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232
232화 사장님은 삐졌어!
이번 메인 시나리오로 인해서 엄청난 피해를 본 유저들.
위기 관리 대응 팀을 비롯한 (주)아르카디아의 임직원 전체가 온 힘을 기울여 모든 책임을 지엠 그룹으로 돌렸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은 (주)아르카디아를 욕했다.
-아니, 원인이 뭐가 됐든 간에 페널티를 주는 건 운영진 이 새끼들이잖아.
-뭐? 바말 제국의 입장도 생각해 달라고? 아니, 게임 속 NPC들 입장을 왜 생각해?
-그냥 이 새끼들 바꿀 생각 없다니까? 별, 말도 안 되는 핑계만 대는 거 봐.
-너네는 진짜 유저들 엿 먹이는 거 보면서 희열 느끼는 변태 새끼들이야, 이 망할 놈들아.
-진짜 배짱 영업 지린다. 너네 말고 가상현실 게임 없다고 이러는 거냐?
일반적인 대중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변명. 그도 그럴 것이, 자신들이 만들고 운영하는 게임에 대해 운영진이 실질적인 게임 내 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라곤 그 누구도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자신들을 부모님이 안 계시는 천애 고아로 만드는 유저들의 마술에, 그리고 그들이 내뱉는 온갖 악랄한 욕설에 직원들은 울화통을 토해 냈다.
“아니, 씨발! 이게 우리 잘못이야?”
오전 시간에만 열 통도 넘는 항의 전화를 받으며 온갖 스트레스와 정신적 괴롭힘을 받고 난 위기 관리 대응 팀의 조양철 대리. 그는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옥상으로 올라가 애꿎은 음료수 캔을 연신 걷어차며 소리쳤다.
“우리가 만든 시나리오가 아니라고! 자기들끼리 게임 속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지랄하다가 개판 만들어 놓고 왜 우리보고 책임지라고 하냐고!”
까앙.
“으아아아아아아아! 씨발! 이 X 같은 회사!”
저 옥상 난간 밖으로 캔을 차 버리며 이 세상을 향해 포효하듯이 사자후를 날리는 그. 그런 그의 옆에서 같은 부서의 동료인 박창훈 대리가 커피를 홀짝이며 그를 위로했다.
“야, 기분 엿 같은 건 알겠는데, 그래도 성질 좀 죽여라.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러냐?”
“아니, 넌 화나지도 않냐? 왜 이렇게 무덤덤해?”
“화나지. 화는 나는데 어쩌겠냐? 회사 내부의 상황을 구구절절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직원들에게 그 어떤 권한도 부여하지 않고, 그저 게임 속 내부 데이터에 대한 접근만 허락하는 아르카디아. 결과적으로 오직 한국 대륙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전지적 시점의 관찰자로서의 역할만을 부여받았을 뿐, 이들에겐 그 속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개입하거나 간섭할 수 있는 권한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이럴 거면 진짜 왜 우리가 필요한 거야? 그 미국의 ‘본사’라고 하는 작자들이 전부 다 해 먹을 생각이었으면 국가별로 지부를 세운 이유가 뭔데. 이건 그냥 그 본사 새끼들 대신 욕 얻어먹을 고기 방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잖아.”
조양철 대리의 가슴속에 오랜 시간 동안 쌓여 왔던 울분.
그건 바로, 아무런 권한 없이 화난 고객들만을 상대하며 게임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뒤늦게 그 진상을 파악하고 거대한 똥을 뒤처리하고 있는, 자신의 비참한 처지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무력감에 대한 것이었다.
“연봉이랑 복지 시스템이 좋은 건 다 좋아. 그런데 진짜 일을 한다는 느낌은 들어야 할 거 아냐? 그냥 사건 터지면 그때부터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부서별 업무 구분도 없이 그냥 위에서 하라고 하는 건 그냥 모조리 다 해야 하는데,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 아니, 왜 고객 만족 서비스 팀에서 해야 할 민원 대응을 우리가 해야 하는 건데?”
한국 지부에 비상이 터지는 순간부터, 올 라운더가 되어서 여러 부서에서 쏟아지는 온갖 업무들을 함께 처리해야 하는 위기 관리 대응 팀. 소속이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라 애매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도 많았기에, 언제나 힘들고 고된 일만 맡는 경우가 일쑤였다.
“하아……. 다음 인사 발령 때까지만 참아. 강력하게 요청하면 다른 부서로 보내 주겠지.”
조금만 더 참으라고 애써 그를 위로하는 박창훈 대리. 이제 몇 달 남지 않은 인사이동 시즌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있는 듯해 보이는 그였지만, 조양철 대리의 생각은 달랐다.
