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271
271화 가엘 연방 (1)
재영이 현생을 살며 대학교 생활에 치중하는 몇 달 동안.
아르카디아의 내부에서는 많은 것이 변화하고 있었다.
“여기가 어느 대륙인 거지?”
“중국인가 그럴걸?”
“오…… 진짜? 신기하네.”
모험가들이 자유롭게 다른 대륙을 왕래하기 시작했고.
“어이, 이번에 새로 열린 대륙 간 무역 루트 좀 뽑아 봐.”
“어떻게 잘만 비비면 거래 허가권 뚫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다른 대륙에는 어떤 진귀한 보물이 있으려나?”
상인들은 미지의 대륙에서 특별한 상품을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수많은 대륙을 왕래하기 시작한 모험가들에 의해서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한 미지의 대륙들. 하지만 이들이 모르는 저 어딘가에서는 더 큰 무언가가 움직임을 시작하고 있었다.
우우웅.
거룩하고 위대한 천상.
그곳의 지배자이자 모든 천상의 존재들을 이끄는 영광의 성위, 대천사 미카엘.
그녀는 계약자인 재영이 부재중인 동안 천상에 있는 본체로 돌아와 그동안 밀려 있던 여러 업무를 보고 있었다.
[정의와 올곧은 신념을 추구하는 이들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군요. 새로운 수호천사들을 아르카디아 대륙 곳곳에 파견해서 선의 길을 걷도록 도와주세요.] [신실한 신앙을 가지고 선함을 추구하는 자들의 영혼의 수가 정체되어 있어요. 이에 대한 타개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가브리엘 자매님, 성녀를 통해서 예지를 전달하세요. 최근 모든 대륙이 하나로 합쳐진 것 역시 전능한 신의 의지에 따른 일이며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대륙 통합으로 인해서 신성 제국이 미쳐 날뛰며 불필요한 발작으로 유혈 사태를 일으키지 않도록 예방 조치를 비롯하여 아르카디아 대륙 내에서의 천상의 영향력과 끊임없이 들어오는 개연성의 양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조치들을 끊임없이 지시했다.
그렇게 다양하고 산재한 문제들을 처리하고 있던 미카엘.
그런 그녀에게 우려 섞인 말을 하는 천사가 하나 있었다.
[최근에 박쥐 새끼들의 동향이 심상치 않습니다.]정의의 대천사, 우리엘.
가장 공격적이고 전투적인 성향을 지닌 천사이자, 박쥐들의 담당 일진이자, 언제나 그들과의 전투에서 선봉에 서는 그녀는, 최근 아르카디아 내부에서 들려오는 속삭임들에 잔뜩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
[흑마법사를 비롯한 그 사악한 박쥐들의 하수인이 죄 없는 이들의 영혼을 강탈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또한, 마계의 고위 군단장들 사이에서 무언가를 꾸미고 있는 듯한 수상쩍은 동향 역시 계속해서 감지되고 있고요.]최근 대륙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의문의 살인 사건들.
일반적인 인간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우리엘을 비롯한 천사들은 이러한 시신들 주변에서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끈적끈적하고 코를 찌르는 추악한 냄새가 가득 풍겨 오는 불쾌한 어둠의 마력을. 이러한 일련의 정보를 수집하며 자체적인 조사를 해 오던 그녀는 확신에 차 있었다.
[마계의 악마들이 우리 몰래 무언가 수작질을 부리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그러면서 그녀는 흰색의 타오르는 성화를 뿜어내며 미카엘을 향해 말했다.
[지금이라도 허락하신다면, 당장 마계로 넘어가 비열하고 잔악한 음모를 꾸미는 그 박쥐 새끼들을 모조리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고 오겠습니다.]당장이라도 마계로 쳐들어가서 온갖 분탕을 치고 오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다지는 우리엘.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말에 다른 이가 반대하며 나섰다.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보입니다, 미카엘 님이시여. 천상이 개입할 수 있는 섭리와 인과의 수준을 본다면,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낭비입니다.]천상의 개연성을 관리하는 진리와 균형의 성위, 메타트론.
그녀는 깐깐한 회계사처럼 고풍스러운 양피지에 무언가를 연신 끄적이며 쫑알쫑알 우리엘의 말을 반박하고 나섰다.
