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256
256화 선 넘은 초코파이조아
천하제일무투대회 본선전.
수많은 경기가 진행 중이었지만, 그중에서 소환 계열의 경기는 정말 엄청난 논란을 불러왔다.
-아니,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상급 정령은 최소 250은 넘어야 소환 가능하다더라.
-??? 그럼 초코파이조아는 레벨 도대체 몇인 건데?
-밸런스 문제가 아니라 이 정도면 거의 사기나 버그 아니냐?
-핵 유저 제재도 안 하나, 이 망할 운영사야.
하급의 정령을 수백…… 수천 마리나 소환하던 초코파이조아.
하지만 그는 그게 다가 아니었다는 듯이 본선 경기에서는 만나는 경쟁자마다 새로운 것들을 꺼내 들며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으음……. 이번에는 중급으로만?] [상급 가즈아!]모든 속성의 정령들을 중급 그리고 상급까지 소환해서 부리며 압도적인 수준으로 적을 섬멸하는 그. 일반적인 유저들이라면 모르겠지만, 정령사의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은 이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상황인지 알고 있기에 거품을 물어 대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건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중급의 정령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해당 속성의 하급 정령의 호감도를 최대치까지 올려야 하고, 또 특수 퀘스트를 수행하고 거기에다가 정령 친화력을 최소 500 이상까지 높여야 하는데, 최초의 정령사로 전직한 저조차도 아직 불가능한 상황인데 상급 정령이요? 그것도 모든 속성 전부를?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분명 운영자가 만든 슈퍼 계정일 겁니다!]구체적인 수치와 조건까지 공개하며 이게 얼마나 비현실적인 상황인지를 주장하는 화랑단(花郞團)의 단주 풍월. 그런 그의 공식적인 인터뷰 방송이 인터넷과 아르팬디아를 통해 퍼져 나갔지만, 초코파이조아는 이에 대한 그 어떤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주)아르카디아가 공식적인 성명을 발표하며 그를 보호했다.
[최근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는 유저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검토한 바, 특이 사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아르팬디아에 특정 유저를 향한 악의적인 댓글이나 반복적인 의혹을 제기하는 행동은 제재 사유에 해당하오니 이 점을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문제가 전혀 없다는 운영사의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해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들은 (주)아르카디아의 발표에 화르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문제가 없다고? 지금 저 본선전에서 벌어지는 일 보면서도 그런 말이 나오나?
-엌ㅋㅋㅋ. 도대체 초코파이 저 새끼는 어떻게 게임을 해 온 거냐?
-와……. 저게 사기가 아니라고?
-ㅋㅋㅋㅋㅋㅋㅋ 이게 게임이냐?
‘적당히’라는 말이 뭔지 모르는 듯, 진짜 작정하고 미쳐 날뛰고 있는 초코파이조아.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결승전에 오른 재영. 그는 자신의 앞에 긴장한 얼굴로 서 있는 상대를 보고는 의외라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거 참 묘한 인연이네…….”
“그러게……?”
재영의 혼잣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의외라는 눈초리로 눈앞의 상대를 바라보는 탄. 그는 첫 만남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모습으로 성장해 있는 이를 보며 말했다.
“엄청 비리비리해 보였는데, 그래도 이제는 나쁘지 않은 것 같긴 하네. 물론 아르게이머랑 비교해서는 아직도 처참한 수준인 것 같기는 하지만…….”
아르게이머의 정수를 흡수하고 히든 클래스, 죽음의 지휘자로 전직한 흑마법사 랭킹 1위, 어둠의흑염룡. 창백하고 비쩍 말라붙은 사악한 리치의 모습으로 있는 그는 음산한 기운을 잔뜩 풍겨 대며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자! 기다리고 기다리던 천하제일무투대회의 하이라이트! 소환 계열 대전의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결승전이 시작되겠습니다. 어마어마한 수의 정령을 소환하며 모두를 놀라게 한 떠오르는 신성, 초코파이조아! 그리고 마룬 왕국의 지배자이자 망자를 다루는 사악한 리치, 어둠의흑염룡! 과연 이 둘 중 승자는 누구일까요? 킬킬킬……!]신이 난 듯, 방정맞은 웃음소리를 내며 두 사람을 소개하는 도깨비. 그의 발언에 수십…… 아니, 수백만은 족히 모여 있는 것 같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관중석에서 온갖 야유와 환호가 흘러나왔다.
[어둠의흑염룡! 저 망할 자식을 뭉개 줘라!] [흑염룡! 흑염룡! 흑염룡!] [국왕 폐하! 만세! 마룬 왕국 만세에에에에!] [죽어라! 초코파이조아!] [초코파이조아! 죽어!] [우우우우!]어둠의흑염룡에게는 응원과 찬사가.
