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236
236화 서버 통합 (2)
전 세계의 수십억 인구가 즐기는 아르카디아.
하나의 국가나 문화권을 기준으로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기존의 게임들과 다르게, 아르카디아는 단 하나의 단일 서버만을 가지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아르카디아는 총 8개의 대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대륙을 특정 국가 혹은 언어와 문화권이 비슷한 국가들끼리 묶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예를 들자면 유럽권이나 아랍권…… 그리고 동남아시아나 오세아니아 권역이 좋은 사례가 되겠네요.]아르카디아의 총괄 책임자인 사장 이미연.
그녀를 통해서 공식적으로 발표된 내용을 토대로 대중은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플레이 하고 있는 이와 같은 대륙이 하나만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저 멀리 어딘가에서 다른 국가의 유저들이 이름 모를 미지의 대륙에서 각자만의 플레이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이러한 발표로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딱히 없었다.
“다른 대륙이 있든 말든 알 게 뭐임? 지금 여기 콘텐츠도 못 한 게 가득한데.”
“맞아. 게다가 다른 대륙으로 이동하면, 여기 애써 세워 놓은 기반은 다 어쩌고?”
“관련 정보가 더 많이 풀리면 몰라도…… 딱히……?”
어디 외국에서 아르카디아를 플레이 하는 절친한 친구가 있는 것이 아닌 이상, 대륙 이동이라는 콘텐츠에는 딱히 관심이 없는 유저들. 그들에게는 저 멀리 있는 다른 대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자신들이 서 있는 마을이나 도시에 숨겨진 퀘스트나 던전을 찾아내며 사냥을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여기서 진짜 할 게 없어지면 몰라도, 지금은 굳이 그럴 이유가 없지.
“대륙 이동 콘텐츠 찾아다닐 시간에 사냥해서 레벨이라도 더 올리겠다.”
덱스와 검은 해적단이 최초로 끝없는 바다를 횡단하고 만들어 낸 항로. 그들이 운영하는 정기선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대륙 이동에 대해 풀린 정보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기에 이들의 관심은 금방 식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바로 방금까지는 말이다.
[대규모 업데이트, 판게아가 적용되었습니다.] [환영합니다, 완벽한 하나의 대륙, 아르카디아에 오신 것을.]아르카디아의 모든 대륙에서 플레이 중인 유저 전체에게 들려온 목소리. 그것을 똑똑히 들은 이들은 당황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
“이게 무슨 소리야! 대규모 업데이트라니!”
“판게아? 하나의 대륙?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그 어떤 전조도 없이 일어난 상황. 그것에 모두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소리치고 있는 그때. 갑자기 또 다른 알림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업데이트 관련 시네마틱 영상을 실행합니다.] [영상 시청을 위해 아르카디아의 모든 시간을 동결합니다.]“시간 동결……?”
“이게 지금 무슨 소리…….”
우웅.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알림음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유저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하던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얼어붙었다.
시간 동결(時間凍結).
전 세계에서 플레이를 하고 있는 모든 유저를 비롯해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NPC와 몬스터들, 심지어 흐르는 강물과 넘실거리던 파도까지 완전히 정지한 상태에서, 온전히 멀쩡한 것은 플레이 하는 유저들의 의식뿐이었다.
‘와……. 이런 것도 가능했어?’
마치 서버가 일순간 렉에 걸려 정지한 것과 같은 상황. 하지만 가상현실에서 처음 겪어 보는 생소한 경험에 재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통제가 완전히 되지 않는 육신과 눈앞에 펼쳐진 시간이 정지한 세상의 광경을 하나하나 관찰하며 신기해하고 있는 그때.
그의 눈앞에 하나의 영상이 실행되기 시작했다.
[태초에…… 이 세상엔 완전한 공허뿐이었어.]완전한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자그마한 여자아이의 목소리.
그리고 갑자기 환한 빛과 함께 무언가가 빠르게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공허 속에서 태어난 나무를 시작으로 이 세상은 완전히 뒤바뀌었어! 뿌리로 공허를 떠도는 먼지를 붙잡아 굳건한 대지를 만들었고, 과일과 잎으로 수많은 생명을 돌보고 가꾸며 이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었지.]공허 속에서 태어난 작디작은 묘목 하나. 하지만 그 묘목은 순식간에 거대하고 울창한 나무로 자라나며 그 영역을 조금씩 확장해 나갔고, 어느새 거대한 대지를 만들며 생명력이 넘치는 숲을 일구어 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지만……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나무와 그녀를 중심으로 형성된 거대한 대륙. 그 대륙 위에는 수많은 생명이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행복했던 나무에게는 어느 날 거대한 위기가 찾아왔어. 다른 차원의 욕심 많은 존재들이 이 땅을 넘보기 시작한 거야.]땅을 꿰뚫고 튀어나오는 끔찍한 외형의 지옥의 존재들이.
