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264
264화 우리 사장님이…… 미쳤어요! (1)
(주)아르카디아의 월례 회의.
부장급 이상의 주요 임원들이 한데 모여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이 회의에서는 언제나 그렇듯, 대내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게임 속 중요 정보들이 오갔다.
“대륙 통합 이후, 한국 유저에 대한 타국 유저들의 반감이 과할 정도로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일전에 보고드린 것처럼, 천하제일무투대회에서의 한국 유저들의 보상 독식이 기폭제가 된 것으로…….”
“한국 대륙의 각 특이 동향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마룬 왕국의 경우, 어둠의흑염룡이 최근 200레벨을 달성하면서 공식적으로 전 세계 랭킹 1위에 올랐습니다. 대륙 전쟁 이후로 각 국가 간의 특이한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으며 특히 바말 제국의 경우…….”
“골드의 흐름과 경제 동향에 대해 보고드립니다. 지엠 상단의 몰락 이후, 그들이 가지고 있던 지분을 애플과 레몬이라는 유저가 운영하는 파이 상단이 대부분 흡수하였습니다. 다른 상단과의 거래에 친화적이고 포용적인 성향을 가져 커다란 반발을 불러오지는 않고 있으며, 벌어들이는 골드를 이용하여 대대적인 투자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에…….”
게임이지만, 게임답지 않게 현실과 다를 바 없는 복잡한 사회 구조를 자랑하는 아르카디아.
그 안에서의 정치, 사회, 경제, 외교, 문화…… 수없이 다양한 분야에 걸친 특이 동향을 보고하고 논의하는 이 자리에서 수많은 논의가 오갔지만, 오늘은 외부 기업들과의 협력을 담당하는 대외 협력부장이 제시한 안건이 핵심 주제가 되었다.
“최근 아르카디아와 가상현실과 관련해서 루시드 드림(Lucid Dream)에 대한 기업들의 문의가 폭증하고 있습니다. 일단 지침대로 관련 문의는 전부 거절하고 있습니다만…… 그 기세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가상현실 통합 제작기, 루시드 드림.
아르카디아와 같은 가상현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을 현실에 끌어낼 수 있는 그야말로 꿈에나 존재할 법한 기기.
가히 혁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 루시드 드림은 무한한 확장성을 가지고 있었다.
-매크로소프트, 가상 오피스 근무 전면 재택. 업무 효율의 200% 증대.
-얼음 폭풍, 가상현실 기반 게임 개발 스튜디오 신설. 가상현실 게임의 본격적인 개발?
-가상 속 아카데미, 지역에 따른 교육 여건 편차 해소 기대.
-공간을 초월하는 가상현실. 인류의 생활 방식의 대격변 초래.
다양한 업무와 교육을 가상에서 진행하며, 수많은 콘텐츠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만들 수 있는 세상. 이러한 변화 속에서 미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수많은 가상현실 기반 콘텐츠가 나오며 빠르게 사람들 속에 정착해 나갔지만, 한국의 경우는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전기찬 정부가 언제까지 저 정신 나간 지하 도시 건설을 밀어붙일지 모르겠지만, 국회를 무시한 반헌법적인 행동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회는 소통을 거부하고 독단적으로 독재국가를 만들고 있는 전기찬 정부를 규탄합니다! 국민 주권을 무시하고,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전기찬 대통령은 스스로 사임해야 합니다.]뜬금없이 서울 지하에 천만 명의 인구를 수용하는 초거대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전기찬 행정부.
프로젝트, 언더월드(Under World).
하지만 이 야심 차고 정신 나간 것 같은 허무맹랑한 계획이 실제로 추진되는 모습을 보이자, 강남을 비롯해 서울 주요 노른자위 땅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권력가들은 모두가 합심해서 들고 일어났다.
[서울 밑에 지하 도시라니. 그게 가능한 기술력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붕괴라도 하면 어떻게 됩니까? 서울 주민 전원이 곧바로 매몰되는 겁니다!] [서울 지하의 초거대 싱크홀! 반대한다! 반대한다!] [나라 망치는 정신 나간 대통령! 물러나라!] [아파트 집값 책임져라! 책임져라!]무패 행진을 자랑하는 서울 부동산 집값.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합심해서 외쳐 대는 이 강력한 반발과 저항에도 전기찬 대통령은 계속해서 모르쇠를 시전하며 불법과 합법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이 단군 이래 초유의 거대 공사를 강행했고, 그 때문에 국회와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국회는 여아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단합해서 독재정부로 회귀하는 전기찬 행정부와의 모든 협력을 거부하는 바입니다.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전기찬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회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를 강력하게 촉구하며, 이에…….]국회에 누워서 파업을 선언해 버린 국회의원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서울에 집 있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전기찬 대통령에 대한 타도를 외쳐 버리자 그대로 모든 입법 활동 자체가 정지되어 버렸다.
