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216
216화 덱팬무의 비상 (3)
아르팬디아에 올라온 덱팬무 길드의 공식 스트리밍 영상.
평상시에 올라오는 영양가 없는 영상과 다르게 이번에 올라온 영상은 엄청난 내용을 가득 담고 있었다.
[우리 덱팬무 길드는 이번에 벌어진 메인 시나리오가 시작된 경위와 그 과정을 철저하게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아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재영이 알려 준 정보를 바탕으로, 관련 증거와 자료들을 수집하기 시작한 덱팬무. 여기서 100만이라는 길드원과 규모조차 추정 불가능한 규모의 덱스의 추종자들을 통해서 이들의 저력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그야말로 그림자 같은 존재이자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존재들.
엄청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대륙 곳곳에 퍼져 있는 이들로부터 들어오는 은밀한 정보 수집 체계는, 그야말로 그 어떤 길드나 강대한 국가도 수립하지 못한 거대한 정보망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이들은 수십 분 정도의 분량으로 아주 그럴듯하고 합리적인 폭로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지엠 상단이 하르멜 제국에 결탁한 거야?
-ㄷㄷㄷ……. 그래서, 그 훔쳐 간 드래곤 본을 가지고 전쟁을 일으킨 거고?
-와, 이 새끼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전쟁 일으키려다 욕먹어놓고 또 이래?
-ㅋㅋㅋㅋㅋㅋ. 진짜 전범 기업이다. 진짜 현실이었으면 그룹 전체가 가루가 됐겠네.
-이런 씹……. 제발 정상적으로 게임 좀 하면 안 되냐? 자꾸 뭐만 하면 터지네.
지엠 상단과 하르멜 제국 간의 결탁을 제대로 알지 못하던 일반 유저들. 이들은 이미 일전에 비슷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 지엠 상단이 또다시 전쟁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되었다는 사실에 분개하기 시작했다.
-아니, 파이 상단 털어먹은 것까지는 좋아. 근데 씨발 그거 가지고 한다는 게 전쟁이야?
-에라이, 미친 새끼들아. 그렇게 전쟁이 좋으면 북한하고 전쟁해서 통일이나 시켜 봐라.
-진짜 인성 뭐냐……. ㄷㄷㄷ. 돈에 영혼을 판 악마 새끼들인가?
파이 상단으로부터 드래곤 본을 거하게 털어먹었을 때만 해도, 대단하다며 지엠 상단에게 박수를 보내며 인정하던 사람들. 하지만 그걸 이용해서 한다는 게 하필 전쟁이라는 사실에 대중의 여론은 순식간에 정반대로 돌아섰다.
-전쟁은 이제 제발 그만 좀 하자.
-ㄹㅇ. 아니, 도대체가 이 게임은 중간이 없냐?
-슬라임한테 초보자 마을 박살 나고. 리치한테 도시 하나 날려 먹고, 신성 교단한테 정화당하고……. 하물며 엘프랑 드워프한테도 천대받고……. 이게 게임이냐?
소비자원에 집단 고발 당하고 소송전까지 가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파괴로 점철된 아르카디아. 도무지 평화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건가 싶을 정도로 1년 동안 벌어졌던 일은 하나같이 혼란스럽기 그지없었기에, 평화를 외치는 이들의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P.E.A.C.E!!! 게임 좀 정상적으로 하자.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 모르냐?
-전쟁 반대! 비전투 직업도 유저다! 전투만 콘텐츠냐? 어?
혼란스러운 게임 속 정세에 염증을 느끼며 평화를 외치는 평화주의자들. 이들의 외침이 그 어느 때보다도 힘을 얻기 시작한 그때, 아더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서, 이러한 자들을 응징하기 위해서! 그리고 또 이런 피비린내 나는 메인 시나리오로 고통받을 우리 모두를 위해서 덱스 님이 우리 길드를 직접 찾아왔습니다.]-???
-그게 지금 무.슨.소.리.시.죠????
-덱스? 진짜 덱스가?
모두가 의아해하는 그때 영상에 등장하는 불만 가득한 얼굴의 한 사내. 그의 머리 위에 떠 올라 있는 텍스트를 통해서, 그리고 수백 번씩은 돌려 보았던 이전 영상들을 통해서 이들은 그게 지금까지 애타게 찾아다니던 덱스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덱스다아아아아아!!!!
-검은색! 검은색! 검은색! 검은색!
-이럴 수가……. 진짜 덱스가 우리 길드를 찾아왔다고?
-꺄아아아아아앙!!! 드디어 우리를 봐 줬어.