그리고 하늘을 찢어발기며 나타난 순백의 날개를 가진 천상의 존재들이.
그 거대한 대륙 전체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재영의 귓가에 속삭이며 보여 주는 이야기.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이 세상의 알려지지 않은 신화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재영은 지금 시네마틱 영상으로 보이고 있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기에 경악했다.
‘이런 미친……. 이건 성마대전이잖아……?’
탄과 엘로부터 들었던 이야기. 아르카디아의 역사서에 그 내용이 기록되어 있기는 하지만 세계수와 관련된 내용은 모조리 지워져 있던, 그 은밀했던 신화 속의 내용이 지금 이 순간 전 세계의 유저들에게 공개되고 있었다.
세계수가 끝없는 영면에 빠져들게 된 핵심적인 이유이자, 이 대륙이 8개로 나뉘게 된 성마대전. 그 모든 실상이 모조리 까발려지자 재영의 머리는 복잡하게 굴러갔다.
‘왜지? 이 업데이트가 앞으로 그 둘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건가……?’
지금까지는 그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완전한 기록이 발견된 적이 없는 성마대전의 뒷이야기. 하지만 이 이야기를 통해 그녀는 가감 없이 모든 것을 전 세계 유저들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천상과 지옥의 전투. 그로 인해서 끝없는 영면의 저주에 빠진 나무는 힘을 잃고 깊은 잠에 빠져들게 되었어. 그리고 결국, 힘을 잃게 된 그녀의 뿌리들은 단단하게 붙잡고 있던 대지를 지탱할 수 없게 되었지.]쿠쿠쿠쿵.
그 말과 함께 8개로 조각나서 멀리 흩어지는 대륙.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이 알 수밖에 없을 정도로, 확실하고 명확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
지금 흩어지고 있는 저 8개의 대륙이, 지금까지의 아르카디아 대륙들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하지만…….”
갑자기 다시 세계수의 앞으로 장면이 전환되며 갑자기 나타나는 한 어린 소녀.
호박색의 머리와 눈동자가 묘한 매력을 풍기고, 빠져들 것만 같은 기묘한 기운을 뿜어내는 그녀는 정말 기분 좋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말도 안 되는 우연 속에서, 그 나무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힘을 회복할 수 있었지.”
우우우웅.
탄을 신나게 후려 패던 그 초록빛의 기운을 강하게 뿜어내며 중얼거리는 세계수. 그녀는 마치 재영을 볼 수 있다는 듯, 정확히 그가 바라보고 있는 시점과 일치한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비록 권능의 발현으로 또다시 오랜 회복기를 가져야 하겠지만…… 결국 그렇게 나는 오래전부터 꿈에 그리던 일을 해내고야 말았다.”
재영이 가지고 온 드래곤 하트를 통해서 대부분의 힘을 회복했던 세계수. 하지만 회복하자마자 그 힘 대부분을 소진한 탓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지만, 그래도 그녀는 후회하지 않는다는 듯 뿌듯한 얼굴로 모두에게 선언했다.
“이로써…… 오랜 세월 동안 흩어졌던 이 세상의 모든 대륙이 완전히 하나로 통합되었다.”
쿠웅.
그렇게 큰 목소리도 아니었지만, 영혼을 울리는 듯 강하게 밀려오는 중압감. 그와 동시에 재영은 마치 세계수와 하나가 된 것 같은 일체감이 들며 거대한 그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에 무참하게 찢어발겨졌던 흩어진 대륙이 아닌, 완벽하게 합쳐진 하나의 거대한 대륙이. 그리고 그 거대한 대지 위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수많은 생명이. 그녀의 무수히 많은 뿌리 위에서 생생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와……. 상상한 것보다도 훨씬 거대한데……?’
아르카디아 2대륙의 크기만 해도 한반도의 3배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규모였지만, 지금 재영이 느끼고 있는 이 통합된 아르카디아의 대륙은 본래 지구의 크기와 비교해도 쉽게 밀리지 않을 정도의 거대함이었다.
