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263
263화 마계는 힘들어!
마계의 지배자이자 모든 타락한 자들의 군주, 사탄.
악(惡)의 상징이자 근원과도 같은 어둠의 존재들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이 아르카디아의 세상을 피와 어둠으로 물들이기 위한 작은 소망(?)을 간직하고 있는 탄. 그는 재영의 옆에 딱 달라붙어서는 언제고 호시탐탐 그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
“하……. 망할 주인 자식. 요즘 들어서는 아주 개연성을 허튼 데다 낭비하고 있네.”
탄은 요즘 재영의 행동에 아주 많은 불만이 차 있었다.
최근 어마어마하게 많은 개연성을 벌어먹은 그. 하지만 그 개연성을 통해서 강신을 하며 마계의 살림에 일조하기는커녕 자꾸 이상한 곳에다 무의미하게 낭비하고 있었기에, 그걸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입장에서는 보기만 해도 배가 쓰렸다.
“그 망할 모험가 자식한테 왜 그렇게 퍼 주는데? 아니, 그보다 왜 허락되지도 않은 망할 묘목 새끼의 신기를 이 세상에 꺼내 놓게 해 주는 건데?”
강대한 신성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특별한 신기를 허락받지 못한 세계수. 힘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아버지의 의지에 따라 세심하게 맞추어진 균형이었지만, 이 망할 주인이라는 작자는 그딴 건 알 바 아니라는 듯 그냥 판을 뒤엎어 버렸다.
“후……. 좋지 않아……. 이런 식으로 나가면 진짜 판 깨 버리자는 건데…….”
이 아르카디아에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수많은 계(界)가 존재했다.
천계.
마계.
정령계.
환계.
서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높이고 어떻게든 아르카디아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싸움을 벌이는 존재들. 하지만 이 4개의 차원 중에서 마계는 여태껏 2위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저 묘목 새끼가 잠들어 있는 동안 그 망할 동물 새끼들이랑 원소 새끼들의 영향력은 최대한 줄여 놨었는데……. 이렇게 되면 또 말짱 도루묵이잖아.”
세계수가 채널링을 직접 담당하고 있어 그녀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는 환계와 정령계. 성마대전 이후로 세계수가 영면에 들면서 이들이 아르카디아로 향하는 유일한 출입구가 거의 닫힌 거나 마찬가지여서 지금까지는 탄이 우려할 필요가 없었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던 놈들인데 이렇게 호흡기를 다시 씌워 준다고……?”
그야말로 천계와 마계의 쌍방 대전이나 다름없던 대결 구도.
하지만 재영에 의해서 그 구도가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했다.
[꼬우면 너도 정령사 하든가.]이번에 수많은 모험가 앞에서 만천하에 정령사의 위대함을 설파한 그. 그리고 그날을 기점으로 탄은 아르카디아 전 대륙에 퍼져 있는 수많은 악마와 미물에게서 들려오는 이상 현상을 감지했다.
[정령사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 거지?] [엘프? 엘프들한테 전직 퀘스트 받나?] [일단 잘생겨야 한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정령! 정령!] [드루이드도 엄청 세 보이던데……. 그건 어떻게 하면 되지?]정령계와 환계에 어마어마한 관심을 보이는 모험가들의 움직임.
영업을 통해 열심히 지옥의 편으로 끌어들여야 할 고객들이 모조리 저 망할 묘목 새끼의 영업장에다가 고개를 돌리고 있다는 사실은 탄에게 어마어마한 위기감을 선사했다.
“안 되지……. 절대 안 되지…….”
애써 저 망할 치킨 새끼들의 박해 속에서도 이룩해 놓은 마계의 영향력.
저 어둠의흑염룡이라는 모험가가 만들어 놓은 악과 어둠의 제국을 기반으로 최근 그 영향력을 더 확고히 다지고 있는 아주 중요한 시기였기에, 탄은 갑작스럽게 성장하는 세계수의 영향력에 조급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 망할 주인 놈은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도통 모르겠단 말이야.”
언제는 악과 자신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 같으면서도 또 언제는 아닌 것 같은 까탈스러운 모험가. 하지만 그러면서도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개연성을 보유하고 있고, 또 자유자재로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였기에, 탄은 언제나 저자세를 유지하며 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어휴 X발……. X 같네, 진짜. 신기 박살 낸 건 또 언제 고쳐 줄지도 모르겠고…….”
