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219
219화 마탑의 배신 (1)
“으하하하! 모조리 쓸어버려라!”
그 누구도 멈출 수 없는 강렬한 기세로 진격하며 바말 제국의 황성으로 향하고 있던 하르멜 제국. 강력하기로 소문난 바말 제국의 주력군조차도 막을 수 없던 하르멜 제국과 유저들의 연합군을 저지한 것은, 바로 검은색 팬티를 주구장창 외치고 다니는 괴상한 변태들의 무리였다.
[검은색!!!!!!]한두 명도 아니고, 자그마치 수십만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인원. 입이 절로 벌어지는 막대한 인해전술, 거기에 무시할 수 없는 전투력까지 겸비한 최상의 전투원들이 모여 있었기에 그들은 결국 승리를 목전에 둔 상태에서 뼈아픈 후퇴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크으으윽……. 후퇴! 전원 후퇴하라!”
결국 하나하나 회색빛으로 쓰러지는 주력군의 손실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기에 후퇴 명령을 내리는 하르멜 제국의 지휘관. 그의 명령에 이 이상의 진격을 포기하고 하나둘 뒤로 물러나기 시작하자 유저 연합군은 이를 갈았다.
“이…… 이 망할 변태 새끼들아!”
“왜 다 된 밥에 재 뿌리고 지랄인데? 지금 너희 일부러 이러는 거지!”
하르멜 제국군의 편에서 열심히 싸우던 유저 연합군. 이 중에는 개인으로서 참여한 이들도 있었지만, 많은 이들이 한 번쯤은 들어 봤을 유명한 대형 길드에 속한 이들이 대부분이었기에 그들의 적개심은 더욱 강할 수밖에 없었다.
“아오! 기여도 힘들게 쌓아 뒀는데, 짜증 나!”
“이 스토커 변태 새끼들아, 너희 때문에 메인 시나리오 꼬이면 진짜 가만 안 둔다.”
“하여간 진짜 이 미친 새끼들이…….”
온갖 욕설과 협박을 쏟아 내며, 후퇴하는 하르멜 제국군을 따라서 물러서는 유저들. 진격할 때보다도 빠르게 썰물 빠지듯이 후퇴를 하기 시작하자, 방금까지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채 안은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그리고 그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두 눈이 빠질 것처럼 동그랗게 뜬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페른 성채의 지휘관, 나이젤 후작. 그는 갑자기 등장해서 자신을 비롯해 모든 이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 준 이 이름 모를 모험가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꼈다.
‘모험가라고 모두가 하르멜 제국의 개였던 것은 아니었군…….’
그가 본 모험가라고는 모두 하르멜 제국의 앞잡이가 되어 바말 제국을 향해 칼을 빼 들었던 이가 전부였기에, 자신들을 구원해 준 이 엄청난 수의 모험가들을 보며 그는 감격에 찬 얼굴로 입을 열었다.
“자네들 모두 정말 고마…….”
하지만…….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그저 자신들끼리 승리했다는 것에 환호하며 소리치는 덱팬무들. 그들의 구호를 들으며 나이젤의 얼굴은 형용할 수 없는 표정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겼다아아아아!”
“덱팬무 만세!”
“검은색! 검은색! 검은색! 검은색!”
“끼야호오오오오!”
검은색 팬티를 하나같이 휘날리며, 광기가 충만하다 못해 철철 넘쳐흐르는 모습으로 괴성을 지르는 이들. 정상인을 찾아볼 수 없는 이상 성욕자들의 무리 속에서, 나이젤 후작은 자신이 눈으로 목격한 장면을 믿을 수가 없었다.
찌이이이익.
“팬티 찢고 쏴리 질러엇!”
“껌은쌔애애애액!”
여기저기에서 팬티를 찢으며 검은색을 외치고, 찢긴 천 쪼가리를 이리저리 휘날리며 울부짖는 이들. 그걸 보며 나이젤 후작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런 미친…….”
방금까지만 해도 저들을 바말 제국의 구원자로 바라보고 있었던 나이젤 후작. 하지만 지금 이 광경을 보며 그는 생각했다.
어쩌면 지금 페른 성채를 장악한 이들이, 하르멜 제국과는 다른 의미로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미친놈들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런 나이젤 후작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덱팬무를 이끄는 수장 아더의 눈앞에는 여러 개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하르멜 제국군으로부터 페른 성채를 성공적으로 방어하였습니다.] [바말 제국이 ‘덱스의 팬티는 무슨 색?’ 길드에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바말 제국과 하르멜 제국 간의 격차가 기준치를 넘어섰습니다.] [전략적 핵심 요충지를 성공적으로 방어하였습니다.] [기여도 보상이 대폭 상승합니다.] [길드 기여도, 1,000,000을 획득하였습니다.] [바말 제국의 진영이 승리할 시 기여도에 따른 보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칭호, 검은 팬티의 수호자를 획득하였습니다.]해괴망측한 칭호와 함께 바말 제국으로부터 획득한 막대한 기여도. 이것만 해도 입이 절로 벌어질 정도로 뛰어난 보상이었지만, 그것보다 그는 자신과 덱팬무의 우상과도 같은 덱스의 부탁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큰 기쁨을 느꼈다.
