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238
238화 초코파이조아 (1)
천하제일무투대회.
죽창으로 인한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한 위기 관리 대응 팀의 처절한 노력의 산물이자 최초의 전 대륙 통합 이벤트.
이 천하제일무투대회의 발표는 지금까지 온갖 의혹과 불만에 가득 차 있는 유저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에 충분했다.
-와……. 전 세계 유저 중에서 최강자를 가르는 대전? 이건 못 참지.
-보상이 미쳤는데? 칭호 효과 뭐냐?
-우승자 보상이…… 3개월간 경험치랑 스킬 숙련도 300%? 진짜 미쳤네.
-게다가 분야별로 경쟁이 나뉘어 있어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음.
-엌ㅋㅋㅋㅋㅋ 이건 진짜 무조건 해야겠다.
[이번 이벤트는 전투 계열과 비전투 계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직업별로 구분하여 서로의 실력을 겨룰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분야별로 1등부터 3등까지는 3개월 동안 사용 가능한 기간제 칭호가 부여되며, 이 칭호가 앞으로의 성장에 큰 원동력이 돼 나아갈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따라서…….]천하제일무투대회의 보상인 칭호.
3개월 한정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 칭호에는 다른 일반적인 칭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옵션이 달려 있었다.
[천하제일무투대회 수석]-경험치, 스킬 숙련도 300% 상승.
-3개월간 사용 가능.
[천하제일무투대회 차석]-경험치, 스킬 숙련도 200% 상승.
-3개월간 사용 가능.
[천하제일무투대회 차차석]-경험치, 스킬 숙련도 100% 상승.
-3개월간 사용 가능.
캐릭터 성장과 강함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경험치와 스킬 숙련도를 상승시켜 주는 옵션. 이와 관련된 옵션이 아르카디아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마어마한 가격을 보여 주거나 매물 자체가 애매한 경우가 많았기에 실용성이 없는 게 많았다.
-성장 관련 옵션이 가장 높은 게 150% 아니었나?
-맞음. 그것도 하필 20렙 무기에 붙어 있어서 애매했지.
-저 레벨 때나 잠깐 쓰다가 팔아넘기는 아이템.
-그런데 그거도 유니크라서 어마어마하게 비싸지 않았나?
획득 경험치를 크게 높일 수 있지만, 그만큼 성능이 뒤떨어지는 장비를 장착해야 해서 사냥 효율이 떨어지는 계륵 같은 성장용 아이템들. 하지만, 그런 것들과 비교했을 때 이번 이벤트의 보상은 그 가치가 남달랐다.
-칭호 효과만 버리면 되니까 아이템은 기존 것들 그대로 온전히 착용이 가능한 거네?
-세트 효과도 유지할 수 있으니…… 진짜 개꿀인데?
-이건 진짜 대박임. 무조건 우승 노리고 참가한다.
전투력의 손실 없이 비약적으로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이벤트 보상.
비록 3개월이라는 한정적인 시간 동안에만 사용 가능한 것이었지만, 그동안에도 남들보다 최소 몇 배는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에, 소위 각 대륙에서 랭커로 명성을 떨치는 이들의 열의는 사뭇 비장하기까지 했다.
“천하제일무투대회라……. 재미있군.”
미국의 어느 한 헬스장. 방금까지 격렬한 운동을 한 듯, 땀에 젖은 얼굴로 스마트폰으로 이번 이벤트 공지 사항을 확인하는 한 금발의 백인이 재밌다는 듯이 눈을 빛내며 중얼거렸다.
꾸준한 운동으로 인해 날렵하고 아름답게 조각한 것 같은 근육으로 단련된 그의 몸. 매혹적인 눈빛으로 그를 힐끗힐끗 바라보는 여성이 많았지만, 그런 주변의 시선이 들어오지 않는 듯 그는 푸른색의 눈으로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앞으로의 계획을 구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번에 이 칭호를 획득하느냐 마냐에 따라서 랭킹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게 되겠군.’
과거, 제1대륙이라고 불렸던 북미 대륙.
그곳에서 ‘캡틴 양키’라는 닉네임으로 플레이 하고 있는 평범한 20대 청년인 제임스는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퀘스트를 클리어 해 가면서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히든 클래스, ‘순례자의 검’을 획득하였습니다.] [검은 교단의 흔적을 습득하였습니다.] [퀘스트, ‘의문스러운 종교 집단’을 획득하였습니다.]검은 교단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악한 종교를 파헤치면서 얻게 된 히든 클래스.
그리고 그와 관련된 퀘스트를 수행해 나가면서 어느새 북미 대륙의 메인 시나리오의 트리거를 건드리게 되었다.
[Act. 1 검은 교단의 음모]북미 대륙 최초로 메인 시나리오를 시작한 유저가 되어, 이 시나리오를 해결해 나가는 주인공으로서 활약하며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북미 대륙의 인기인으로 등극했다.
