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213
213화 대륙 전쟁 (4)
대륙 정벌을 결정한 하르멜 제국.
제국 곳곳에 숨어 있는 첩자들로부터 정보가 새어 나갈 것을 우려한 것인지, 그들의 공격은 예상보다 빠르게 시작되었다.
“전원 공격하라!”
“저, 적이다! 비상!”
콰아앙.
하르멜 제국과 바말 제국의 국경 지대이자 대륙 전체로 이어지는 교통의 요충지, 카이벨.
하르멜 제국 정예군의 기습으로 카이벨의 성채가 속절없이 그들에게 점령되는 것을 기점으로 엘리스는 대륙 전체 유저들에게 공지했다.
[메인 시나리오가 시작되었습니다.] [Act. 4 대륙 전쟁]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관련 내용을 확인해주세요.]“엥? 뭐야?”
“메인 시나리오……?”
“또……?”
평소와 같이 플레이를 즐기던 유저들. 그 어떤 전조나 예고도 없이 날아온 메인 시나리오의 알림에 그들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아, 메인 시나리오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지랄이야?”
“대륙 전쟁……? 또 무슨 난리를 치려고?”
이미 메인 시나리오라는 이름으로 여러 번 덴 경험이 있는 한국 유저들. 그 때문에 그들은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메인 시나리오에 미심쩍은 눈초리로 생성된 퀘스트의 내용을 확인했다.
“하르멜 제국이랑…… 바말 제국? 둘이 싸운다고?”
“갑자기? 아니, 왜……?”
아르카디아 제2대륙에서 가장 강대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하르멜 제국과 바말 제국.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큰 불화는 없었기에 두 제국을 오가며 플레이를 즐기던 유저들은 갑작스럽게 터진 전쟁에 고개를 갸웃했다.
[Act. 4 대륙 전쟁]오랜 시간 대륙 전체를 정복하겠다는 야욕을 품고 있던 하르멜 제국. 이들이 그 야욕을 드러내고 강력한 적수인 바말 제국을 기습적으로 공격했다. 혼란에 빠진 대륙. 당신은 누구의 편에 서서 영광과 명예를 위해 싸우겠는가?
-바말 제국과 하르멜 제국 중에서 진영을 선택해 싸울 수 있습니다.
-선택한 진영이 승리할 시, 기여도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선택한 진영이 패배할 시, 페널티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바말 제국이랑 하르멜 제국 중에서 진영을 선택할 수가 있네……?”
“흠……. 어디가 더 유리한 거지?”
이미 시작된 메인 시나리오.
이유가 어떻게 되었든 대륙 전체에 영향력을 끼치는 거대한 퀘스트 속에서 각자의 실속을 챙기기 위해서 움직여야 할 때였다. 그렇게 두 제국 사이에서 어느 진영을 선택할지 고민하며 정보를 모으는 유저들. 그들이 자연스럽게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아르팬디아였다.
-바말 제국이랑 하르멜 제국 중 어디가 세요?
-아니, 게임사는 도대체 무슨 생각머리로 자꾸 이딴 메인 시나리오만 하냐?
-근데 갑자기 둘이 왜 싸움?
관련 정보가 없어서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하는 유저들. 그런데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집단적으로 비슷한 종류의 글과 댓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르멜 제국이 유리함. 기습 공격으로 바말 제국의 주요 전력이 몰살했음.
-?? 그건 또 무슨 소리임?
-무조건 하르멜 제국이지. 님들 빨리 하르멜 제국 선택하고 달려오셈. 기여도 개꿀임.
-바말 제국 선택했다 패배하면 척살령 떨어져서 겜 접어야 함. 조심하세요.
-바말 제국 황제 암살당했다고 함. 괜히 오합지졸 편들었다 피 보지 마세요.
-??? 저건 또 무슨 개소리야.
온갖 유언비어가 쏟아지며 선동과 날조로 가득해서 더럽혀진 아르팬디아. 너무 과할 정도로 하르멜 제국의 편을 드는 글들이 많아지자 많은 유저들은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뭐야, 진짜 하르멜 제국이 유리함?
-이거 진영 바꿀 수 없는데 확실한 거 맞아?
단 한 번의 잘못된 실수로 이벤트 전체를 날려 먹기 싫은 유저들. 그들이 관망하고 있을 그때. 아르팬디아 2대륙의 대형 길드, 심판(審判)이 공식적으로 전쟁의 참전을 선언했다.
