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255
255화 깽판은 이렇게
천하제일무투대회의 본선전.
다양한 클래스들이 경기를 벌이고 있었지만, 그중에서 유독 시선을 끄는 곳이 몇 있었다.
-싸우는 것도 좋지만 모험 클래스는 경기 방식이 특이해서 좋지 않아?
-유적에서 단서 찾고 보물 발굴하는 거? 그런 게 뭐가 재밌냐? 엄청 지루한데.
-그래도 생산직 경기보다는 재미있을 듯.
-엌ㅋㅋㅋ 거기 보러 가는 사람 있냐? 진짜 개노잼이던데.
-몰래 잠입해서 물건 훔치는 도적들 경기는? 거기도 나름 심장 쫄깃해지는 맛이 있음.
그냥 일반적인 전투가 아닌, 직업의 특성에 맞는 과제를 부여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짜여 있는 천하제일무투대회. 비록 생산직 클래스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해 관객석이 텅텅 빌 정도로 관람률이 저조했지만, 어느 경기는 미어터지는 사람들 때문에 경기장을 확장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끼아아아앙! 안젤리나 눈나!
-1서클이 마법사들의 미래인 것! 우리 모두 철봉을 들어라!
-강건한 육체에 강건한 정신이 깃드는 법. 마법사들은 먼저 힘부터 찍어야…….
마법사들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과 고정관념을 모조리 박살 낸 화려한 신성, 안젤리나.
-이건 X발 사기 아니냐?
-고객 센터에 아무리 지랄해도 들은 척도 안 하더라.
-아니, 강한 건 알겠는데 저 새끼 너무 밉상이야.
-ㅇㅈ. 저렇게 싹수없으면 있던 호감도 싹 사라짐.
-저런 놈이 어떻게 덱스랑 현실 친구지?
어마어마한 정령을 소환하고 온갖 혐오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뱉으며 전 세계적인 광역 어그로를 끌어 댄 초코파이조아.
그 외에도 다양한 이들이 각자 나름의 주목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지만, 이 둘에게 향하는 관심도와 비교해서는 태양 앞의 촛불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정말 오랜만이네.”
판타스틱 유니버스에 자리한 어느 카페.
그곳에서 핫초코를 홀짝이고 재영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화제의 주인공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반겼다.
“몰라볼 정도로 강해졌네. 예선전 잘 봤어.”
죽창대전에서 처음 만났던 안젤리나.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그저 평범한 저렙 초보 마법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어엿한 강자가 되어 재영의 앞에 앉아 있었다.
“내가 뭘. 너랑 비교해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안젤리나는 재영의 말에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몰라볼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안젤리나의 앞에 앉아 있는 재영 역시 어마어마한 일들을 벌이고 다녔기 때문이다.
“죽창 대전에서 죽창을 선택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드래곤한테 죽창을 꽂아 넣다니……. 정말 너무한 거 아냐? 따라갈 엄두조차 안 나잖아.”
일반적인 유저라면 단 하나도 이룩하기 힘든 수많은 일을 해낸 그. 어떻게든 미친 짓들을 하며 따라가려고 노력했던 안젤리나였지만, 재영을 넘어서기에는 한없이 모자랐다.
“방향만 다를 뿐, 너도 나름대로 많은 일을 벌인 것 같은데? 카시야스를 붙여 둔 게 그래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있나 봐.”
“물론. 그 자식, 엄청 불친절하게 설명한다는 게 흠이지만 확실히 어떻게 해야 강해질 수 있는지를 아주 잘 알고 있더라.”
액션 RPG인 이카루스의 최강자 중 하나인 카시야스.
괴물 같은 전투 감각과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는 그는 거의 기행에 가까운 짓들을 안젤리나에게 요구했다.
[1 서클에 한정해서 사기적인 너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라. 근접 전투가 너의 최강점이야.] [전사 수준의 체력과 힘 능력치를 맞출 수 있도록 수련하도록. 앞으로 너는 전사다. 마법사가 아니야.] [그렇다고 마법사로서의 수련도 게을리하지 말도록. 앞으로 기초 볼트 마법들을 집중적으로 전투 상황에서 사용해라.] [그렇게 회피하고 공격해서 어떻게 사냥을 하겠냐? 이렇게 슉! 저렇게 샥! 빠르게 움직여!]초보자들과 함께 목검을 휘두르며 허수아비를 수천 번 내려치는 기초 수련부터, 암벽 등반이나 죽음의 철인 3종 경기 등. 체력과 힘을 높일 수 있는 짓이라면 무엇이든 시키던 그. 레벨 업에 따른 능력치도 모조리 힘과 체력에 투자한 결과 안젤리나는 마법사면서도 기형적으로 여느 전사에 부끄럽지 않을 수준으로 체력과 힘을 높일 수 있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힘 법사가 되긴 했는데…… 이게 과연 장기적으로 맞는 건지는 모르겠다. 아무래도 내 히든 클래스가 요구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먼 방식 같거든.”