[제가 예상하기에 현재 마계에서 아르카디아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정확히 무슨 일을 꾸미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굳이 저들을 선제적으로 공격하기보다는 저들이 본색을 드러낼 때 일시에 압도적인 힘으로 개입하여 저들의 계획을 무마시키는 것이 더 낫습니다. 또한…….]천계의 개연성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전략적인 인내를 해야 한다는 메타트론. 그런 그녀의 말에 우리엘은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아웅다웅했지만, 미카엘은 이 둘의 말을 모두 끊으며 말했다.
[일단, 두 자매님이 하는 말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메타트론 자매의 말대로 기다리는 게 더 낫다고 보이는군요.] [미카엘 님!] [우리엘 자매의 우려와 걱정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그 망할 박쥐들의 기세가 이전과 다르게 거침없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조금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또한, 세계수라는 거대한 변수가 나타난 이후로는 더더욱 말이죠.]예전에는 압도적인 영향력을 자랑하며 아르카디아 대륙을 장악했던 천상.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 그 판도가 조금씩 뒤바뀌고 있었다.
암흑 왕국을 만들며 하나의 거대한 세력을 형성한 모험가들.
천계와 마계. 두 곳 모두에게 악의를 갖고 이를 잔뜩 갈고 있는 세계수.
그리고 채널링이 복구되어 눈에 띄게 그 영향력을 회복하고 있는 정령계와 환계까지.
이전과 다르게 천상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상황이 빈번해질 것이 너무나도 명확했기에 미카엘은 지금 있는 개연성을 무리해서 소진해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자매여. 이 전쟁에서, 우리는 결국 승리할 테니까요. 언제나 그러했듯이.]* * *
“휴…….”
천상과의 연결을 끊고 다시 아르카디아로 돌아온 미카엘. 눈을 뜨자 먼저 그녀를 반기는 것은 다름 아닌 탄이었다.
“어. 왔냐?”
두 개의 앙증맞은 뿔. 그리고 짤막한 박쥐의 날개를 한 임프의 외형을 한 그. 어떻게 보면 귀엽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자그마했지만, 그런 탄을 바라보는 미카엘의 눈에는 진심 어린 경멸과 혐오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너는 왜 여기서 이렇게 한가롭게 나뒹굴고 있냐?”
평상시라면 자신과 같이 본체로 돌아가 이리저리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있어야 할 탄. 하지만 뭔가 한참 동안 따분한 상태로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처럼, 그의 앞에는 자그마한 돌덩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저번에 한번 애들 집합시켜서 한바탕했거든. 그래서 한동안은 숨죽이고 있으라고 내버려 두는 중.”
“또? 너는 무슨 애들 관리를 그렇게 하냐?”
마계와 천계의 지배자인 둘.
평소 대화를 나눌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기에 서로를 잘 모르고 있었지만, 의외로 두 곳의 시스템은 정말 극과 극이라고 할 정도로 달랐다.
대화와 이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방향성을 선택하는 천계와 다르게 폭력과 힘을 통해 모든 일을 처리하는, 그야말로 무식하기까지 한 마계. 집합을 시켰다는 탄의 말에 정말 미개하다는 듯한 눈초리로 엘이 묻자 탄은 짜증 섞인 말투로 중얼거렸다.
“아, 남이 어떻게 하든 신경 쓰지 말고 네 일이나 잘해, 망할 치킨 새끼야.”
험악한 눈빛으로 날 선 반응을 보이는 탄. 그런 그를 바라보던 엘은 문득 우리엘이 했던 보고를 떠올리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야, 탄.”
“왜 자꾸 말 걸어, 짜증 나게.”
평상시에는 재영이 없을 때는 말 한 마디 하지 않는 불편하고 어색한 사이의 둘. 그런데 이번에는 엘이 이상하게 자꾸 말을 걸어 대고 있었다.
“너…… 혹시 나 몰래 이상한 수작질 부리는 거 아니지?”
“뭐?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고개를 휙 돌리며 되묻는 탄. 정말 모르는 것 같은 눈치의 그를 보며 미카엘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오늘 이상한 이야기를 하나 듣고 왔거든.”
“이상한 소리? 뭔데? 또 뭐.”
그게 도대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추궁하는 탄. 그런 그의 반응에 엘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것까지는 말해 줄 수 없지.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히 기억해. 너희가 아르카디아에서 이상한 수작질을 벌이는 순간, 나를 비롯해 천상은 가능한 모든 힘을 동원해서 너희가 하려는 짓들을 막아서고 또 그 이상으로 철저하게 보복할 거니까. 박살 난 네놈의 신기를 기억해.”