초코파이조아에게는 야유와 저주가.
너무 상반된 반응에 재영은 내심 서운하다는 표정으로 툴툴거렸다.
“야…… 아무리 내가 마음에 안 들어도 그렇지, 어떻게 이렇게 편파적으로 응원할 수 있냐?”
아무리 그래도 나름의 팬덤이 생기기를 기대하며 온갖 어그로를 끌었던 초코파이조아. 하지만, 그런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를 향한 뜨거운 분노와 생생한 증오를 표출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주인, 그렇게 쓰레기같이 행동하고 다녔는데 누가 주인을 좋아해?”
“맞아요. 일부러 그러는 거라는 걸 알아서 그렇지, 아니었으면 엄청나게 실망했을걸요?”
나름 계약자인데도 사정도 봐주지 않고 직설적인 팩트로 후려 패는 탄과 엘. 그 둘의 말에 재영은 상관없다는 듯이 뻔뻔하게 말했다.
“뭐 어때? 욕먹는 건 내가 아닌데.”
위장한 신분을 최대한도로 써먹고 있는 재영. 어차피 주변에서 쏟아지는 욕도 주어가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조금의 심적 대미지도 들어오지 않았기에 그는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자 탄과 엘은 황당하다는 듯한 얼굴로 재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와……. 진짜 쓰레기…….”
“그런 무책임한 태도! 좋지 않아요!”
무언가 또 발상이 떠올랐는지, 연신 바쁘게 무언가를 메모하고 있는 탄과 발끈하며 재영에게 재잘재잘 잔소리를 하는 엘. 그러는 광경을 앞에서 바라보고 있던 어둠의흑염룡은 갑자기 입을 열고 물었다.
“아까부터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는 거지?”
탄과 엘이 보이지 않는 그가 보기에는 그냥 미친놈처럼 보이는 재영의 모습. 그런 그의 말에 재영은 문득 경기가 이제 시작됐다는 것을 깨닫고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진짜 오랜만이다, 야. 예전이랑 많이 달라졌네.”
“뭐……? 우리가 만난 적이 있던가……?”
단언컨대 단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는 상대. 하지만, 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장난스럽게 묻는 그의 말에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왕 되니까 좋냐?”
“뭐……?”
언젠가 한번 들어 봤던 친숙한 물음.
어둠의흑염룡은 절대 잊을 수 없는 그날 벌어졌던 일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왕 되니까 좋냐?] [히든 클래스 얻었으면 됐지, 너 그 이상은 배 터져 죽어.] [이젠 신데렐라의 마법이 풀릴 시간이야.] [빌려준 힘 돌려받으러 온 사채업자지.]메인 시나리오 마녀사냥.
그 지독하고 악독했던 메인 시나리오를 클리어 하고 마룬 왕국을 점령하자마자 나타나서 아르게이머를 소멸시키고 그에게 깃들어 있던 대부분의 힘을 상실케 한 의문의 사내.
비록 외형과 목소리, 그 모든 것이 달랐지만, 어둠의흑염룡은 본능적으로 그가 자신을 죽였던 그때 그와 같은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너…… 도대체 누구야. 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 거지?”
험악한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는 어둠의흑염룡. 그런 그의 반응에 재영은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 정령사 초코파이조아.”
“내가 물어보는 건 그게 아니잖아. 너는 분명…….”
“궁금한 게 많은 건 알겠는데 일단 지금은 우리 둘이 싸워야 할 것 같은데?”
싱긋 웃으며 저 멀리 환호하고 있는 관객들을 가리키는 재영. 그는 혼란스러운 얼굴의 어둠의흑염룡을 향해 말했다.
“전력을 다해서 이겨 봐. 그러면 아마 말해 줄지도?”
마치 자신을 놀리는 듯, 선심 쓰듯이 이야기하는 초코파이조아. 그런 그의 말에 어둠의흑염룡은 묘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이를 빠드득 갈며 독기 어린 얼굴로 말했다.
“이겨 보라고……?”
우우우웅.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칠흑 같은 어둠의 기운.
강대한 죽음의 기운이 경기장 일대를 가득 메우기 시작하더니 이내 무언가가 바닥에서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어어어어어…….”
“키아아아아악!”
“흐으으으…….”
쿠웅. 쿵.
철컥 철컥.
덜그럭 덜그럭.
시독을 풍겨 대며 흐느적거리는 좀비부터, 단단하고 빠른 이동속도를 자랑하는 구울.
흐느끼며 상대의 생명을 흡수하는 밴시와 덜그럭거리는 해골로 이루어진 수백의 병사들.
거기에 칠흑 같은 갑옷을 입고 있는 죽음의 기사, 데스나이트까지 등장하자 관객석은 일순간 충격에 빠졌다.
