여전히 대중에게는 철저하게 비밀로 숨겨져 있는 이곳에 대량의 서버 장비들을 반입하는 것은 그녀로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전 세계의 정보부가 아르카디아를 비롯한 가상현실 기술에 엄청난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기에 반입 절차는 엄청나게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 어차피 아르고스의 눈(Eyes of Argos)이 계속해서 특이 동향을 주시하고 있잖아.]그녀의 히스테리컬 한 짜증에 대뜸 모니터 한쪽에서 튀어나와 말을 거는 잭. 그런 그의 말에 제니카는 얼굴을 팍 찌푸리며 말했다.
“아르고스의 눈으로 모든 걸 감시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위협은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한 번 이 시설의 정보가 노출되면 그걸 되돌릴 방법은 없으니까.”
통합 정보 감시 시스템, 아르고스의 눈(Eyes of Argos).
전 세계의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아진 전자. 그리고 스마트폰의 운영체제와 그 생태계를 구축한 아르고스. 이 두 회사가 전 지구상에 쫙 뿌려 놓은 백도어로부터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수많은 정보의 천문학적인 가치를 알아본 미국 정부. 그들의 비호 아래에 프리즘 프로젝트라는 비밀 작전으로 가동되고 있는 아르고스의 눈은 실시간으로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모든 것을 감시하고 있었다.
[뭐…… 너무 과민 반응 하는 거 아냐? 아르고스랑 같은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있는 우리 엘리스는 완벽하잖아. 그치, 엘리스?]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관리자님.] [헤헤, 뭘.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모니터 안에서 히스테리 작작 부리라며 히죽거리고 있는 잭. 그런 그를 보고 제니카는 살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한쪽 벽면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제니카의 반응에 자기가 선을 넘었다는 것을 깨달은 잭은 흠칫하며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
[제, 제니카? 내 몸체에는 왜 다가가는 거야? 응?]선천적으로 뇌가 기형이었던 잭. 태어날 때부터 전신 마비로 인해 말을 하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던 그. 하지만 루시드 드림이 개발되고 자유롭게 온라인 속에서 운신할 수 있게 되자 그의 진가가 드러나게 되었다.
가상 세계(假想世界) 아르카디아의 창조자.
짤막한 영상이나 그림 하나를 구현하는 데에도 낑낑대는 다른 범인과 다르게, 완전히 하나의 세상을 오롯이 혼자만의 상상으로 구현해 낸 초월적인 천재.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어떠한 의사 표현도 하지 못하는 전신 마비의 장애인일 뿐이기에, 그는 진땀을 뻘뻘 흘리며 자신의 몸 옆에서 싸늘한 냉기를 풀풀 풍기는 제니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네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과민 반응? 지금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난리를 치고 있는지 정말 몰라서 그래?”
[알지, 나 때문이잖아.]“네 존재를 알면 전쟁에 가까운 군사작전이라도 펼쳐서 여기를 초토화하면서까지 납치를 시도할 대가리에 총 맞은 국가도 꽤 많다는 것도 알고?”
아르카디아 그 자체나 다름없는 잭. 그의 뇌에 담겨 있는 하나의 세계를 탐내는 탐욕스러운 이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미국 정부와 아르고스가 제공하는 정보를 통해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는 제니카의 질책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나야 뭐, 그때는 그냥 콱 독가스나 변종 에이즈 바이러스를 기지 전체에 살포하고 도망치면 된다고 쳐. 그런데 너는? 제 몸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면서 그런 상황에 놓이면 어떻게 도망칠 방법이라도 있어?”
[미안해…….]이럴 때는 빠른 사과가 답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잭. 그는 풀이 죽은 얼굴로 진심으로 반성한다는 것을 최대한 보여 주며 사과했다. 그런 그의 사과에 제니카는 아무 말 없이 한참 동안 그를 째려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앞으로 처신 잘해. 다음번에 또 말실수하면 인터넷 선 그냥 뽑아 버린다.”
[헉! 그, 그것만은!]컴퓨터와 24시간 연결된 잭의 뇌. 인터넷이라는 것을 알아 버린 그는 이제 그것이 없으면 안 되는 몸…… 아니, 정신이 되어 버렸기에 제니카의 협박에 사색이 된 얼굴로 신음했다.
“저번에 3일 끊었으니까…… 이번에는 일주일인가?”
과거 들어가면 안 되는 묘한(?)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미처 지우지 못한 검색 기록을 제니카에게 딱 걸려 삼 일간 랜선을 압수당한 전적이 있던 잭. 그때의 미쳐 버릴 것 같은 지루함을 떠올린 듯 그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다짐했다.
그의 빠른 항복 선언에 은근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랜선을 만지작거리는 제니카. 그런 그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엘리스가 갑자기 한마디를 던졌다.