“아무리 가상현실과 관련한 법안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가상현실 산업의 발전은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중대한 인체 유해성도 보고되지 않은 상황이고 FDA에서도 관련해서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이런 식으로 계속 내버려 두기엔 조금 그런 것 같습니다.”
관련 법안의 부재로 인해 공식적인 출시가 계속해서 지연되는 상황.
드리머와 다르게 기업이나 소수 아티스트들에게나 수요가 있는 특수 기기인 관계로 루시드 드림의 출시 수요가 이전까지는 그렇게 강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주)아르카디아에 압박이 들어오고 있었다.
[루시드 드림을 꼭 도입하고 싶습니다. 혹시 귀사에서 요구하는 조건이 있다면 최대한 조율해서 협조하겠으니, 부디 이 메일을 보시면…….] [제발…… 저 이번에도 그냥 빈손으로 들어가면 진짜로 잘립니다, 과장님. 제발…… 어떻게라도 좀 사정 봐주시면 안 될까요? 토끼 같은 자식들만 셋입니다. 따흐흑…….] [Take my money! 돈 준다고! 돈이 있는데 왜 팔지를 않니!]얼마가 됐든, 일단 루시드 드림을 확보하고 싶어 안달이 난 기업들과 몇몇 개인들. 이들의 빗발치는 문의 전화에 기존 업무가 마비될 정도인 대외 협력부장은 내심 눈을 빛내며 권명한 전무에게 물었다.
“혹시…… 사장님께 잘 말씀드리면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아진 그룹과도 협력하고 있는 것과 같이, 다른 국내 기업들과도 이번 기회에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 두면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아진 그룹에서 부탁한 프로젝트로 루시드 드림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 관련 법안의 정비가 되어 있지는 않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금지된 불법행위는 아니었기에 그는 눈을 빛내며 혹시나 하는 어조로 물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말에 누군가가 들고 일어났다.
“그건 절대 안 됩니다.”
(주)아르카디아 한국 지부의 법률 문제를 총괄하는 법무실장.
전직 서울 고법 부장판사까지 지낸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 그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아진 그룹의 경우는 (주)아르카디아의 대주주의 자격으로 요청한 협력 사항이었기에 크게 법적으로 문제가 될 일은 없었습니다만,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다른 기업과 협력하는 건 전혀 다릅니다.”
안 그래도 눈에 불을 켜고 전기찬 정부를 물어뜯고 싶어서 건덕지를 찾느라 안달이 난 국회.
최근 그 갈등이 고조되면 고조되었지, 절대 완화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었기에 괜히 문제가 될 법한 일은 시작하지도 않는 게 좋았다.
“괜히 청문회 불려 가며 불법행위로 몰아가는 상황에 놓이기 싫으면, 다른 기업에 루시드 드림을 제공하는 건 시기상조입니다.”
“그렇다는데……?”
법무실장의 반대에 어깨를 으쓱하는 권명한 전무. 하지만 그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렇게 치면 드리머 역시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하지만 아르카디아의 서비스 출시와 관련 기기 판매에 대해서는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관련 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지만, 분명히 그 실체는 존재하는 아노미적인 상황. 불법이라고 볼 수도, 그렇다고 합법이라고 볼 수도 없는 이 애매하고 모호한 상황 속에서 드리머는 분명히 지금도 한국에서 팔려 나가고 있었다.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 자유로운 상태로 말이다.
“그거야, 현 정부가 가상현실과 친화적인 입장이기도 하고 국회에서도 실질적인 소비자층인 대중의 여론을 의식해서 그런 것뿐입니다. 혹시라도 문제를 삼는다고 한다면 충분히 법적 논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문제를 삼는 순간 문제가 되는 애매한 상황.
법적 리스크에 대해 조언하고 사전에 대비해야 하는 법무실장으로서 그의 의견은 정확했지만, 권명한 전무는 대외 협력부장의 말에도 묘하게 마음이 끌렸다.