“너무나도 오랜 시간 흩어져 있었기에, 과거의 평화롭고 행복했던 그 시간을 기억하는 이가 없기에 당분간 수많은 혼란과 갈등이 생겨나겠지. 하지만 잊지 말아라, 나의 아이들이여.”
어린 소녀의 모습이지만, 마치 자애로운 어머니와 같은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는 세계수. 그녀는 묘하게 표독스럽고 독기가 가득 넘쳐흐르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 땅에 태어나 나의 사랑과 축복을 받는 너희끼리 서로 싸우고 다투기에는 이 세상을 넘보는 추악한 자들의 위협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
그 순간, 재영은 상상했다. 갑자기 기존의 고고했던 콘셉트를 깨부수고 본래의 모습을 보여 주는 세계수의 모습에 당황해하는 전 세계 유저들의 얼굴을 말이다.
“그 튀겨 먹어도 시원치 않을 치킨 새끼들과 박쥐 새끼들이 아직까지도 내 영역을 포기하지 않고 그 더러운 혓바닥을 날름거리고 있다. 이 땅의 수호자이자 모든 만물과 생명의 어머니인 나에게 부여된 사명으로 이 땅의 모든 생명에게 명하노니…….”
우우우우웅.
그녀에게서 풍겨 오는 초록빛의 강대한 기운. 이 기운은 아르카디아의 모든 대륙에 퍼지더니 이내 땅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세계수의 마지막 말이 재영의 귓가에 들려왔다.
“우리의 터전을 노리는 잔악한 침략자들의 잔재를 모조리 파괴하고 말살하라.”
[영상 시청이 종료되었습니다.] [시간 동결이 해제되었습니다.]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과거의 잊힌 신화에 대한 실마리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세계수의 자식’을 획득하였습니다.] [완전한 하나의 대륙이 여러분의 모험을 기다립니다.]시네마틱 영상이 종료되었다는 말과 함께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재영.
그리고 그런 그의 옆에는 아무것도 의식하지 못한 것 같은 탄과 엘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악! 이 망할 치킨 새끼야! 무는 건 반칙이라고!”
“흥, 네놈이야말로 그 험악한 발톱부터 숨기고 말하지 그래?”
“아오! 이게 진짜!”
임프와 아기 천사의 외형으로 툭탁거리고 있지만, 나름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험악한 육탄전을 벌이고 있는 탄과 엘.
그 둘은 얼빵한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 있는 재영을 발견하고는 이내 싸움을 멈추고는 물었다.
“주인, 왜 그렇게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어?”
“대륙이 하나로 합쳐지는 모습이 그렇게 놀라웠나요?”
시간이 동결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은 탄과 엘. 그 둘의 반응을 보며 재영은 무어라 말해 줘야 할지 고민했다.
‘괜히 말해 줬다가 또 그때처럼 맞다이 뜨겠다고 달려가는 거 아냐?’
일전에 재영을 사이에 두고 개연성을 위한 피 튀기는 치열한 혈투를 벌인 셋.
묘목과 치킨 그리고 박쥐의 싸움을 보는 것은 나름 팝콘이 당기는 재밌는 구경거리였지만, 괜한 분란을 만들어서 또 셋 사이에서 귀찮은 바가지를 긁히고 싶지 않은 것이 재영의 솔직한 심정이었기에, 재영은 이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러게……. 그래도 눈으로 직접 보니 꽤 놀랍네.”
대륙 통합 이후에 벌어질 서사에 대한 떡밥으로, 세계수의 부탁과 함께 성마대전의 어마어마한 내용을 던져 준 게임사. 이것만 봐도 앞으로 통합된 대륙에서 벌어지게 될 이야기들의 주인공이 과연 누가 될지 재영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세계수가 제대로 두 녀석을 엿 먹이고 싶어 하나 보네…….’
안 그래도 탄이나 엘 할 것 없이 그 누구도 차별 없이 똑같이 싫어하며 이를 가는 그녀.
세계수가 이렇게 이 둘 모르게 전 세계의 유저들에게 수작질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 재미있는지, 재영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눈앞에서 동그란 눈으로 멀뚱거리는 두 존재를 바라보았다.
“탄. 그리고 엘.”
“왜 그렇게 느끼하게 불러? 주인, 뭐 잘 못 먹었어?”
“네, 덱스 님. 부탁하고 싶은 일이라도 있나요?”
천계와 마계의 존재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될 아르카디아의 통합된 세상.
재영은 자신과 쌍무적 계약관계로 묶인 두 계의 군주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