맨날 찡찡거려도 나중에 고치겠다며 언제나 뒤로 미루는 그. 하지만 그런 그의 터무니없는 갑질에도 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뭐가 되었든, 재영의 개연성을 이용해서 고치는 것 말고는 마계의 상징이며 그의 소중한 병기인 데스브링어를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릴 방법은 전무했기 때문에.
“하아……. 애들 관리나 좀 하고 와야겠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아르카디아의 대륙 상황.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고민하자 골치만 아파 오는 탄은 굳은 얼굴로 중얼거리고는 이내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우우웅.
이 아르카디아에 머물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이자 계약자인 재영이 자리를 비운 시간. 개연성에 의한 제약에 꽁꽁 묶여 그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는 이 시간을 틈타 탄은 언제나 그랬듯이, 자연스럽게 임프의 외형을 한 자신의 분신(Avatar)을 버리고 본래의 육체로 돌아갔다. 위대한 타락의 대마왕, 사탄의 본모습으로 말이다.
타락의 권좌.
마계에 존재하는 모든 타락한 이들의 지배자이자 오로지 절대자인 그만이 앉을 수 있는 상징과도 같은 곳.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져 있던 그가 눈을 뜨자, 그의 몸 전체에서는 강대한 검은 마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화르르르륵.
얼마나 강력한지, 마력을 발산하는 것만으로도 지옥의 염화가 구현되어 온몸이 이글거리는 탄. 단 한 번의 손짓만으로도 산을 지우고 바다를 갈라 버릴 것 같은 초월적인 육체와 위협적이고 날카롭게 솟아오른 두 뿔, 등에 붙어 있는 거대한 피막으로 둘러싸인 한 쌍의 날개는 그가 타락한 악마라는 것을 보여 주는 상징처럼 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돌아오셨습니까, 위대한 왕이시여.]탄이 눈을 뜨기만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던 한 악마. 농염하고 퇴폐적인 여성의 모습을 한 서큐버스. 눈만 마주치기만 해도 영혼마저 매혹당할 것같이 너무나도 아름답지만, 동시에 치명적인 독을 숨기고 있는 것 같은 그녀는 탄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극진한 예를 표했다.
[이번에는 오래 걸리셨습니다.]평소와는 다르게 오랜만에 마계로 다시 돌아온 그녀의 군주. 하지만 그는 평상시와 다르게 분노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분명히 말했을 텐데, 릴리트.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해야 할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라고.]몽마(夢魔)의 지배자이자 모든 타락한 욕정과 욕망의 군주, 서큐버스 퀸. 릴리트.
언제나 충성스럽게 타락의 권좌 앞에서 대기하며 자신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그녀였지만, 탄은 여간 그런 그녀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외람되는 말씀이지만, 제가 어찌 감히 그럴 수 있겠습니까. 위대하신 왕께서는 이 마계를 지배하는 절대자입니다. 아르카디아로 의식이 넘어가 있는 동안 완전히 무방비에 빠진 육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입니다. 아울러…….]탄의 한마디에 수십 마디를 말하며 조목조목 자신의 행위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는 릴리트.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말에 탄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야, 릴리트.] [예, 왕이시여. 부르셨나이까.]자신을 부르는 탄의 말에 생글생글 웃으며 답하는 릴리트.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격언은 개소리라는 걸 방증하듯, 탄은 실실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 가래침을 뱉었다.
[진짜 뒈지고 싶냐?] [예……?]그 말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릴리트. 평상시라면 그냥 웃고 넘어가겠지만, 안 그래도 미쳐 돌아가는 저쪽 대륙의 일로 짜증이 잔뜩 난 상황이었기에, 탄은 이참에 잘 걸렸다는 듯 아득바득 그녀의 행동을 걸고넘어졌다.
[내가 분명히 저번에 경고했지, 자꾸 내가 무방비할 때 와서 뚫어지게 나 쳐다보면서 스토커 같은 짓 하지 말라고. 누가 욕망과 욕정의 군주 아니랄까 봐, 네가 왜 자꾸 내 옆에서 얼쩡대는지 모를 것 같냐? 보호? 네 서열이 여기서 몇 위인데 누가 누굴 보호한다는 거냐?]마계 서열 18위.