하지만 안젤리나는 진지한 고민이 들었다.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최초의 육성 방식.
올 힘을 찍는 마법사가 드립으로만 존재했지, 정말 아르카디아에서 이런 미친 짓을 벌이는 경우는 아무리 찾아봐도 존재하지 않았기에 이래도 정말 괜찮은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서 들었다. 그녀가 가진 직업, ‘달빛의 마도사’가 요구하는 육성 방식과는 너무나도 다른 상항이기에 더더욱.
“으음……. 스킬은 현재 어떤 상황인데?”
“아. 그것과 관련해서도 할 말이 있어.”
수많은 종류의 마법이 존재하는 1서클 마법. 하지만 그중에서 안젤리나가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마법들은 한정되어 있었다.
파이어 볼트. 아이스 볼트. 라이트닝 볼트. 매직 미사일.
각 속성의 볼트 마법들만을 사용하며 사냥을 하던 안젤리나. 그리고 그녀는 어느 날,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며 위험에 빠진 순간에 새로운 스킬을 습득할 수 있었다.
[반복적인 행동으로 스킬 생성에 필요한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스킬, ‘중첩(重疊)’이 생성되었습니다.] [스킬, ‘증폭(增幅)’이 생성되었습니다.] [스킬, ‘융합(融合)’ 생성되었습니다.] [새로운 마법의 방향성을 습득하였습니다.] [관련 내용을 마탑에 보고하면 큰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칭호, ‘마도의 개척자’를 획득하였습니다.]“그러니까…… 볼트 마법과 관련한 패시브 스킬이 생성되었다고?”
“응. 볼트 마법에 한정되긴 했지만…… 그래도 어마어마하게 전투 효율을 증폭시켜 주더라? 덕분에 레벨이 높아져도 1서클 마법으로도 사냥하는 데 큰 무리가 없더라고.”
아무리 스킬 랭크가 높다고는 하지만, 1서클은 1서클.
그 파괴력과 위력의 한계는 극명할 수밖에 없었지만, 안젤리나의 1서클은 달랐다.
‘위력이 부족하다면 물량으로 극복하면 되는 거 아냐?’
수십, 수백…… 수천 개의 마법을 중첩하고 증폭하며 융합하는 그녀의 전투 마법. 서클의 한계를 완전히 무시한 채, 고위 마법에 못지않은 파괴력을 만들어 내는 방식은 재영으로서도 들어 본 적 없는 독창적인 방식이었다.
“오, 신기한데? 그렇게 마법을 증폭할 수가 있었나?”
“음…… 들어 본 적 없는 방식인데……. 그게 가능한 일이었나?”
“모르지. 인간들이 쓰는 마법은 우리랑은 또 완전히 다르잖아?”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쉽지 않은 일 같은데……. 음…….”
탄과 엘도 흥미롭다는 얼굴로 안젤리나의 이야기를 가지고 가능성을 고민하는 상황.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걷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정말 모르겠다는 듯, 진지한 얼굴로 물어 왔다.
“네 생각은 어때? 정말 앞으로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한 손에는 철봉. 다른 한 손에는 스태프.
두 개의 둔기를 사용해 상대의 뚝배기를 반으로 쪼개 버리며 개 쩌는 1서클 마법을 난사하는 안젤리나. 그녀의 물음에 재영은 피식 웃으며 뭘 그런 걸 가지고 고민하냐는 듯이 말했다.
“그럼 뭐 어떻게 하게? 지금이라도 지능이나 마력에 능력치 투자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마법이나 뿅뿅 쓰고 다니고 싶은 거야?”
맞는 길이라는 게 뭐냐는 듯이 되묻는 재영. 그런 그의 말에 안젤리나는 모르겠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니, 그건 아니지만…….”
“예전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면 난 반대야. 마법사라는 직업이 장점도 명확하지만 반대급부로 그 단점도 너무 명확하거든. 마법서의 습득 난이도도 그렇지만, 고위 마법을 사용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걸?”
