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21
21화 개발자도 사람이야! 사람! (2)
아르카디아의 공식 커뮤니티 사이트 아르팬디아.
수많은 정보와 공략이 올라오는 이 사이트를 뜨겁게 달군 이번 주 화제의 영상은 다름 아닌 재영의 영상이었다.
[당신도 할 수 있다! 아르카디아로 돈 벌기!]자극적이라서 누구든 ‘이건 못 참지…….’ 하며 마우스를 무심코 클릭하게 될 제목. 거기에 내용 자체도 꽤 파격적이었기에 댓글창에는 사람들의 갑론을박이 난무했다.
-채광이 그렇게 효율적이지는 않을 텐데…….
-야, 예전 공략 영상에 채광하느니 차라리 사서 쓰는 게 훨씬 낫다고 안 했냐?
-ㅇㅇ 맞음. 철광석 캘 시간에 제작 스킬 랭크 올리는 데 시간 쓰는 게 나음.
예전에 채광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경험담. 이미 대장장이로서 슬슬 명성을 알리고 있는 한 유저의 공략 영상 덕분에 대중적으로 채광이 별로라는 인식이 쫙 퍼져 있었다. 하지만 재영의 영상을 보고 난 후 사람들의 여론에 조그마한 변화의 바람이 일어났다.
-근데 저거 가능할지도? 요즘 철광석 시세 상승했음. 거의 2배로 올랐음.
-맞음. 안 그래도 요즘 철광석 구하기 너무 빡세더라. 그래서 직접 캘까 생각 중.
-영상을 봐라. 초반에는 별로여도 스킬 랭크 A까지 올리고 나면 달라진다잖아!
-와. 하루 해서 18만 원? 그럼 한 달 하면 그게 다 얼마야?
-그러게? 노가다 뛰느니 차라리 저게 낫겠는데?
-게임을 하라니까 게임 속에서 노가다 뛸 생각하고 있네 어휴.
돈 냄새가 미끼처럼 솔솔 풍기는 상황. 전부 다는 아니었지만, 꽤 많은 사람이 계산기를 두드려 보기 시작했고 그 결과 곡괭이를 손에 쥐고 파곤산에 있는 광산으로 하나둘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차피 골드가 많이 풀리지 않은 게임 초기인 만큼 기초 자본을 모으고 싶어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았다.
“내가 계산해 봤는데, 영상에서 본대로라면 한 달만 해도 540만 원이라니까?”
“아니, 그게 되겠냐고? 만약 그게 사실이면 직장인들 죄다 일 때려치우겠다.”
“아, 한 번만 믿고 따라와 봐. 어차피 너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돈 없잖아.”
영상을 보고 온 것인지 두 명의 초보 유저가 곡괭이 하나씩 둘러메고 터벅터벅 광산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미하일 남작이 파견한 두 명의 경비병이 광산 입구에서 그 둘을 막아 세웠다.
“정지! 멈춰라!”
“……왜 그러세요?”
영문을 몰라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서 있는 두 사람. 경비병은 그 둘의 위아래를 꼼꼼하게 훑어보며 물었다.
“익숙하지 않은 얼굴인데…… 여기 광산에 광석을 캐러 온 것인가?”
“예, 그런데요?”
“이곳에서 광석을 캐기 위해서는 광산 이용료를 내야 한다! 등록증은 가지고 있나?”
“예? 그런 게 있어요?”
전혀 들은 적 없는 사실. 깜짝 놀란 그 둘이 서로를 쳐다보며 당황해하자 경비병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 둘에게 면박을 주었다.
“미하일 남작님 영지에 있는 광산이고 영주님께서 직접 개발하신 곳인데 그곳을 공짜로 이용하겠다는 게 말이 되나!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 자네들이 이 광산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기여한 게 있나?”
“그건…….”
“없다면 당연히 이용료를 내야지!”
경비병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기에 그 둘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광산 이용료는 얼마인데요?”
“이용료는 한 달에 30골드이네.”
“예? 30골드요?”
화들짝 놀란 두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되물었다. 한 달에 30골드. 다시 말해서 하루에 1골드의 이용료를 내야 하며 현 골드 시세를 고려하면 10만 원이라는 거금이었다.
“선불이며 한 달 단위로 입장료를 받고 있네.”
“아니, 그건 좀…….”
“아, 내가 이래서 그냥 하지 말자고 했잖아!”
초보자 두 명이 내기에는 60골드는 너무나도 비싼 금액. 하지만 이미 수중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 곡괭이를 구매한 상황이기에 이 둘은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에 난감해했다.