“덱팬무! 덱팬무! 덱팬무! 덱팬무!”
자신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인지, 연달아 길드의 이름을 연호하는 수십만의 인파. 그들을 내려다보며 아더는 이그니스와 묘한 시선을 교환하고는 손에 들고 있는 검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절체절명의 순간에 등장해 적을 물리친 영웅들이 보이는 감동적이고 가슴이 웅장해지는 장면. 하지만 이 모든 광경을 방송으로 지켜본 이들은 그 감동을 와장창 하고 산산조각 내 버리는 검은색 팬티의 물결에 말했다.
-와……. 진짜…….
-저거 그냥 완전히 미친 새끼들 아냐?
* * *
덱팬무가 바말 제국을 위해 전선을 향해 달려 나가 감히 입에 담기도 부끄러울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동안, 재영은 탄과 엘과 함께 마룬 왕국에 남아서 오랜만에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흐음? 여기 음식점 꽤 맛있네요?”
마룬 왕국 왕성에 자리하고 있는 초호화 레스토랑. 애플의 추천으로 방문해 처음으로 음식을 맛본 재영은 생각보다 뛰어난 맛의 음식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극찬했다. 그리고 그런 재영의 앞에서 애플은 스테이크를 썰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비싸긴 해도, 이곳 주방장이 요리로는 대륙에서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하더라고요. 음식 버프 효과도 엄청나게 뛰어나고요.”
음식의 식재료와 완성도에 따라서 결정되는 음식 버프.
재영은, 마지막 남은 로브스터 조각을 입안에 넣자 눈앞에 나타나는 메시지를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우물거렸다.
[하늘바람 로브스터 구이를 먹었습니다.] [처음 맛보는 극상의 맛!] [포만감이 최대로 상승합니다.] [힘이 5% 상승합니다.] [체력이 10% 상승합니다.] [스태미나 감소율이 줄어듭니다.]체력과 힘 그리고 스태미나 감소율까지 낮춰 주는, 그야말로 전사들에게는 꿀과 같은 버프 효과만 가득 담겨 있는 음식. 능력치 상승량조차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기에, 재영은 흥미롭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흐음……. 단순히 맛만 해도 먹을 가치가 있는데, 버프까지 이렇게 붙으면…… 엄청나게 불티나게 팔리겠는데요?”
중요한 전투나 레이드 같은 것을 준비하고 있을 때, 반드시 먹고 가야 할 것 같은 버프. 하지만, 애플은 꼭 그렇지도 않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음……. 딱히 그러지도 않아요.”
“그래요? 왜요?”
“일단, 요리의 버프 지속 효과가 너무 짧거든요. 아무리 길어도 2시간 이내인데, 보통 전투 시작 전에 먹고 출발한다고 하더라도 던전 보스나 레이드 보스한테 도달하기 전에 지속 시간이 다 끝나 버리죠.”
“그런가요?”
“네. 게다가 신선도까지 있어서 나중에 먹는 것도 불가능하고요. 보스 전투 직전에 먹으면 아마 버프 효과가 절반도 넘게 줄어들걸요? 게다가 가격 역시 비싸서 아무렇게나 먹기에도 무리고요.”
가격 대비 효율이 지극히 낮은 요리. 방금 재영이 먹은 음식만 하더라도 메뉴판에 적혀 있던 가격이 3골드 24실버였으니, 현실 시세를 생각한다면 그가 먹은 음식이 얼마나 비싼 것이었는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흠……. 생각보다 엄청 바가지 같긴 하네요?”
돈에 이제 연연할 필요가 없는 재영. 하지만 음식 하나 가격치고는 너무 비싼 건 사실이었기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애플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래서 저도 여기는 몇 번밖에 안 왔어요. 이 레스토랑의 주요 손님이 고위 귀족이나 황성의 관료들이니까요. 보통 접대할 때나 많이 오고는 하죠.”
잡다한 식기류부터 식탁, 의자, 인테리어, 심지어 직원들까지. 모두가 호화롭고 휘황찬란하기 그지없는 식당. 최고급 레스토랑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부모님 미국 가신 가격표가 그나마 조금은 이해가 되는 재영이었다.
“뭐, 뭐야? 네놈들이 여기에 왜 와?”
“아니,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가! 우리한테만 한 제안이 아니었어?”