“다른 부서? 야, 다른 팀에서 우리 팀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몰라서 하는 소리야?”
살아 있는 지옥.
야근의 늪.
가정 파탄자들의 모임.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한국 대륙의 특성 때문에 어마어마한 업무 강도와 극악의 노동 시간을 자랑하는 위기 관리 대응 팀. 그렇기에 이미 임직원 모두가 꺼리는 폭탄 같은 부서로 취급받은 지 오래였다.
“하아……. 그러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위기 관리 대응 팀에 가지 않으려고 버티고 있는 다른 부서의 사람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예 인사이동이 없을 리는 없겠지만, 일부만이 이 지옥을 탈출하고 누군가는 또 이 부서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할 것이 분명했기에 이들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우울한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네 말 들으니까 더 엿 같아지잖아.”
아직 점심을 먹지도 못한 상황. 창훈의 말에 양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안 그래도 X 같은데 우리 몰래 술이나 한잔할까?”
“미친놈……. 또 오후부터 진상 고객들 상대해야 하는데, 술 취하고 전화 받을래?”
“뭐 어때? 어차피 우리는 얌전히 그놈들이 욕하는 걸 듣고만 있어야 하잖아.”
“뭐…… 맨정신으로 듣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게 나을 것 같긴 한데…….”
강태훈 부장이 들었으면 경기를 일으킬 소리를 하면서 밥을 먹으려고 옥상을 나서는 둘. 문을 닫으며 돌아서는 그 순간까지 이 둘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들이 오기 전부터 이미 옥상에는 점심 도시락을 까먹으며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흐음……. 위기 관리 대응 팀에 대한 평판이 많이 안 좋나 보네…….”
자신이 직접 만든 수제 주먹밥을 우물거리며 중얼거리는 이미연 사장. 그녀의 혼잣말에 그녀의 스마트폰을 통해서 엘리스가 말했다.
[한국 대륙에서 벌어지는 급변 사태가 많아서 발생한 문제입니다. 제가 분석한 데이터에 의하면 업무적 강도의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입니다.]본래 목적대로라면 평상시에는 한가한 일상을 지내다가 가끔 바쁜 시기가 찾아오는 그런 부서여야 하는 위기 관리 대응 팀. 강 약 약 약 중 약 강으로 돌아가야 할 업무 강도의 사이클이 이상하게 이들에게는 강강강강 강강강강강으로 적용되었으니, 지금 이들의 부서에 대한 전반적인 평판과 대리급 말단 직원들의 분노는 너무나도 합당한 일이었다.
“이거……. 나도 조금 반성해야겠는데? 너무 다른 일들에만 신경 쓰다 보니 내부 직원들에 대한 신경을 많이 못 써 줬네.”
사장으로서 부하 직원들의 고충과 애로 사항을 듣고 조치하는 것 역시 관리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업무. 그렇기에 그녀는 오랜만에 가슴속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의욕이 충만해져 주먹밥을 입에 털어 넣으며 일어섰다.
“일단 이 문제부터 처리해 줘야겠다.”
[혹시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응? 그건 왜?”
뜬금없이 구체적인 방안을 물어 오는 엘리스. 그런 그녀의 물음에 의아한 표정으로 이미연 사장이 되묻자 엘리스는 그녀의 휴대폰에 몇 가지 자료를 띄우며 말했다.
[최근에 사내에서 조사한 근무 만족도에 대한 익명의 설문 조사입니다. 거기에서 나온 애로 사항 중에 관리자님과 관련된 사안이 있기에 물어보는 것입니다.]언제 했는지 모르겠지만, 근무 만족도에 대한 설문 조사가 진행되었다는 이야기와 자신이 언급되었다는 사실에 그녀는 물었다.
“왜? 뭐라고 나왔는데?”
호기심에 아무 생각 없이 물어본 미연. 그런 그녀에게 엘리스는 조금의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해 주며 그녀의 명치에 팩트를 강하게 내리꽂았다.
[‘사장님이 제발 아무 말 없이 난입해서 깽판 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이 332건 나왔습니다. 이는 불만족 요인의 45%에 달하는 사안이며, 다시 말해서 관리자님이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걸 임직원들이 더 선호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뭐……? 도대체 왜……?”
언제나 회사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러 직원의 고충을 듣고 진심으로 그들을 위해서 노력했다고 자부하고 있던 이미연. 하지만 그런 그녀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것 같은 직원들의 솔직한 의견에 그녀는 약간의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멍하니 입을 벌렸다.
