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278
278화 드래곤 아닌데 (1)
아진 전자에서 개발한 최초의 스마트폰 G-1.
기존의 휴대폰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혁명적인 수준의 G-1은 너무나도 빠르게 전 세계의 시장을 장악했고, 이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는 운영체제 ‘아르고스’는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새로운 확장성과 거대한 생태계를 만들어 내며 모든 점유율을 독차지했다.
[아진 전자의 G 시리즈가 전 세계 무선통신기기 시장의 점유율을 92%나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르고스의 운영체제의 경우는 99%에 달하고요. 역사상 이렇게 빠르고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한 전례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아마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었을 겁니다.]자국 내에 스마트폰의 보급에 그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던 미국 정부.
국가 차원에서 말도 안 되는 액수의 보조금까지 지급해 가며 미국 시민들이 스마트폰을 하나씩 들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수많은 외국 정부들의 규제와 제재에 국무부와 상무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하며 전 세계 시장에서 아진 전자와 아르고스가 활약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리고 그 결과, 미국 정부는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 프리즘.
통합 정보 감시망, 아르고스의 눈.
G-1과 아르고스라는 운영체제 프로그램에 은밀하게 내장된 백도어 시스템. 그것을 통해서 전 세계의 모든 정보를 무제한으로 수집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어마어마한 정보의 바다에서 이들은 그토록 필요로 하는 것들을 찾을 수 있었다.
[경고. 미국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임박하였습니다.] [예상 발생 가능성 99%.] [관련 용의자와 증거 자료를 확인해 주십시오.]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모든 테러범과 범죄자들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고 경고하는 방지 시스템. 이것을 통해서 하루에도 수십 건의 테러범과 범죄자들을 포착하고 검거하는 쾌거를 이루며 미국 정부는 역사상 전례 없는 안전한 국가를 이룩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르고스는 일본 정부에서 꾸미고 있는 작당 역시 감지해 냈다.
[일본 정부 내의 특이 사항 감지.] [아르카디아에 대한 위협 모의.] [위험도…… 하. 최고 관리자에 대한 위협 0%.]지극히 낮은 위험도를 자랑하는 음모. 하지만 분명 그 대상이 자신의 주인이자 최고 관리자인 민수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회사였기에 아르고스는 자의적으로 추가적인 조처를 했다.
[엘리스에게 관련 정보 제공.]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이자, 또 다른 가상의 현실. 아르카디아를 관조하는 인공지능에 해당 정보를 제공하기로 말이다.
* * *
현실에서 여러 가지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그때.
재영은 아르카디아 안에서 최근에 거둬들인 NPC인 하이머와의 실험에 매진하고 있었다.
퍼엉.
콰콰쾅.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순식간에 날아가는 허수아비. 하지만 그것을 보며 하이머는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아……. 이번에도 실패네요.”
[마나를 활용한 에너지 응축과 이를 활용한 포격에 관한 이론.]하이머가 처음 구상하고 재영…… 아니, 제페토에 의해서 발전된 이 이론은 어느새 현실에서 시제품을 만드는 수준에까지 도달하고야 말았다.
[시제품 – 21, 미정.]이름조차 정해지지 않은 이 정체불명의 오브젝트.
재영이 발품을 팔고 제공한 재료들을 가지고 하이머가 영혼을 불태워서 만들어 낸 이 시제품은 아이템으로 인식되지 않고 오히려 하나의 건축물의 형태로 인식되고 있었다.
“아니, 마나석의 마나도 충분했는데 왜 이렇게 약한 거지? 어째서! 왜 이런 건데!”
수많은 실험과 시행착오 속에서 만들어진 21번째 시제품.
하지만 그 많고 많은 개량과 개조 속에서도 절대 고쳐지지 않는 문제점에 하이머는 조금씩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흠……. 마나석의 등급과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군.]재영의 몸에 깃들어 있는 제페토.
그 역시 마법 공학자였던 천성을 버릴 수 없었는지, 하이머의 옆에서 그의 모든 실험 과정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흥미롭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하급 마나석을 이용해서 에너지를 사출했을 때와 최상급 마나석을 이용했을 때. 그 둘의 파괴력은 대략 2배 정도 차이가 나는군. 최상급 마나석이 이 정도 파괴력이면…… 실용성은 딱히 없겠어.]마나석에 저장된 마나를 모조리 뽑아내서 순수한 에너지의 형태로 사출하는 과정. 그 모든 것은 하이머가 의도한 대로 완벽하게 작동되었지만, 그 파괴력만큼은 예상한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최상급 마나석의 마나를 모두 소진한 결과가 파이어볼 수준의 파괴력이라니……. 이건 진짜 가성비가 똥망이네.”