이리저리 식당 곳곳을 차근차근 훑어보고 있을 그때. 재영은 저 멀리에서 화들짝 놀라며 우왕좌왕하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을 보고는 말했다.
“아, 손님들이 왔네요.”
“네? 그래요?”
재영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던 애플. 그리고 이내 저 멀리에서 그들 사이에서 긴박하게 손을 흔들며 도움을 청하는 레몬을 발견하고는 황급히 달려가서 한 무리의 사람들과 무어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들은 묘한 표정으로 재영의 테이블로 다가와 자리에 앉았다.
“이게 지금 무슨 짓이지? 긴급하게 중대한 논의를 할 게 있다고 부른 줄 알았는데, 우리 푸른 마탑에만 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보군.”
애플과 레몬이 무슨 말로 저들을 꾀어냈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하는지 적나라한 불쾌감을 드러내는 그. 그리고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클클클……. 상황을 보아하니 5대 마탑 전부에 똑같은 말을 한 모양새군.”
“우리를 전부 불러 모아서 뭘 하자는 거지? 일개 상단 주제에 우리를 능멸하려는 건가?”
대륙 전체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5대 마탑. 안 그래도 오만함과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마법사들이었기에,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마탑의 사람들이 한데 모인 이 자리가 불편한 것은 모두가 똑같은 마음이었다.
“부디 우리 모두를 불러 모을 만한 중요한 용건이기를 빌어야겠군. 그게 아니라면, 파이 상단은 마탑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상황이 될 테니까.”
점점 흉흉해지는 분위기.
싸늘한 냉기를 풀풀 풍기며 경고를 날리는 검은 마탑의 마법사의 말에, 애플과 레몬은 빨리 어떻게든 좀 해 달라는 절박한 눈빛을 재영에게 보냈다. 그리고 그때, 그가 처음으로 입을 열고 말했다.
“파이 상단은 이번 일과 관계없으니 가만히 내버려 두시죠. 저 두 사람은 제가 부탁한 대로 충실히 여러분 모두를 한자리에 불러 모은 일밖에 안 했으니까요.”
재영의 말에 일제히 고개를 돌리는 마법사들. 그들의 얼굴에는 각자 다른 감정이 피어났다.
호기심, 분노, 의아함.
“자네는 누구지?”
“우리를 불러 모은 게 네놈이냐?”
정기적인 거래로 안면을 튼 애플과 레몬과는 다르게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의문의 불청객. 하지만 재영의 말에 이들의 표정은 시시각각으로 변해 갔다.
“제 드래곤 본을 대가로 하르멜 제국과 재미있는 거래를 했더군요? 그게 훔친 물건인지 알고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남의 물건 가지고 북 치고 장구 치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별로 유쾌한 기분이 아니어서요.”
“뭐…… 뭐라고?”
“드래곤 본의 주인……?”
갑자기 홀연히 나타나 모든 마탑을 떠들썩하게 만든 하르멜 제국의 드래곤 본.
그 양도 양이었지만 고룡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레드 드래곤의 두개골이었기에 눈이 돌아갔던 마탑의 마법사들은, 자신이 그 물건의 진짜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이 의문의 모험가를 다시금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재영은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제 물건을 다시 찾아오는 걸 도와주세요. 훔쳐 오든, 하르멜 제국을 박살 내서 가져오든 상관하지 않을게요. 그냥 원래 그 상태 그대로 제 앞에 가져와 주세요.”
“하……. 하르멜 제국을 상대로 전쟁이라도 벌이라는 건가?”
“그게 도대체 무슨……!”
“헛소리! 진짜 주인이 누구든, 하르멜 제국은 이미 드래곤 본을 나눠 주기로 약속했네. 훔친 물건이라 하더라도 이미 계약이 완료된 이상 그 물건은 우리가…….”
재영의 요구에 일제히 들고 일어나는 마법사들. 하지만 재영은 여유 가득한 얼굴로 무언가를 꺼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 대신, 그 드래곤 본을 가지고 오는 마탑에는 이걸 보상으로 드리도록 하죠.”
“이, 이건……?”
“이, 이럴 수가……. 이, 이걸 도대체 어디서…….”
[8서클: 프로즌 템페스트] [8서클: 볼케이닉 이럽션]재영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고풍스러운 외관의 두 개의 책.
그 가죽 표지에 선명하게 새겨진 제목과 안에서 절로 흘러넘치는, 강렬한 마력이 넘실거리는 것을 보고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경악한 얼굴로 얼어붙었다.
마법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영혼마저 바칠 만큼 미친놈들로 가득한 마탑.
그러한 이들 앞에 케르베니안의 레어에 처박혀 있던 8서클 마법서 두 개를 내보인 재영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8서클 마법서 가지고 싶으신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