-캡틴 양키, 아르팬디아 구독자 수 3천만 돌파.
-캡틴 양키, 최초로 ‘검은 교단’의 레이드 성공.
-캡틴 양키, 첫 번째 메인 시나리오, ‘검은 교단의 음모’ 클리어.
-캡틴 양키…….
아르팬디아에 올린 여러 영상 덕분에 엄청난 광고료를 수익으로 받으며, 메인 시나리오를 통해 획득한 유니크 장비들과 여러 비밀스러운 정보들을 통해서 그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해 나가던 그.
현실에서는 그저 트레이너로서의 꿈을 키워 나가던 그가 게임 속에서는 ‘히어로즈’라는 거대 길드를 이끄는 강력한 영웅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북미 대륙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랭커들과 싸워야 한다 이 말인가?”
북미 대륙 내에서는 감히 그에게 대적할 자가 존재하지 않는 제임스.
하지만, 이번 업데이트로 모든 것이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이번 천하제일무투대회가 종료된 이후, 아르팬디아의 랭킹 시스템도 역시 대륙별이 아닌 전 세계 통합으로 개편될 예정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기존 랭킹 순위가 급격하게 변동될 수 있으니, 이 점을 반드시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전 세계를 대상으로 경쟁하라.
(주)아르카디아에서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대충 짐작한 제임스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웃었다.
“재미있네. 이제 정상에 오른 줄 알았더니, 더 큰 봉우리가 남아 있다고 알려 주는 꼴이라니.”
언제나 최고가 되기 위해서 전력투구를 해 오던 제임스. 그는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호승심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일어나 헬스장 한편에 자리한 샤워실로 몸을 옮겼다.
“이번 이벤트 시작 전까지…… 최대한 준비를 해 놔야겠어.”
그렇게 이번 이벤트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려는 캡틴 양키. 그리고 이건 전 세계의 모든 랭커들에게서 똑같이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말이다.
“흐음……. 이번 이벤트에서는 머리를 꽤 많이 굴렸나 보네…….”
이번 이벤트에 대해서 차근차근 살펴본 재영. 컴퓨터 앞에 앉아 후끈 달아오른 수많은 유저들의 반응을 살펴보면서 그는 왠지 알 수 없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레벨이랑 스킬 숙련도는 나랑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들인데…… 이런 걸 보상으로 내세웠단 말이지?”
일전에 죽창으로 뼈아픈 타격을 입은 것 때문인지 아니면 그가 저질렀던 수많은 꼼수 때문인 건지, 이번 이벤트는 철저하게 준비한 것 같은 티가 팍팍 났다.
“각자 하나의 분야를 선택해서 이번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고, 아이템 같은 걸 보상으로 획득할 수는 없다 이 말인데……. 이거 완전 저격이잖아?”
오로지 칭호가 보상 전부인 이벤트.
어떻게 보면 랭커들을 위한 이벤트라고 불릴 정도로 일반 유저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없었지만, 딱히 이러한 상황에 불만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오, 이번 이벤트 맵 장난 아닌데?
-저번에 한국 대륙에서 선보였던 판타스틱 아일랜드 같은 거네.
-그때랑은 많이 다름. 미즈니에서 사활을 걸고 개발하고 있는 테마파크라고 하던데?
-맞음. 크기가 거의 캘리포니아 면적의 두 배 정도라고 하더라.
-와……. 그 정도면 그냥 테마파크 안에서 길 잃는 거 아냐?
과거, 아르카디아 한국 지부에서 이벤트 맵으로 대충 만들었던 판타스틱 아일랜드.
하지만 그것에 엄청난 영감과 충격을 받았던 세계 1위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미즈니.
그들이 (주)아르카디아와의 기술 협약을 통해서 개발하고 있는 테마파크는 전례가 없는 수준의, 상상을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번에 아르카디아에서 개최하는 전 세계 최초 통합 이벤트, 천하제일무투대회를 우리 미즈니가 개발하고 있는 ‘판타스틱 유니버스’에서 개최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기쁘게 여러분 모두에게 알립니다. 판타스틱 유니버스에서는 수만 가지의 다양한 액티비티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현실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환상적이고, 몽환적이고, 아름답고 무시무시한 모험들을 체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다시는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입니다.]최초의 가상현실 테마파크, 판타스틱 유니버스.
미즈니사의 회장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폴짝폴짝 뛰며 방정맞은 모습을 보여 줄 정도로, 이 판타스틱 유니버스는 말 그대로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2km 자이로드롭.
-좀비로부터 살아남기.
-유니콘 타고 비행하기.
-엘프의 건강한 요리 교실.