인간의 수준을 넘어선 고난도의 리듬 게임을 요구하는 8서클 마법. 아직 그런 사례가 유저들 사이에 퍼지지 않은 것을 보면 7서클 이상부터 그런 정신 나간 짓을 요구하는 것 같았지만, 긴박한 전투 상황에서 여유롭게 극악의 난이도의 리듬 게임을 성공적으로 클리어 할 만한 위인이 안젤리나는 절대 아니라고 보았기에 재영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냥 원래 하던 대로 해, 괜히 다른 사람들 시선 신경 쓰면서 흔들리지 말고. 이 세상은 말마따나 정해진 길 없이 자신이 그 길을 만들어 가는 거니까.”
무한한 자유.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
이 게임사가 지겹게 밀어 대는 모토처럼 정말 무엇이든 가능한 세상인 아르카디아.
재영은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는 안젤리나를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네 그 신선함에 열광하고 있던데? 반응 장난 아니더라?”
“아……. 그것도 봤어……?”
그 말에 새빨개진 얼굴로 민망하다는 듯이 안젤리나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죽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패는 미친년.
-코리안 크레이지 매지션.
-힘 법사가 이런 것이지 엌ㅋㅋㅋㅋㅋㅋㅋ.
-누, 눈나…… 완전 뚝배기 크러시! 짱 멋있어요!
-Holy Shit! 저 미친년 누가 좀 탈락시켜. 본선에서 만날까 무섭다.
본선에 진출한 다른 경쟁 마법사들의 머리를 서늘하게 만드는 그녀의 철봉. 전투에 돌입하면 당장에 달려들어 근접 전투를 강요하는 그녀의 전투 스타일은 다른 마법사들이 제일 싫어하는 방식이었기에, 모두가 하나같이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기원하고 있었다.
-제발 저 미친년만은!
-만나더라도 결승에서 만나야 해. 그래야 2등이라도 하지.
-하아……. 같은 클래스끼리 경쟁이라 이런 상황은 없을 줄 알았는데…….
-근접 전투를 잘하면 마법이라도 약하라고! 왜 둘 다 강한데!
그야말로 평화로운 마법사들의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교란종의 탄생. 그녀와 어떻게든 만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가슴을 졸이고 있을 다른 마법사들을 상상하며 재영은 웃었다.
“그보다…… 카시야스 녀석은 어디 간 거야?”
“몰라. 그 자식, 본선 대비해서 준비한다고 당분간 찾지 말래.”
이야기도 꺼내지 말라며 짜증부터 내는 안젤리나.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카시야스에게 쌓인 불만들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누구를 만날지도 모르는데 본선에 진출한 다른 사람들 전투 스타일 분석한다고 영상 하나하나 찾아보는 거 알아? 아무리 우승 보상이 탐난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하면서 준비를 해야 해? 아니, 자기도 웨폰 마스터인지 뭔지 하는 히든 클래스 얻고 충분히 강하면서 조바심만 더럽게 많아서는…….”
“아. 얘 또 시작했네.”
“전에도 느꼈지만 엄청 말이 많은 인간이네요.”
탄과 엘의 한숨 속에서 한참 동안 TMI로 온갖 이야기를 주절거리던 안젤리나. 그리고 그녀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아. 맞아. 아까부터 계속 묻고 싶었는데, 도대체 그 얼굴은 뭐야?”
“아. 이거……? 초코파이조아.”
본래 모습을 숨기고 초코파이조아의 모습으로 위장하고 있는 재영. 안젤리나는 그게 누구인지 안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도대체 왜 누군지도 모를 사람으로 위장해서 이번 대회에 나가고 있냐 이 말이야. 그것도 너답지 않게 어마어마하게 재수 없는 모습으로.”
재영의 발상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안젤리나. 그런 그녀에게 재영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해 주었다.
“으음……. 간단히 말하면 내 고기 방패? 아니지…… 프렌드 실드 같은 거랄까……?”
“……그게 무슨 소리야?”
“그건 나중에 우승하고 나면 알게 될 거야.”
사악한 미소를 히죽 지으며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리는 재영. 하지만 안젤리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미소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중급 정령과 상급 정령의 등장. 경악에 물든 소환 계열의 본선 경기.
-힘을 숨기고 있던 초코파이조아? 과연 그 정체는?
-(주)아르카디아, 그 어떤 밸런스상의 문제도 없음을 재차 확인. 논란에 빠진 유저들.
-최초의 정령사, 풍월의 인터뷰. ‘정령술사는 저런 게 아니야!’ 발언.
압도적인 강함으로 온갖 깽판을 치며 소환 계열의 경기를 농락해 버리고 모든 언론 기사와 아르팬디아를 점령해 버리는 그의 기행을 보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