“법무실장, 그렇다면 만약에 그 소비층이 기업이 아니라 일반 대중이라면 어떻게 되는가?”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되묻는 법무실장. 그런 그에게 권명한 전무는 다시금 물었다.
“루시드 드림을 기업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층에 제공하는 건 가능하냐는 말이네.”
그 말에 법무실장은 잠깐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애매하다는 듯이 말했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법적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국회에서 그걸 가지고 트집을 잡는다면 말이지.”
어차피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전기찬 대통령은 (주)아르카디아에 우호적인 상황. 그렇기에 권명한 전무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는 건 어떻겠는가? 어차피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이미 루시드 드림을 상용화했네. 한창 관련 제작 방법과 노하우를 연습하고 가상현실 콘텐츠 개발에 매진하고 있겠지.”
미래의 어마어마한 먹거리이자 국가적인 산업이 될 가상현실 콘텐츠 제작.
여러 정치적 분쟁에 얽매여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한국과 다르게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들은 이미 치열한 물밑 경쟁에 들어간 지 오래였다.
아직 제대로 열리지 않은 이 미지의 시장을 자신들이 선점하기 위해서.
“언제까지 한국만 이렇게 따로 고립시켜 놓을 수는 없는 법이고……. 차라리 이럴 거면 국회에서도 건들기 부담스러운 일반 대중에게 루시드 드림을 개방하는 건 어떻겠는가? 무상으로 말이네.”
수익 창출에는 딱히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매출을 자랑하는 (주)아르카디아 한국 지부.
돈 몇 푼 버는 것보다는 (주)아르카디아와 가상현실 자체에 대한 국민적 지지 기반을 쌓는 것이 훨씬 더 중요했기에, 권명한 전무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음…….”
“여러 문제점도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여러 가지 장단점들을 머릿속에서 조율하며 저울질하던 부장급 임원들. 이들의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전무님, 그러면 이번 기회에 공모전 같은 걸 한번 해 보는 건 어떨까요?”
“뭐……? 공모전?”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업무를 담당하는 마케팅 부장.
그는 좋은 생각이 난 듯, 눈을 빛내며 말했다.
“네. 어차피 판매를 목적으로 대중에게 공개할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차라리 작가나 화가, 영화감독 등 다양한 창작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들이나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동기부여도 할 겸 영상 공모전을 주최하는 겁니다. 이건 다른 시스템 개발과는 다르게 순전히 상상력으로 영상만을 구현하면 되니 일반 대중도 가능한 수준의 난이도일 테고요.”
“음…….”
“괜찮은데요? 단순 영상 제작이라면 싱크로율 수준 최대 18% 언저리에서도 가능하긴 할 테니, 루시드 드림을 사용할 수 있는 일반 대중의 접근성도 높을 것 같습니다.”
“대중적인 관심도도 지금보다 높아질 것 같고, 기본적으로 루시드 드림의 우호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여기저기서 긍정적인 의견이 튀어나오는 상황. 여러 사람이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상황 속에서 권명한 전무 역시 귀가 팔랑거리기 시작했다.
“일단…… 그럼 관련 내용에 대해서 사장님께 건의드리도록 하지. 이 문제에 대해서 긍정적이실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회의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안건.
하지만, 이들은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
이미연 사장은, 이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선을 잘, 그리고 아득히도 뛰어넘는 광기 어린 경영자라는 것을.
“좋네요. 아주 마음에 들어요.”
“그럼……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담당 부서들 추려서 추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해당 안건에 대해서 아주 마음에 든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이미연 사장. 그런 그녀의 반응에 어떻게 계획을 추진해야 할지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방안을 떠올리며 돌아서는 권명한 전무였다. 그리고 그런 그의 뒤통수에 대고 이미연 사장은 말했다.
“그렇게 하세요. 아, 그리고 공모전 상금 말인데요. 조금 더 화끈하게 가죠.”
“예……?”
그게 무슨 소리냐며 고개를 돌려 본 권명한 전무.
그리고 그런 그에게 이미연 사장은 너무나도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공모전 총 상금은…… 한 1,000억 정도 쓰는 건 어때요?”
“……?”
진심으로 ‘미쳤냐?’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한 권명한 전무.
어디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1,0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거금을 막 갖다 뿌리려고 하는 이 정신 나간 사장한테 무어라 해야 할지 정신부터 아득해지는 상황 속에서, 권명한 전무는 그녀의 이어지는 말에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터져 나오려는 속내를 꾹꾹 억눌러야 했다.
“어차피 우리 회사…… 돈 많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