천계의 기둥뿌리가 뽑히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응징하고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전하는 엘. 그런 그녀의 깜빡이 없는 시비에 탄은 발끈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 이 치킨 새끼가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갑자기 가만히 있는 악마한테 시비네. 내가 너한테 그런 소리 들을 짬으로 보여?”
나름 그래도 악마 중에서는 서열 1위의 최고 짬인 탄. 나름 그래도 그의 영역인 마계에서는 감히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이들이 몇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위엄 넘치는 지위에서 어마어마한 대접을 받는 존귀한 존재였기에 그는 험악한 얼굴로 엘을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그런 그의 협박에도 조금도 주눅 들지 않는 엘. 그녀는 잠깐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응. 그런 소리 들을 짬인 것 같은데?”
“하…… 이 새끼가 진짜……. 요즘 귀엽게 봐 줬더니 안 되겠네.”
화르르르.
지옥 불을 피워 올리고 두 손에 침을 뱉으며 한판 맞짱을 깔 준비를 하는 탄.
하지만 그 순간 탄과 엘의 사이에서 환한 빛무리가 피어올랐다.
우우웅.
그리고 나타나는 이들의 계약자, 재영.
그가 접속하자 탄은 방금까지 빡쳐서 엘과 싸우려는 것도 잊고 반갑다는 듯이 쪼르르 그에게 달려갔다.
“주인! 왔어?”
“어, 탄. 별일 없었지?”
“그럼. 그런데 요즘 왜 이렇게 아르카디아에 안 머무는데?”
“아. 다른 차원에 볼일이 좀 많아서.”
모험가들만의 차원이 따로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탄과 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주인과의 계약으로 여기에 묶여 있는 내 입장도 조금은 생각해 줘야지. 어? 이런 식으로 개연성은 주지도 않고 영업도 못 하게 하면 조금 그렇다? 어?”
최근 현생을 사느라 접속이 뜸해졌던 것에 묘한 섭섭함을 표하는 탄의 물음. 하지만 재영은 그런 불만을 받아 줄 겨를이 없다는 듯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아무래도 가 봐야 할 곳이 생긴 것 같아.”
“음? 어디?”
“어디로 갈 생각이시죠?”
최근 별다른 목적지가 없어 그냥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기만 하던 재영. 그런 그가 가야 할 곳이 있다는 말에 탄과 엘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가엘 연방.”
“가엘 연방……?”
“거기가 어딘데?”
아르카디아의 드넓은 대륙의 지명 하나하나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둘. 그 이름을 듣고 잘 모르겠다고 갸웃거리던 엘은 이내 물었다.
“그런데 그곳은 무슨 이유로 가려는 거죠?”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가엘 연방으로 가야 한다는 재영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엘. 그런 그녀에게 재영은 자신이 알고 있는 이유를 솔직하게 말해 주었다.
“거기서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해서. 그걸 막아 달라는 부탁을 좀 받았거든.”
“뭐? 전쟁?”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전혀 들은 바가 없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짓는 둘. 그리고 엘은 묘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거 확실한 건가요? 제가 볼 때는 아직 그런 위협은 없는데요?”
[인과율의 선구안.]앞으로 벌어질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지를 가능케 하는 그녀의 권능. 하지만 아직 그러한 미래는 그녀의 눈에 그려지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연 사장을 통해 관련 정보를 확인한 재영은 그런 엘의 물음에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아직은 모르겠지만, 조만간 일어날 가능성이 크니 대비는 철저히 해 둬야 하겠지. 그래서 지금 바로 거기로 가려고.”
“그런…….”
자신의 권능으로도 보이지 않는 미래를 예지한 재영의 말에 복잡한 표정을 짓는 엘. 하지만 탄은 그런 그녀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나도 순진무구한 얼굴로 물었다.
“주인, 그러면 거기서 뭐 어떻게 할 건데? 거기도 타락시키는 거야?”
또 피의 참극을 불러오기를 고대하는 듯한 얼굴로 묻는 탄. 그런 그의 물음에 재영은 자기도 잘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글쎄? 타락까지는 모르겠고……. 뭐 정 안되면 제국 하나 정도는 없애 버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