[우리는 하르멜 제국의 진영에서 이번 메인 시나리오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하르멜 제국의 전쟁 담당관과 관련 이야기를 나누었고, 기여도에 따라 제국의 귀족 작위까지도 수여받을 수 있는 특혜를 주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이에…….]-??? 귀족 작위?
-저거 진짜임?
심판 길드에서 흘러나온 정보.
귀족 작위를 수여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여러 중대형 길드의 길드장들의 귀가 맹렬하게 팔랑거리기 시작했다.
“귀족 작위를 수여받을 수 있다는 말은…… 영지도 획득할 수 있다는 말이잖아……?”
봉건제도의 사회구조를 이루고 있는 아르카디아의 세계관. 철저한 계급사회로 흘러가는 이 세상에서, 아무리 막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는 길드라 하더라도 길드장이 귀족이 아닌 이상 영지를 얻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둠의흑염룡 같은 특이 케이스가 아니면 귀족 작위를 가진 놈이 아예 없잖아.”
“하……. 귀족 작위를 어떻게 받는 거야. 그런 퀘스트가 따로 있는 건가?”
“국왕한테 잘 보여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쉽냐?”
왕국 퀘스트를 아무리 수행해도 귀족 작위와 관련한 실마리는 전혀 잡히지 않는 상황. 그런데 처음으로 귀족 작위를 받을 수 있다는 정보가 공개적으로 흘러나오자 대륙 전체에 산재하고 있던 수많은 길드가 앞다투어 나서기 시작했다.
[우리 ‘된장은메주야’ 길드는 하르멜 제국의 진영에서 이번 메인 시나리오를 따라 참전하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모든 길드원은 즉시 진영을 선택하고 집결하기 바라며, 이번 퀘스트를 통해서…….] [‘점심은 나가서 먹어’ 길드는 하르멜 제국…….] [‘김치싸대기’ 길드는…….]온갖 길드가 앞다투어 이번 메인 시나리오에서 하르멜 제국의 진영을 선택해 대거 참전하는 상황.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지엠 상단에서 전례 없는 이벤트를 내걸기 시작했다.
“하르멜 제국을 선택한 사람한테는 초특가 할인 혜택 제공!”
“포션 종류는 30%! 장비는 10% 할인해 드립니다! 싸다 싸!”
“하르멜 제국 진영으로 참여하고 기여도 빠방하게 챙겨 가세요!”
하르멜 제국 진영의 유저들에게 말도 안 되는 혜택을 몰아 주며 사람들을 유혹하는 상황. 이 모든 것이 연쇄적으로 작용하면서 유저들의 진영 선택은 걷잡을 수 없이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하르멜 제국: 77%.
-바말 제국: 23%.
진영을 선택한 이들 대부분이 하르멜 제국으로 편중된 상황. 그것을 본 일반 유저들 역시 더 유리한 진영으로 선택하기 시작하면서 한번 깨져 버린 균형추는 점점 더 하르멜 제국의 쪽으로 기울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보면서 웃는 것은 다름 아닌 지엠 상단의 상단주, 제규였다.
“크크크……. 크하하하하하.”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혼자 한참을 웃어 대는 제규. 그리고 그런 그를 뿌듯한 얼굴로 바라보며 미소 짓는 수행 비서. 이 둘은 자신들의 선택이 얼마나 현명했는지를 자축하며 축배를 들었다.
“크크크……. 그 드래곤 본이 메인 시나리오를 촉발하다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정말 천운 같은 기회였어.”
“그렇습니다. 디에른 공작이나 드미트리 황자가 저희 상단에 꽤 많은 믿음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아, 이번 일 고생 많았어. 일 처리 하나는 확실하게 했던데?”
아르팬디아에 선동 글을 도배하고 인지도 높은 길드들을 하르멜 제국의 편으로 끌어들이면서 전략적으로 유저들을 긁어모은 수행 비서. 제규는 그의 일 처리가 만족스러운 듯 히죽 웃으며 오랜만에 칭찬을 건넸다.
“전에 비서실에서 근무할 때도 비슷한 일을 해 본 적이 있었어서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래……? 어쩐지 처음 해 본 솜씨는 아닌 것 같더라니.”
지엠 그룹 비서실에서 일하면서 여론 조작과 같은 일들을 여러 번 해 본 적이 있는 수행 비서는 제규의 말에 묘하게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그 덱스라는 유저의 행방은 아직 파악이 안 되고 있습니다.”
지금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요주의 인물.
이들이 털어 갔던 드래곤 머리뼈의 본래 주인이자, 이미 수차례 지엠 상단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던 이.
드래곤 슬레이어 덱스.