힘과 권능, 오로지 전투 능력으로 서열이 결정되는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상인 마계에서, 그녀는 아무리 몽마들의 군주라고는 하지만 다른 군주들보다는 한결 낮은 서열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분명 너희 쪽 영업 팀 실적이 마음에 안 든다고 말했지? 분명 저번 분기에 23% 떨어져서 내가 원인 분석에 대한 보고서랑 향후 실적 보완 체계 가지고 오라고 했는데 왜 안 가지고 오냐? 가지고 오겠다고 해 놓고 이런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면 내가 까먹을 줄 알아? 오늘 내가 진짜 제대로 한번 털어 볼까?]열심히 인간들의 영혼을 털어먹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마계의 악마들. 하지만 그중에서 릴리트가 담당하고 있는 몽마(夢魔) 부서의 경우, 처참한 수준으로 그 실적이 지지부진했다.
[그, 그게……. 그건 모험가들에게 저희가 간섭할 수 없는 게 커서…….]그 말에 억울한 감이 있는지, 무언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릴리트.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그녀의 부서가 실적이 미진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악마랑 계약할 때 서큐버스랑은 하지 마세요.
-전투 능력도 부진하지, 이상한 매혹 스킬 있는데 효율 쓰레기임.
-레알. 저주 관련해서 특화된 것 같긴 한데, 그럴 거면 차라리 네크로맨서가 나음.
-좋은 건, 계약할 때 악마치고 예쁘다? 그거 말고는 전부 쓰레기.
-헤으응……. 서큐버스 누나…….
험상궂게 생긴 외모의 다른 악마들보다 예쁘장해서 인기를 끌었던 몽마들. 하지만, 이들과의 계약으로 얻은 주요 스킬들이 쓰레기에 가깝다는 사실이 널리 퍼지고 난 이후로, 흑마법사들에게 몽마와의 계약은 반드시 피해야만 하는 기피 대상이 되어 있었다.
[하……. 그걸 지금 나한테 변명이라고 하고 있냐? 내가 저번에 애들 불러서 뭐라고 했었지? 너도 그때 들었던 거로 기억하는데?]그러면서 검은색 메모지를 꺼내 들어 핏빛으로 적혀 있는 것들을 빠르게 훑어보고 있는 탄. 그런 그의 꼼꼼하고 세심한 추궁에 릴리트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 마른 걸레도 쥐어짜면 물이 나온다……. 인간의 영혼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쥐어짜야 한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오들오들 떨면서 답하는 릴리트.
그런 그녀의 대답에 탄은 싸늘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너랑 그 망할 영업 팀이 최선을 다해 쥐어짰어?] […….]그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 릴리트. 그런 그녀의 반응에 탄은 천천히 그녀의 주위를 걸으며 혼잣말을 하듯이 말했다.
[내가 말이야……. 가끔 이럴 때는 허탈함을 느껴. 저 망할 치킨 새끼들은 이미 아르카디아에서 우위에 서 있는데도, 어떻게든 나를 엿 먹여 보겠다고 기를 쓰면서 모두가 합심해서 노력하고 다니는데. 나조차도 뼈 빠지게 현지에서 영업 뛰면서 개연성 벌어 보겠다고 이 말년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있는데, 밑에 부하라고 있는 놈은 한가롭게 앉아서 시시덕거리면서 꿀만 빨고 있으니 말이야……. 내가 이런 꼴을 보려고 마왕 했나 가끔은 자괴감도 든단 말이지……?] [왕이시여……. 그, 그게 아니오라…….]적잖이 당황한 얼굴로 말까지 더듬거리며 그게 아니라고 무어라 해명하려는 릴리트. 하지만 그녀는 딱히 괜찮은 변명거리가 생각나지 않는지 연신 입을 달싹거렸지만, 탄은 환하게 웃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됐고. 내 밑으로, 네 위로 전부 다 모이라고 해.] [그, 그것만은 제발……!]탄의 말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는 릴리트. 하지만 탄은 일말의 자비도 없다는 듯, 냉혹한 얼굴로 말했다.
[네가 부를래? 아니면 내가 직접 찾아갈까?]철저한 약육강식의 사회이자 계급사회인 마계.
그곳에서도 내리 갈굼과 부조리는 존재했다.
마치 현실의 어디 어디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