언제나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자신들을 피해 다니던 덱스. 길드의 규모가 그 어느 때보다도 확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에겐 관심을 조금도 주지 않던 그가 제 발로 자신들을 찾아왔다는 사실에, 덱팬무는 그 어느 때보다도 거대한 만족감과 기쁨을 느끼며 온갖 입에 담기 부끄러울 정도로 음험한 내용으로 채팅창을 더럽히고 있었다.
-형! 형! 팬티 한 번만 보여 주면 안 돼?
-아니, 근데 진짜 검은색이야? 사람이면 가끔은 빨간색도 입을 수도 있잖아.
-덱스 님, 안녕하세요. 오래전부터 계속해서 응원하던 애청자입니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평소에 입으시는 팬티의 브랜드를 좀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제발 부탁입니다.
-형! 진짜 부탁인데 나 XXXXX하고 XXXXX한 다음에 XXXXXXXXXXXXX해 주면 안 돼?
아마 그 내용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면 벌써 판을 뒤엎고 모조리 불태워 버리고도 남았을 정도로 추잡하고 더러운 내용들로 가득했지만, 아더를 통해 중계되는 스트리밍이었기에 그 내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지 못하는 재영은 진지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잡고 온 드래곤 본을 이용해서 전쟁을 시작한 하르멜 제국. 비록 지금은 바말 제국을 향한 전쟁이지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 전쟁은 비단 바말 제국 하나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그곳을 시작으로, 전 대륙을 향해서 하르멜 제국은 그 야욕을 펼치게 되겠죠. 대륙 전체를 화마에 휩싸이게 하면서 말이죠.]메인 시나리오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대륙 전체가 이번 전쟁에 휩싸여 그 누구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덱스. 그는 격렬하게 평화를 외치며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주의자들을 향해서 말했다.
[평화를 원한다면 바말 제국이 하르멜 제국에게 멸망해서는 안 됩니다. 하르멜 제국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가 사라진다면,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자유롭게 대륙 전체를 유린하고 다니겠죠. 그러니…… 아직 진영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바말 제국의 편에서 싸워 주세요. 그리고 만약 이미 하르멜 제국의 진영을 선택했다면 전쟁에 참여하지 말고 이번 메인 시나리오 자체를 포기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리고…….]모든 유저에게 이번 메인 시나리오의 불참을 요청하며 바말 제국의 편에 서서 싸워 달라는 재영. 그러면서 말을 끌기 시작한 그는 한참 동안 파들거리는 얼굴로 무어라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달싹거리다가, 애써 환한 미소를 지으며 힘겹게 말했다.
[친애하는 우리 덱팬무 여러분……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저와 함께 그 망할 하르멜 제국과 지엠 상단을 응징하기 위해서 같이 선봉에 서 주기를 부탁합니다.]덱스의 부탁.
거의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백 개가 넘는 게임에서 그 이름과 명성을 휘날리며 활약해 온 그가 지금껏 해 본 적 없는 일. 남에게 도움을 주면 줬지, 단 한 번도 아쉬운 소리를 하며 부탁해 본 적이 없는 덱스였기에, 그의 부탁한다는 말에 채팅창은 그야말로 광기에 물들었다.
-부탁……? 지금 덱스가 우리한테 부탁한다고 한 거야……?
-끼아아아아앙!! 부탁이라니!
-나 죽어! 이런 업계 포상이라니! 형 너무한 거 아냐?
-당연하지! 우리만 믿어! 우리가 혼내 줄게! 그 대신, 팬티 브랜드 좀 알려 주라.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정신 나간 새끼들.
-진짜 정신병자들만 모였네. 여기가 그 유명한 팬티 수용소구나.
난잡해진 채팅창. 그걸 보면서 어느 정도 정리할 필요를 느낀 아더는 자신에게로 화면을 전환한 후 비장한 얼굴로 선언했다.
[우리 자랑스러운 덱팬무 형제들이여! 드디어 때가 왔다! 덱스 님의 아이템을 털어먹은 빌어먹을 지엠 상단에게! 그리고 게임을 어지럽히며 평화를 깨치는 탐욕스러운 제국 놈들에게 정의의 심판을 내릴 순간이!]메인 시나리오가 시작되고 이름 있는 길드들부터 처음 들어 보는 소형 길드들까지 앞다투어 이번 전쟁에 참전하고 있음에도 조용히 침묵하고 있던 덱팬무. 100만이 넘는 유저와 덱스를 추종하지만 대놓고 이를 표출하지 않던 소리 없는 이들을 향해서 아더는 말했다.
