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260
260화 각성한 중식
작열하는 태양.
드넓은 모래사막이 펼쳐져 있는 죽음의 사막, 슈밀.
과거 5대 금역 중 하나로 지정되어 유저들의 발길이 없었던 이곳은 이제 수많은 유저와 NPC 상단이 오가는 유명한 명소가 되었다.
“드워프 수제 장비, 주문 제작 대행해 드립니다~.”
“사냥하느라 바쁘신 분, 신속 배달 해 드리니 저희 마카롱 상단을 애용해 주세요! 파이 상단과 직속 계약을 맺은 신뢰도 높은 상단입니다!”
“자, 다들 모이셨나요? 초고속 버스 출발합니다!”
슈밀의 지하 깊숙한 곳에 자리한 드워프들의 지저 도시, 샌드 오브 포지.
손재주에 있어 신의 축복을 받았다는 난쟁이 일족이 만들어 가는 뛰어난 방어구와 무기들은 수많은 상인과 검사들을 매료시켰으며, 대장장이의 극의를 꿈꾸는 이들은 이 난쟁이들의 비밀스러운 제작 비법에 대한 가르침을 얻고자 언제나 애태우곤 했다.
까앙. 까앙.
언제나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 태어난 종족이라는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듯, 도시 전체에 울려 퍼지는 망치질 소리. 광산에서 광물을 채굴하는 광부도. 도시의 치안을 책임지는 망치부대원도. 도시의 행정을 책임지는 관리인이나 상점에서 식료품을 파는 상인조차도 망치를 들고 뛰어난 무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제작자이자 장인인 어마어마한 생산 도시.
이곳에서 만들어 내는 어마어마한 무구들은 불티나게 대륙 전체로 팔려 나가며 그 유명세를 드높이고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헬리온의 공방에서 만들어지는 장비는 명품 중의 명품 취급을 받으며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했다.
“어이, 똥손. 손님이 왔어. 파이 상단 쪽 사람인 것 같은데?”
까앙. 까앙.
화르르르륵.
숨이 막히는 어마어마한 더위. 초고열의 용광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계속해서 망치를 내리치고 있는 중식. 어마어마한 집중력을 보이며 장비 제작에 열중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며 중식을 부르던 선임 드워프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휴. 저 지독한 놈. 도대체 며칠 동안 저러고 있는 거야?”
밥도 먹지 않고, 잠을 자지도 않고,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망치를 내려치는 그. 제작을 한번 시작하면 무서울 정도로 몰입하는 그의 모습은 드워프들 사이에서도 어마어마한 독종으로 소문나며 유명했기 때문에 선임 드워프는 중식을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돌아섰다.
“아무튼, 난 말 전했다. 또 저번처럼 들은 적 없다고만 해 봐! 진짜 가만 안 둬!”
중식의 요란한 망치 소리를 이겨 보겠다고 큰 목소리로 땍땍거리며 메시지를 전하고는 어딘가로 가 버리는 선임 드워프. 하지만 중식은 그 말을 하나도 듣지 못했다.
‘부족해…….’
천하제일무투대회.
재영의 말에 이끌려 자기도 모르게 대회에 참가한 중식은 생산직 클래스의 수많은 유저들과 경쟁을 벌였다.
기초적인 수준에서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겠지만, 조금 더 뛰어나고 질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실에서의…… 아니, 그 이상의 기교와 전문성을 요구했기에 생산직 클래스 대회에 참가한 이들의 연령대는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
“흐음……. 같은 종목은 아니지만 잘 부탁해요.”
“대장장이라…….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정말 힘든 길을 걷고 있네요.”
“허허……. 그렇게 어린 나이에 망치를 들다니. 정말 보기 드문 청년이군.”
현실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아르카디아의 제작 시스템. 그렇기에 현실에서도 이를 업으로 삼고 있는 전문가들이 대다수 참여했지만, 그 안에서도 중식은 상상 이상의 성적으로 선방했다.
[벌꿀을 첨가한 사슴고기 웰링턴.] [종합 점수, 92.2점.] [칼날이 부착된 철갑 건틀릿.] [종합 점수, 93.9점.] [플레이어, 나는야똥손. 승리.] [100연승을 달성하였습니다.] [본선 진출권을 획득하였습니다!]“호호호……. 제가 졌군요. 정말 대단하네요.”
예선전의 마지막 상대였던 미모의 요리사. 외국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오너이자 세계적인 요리 경연 대회의 우승자이기도 한 최고의 전문가를 이기기까지 한 중식. 그는 자신의 실력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축하를 건네는 레이미 고든에게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아, 아니에요. 저는 한참이나 부족한걸요…….”