현실이라면 감히 준공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수준의 아찔한 놀이 기구부터, 진짜 좀비들로부터 도망 다니며 살아남는 아포칼립스 공포 체험. 그리고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동물들을 타며 몽환적인 순간을 만끽하고 모험을 하는 콘텐츠들까지. 말 그대로 온갖 것들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에 일반적인 유저들은 한눈이 팔린 상태였다.
-어차피 우승은 불가능하고, 무료로 테마파크나 즐겨야지.
-이번에도 음식들 전부 무료이려나?
-ㄷㄷㄷㄷ;; 인어들과 수영하기!
-이, 인어눈나……. 나 죽어…….
-끼아아아앙. 미즈니 최고!
-이번 이벤트는 마음에 드네. 아르카디아가 나름대로 고민 많이 했네.
여기저기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유저들. 하지만 그런 유저들과 다르게 재영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번 이벤트는 딱히 실속이 없겠네.”
다른 유저들과 다르게 레벨과 스킬 숙련도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재영.
아니, 스킬 숙련도는 존재했지만, 직업의 제한과 레벨 시스템의 부재로 그가 획득할 수 있는 스킬은 매우 한정적이었다.
“마법이나 검기 관련 스킬들은 죄다 레벨 제한을 걸어 놓으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하여간 이 대책 없는 똥망겜 같으니라고.”
케르베니안의 서재에 가득 꽂혀 있는 마법서들.
마법사라면 침을 질질 흘리고 죽어도 좋다며 쓰러질 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재영은 마법을 배울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레벨이 부족합니다.] [스킬을 습득할 수 없습니다.]레벨이 존재하지 않기에, 기본적인 1~2서클을 제외하고는 습득조차 할 수 없는 마법들. 물론 재영의 능력치 자체도 비루하기 그지없었기에 습득하더라도 아마 제대로 사용조차 할 수 없을 게 뻔했지만, 그가 가진 마법서들이 죄다 허울 좋은 그림의 떡이라는 사실은 생각만 해도 꼴받는 일이었다.
“뭐……. 그냥 이번에는 관망만 해야겠네.”
딱히 참여해 봤자 이득이 없을 것 같은 이벤트. 그렇기에 계속 같이 다니자며 찡찡거리는 재균이와 함께 테마파크나 돌아다닐 생각을 하고 있던 재영은, 문득 아르팬디아에서 어느 한 게시 글을 보게 되었다.
“음……? 이건……?”
[정말 억울합니다. 나 아니라고요!]억울하다며 올라온 한 게시 글.
뭐가 억울하다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냥 일반적인 어그로로 생각하고 관심조차 두지 않았을 글. 하지만 재영은 그 글의 작성자의 것으로 보이는 반짝이는 닉네임을 확인하고는 일순간 얼어붙었다. 그리고 이내 자기도 모르게 그의 전두엽이 속삭이는 ‘이건 못 참지…….’에 이끌려 그 게시 글을 클릭했다.
[초코파이조아]-나 그 파괴자의 일상물인가 하는 그 채널의 주인장 아니라고! 닉네임만 같은 거지 진짜 나 아니라고! 내 계정 정보만 봐도 거기 채널 주인이랑 다르잖아! 이 망할 새끼들아! 나도 왜 그 새끼랑 똑같이 생긴 건지 모르겠다고! 부모님한테 진지하게 혹시 고아원에 내버린 쌍둥이 있냐고 물었다가 처맞기까지 했다. 나는 파곤 광산에서 너희 노예 계약 선동한 적도 없고 엘프 마을은 가 본 적도 없어! 난 드워프라고 이 씨발! 그만 좀 귀찮게 해! 나 아니라고! 아니라고! 아니라고! 이 씨발 새끼들아아아아아!!!!!!!!!!
뭔가 억울함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싸지른 것 같은 글. 그가 억울한 이유를 제대로 적어 놓은 것은 아니었지만, 재영은 대충 그가 겪었을 고초가 상상이 갔다.
“네놈 때문에 우리 친구가 광산 노예가 됐잖아! 뒤져!”
“님? 설마 그 파괴자 일상물의 초코파이임?”
“덱스랑 친구 맞음? 님? 덱스 팬티 브랜드 뭐임?”
“님님님! 초코파이 님! 나 쩔 좀!”
“님 직업이 뭐임? 슬라임하고 어떻게 친구 먹음? 비결 좀 알려 주셈.”
“네가 그렇게 세? 함 떠 보자.”
신화급 아이템, 기만자의 가면.
재영이 깽판을 칠 때마다 자주 써먹었던 그 닉네임의 본래 주인.
덱팬무들과 노예 계약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지인들. 그리고 호기심 가득한 수많은 유저들의 뜨거운 관심과 어그로를 한 몸에 받으며, 그는 아직 아르카디아를 접지 않고 계속 플레이 하고 있었다.
82레벨의 전사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