하나에 최소 100골드 이상의 가격을 자랑하는 최상급 마나석.
최상의 제작 재료이자 실험 도구인 마나석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절대 실전에서 사용 불가능한 성능의 시제품이었기에 재영 역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취이이익.
압축된 증기를 내뿜으며 시제품에서 튀어나오는 최상급 마나석.
본래 푸른빛의 마나를 가득 담으며 은은한 빛을 내뿜어야 하는 마나석이었지만, 방금의 공격으로 모든 마나를 소진한 탓인지, 거무튀튀한 빛을 내뿜으며 볼품없는 모습 그 자체였다.
[마나가 전부 고갈되었군. 자연적으로 마나가 회복되겠지만, 아마 본래의 모습을 되찾으려면 최소 5년은 걸릴 걸세.]“엥? 그렇게 오래 걸려요?”
“음…….”
굳은 얼굴로 고갈되어 버린 마나석을 집어 들어 이리저리 살피고 있는 재영. 아이템 상세창을 통해서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며 하이머는 풀이 죽은 얼굴로 말했다.
“죄,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귀중한 최상급 마나석을 날리고…….”
이미 21번의 시제품 개발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재화와 재료가 필요로 했지만, 돈이라고는 가지고 있지 않은 무일푼의 하이머. 그렇기에 이 모든 실험과 개발 과정에서 사용된 재화는 모두 재영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실패에 대해서 죄책감과 괴로움을 느끼는 하이머. 그런 그의 말에 재영은 오해라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응? 아냐 아냐. 딱히 얼마 쓰지도 않았는데 뭐.”
“네……?”
얼마 안 썼다는 말에 오히려 의아한 눈길을 보내는 하이머.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소진한 마나석과 재료들의 가격을 합친다면 최소 1만 골드는 족히 넘을 정도로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만약 메카니움에서 진행했다면, 당장에 예산 부족으로 중단되었을 실험. 하지만 하이머의 눈앞에 있는 존재는 정말 하잘것없다는 표정으로 시큰둥하게 말했다.
“어차피 뭐 죄다 굴러다니는 것들로 쓴 건데. 상관없으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마.”
“그, 그런가요?”
케르베니안의 레어에 잠들어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재화들.
그 품목을 정리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온갖 종류의 마법 재료들이 말 그대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기에 사실 재영이 한 일이라고는 별다른 게 없었다. 그저, 그가 요청하는 재료들을 창고지기인 황금 고블린에게 꺼내 오라고 한 것이 전부였을 뿐.
“그보다…… 최상급 마나석을 썼는데도 이 정도의 파괴력이라면, 뭔가 크게 잘못 생각한 것 같은데, 혹시 왜 그런지 알겠어?”
갑작스러운 재영의 물음에 당황한 하이머. 하지만, 이내 침착하게 정신을 차리고는 진지하게 머릿속으로 자신의 이론을 정리하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음……. 잘 모르겠는데요?”
전혀 모르겠다는 듯, 머리가 완전히 깜깜해진 하이머. 이미 수십 번도 넘는 실험 속에서도 파괴력만큼은 전혀 변동이 없었기에 그는 완전히 막혀 버린 상태였다.
“그래……?”
그 말에 조금은 실망한 재영.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는 듯한 눈초리로 엘을 힐끗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묘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제가 본 건 틀리지 않았어요. 정확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지금도 뚜렷하게 보이는걸요.”
재영과 하이머.
그 둘 사이에서 휘몰아치고는 있는 거대한 인과의 폭풍. 거대한 운명의 뒤틀림 사이에서 엘은 최근 또 다른 서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만간, 이 대륙에 커다란 폭풍이 불어닥치게 될 예정이에요.”
아르카디아 대륙 전체를 잠식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서사. 정말 오랜만에 느껴 보는 강렬한 예지에 엘은 아련한 눈빛으로 머리를 싸매고 끙끙대는 하이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되든, 이 아이를 통해서 대륙 전체에 평화를 끌어낼 수 있으면 좋겠군요.”
“자꾸 아까부터 뭐라는 거야, 망할 치킨 새끼야. 좀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해.”
“넌 좀 닥쳐. 나도 아는 대로 최대한 이야기하는 거니까.”
갑작스러운 탄의 시비에 물러서지 않고 반응하는 엘. 그렇게 시작된 그 둘의 다툼에 재영은 생각에 잠겼다.
‘그 사장님이 말한 시나리오가 시작되는 건가……?’
이미 사전에 언질을 받은 대륙 통합 첫 번째 메인 시나리오, 난세.