자신이 이런 유명 인사를 이길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은 중식. 그렇기에 그는 자신 때문에 탈락한 것 같은 레이미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부끄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 말은…… 제가 한참이나 부족한 아마추어보다도 못나다는 건가요?”
요리와 대장일은 그 우열을 가르는 것조차 불가능한 다른 분야였지만, 그런데도 공명정대하고 완전무결한 인공지능, 엘리스의 판정에 따르면 중식에게 패배한 레이미. 그녀는 중식의 의도가 그런 것이 아닌 걸 알면서도 짓궂은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아, 아뇨! 제 말은 그런 게 아니라…….”
하지만 그런 장난 어린 자신의 질문에 더욱 당황한 듯 말까지 더듬으며 해명하려는 중식. 그런 그에게 레이미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당신이 얼마나 어리고 경력이 미천하다고 하는 건지 알겠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자기 자신을 낮추지 마세요.”
우우웅.
경기가 끝나서 자동으로 원래 위치로 돌려보내지는 듯, 빛무리에 휩싸이는 레이미. 그녀는 마지막에 응원 같은 말을 한마디 남기고는 사라져 버렸다.
“제가 경기를 하는 동안 봤던 Mr. 똥손은 열정이 가득하고 뛰어난 실력을 겸비한 어엿한 장인의 모습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전문가에게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으며 활약한 중식.
그가 천하제일무투대회에서 최종적으로 받은 성적표는 이러했다.
[천하제일무투대회, 차석.]아쉽게도 2등으로 끝나 버린 대회.
기교도, 기술도, 경험도 부족한 중식에게 있어 과분한 성적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그 결과에 알 수 없는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욕먹지 말아야지.’
‘어떻게 하면 드워프들의 마음에 들 수 있을까?’
‘왜…… 왜 랭크가 안 오르지? 특별한 재료로 뭘 만들어야 하나?’
스킬 랭크를 올리고 드워프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고 욕을 먹지 않기 위해서 고민하며 제작에 매진하던 중식. 하지만 이번 천하제일무투대회에 나가고 난 후. 그는 전혀 다른 마음가짐으로 망치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두근.
‘더 강한 무구를 만들어 내고 싶다.’
까앙.
‘더 뛰어난 물건을 만들고 싶다.’
화르르르륵.
‘그 누구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오롯한 나만의 작품을.’
강렬한 열망 속에서 피어오르는 그의 끝없는 창작의 의지.
미친 듯이 뛰고 있는 심장 소리와 공방 전체를 울리는 청명한 망치 소리.
뜨겁게 금속을 달구고 있는 거대한 푸른빛 화염 속에서 중식은 마치 신들린 것처럼 제작에 매진했다.
우우우웅.
의식하지 않은 새에 그에게 스며드는 신성(神聖).
태초부터 존재했으나, 이제는 그 힘을 상실하고 허신으로 영락(零落)해 버린 존재의 힘이 중식의 뜨겁고 순수한 열망과 집념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어이…… 똥손! 작업 그만하고…… 이, 이건……!”
“빠, 빨리 바론 님을 불러와. 어서!”
까앙. 까앙.
신의 축복을 받았다는 드워프 일족.
한때 아르카디아 전 대륙에 번성하고 있던 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쇠락해 가고 있었다.
욕심 많고 탐욕스러운 이종족의 약탈과 침입으로.
자신들이 믿고 경배하던, 언제나 세차게 타오르던 영원한 불이 꺼져 버린 이후로.
대륙 전역으로 뿔뿔이 흩어져 서서히 멸망의 길을 걷고 있던 이들.
그렇기에 헬리온의 공방을 이끄는 마스터 대장장이이자 이 샌드 오브 포지를 이끄는 원로원의 일원인 바론은 자신의 눈앞에 피어오르는 푸른색의 화염과 어리숙한 인간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거대한 신성과 후광에 경악했다.
“오오오……. 이, 이럴 수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연신 침음성을 내고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는 바론.
마치 울먹이는 듯하면서도 엄청난 환희에 가득 차 미소 짓는 듯한 그는 주변에 어마어마한 수의 드워프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어느 한 어린 드워프에게 말했다.
“아이야, 빨리 가서 모두에게 알리거라.”
“네? 뭘 말인가요?”