“왜 그러나? 혹시 이용료를 낼 돈이 없어서 그러나?”
“아…… 네……. 저희도 돈을 벌려고 온 거라서 그렇게 큰돈은…….”
대충 눈치챘다는 듯이 물어 오는 경비병의 물음에 초보 유저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자 경비병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주머니 사정이야 다 그렇지. 대충 행색만 봐도 형편이 어려워 보이는데…… 아니면 이용료를 면제하는 방식은 어떤가?”
“예? 그런 게 있어요?”
자그마치 30골드나 되는 입장료. 그 가격을 전부 면제해 준다는 이야기에 눈이 동그래진 두 사람이 물어 오자 경비병은 넌지시 저 한편에 마련된 부스 같은 곳을 가리켰다.
“그건 저기 가서 상담을 받아 보게. 저기에서 관련 사항을 알려 줄 걸세.”
경비병들이 서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 안락한 의자와 마실 것이 겸비된 그곳에서는 예쁘장하게 생긴 한 여자가 그 둘에게 매혹적인 미소를 보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우와…….”
보기만 해도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 그 미모에 혹한 그 둘은 자기도 모르게 부스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자신들이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할 깊은 늪으로 스스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말이다.
* * *
[일일 채굴량 100,000을 달성했습니다.] [퀘스트, ‘영주의 고민’을 해결하셨습니다.] [영주를 찾아가 퀘스트 관련 보상을 수령하십시오.]“어? 퀘스트 깼네.”
갑자기 들려오는 알림음에 재영이 중얼거리자 탄이 이상한 놈이라는 듯한 눈빛으로 흘겨보며 말했다.
“뭐라고?”
“아니, 아무것도 아냐.”
파곤산 내부. 그 깊숙한 곳에서 탄과 함께 파괴 행각을 자행하고 있던 재영은 그 눈 뜨고 보기 힘든 참혹한 과정에서 결국 하나의 의문의 목걸이를 습득할 수 있었다.
[‘영광스러운 천상의 메달’을 습득하셨습니다.] [신성한 기운이 플레이어에게 반응합니다.]우우웅-
손에 들고 있는 목걸이가 갑자기 공명하더니 엄청난 기운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꾸에에엑! 뭐야!”
청명하고 신성한 기운. 그 기운이 주위로 퍼져 나가자 마치 햇빛을 본 흡혈귀라도 된 것처럼 온몸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괴성을 지르는 탄. 그리고 그 신성한 기운이 맹렬하게 재영의 몸으로 흡수되어 갔다. 아니, 흡수되려 했다.
[경고. 플레이어의 직업이 성(聖) 계열이 아닙니다.] [치명적인 모순 발생.] [긴급 조치. 아이템이 일시적으로 비활성화됩니다.] [관련 사항에 대해 고객 센터로 문의 바랍니다.]“뭐지……?”
“갑자기 뭐야! 진짜 뒈질 뻔했네!”
내부를 가득 메우던 신성한 기운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목걸이 안으로 갈무리되어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꽤 타격을 입은 듯 헥헥대며 바닥에 주저앉는 탄을 뒤로한 채 재영은 인벤토리에 놓여 있는 목걸이를 확인했다. 하지만 다른 아이템과 다르게 회색빛으로 전시된 목걸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영광스러운 천상의 메달]-치명적인 오류로 인해 일시적으로 아이템이 비활성화되었습니다.
-당사에서 최우선적으로 해당 사항을 확인해 조치하겠으니 이 점 양해 바랍니다.
대충 보기만 해도 뭔가 꼬인 것 같은 상황. 게임사에서도 이런 식으로 아이템을 습득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 같다. 아마 이 상황을 확인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 터지게 고민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며 재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인……? 뭐 해……?”
아까 입은 타격을 수습하는 듯 자리에 앉아 헉헉거리던 탄은 다시금 유니크 곡괭이를 손에 고쳐 잡는 재영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뭐 하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해야지.”
“당연한 일?”
“너는 지금 여기서 우리가 한 짓이 뭔지 모르냐?”
단순한 유적지 도굴을 넘어서 누군지 모를 중요한 인물의 석관을 완전히 박살 내 버린 것도 모자라 시체의 유류품 탈취, 거기에 시체 훼손까지. 그야말로 인간쓰레기 취급을 받아도 모자랄 범죄를 수도 없이 저지른 상황.
“아마 우리가 여기서 한 짓을 들키면 너는 몰라도 나는 꽤 인생이 꼬일 것 같아서 말이야.”
“뭐…… 하긴 내가 봐도 좀 그러긴 해.”