[미친! 도대체 언데드를 몇 마리나 부릴 수 있는 거야?] [하나, 둘, 셋……. 최소 수백은 넘겠는데?] [이야…… 저기 데스나이트까지 한 마리 있는데?] [뭐야. 흑염룡 200 넘은 거야? 어떻게 데스나이트까지…….] [그러고 보니 마지막에 봤을 때 흑염룡 레벨이…… 199였지?]200레벨.
마의 경지이자, 아직 유저들 중에선 달성한 적 없는 레벨.
설마설마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유저들의 시선을 느끼며, 흑염룡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가 원하는 대로 이겨 주지. 너무 자만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200레벨을 달성하는 순간, 그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거든.”
200레벨을 달성했다는 그의 간접적인 메시지. 그 말에 마치 폭탄이라도 터진 것 같은 우레와 같은 함성이 이곳저곳에서 쏟아졌다.
[우아아아아! 200!] [흑염룡! 흑염룡! 흑염룡!] [너는 흑마법사들의 희망이다! 개 멋져!] [저 망할 싸가지 새끼를 박살 내 줘라! 제발!]200레벨의 최초 달성자.
전 세계 랭킹 1위를 확고히 하며 그 강함을 만천하에 보여 주려고 작정한 듯 보이는 어둠의흑염룡. 실제로 그가 소환해 낸 언데드들은 보기만 해도 위협적일 정도로 강해 보였다.
“으음…… 스켈레톤 워리어, 아처, 메이지……. 대충 균일하게 잘 소환했네. 좀비랑 구울은 아직 스킬 숙련도가 낮은 것 같고. 좀비는 몰라도 구울은 아직 스킬 랭크 발현이 덜 됐네? 아, 참고로 변형체는 좀비 마스터리의 영향을 받으니까 그쪽도 신경 써서 잘 올려야 한다? 저주 마법이나 공격 마법들도 꾸준히 랭크 올려 주고. 너무 소환에만 의존하는 건 좋지 않아.”
“뭐……?”
마치 자기도 네크로맨서를 플레이 해 본 것처럼 훈수를 두고 있는 초코파이조아. 하지만, 그 내용이 너무나도 자세하고 정확했기에 어둠의흑염룡은 입을 벌렸다.
“어, 어떻게 그런 것들을 네가 알고 있지? 정령사가 알 수 있는 것들이…….”
“어떻게 알긴, 나도 해 봤으니까 알지.”
“뭐……?”
아르게이머의 힘을 빌려 플레이를 해 본 경험이 있는 재영. 그렇기에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그걸 모르는 어둠의흑염룡의 얼굴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네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점점 많아지는군.”
반드시 이번 대회에서 이기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다지는 어둠의흑염룡. 그의 손짓에 따라 험악한 기세를 풍기며 천천히 다가오는 언데드들의 대군을 보고 재영은 피식 웃으며 힘을 끌어 올렸다.
우우웅.
“그거 알아?”
“……?”
재영…… 아니, 초코파이조아의 몸 주위에 휘몰아치는 거대한 힘의 폭풍. 그는 정말 기대된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무리 싸가지가 없다 하더라도,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 방법이 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의 어둠의흑염룡. 하지만 재영이 하려는 짓이 무엇인지 깨달은 듯, 탄과 엘은 경악한 얼굴로 소리치고 있었다.
“야! 주인! 미쳤어? 지금 뭘 하자는 거야?”
“이건……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개연성 낭비군요.”
풍부하다 못해 흘러넘치기까지 하는 개연성.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재영의 끓어넘치는 호기심.
그 누구보다 화려한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진짜 초코파이조아를 위한 약속까지.
그 모든 것들이 화려하게 맞물린 마지막 피날레를 준비한 재영은 기대감 가득한 눈빛으로 당혹감에 물든 어둠의흑염룡에게 말했다.
“싸가지가 없어도 될 만큼, 그 누구도 감히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면 돼.”
우우웅.
축구장 몇 개를 합쳐 놓은 것 같은 초대형 스타디움.
수백만 명을 수용한 것 같은 최대 규모의 경기장 전체가 뒤흔들릴 정도로 이 일대를 잠식하는 거대한 정령력의 폭풍 사이에서 재영은 불렀다.
“나와라. 작열하는 열화와 화염의 군주, 이프리트(Ifrite).”
불의 정령왕을.
그렇게 천하제일무투대회 소환 계열 결승전의 승자는 결정되었다.
최초의 정령왕이 등장해 정령사를 지망하는 유저들의 일대 붐을 일으키며.
어마어마한 후폭풍 속에서 진땀 어린 해명을 하느라 피눈물을 흘리고 가정과 연애 전선이 파탄 난 (주)아르카디아의 임직원들을 양산해 내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