의아한 표정으로 똘망똘망한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이. 아직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듯, 호기심 가득한 얼굴의 그 어린 드워프에게 바론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 오래전, 꺼지지 않는 뜨거운 화염과 부서지지 않는 굳건한 철을 이 대륙에 선물한 위대한 자. 수없이 많은 신의 무구를 만들어 내고, 이 아르카디아의 모든 난쟁이 일족에게 망치를 통해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가르침을 선사해 준 우리의 스승이자 우리의 아버지…… 불카누스 님의 부활을.”
그렇게 샌드 오브 포지의 드워프들은 모두가 헬리온의 공방으로 모여들었다. 방금까지 하던 일도 모조리 내던지고 멍하니, 숨소리도 내지 않은 채 조용히 앉아 가만히 지켜보았다.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최초의 이적(異蹟)의 순간을.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중식이 망치질을 멈추고 자신이 만들어 낸 완성품을 내려다보는 순간.
그의 눈앞에는 수없이 많은 메시지가 가득 떠오르기 시작했다.
[혼을 실은 그대의 집념에 신성의 힘이 깃듭니다.] [제작품의 수준이 재료가 가진 격의 한계를 아득히도 초월합니다.] [아이템의 등급이 재조정됩니다.] [전설적인 업적. 전설급 아이템을 제작하였습니다.] [무기 제작 숙련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칭호 효과 발동. 숙련도 상승치가 2배로 증가합니다.] [무기 제작 스킬이 1랭크로 상승합니다.] [가장 오래된 불이 그대를 첫 번째 망치로 선택했습니다.] [관련 퀘스트, ‘지워진 신의 흔적’이 변경됩니다.] [퀘스트 내용을 확인해 주십시오.] [칭호, ‘전설 무구의 제작자’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드워프의 존경을 받는 자’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신화의 흔적을 찾는 방랑자’를 획득하였습니다.]최초의 전설급 아이템의 제작.
그 성과에 중식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지만, 그것보다 더 기쁜 것은 광산에서 노예로 구를 때부터 자신을 주시하고 있던 가장 오래된 신격이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었다.
화염과 강철의 신, 불카누스(Vulcan).
자신의 대장장이 망치를 신기로 바꿔 놓은 장본인이자 이 게임의 숨겨진 신화 속 존재가 직접 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퀘스트를 보며, 중식은 드디어 이 공방을 떠날 때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퀘스트, 지워진 신성의 부활]허신으로 전락한 과거의 신성. 대륙 북부, 어딘가에 잠들어 있을 마지막 남은 유적지를 찾고 그곳에서 영락한 신격을 다시 일깨워라. 대륙 만방에 그의 사도로서 모든 이에게 그의 신위를 드높혀라. 화염과 강철 그리고 모든 대장장이의 신, 불카누스를 위해.
-불카누스의 흔적이 깃든 유적지 발견. (0/1)
너무나도 추상적이고 단서조차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어마어마한 난이도의 퀘스트. 딱 보기에도 험난할 것 같은 여정이 예상되었지만, 중식은 조금도 걱정되거나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감에 세차게 두근거리는 심장의 고동을 즐기며 미소 지었다.
“드디어…….”
재영이 말했던 그 순간.
이곳을 떠나 더욱 드넓은 세상으로의 모험을 떠나는 날이 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중식은 그제서야 자신의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수백…… 아니, 수천은 되어 보이는 드워프들의 무리를 보고는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장로님……? 아니, 왜 여기 이렇게 다들 모여 있으세요……?”
전혀 눈치채지 못한 얼굴로 묻는 중식. 하지만, 그런 그의 물음에 드워프들은 일제히 가슴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외쳤다.
“망치를 들어라, 짧은 다리와 못생긴 얼굴이 슬픈 난쟁이들이여.”
쿠웅.
엄청 아플 것처럼 세차게 주먹으로 자기 가슴을 내리치는 이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은 고통보다는 환희로 가득 차 있었다.
“너희의 신은 그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뛰어난 손을 그대에게 선사했나니.”
쿠웅.
마치 하나가 된 듯이 외치는 난쟁이들의 외침. 상황을 모르는 일반 유저들은 의아한 얼굴로 길거리에서 외쳐 대는 이들의 구호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미친 듯이 외쳐 댔다.
“축배를 들어라. 모든 난쟁이들이여. 우리의 신을 따르는 첫 번째 망치의 탄생을. 경배하라 모든 난쟁이들이여. 우리의 신의 부활을!”
갑작스럽게 여기저기에서 맥주잔을 들고 대낮부터 술판을 벌이며 축제를 벌이기 시작한 드워프들. 그렇게 이들은 몇 날 며칠을 새워 가며 술을 마시며 축하했다.
드워프들의 주신(主神).
불카누스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드디어 하늘 높이 쏘아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