뭔가 ‘내가 악마이긴 해도 너만큼 쓰레기는 아닌 것 같아…….’ 하는 느낌이 드는 듯한 말투로 말하는 탄. 그런 탄의 반응에 재영은 확고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기에 이곳의 존재는 이전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비밀로 남아 있어야 해. 그래서…….”
“그래서……?”
콰직.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곡괭이가 고대어가 빼곡하게 적혀 있는 한쪽 벽을 박살 냈다. 마치 원래 존재한 적 없었다는 듯. 어쩌면 천문학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을 고고학적 유산이 그의 손짓 한 번에 가루가 돼 박살이 나 버렸다.
“증거 인멸을 해야지.”
콰직 콰직 우드득 퍽-
아까와는 다르게 손속에 거침이 없는 휘두름. 그 휘두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제단의 모습을 바라보며 탄은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와…….”
지금껏 만나 본 인간 중에서 제일 악마 같은 인간을 만났다는 생각에 탄은 또다시 어딘가에서 음침한 종이를 꺼내 들어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정말 인간들에게는 배울 게 많단 말이지…….”
나중에 돌아가면 자라나는 새싹 악마들에게 알려 줘야 될 진정한 악행이 무엇인지 오늘도 하나 배워 간 사탄이었다.
* * *
가상현실 아르카디아.
이 말도 안 되는 가상의 현실을 누가 만들었는가에 대해서 여러 의혹이 난무했지만, 놀랍게도 이 세상을 만든 것은 다름 아닌 한 사람이었다.
잭.
선천적으로 뇌에 기형이 있어 전신 마비의 불구인 그는 세계 최대의 바이오 회사 실리코프의 대규모 프로젝트, 호접몽(胡蝶夢)으로 인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연인이자 실리코프의 총수인 제니카에게 진심 어린 고백과 함께 그녀에게 선물한 하나의 세계(世界).
그 세상이 바로 아르카디아였다.
아르카디아의 창조주인 잭은 그 이후 언제나 자신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이 거대한 세상 속에서 각자가 만들어 가는 이야기를 지켜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관리자님.]“어? 엘리스? 무슨 일 있어?”
자신을 보조해 게임의 시스템을 구현하는 인공지능 엘리스. 자신의 세상에 접속하는 유저들을 관리하고 보조하는 그녀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은 이례적이었기에 잭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치명적인 모순이 발생해 조정이 필요한 사안이 발생했습니다.]“치명적인 모순?”
잭의 눈앞에 펼쳐지는 상세한 데이터. 그 데이터를 찬찬히 훑어보던 그는 이내 재밌다는 듯이 씩 웃어 보이며 중얼거렸다.
“흐음…… 그 녀석이 준비해 둔 설정이랑 내 설정이 겹쳤네?”
난세의 방랑가(Bard of Anarchy).
제니카가 언제나 망할 놈이라고 욕하고 다니는 녀석이 직접 기획하고 만들어 놓은 직업. 기획 의도대로 정신 나간 플레이를 벌이는지, 잭이 직접 준비했던 아르카디아의 메인 스트림 하나를 벌써부터 제대로 건들고 있었다.
“히든 클래스, ‘거룩한 선지자’의 전직 아이템이 쟤 손에 들어가 버리면 곤란한데…….”
먼 미래지만, 언젠가는 벌어지게 될 제2차 성마대전. 그 대전에서 성(聖) 진영의 주역이 될 직업이 날아가 버렸다.
“일반적인 상황이면 그냥 이전 직업을 지워 버렸을 텐데…….”
애초에 선행 퀘스트가 신성 계열 직업 보유자가 아니면 받을 수도 없었고 만약 아니었더라도 그냥 이전 직업을 없애고 강제 전직 처리했겠지만, 하필이면 자신도 건들 수 없는 유일한 직업의 보유자였기에 잭으로서도 곤란한 상황이었다.
[어떻게 할까요?]“음…….”
문제 대부분은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엘리스. 이렇게 곤란한 안건이기에 가져온 것이겠지만, 잭으로서도 잠깐 고민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무언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잭은 이내 미소 지으며 중얼거렸다.
“일단 전직 자체는 보류하고 아이템 특성을 바꾸자고.”
[특성 말입니까?]잭이 손을 휘젓자 아이템의 능력치가 나타난 창이 떠올랐고, 이내 빠르게 그 내용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 줄 필요가 있겠거든.”
사탄과 함께하며 점점 타락해 가는 재영의 플레이. 잭이 보기에도 그에게 제동을 걸어 줄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