[자, 드가자! 이 새끼들아! 우리 덱팬무의 무서움을 보여 주러!]* * *
실시간으로 진행된 스트리밍으로 발표된 덱팬무의 참전 선언. 스트리밍이 끝나고 그 즉시 아르팬디아에 업데이트된 이 영상은, 말 그대로 순식간에 엄청난 조회 수와 추천 수를 받으며 인기 영상으로 등극했다.
-검★은★색!!!!!!!!
-덱팬검이 나가신다! 팬티 찢고 소리 질럿!
-덱스! 덱스! 덱스! 덱스!
-아……. 하르멜 제국 진영 선택했는데. X됐네.
-이 미친놈들이랑 엮이면 피곤해지는데……. 어쩌냐.
-야, 이 변태 새끼들아, 제발 하던 대로 가만히 좀 있어라. 괜히 끼어들지 말고.
-크큭……. 지령이 떨어진 이상. 나도 어.쩔.수.가 없.는.걸?
이미 하르멜 진영을 선택한 이들과 덱팬무 간의 질척거리는 댓글 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한 영상. 그 덕분에 안 그래도 무서운 기세로 올라가던 조회 수가 광기 어린 폭주를 시작해 엄청난 노출도를 자랑하며 아르팬디아 메인에 당당하게 박제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제규는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하며 그 울분을 쏟아 냈다.
“왜! 왜! 또 저 새끼들이야!”
이미 일전에 파이 상단의 사태에서 ‘대기업의 갑질’이라는 폭로 영상이 나왔을 때, 가장 선봉에서 지엠 상단을 향한 잔악한 테러를 해 대며 엄청난 피해를 줬던 이들. 전갈 어그로를 끄는 것부터 시작해서 창고 방화, 테러, 허위 물품 발주와 같은 온갖 영업 방해를 일삼으며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엿을 먹이던 자들.
제규는 치밀하고 세심한 조사 끝에 이들이 저 ‘덱팬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다만 무서운 사실은 저들의 움직임은 그 어떤 지휘 체계를 가지고 행하는 게 아니라 그저 개개인의 진심 어린 자발적인 행동에서 나오는 것들이라는 사실이었다.
자신에게 돌아올 피해가 뭐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 물불 가리지 않고 무턱대고 달려드는 이들. 마치 군단의 지시를 받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저글링과 같은 저들의 무리가 가지는 무서움을 알고 있는 제규는, 자신을 타깃으로 지정하고 개입을 선언하는 재영과 덱팬무의 움직임에 일이 이상하게 돌아감을 감지했다.
“분명 저 덱스라는 놈이 덱팬무랑 협력할 일은 없을 거라고 네놈이 그랬잖아!”
“그, 그렇습니다. 이전에 덱스가 직접 올렸던 영상을 보면 그 유저가 덱팬무라는 길드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제가 파악한 바로는 그 길드와 어떤 접촉도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
“그럼 저 영상은 뭔데! 왜 저렇게 같이 화기애애하게 앉아서 하르멜 제국을 치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건데! 그리고…… 어떻게 저 새끼들이 우리 내부 정보를 아예 다 가지고 있는 건데!”
“그, 그게…… 아무래도 내부에 첩자가 있는…….”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덱팬무.
직업이나 업종을 가리지 않고, 어디에든 한 명씩 숨어 있는 이 덱팬무는 지엠 상단과 지엠 그룹에까지 숨어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보내 주는 비밀스러운 정보와 제보들은 고스란히 이번 폭로 영상에 포함되어 대중들에게 적나라하게 공개되고 있었다.
“내가 전부 다 처리하라고 했잖아! 아직도 그 덱팬무 추종자 새끼들이 우리 회사에 남아 있는 거야? 그 더러운 변태 새끼들이 왜 우리 회사 월급 받아 챙기면서 엿 먹이게 놔두냐고!”
콰앙.
“도, 도련님, 제, 제발 진정…….”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또 이런 영상이 공개되어 버리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 이건 또 전범 기업이 됐다고 언론사에서 분명 지랄할 게 뻔하잖아. 그렇게 되면 아빠가…….”
앞으로 자신에게 벌어질 불길한 미래를 상상하면서 초조하게 중얼거리던 제규는 하던 말을 끝내지 못했다. 갑자기 책상 위에서 연신 울려 대는 휴대전화의 발신자가 선명하게 그의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회장님.
당장 받으라는 듯이 세차게 울려 대는 휴대전화. 그것을 본 제규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런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