그것만큼은 막아 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받은 상황이었기에 재영은 고민에 휩싸였다.
‘어쩌지? 그냥 가서 다 쓸어버려야 하나?’
대충 강신을 써서 쇼엔 제국에 온갖 깽판을 치는 것도 생각한 그. 하지만 잠깐의 계산 끝에 그 계획은 접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지……. 개연성 수지 타산도 안 맞을 것 같고, 그럴 거면 차라리 전쟁이 터지게 유도하는 게 더 낫지.’
사기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강력한 스킬 강신.
하지만 너무나도 극악에 가까운 가성비로 인해서 쉽사리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절대 아니었다. 특히 1:1 전투를 넘어서, 하나의 거대한 제국과의 전쟁을 위해서 사용하기에는 더더욱.
‘그 망할 변태 새끼들이랑은 죽어도 또 엮이기는 싫고…….’
또 무슨 짓을 요구할지 모르기에 덱팬무와는 죽어도 엮이기 싫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재영. 어떻게 하면 최적의 방법을 도출해 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하이머의 말이 귓가에 들려왔다.
“호, 혹시, 마법 도서관에 갈 수 있을까요?”
무언가를 결심한 듯, 결연한 얼굴로 물어 오는 하이머.
그런 그의 물음에 재영은 고개를 돌려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물었다.
“뭐?”
“그…… 마탑에서 보관하고 있는 마법 서적을 찾아보면 다른 방안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제가 읽어 본 서적들이 그리 많지는 않아서…….”
시무룩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중얼거리는 하이머. 자신이 잘 모르는 게 많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그는 배움에 목말라하는 살아 있는 눈빛으로 말했다.
“분명,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어딘가에는 있을 거예요.”
자신의 이론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굳게 믿고 있는 하이머. 그런 그의 모습에 재영은 문득 드는 생각에 피식 웃었다.
“마탑에 있는 마법 도서관에는…… 그렇게 책이 많아?”
“마, 마법 이론과 관련된 책은 현존하는 모든 것들이 다 보관되어 있을 거예요.”
마법이 존재하는 중세 판타지의 세계관인 아르카디아.
이곳에 존재하는 마법 서적은 두 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마법 스킬을 획득할 수 있는 특수 서적인 마법서와.
지능 능력치를 올리는 데 도움을 주는 마법에 관한 잡다한 이론이 적혀 있는 마법 이론서.
물론 일반 유저에게 마법 이론서는 그냥 능력치 노가다를 위해서 대충 훑어보고 지나가는 하등 쓸모없는 것들에 불과했지만, 하이머와 같은 일반 NPC들에게는 달랐다.
진정으로 그 안에 적혀 있는 마법 이론에 대해서 고민하고 또 고뇌하는 하이머.
그런 그의 부탁에 재영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럼, 거기 말고 다른 데 가자.”
“네……? 어디를 가요……?”
의아한 눈빛으로 물어 오는 하이머. 하지만 재영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손을 까딱거리며 잡으라고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하이머가 잠깐 머뭇거리다 그의 손을 잡자, 재영은 나지막하게 시동어를 읊었다.
“은신처 이동,”
우우웅.
하루 단 1번.
자신의 은신처로 등록된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모험가들만의 스킬.
그것이 발동되자 재영과 하이머의 발밑에는 거대한 마법진이 형성되었다.
“이, 이게 도대체 무슨……?”
경악한 눈으로 재영을 바라보는 하이머. 하지만 그가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강렬한 빛이 눈앞을 완전히 메웠다.
스팟.
찬란한 빛의 광채와 함께 완전히 변해 버린 주변 환경.
그 급격한 변화에, 그리고 주변에 펼쳐진 광경에 하이머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이, 이게 도대체…….”
그 규모를 감히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공동.
그리고 그 안에 가지런하게 쌓여 있는 노란빛 광채의 금화로 만들어진 산.
거기에 어마어마한 가치를 자랑하는 보물들과 무수한 마법 재료들이 가득 쌓여 있는 그곳을 보며 하이머의 동공은 미친 듯이 떨리고 있었다.
“환영한다, 내 은신처에 온 것을.”
피식 웃으며 자랑하듯 그에게 건넨 인사. 하지만 그런 재영의 말에 하이머는 갑자기 머리를 바닥에 처박으며 엎드렸다.
전설 속의 옛이야기로만 들어오던 드래곤의 레어.
이곳에 처음 발을 디딘 하이머는 부들부들 떨며 애처로운 목소리로 그의 인사에 화답했다.
“미, 미천한 인간이 위대하신 존재를 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