[제가 분석한 원인을 정리해 보겠습니다.]그렇게 이미연 사장의 업적(?)을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한 엘리스. 그리고 그것을 하나하나 확인하던 그녀는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이 사실 그렇게 좋은 사장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슬라임으로 인해서 초보자 마을이 현 시간부로 파괴되었네요. 이 문제를 수습할 계획과 향후 벌어지게 될 일들에 대한 보고서 제출해 주세요.] [악 성향의 유저들의 사망 페널티를 일시적으로 없애 버리죠. 이왕 싸우는 거 서로 피 터지게 싸워서 속 시원하게 푸는 게 낫지 않겠어요?] [네, 기자님. 8개로 나뉜 아르카디아의 대륙은 사실 단일 서버로 운영 중이에요.] [죽창대전, 이거 참신하고 신선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네? 좋다고요? 호호. 그럼 이걸로 이벤트 하기로 하고 추진해 보시죠.] [무한한 자유, 무한한 가능성.] [제가 여러분의 관리 권한을 강화해 주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러니 꿈 깨세요.]부하 직원들의 일을 경감시켜 주거나 편하게 해 주기는커녕, 옆에서 안 그래도 불타고 있는 장작에다가 기름을 뿌리고 부채춤까지 추면서 이들을 능욕한 그녀. 물론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삼자의 시선으로 봤을 때 그녀는 직원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옆에서 똥을 싸지르고 있는 악덕 사장에 불과했다.
“호호……. 호호호…….”
받아들이기 힘든 가혹한 현실에 충격을 받은 듯한 이미연 사장. 그런 그녀에게 엘리스는 아무런 감정 없이 무미건조하게 물었다.
[웃음소리에서 스트레스 수치가 94% 감지되었습니다. 괜찮으신가요?]알면서 물어보는 건지, 진짜 걱정돼서 물어보는 건지 헷갈리는 엘리스의 물음. 그런 그녀의 물음에 이미연 사장은 묘하게 불안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응, 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냥 직원들이 날 평소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랐는데, 많은 생각이 들게 되네. 진짜 반성해야겠어.”
전혀 그런 표정은 아니었지만, 반성해야겠다며 중얼거리는 이미연 사장.
그런 그녀에게 엘리스가 물었다.
[그럼 직원들이 원하는 대로 이제부터 아무것도 안 하시는 겁니까?]“어머, 그게 무슨 소리야? 명색이 사장인데 아무것도 안 한다니?”
그들이 원하는 대로 간섭하지 않을 생각이냐는 물음에 이미연 사장은 묘하게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부터 지금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해야지, 다른 직원들이 내 마음을 알아줄 때까지.”
지금 하던 것보다 열과 성을 다해서 더 일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이미연 사장. 그리고 그녀는 곧장 사장실로 내려가 오랜만에 키보드를 두들기며 한참 동안 무언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에 묘하게 만족스러운 얼굴로 자신이 완성한 작업물을 바라보더니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네. 저예요. 별일은 아니고…… 지금 제 방으로 오실래요?”
사내망으로 누군가를 부르는 이미연 사장.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의아한 얼굴로 권명한 전무가 그의 방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사장님?”
이미연 사장이 자신을 먼저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했기에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권명한 전무. 그런 그에게 이미연 사장은 활짝 웃으며 얇은 기획서 하나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아, 다름이 아니라요. 이거 위기 관리 대응 팀에 살펴보라고 해 주세요.”
“위기… 관리 대응 팀 말입니까?”
“네. 전에 시나리오 기획하던 부서였잖아요? 제가 오랜만에 기획한 사안인데, 한번 어떤지 살펴봐 달라고요.”
이미연 사장이 무언가를 기획했다는 말에 묘한 불안감이 밀려온 듯한 권명한 전무. 그가 무심코 흰색의 표지를 걷어 보려고 하자, 이미연 사장이 먼저 선수를 쳤다.
“꼭, 잘 부탁한다고 전해 주세요. 제가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다고요.”
“아, 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전달해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미소 지으며 손을 내젓는 이미연 사장. 그녀의 축객령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무실 밖으로 나선 권명한 전무. 그리고 그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저러시지?”
그러면서 무심코 첫 페이지를 넘겨서 그 제목을 확인한 권명한 전무. 그리고 그는 사장실 바로 앞이라는 사실도 잊어버린 채 소리쳤다.
“이런 씨발! 이게 뭐야!”
사장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비서조차 화들짝 놀라 쳐다볼 정도로 큰 목소리로 소리친 권명한 전무. 튀어나올 것처럼 커다랗게 뜨인 그의 눈에는 이미연 사장이 기획했다는 사안의 제목이 선명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한국 대륙 이벤트 기획안.] [죽창 대전, 시즌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