또 뒤에서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기에 파이 상단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덱스라는 유저를 찾기 위해서 지엠 상단 전체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지만, 그에 대한 움직임은 감지된 것이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할 건데? 유저 대부분이 이미 하르멜 제국의 편에 선 상황인 데다 마탑 역시 마찬가지고, 주요 용병단 역시 모조리 하르멜 제국이 사전에 고용한 상태인데. 이미 판세가 압도적으로 유리해졌으니 아무리 강해도 유저 하나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드래곤의 머리뼈가 덱스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제규.
그렇기에 최대한 빠르게 처분하려고 하르멜 제국에 몸을 의탁했고, 그 결과 제국의 신임을 얻으며 그들의 그늘 아래에 지엠 상단이 들어갔기에 그는 이제 모든 우려를 내려놓았다.
“이제 하르멜 제국이 계획한 대로 바말 제국을 무너뜨리고 대륙 전체를 장악하기 시작하면 그 덱스라는 유저도 어쩔 수 없지. 아무리 강해도 유저 하나가 대륙 전체를 상대로 싸울 수는 없잖아?”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한 개인이 강대한 제국 전체를 상대로 싸울 수는 없는 법.
그렇기에 제규는 탐욕스러운 눈을 빛내고 히죽 웃으며 말했다.
“이제 더 이상 그놈이나 파이 상단도 우리를 건들 수는 없어. 아니, 그 어떤 유저도 감히 지엠 상단을 건드릴 수는 없겠지.”
얼마나 추악하고 치졸하고 더러운 방법을 쓰든 개의치 않고, 그저 성공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제규. 그는 자신이 계획한 것 이상으로 유리하게 흘러가는 상황에 승리감에 도취되어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하르멜 제국의 대륙 점령과 그들의 밑에서 막대한 이익을 취하며 승승장구하는 지엠 상단. 그리고 막대한 이익을 통해 최춘식 회장의 인정을 다시 얻으며 그의 후계자가 되기 위한 경쟁에 당당하게 복귀하는 아름다운 미래를 말이다.
* * *
“흐음……. 또 한바탕 시끄러워졌네.”
제규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동안, 어딘가로 향하는 재영을 졸졸 따라다니던 탄은 귀를 쫑긋거리며 흥미롭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주인, 저기 위쪽에는 난리가 났는데 안 가 봐도 돼?”
대륙의 북부와 동부 지역은 이곳저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시끄러운 상황. 유저들 역시 메인 시나리오에 참가하기 위해서 대거 몰려가서, 일순간 한산해진 마룬 왕국으로 향하는 재영을 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초리로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거길 왜 가?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거라니까?”
“아니, 그러니까! 그 지엠 상단인지 뭔지는 하르멜 제국에 있잖아. 근데 왜 마룬 왕국으로 오냐고?”
이미 오래전에 마룬 왕국에서 거점을 옮긴 지엠 상단. 소규모 지부가 있기는 하지만, 그야말로 껍데기에 불과한 곳들이기에 탄은 얼굴에는 궁금증이 가득했다.
“만나 볼 사람이 있어서.”
“만나 볼 사람……?”
“아, 그런 게 있어. 그러니까 조용히 따라오기나 해.”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걸음을 옮기고 있는 재영. 묵묵히 먼저 걸어가는 그의 뒤를 묘한 눈초리로 바라보던 탄은 옆에서 어깨를 으쓱하며 자기도 모르겠다는 엘을 힐끗 쳐다보고는 투덜거리며 날개를 파닥거렸다.
“그냥 강신으로 모조리 다 쓸어버리면 편한 걸, 왜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
개연성 벌이도 하지 못하고 시간만 낭비한다는 생각에 연신 투덜거리는 탄. 하지만 그는 재영이 멈춰 선 곳에 있는 건물의 간판을 보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연신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다.
“어……? 주인, 저거 뭐야……? 설마 저거…… 지금 내가 보는 게 그게 맞아?”
“알면서 물어보지 마라. 나도 짜증 나니까.”
“……이름조차 소름 끼치는 집단이군요.”
“그치? 나도 마음 같아서는 흔적도 없이 모조리 불태우고 싶다니까?”
경멸스러운 어조로 중얼거리는 엘의 혼잣말에 격하게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재영. 그는 이미 목적지에 도착하고도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는지, 한참을 망설이다가 이내 결심을 내린 듯 그 건물의 문고리를 잡았다.
끼이익.
그렇게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간 재영. 그가 들어가고 문이 굳게 닫힌 건물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검은색으로 반짝거리는 간판을 빛내며 마룬 왕국의 수도 광장에서 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