[관리자님의 연결을 강제 종료 하면 아르카디아의 서비스 역시 전면 중단됩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전 세계의 서비스가 일주일간 중단되는 것은 대규모 환불 사태를 비롯해 집단소송과 같은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행위는 매우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것으로 보이며, (주)아르카디아에 심각한 영업 손실을 끼칠 수 있습니다.]아르카디아의 메인 서버와 같은 역할을 하는 잭. 그의 랜선을 뽑아 버리는 것은 아르카디아의 서비스 전체를 중단해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이를 관장하는 엘리스로서는 반드시 전해야 할 권고.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말에 다시 싸늘해지는 제니카의 표정에 잭의 얼굴 역시 사색으로 변했다.
[영업 방해로 민형사상의 조치가 있을 수도 있는 행위니 그러한 조치를 진짜 실행에 옮기지 않으실 것을 강력히 권고합니다, 관리자님.]그런 그녀의 말에 제니카는 한참을 침묵하다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엘리스.”
[네. 부르셨습니까, 관리자님?]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못하는 잭을 옆에 두고 화사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인공지능 엘리스. 그런 그녀에게 제니카가 말했다.
“넌 씨발, 눈치도 없냐?”
[…….]두 시간도 넘는 시간 동안 인공지능에게 온갖 욕설과 폭언을 하며 그녀를 갈구기 시작한 제니카. 그녀의 갈굼이 끝나고 난 후에 엘리스는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데이터베이스에 한 가지 정보를 기록했다.
[1급 관리자: 제니카 폴.]특이사항.
-세상에서 두 번째로 미친 놈.
주의사항.
-자기 말에 반박하는 걸 싫어함.
-폭주 모드에 들어가면 말 걸지 말 것.
* * *
[휴……. 고생 많았어, 엘리스.]제니카의 광분이 다 끝나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난 후. 그녀가 듣지 못하는 가상 속 세상에서 잭은 이마의 땀을 훔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옆에서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제니카의 폭언. 그걸 의미 있는 시간으로 평가하는 엘리스의 대답에 잭은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아르고스에게서 받은 정보에 ‘세상에서 두 번째로 미친 놈’이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왜 그런 평가를 받았는지 이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별로 이해하지 않아도 좋은 사실을 이해해 버린 엘리스. 그런 그녀의 대답에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잭은 이내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화제를 돌렸다.
[그래…… 일단 그 문제는 나중에 이야기하고……. 현재 세계수의 상태는 어때?]게임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의 최신 근황을 묻는 잭. 그런 그의 물음에 엘리스는 하나의 창을 띄우며 답했다.
[주요 감시 대상이 드래곤 하트를 세계수에게 전달했습니다. 현재 세계수가 성공적으로 드래곤 하트를 흡수하였으며, 힘을 급속도로 회복하는 중입니다.] [음……. 결국 다시 본대륙으로 돌아왔나 보네?]마지막에 확인했을 때는, 검은 해적단의 배를 타고 다시 한국 대륙으로 귀환 중이었던 재영. 어느새 다시 본대륙에 도착해 심장까지 성공적으로 전달했다는 엘리스의 보고에 잭은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그래서…… 판게아의 업데이트는 언제 시작되는 거야?] [현재 전 대륙에 뻗어 있는 세계수의 뿌리들이 다시 재활성화되는 중입니다. 예상되는 임계점까지의 남은 시간은…… 27일 14시간 25분입니다.]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간. 그 거대한 변화를 알지 못한 채 그저 평화롭게 게임을 즐기고 있는 전 세계의 유저들을 내려다보며 잭은 혼자만의 생각에 잠긴 채 중얼거렸다.
[음……. 그때쯤이면 대충 어느 정도 서버 확장은 마무리될 것 같은데, 큰 문제는 없겠지?] [대륙 전체가 통합되는 만큼,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와 충돌할 수 있는 변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긴 하지만…… 심각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예상합니다.]걱정하지 말라는 엘리스의 대답. 그런 그녀의 자신감이 넘치는 답변에도 잭은 영 가슴속에서 피어나는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은 듯, 걱정 가득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나는 걱정되는 걸까?] [어떤 점을 우려하시는 겁니까?] [그러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는데 뭔가 불안한 마음이 계속 드네…….]본능적인 직감.
평상시에 사고가 터져도 그저 재밌다는 듯이 실실 웃으며 즐기던 잭이었지만, 이번에는 뭔가 찜찜한 느낌이 가득 들어 기대보다는 묘한 긴장감이 먼저 가슴속에서 솟아 나왔다. 그리고 그는 황급히 손가락을 튕기며 눈앞에 하나의 화면을 띄워 냈다.
따악.
그의 의지에 따라 눈앞에 나타나는 재영의 모습.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코를 후비적거리며 따분한 표정을 짓는 그를 가늘게 뜬 눈으로 바라보며 잭은 연신 중얼거렸다.
[아무리 봐도 얘 때문에 제니카한테 욕 처먹을 거 같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