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284
284화 선 넘네
거대한 에너지의 분출로 인해 발생하는 충격파와 그로 인해 밀려나는 대기로 인해 발생하는 일시적인 진공(眞空) 현상. 찰나의 순간에 발생하는 이 진공은 이내 주변에서 빨려 오는 대기로 빠르게 채워지지만, 그와 동시에 모든 것들을 일순간에 저 하늘 높이 날려 버린다.
쿠우우우웅.
그리고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거대하고 방대한 먼지구름. 그것을 사람들은 생긴 모습을 보며 이름 붙였다. 버섯구름(Mushroom Cloud)이라고.
“이런 미친…….”
핵폭발의 순간에서나 볼 법한 현상. 인터넷이나 옛 전쟁사를 공부할 때나 볼 법한 그 죽음의 구름을 두 눈으로 생생히 보던 재영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었지만, 그것을 지켜보던 다른 이들의 반응은 더했다.
“이, 이게 도대체 뭐야!”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파괴력이……?”
턱이 빠질 것같이 입을 벌리고 있는 탄과 심각한 표정으로 딱딱하게 얼굴을 굳히는 엘. 천계와 마계의 절대자인 그 둘이 봐도 감히 무시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위력. 제아무리 최상급이라 하더라도 일개 마나석 하나 따위가 감히 낼 수준의 파괴력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기에, 탄은 마계의 군주라는 위엄과 체통도 잊어버린 채 잔뜩 흥분한 얼굴로 소리쳤다.
“주, 주인! 저 인간 정체가 뭐야? 도대체 뭘 만든 거야?”
“다 봤으면서 뭘 그래? 최상급 마나석을 이용한 마법 포탑이잖아.”
“아니, 포탑이 뭐 저렇게 강력해? 이건 일반적인 상식을 넘어섰잖아! 저 정도면 내가 본체로 넘어와서 힘 좀 부담되게 써야 나올 정도의 파괴력이라고!”
개연성으로 따지자면 꽤 어마어마한 손실을 각오해야만 만들어 낼 수 있을 법한 위력.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상황인지 도무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무어라 떠들고 있었지만, 엘은 비교적 잠잠했다.
‘이럴 수가……. 갑자기 이렇게 격이 상승했다고……?’
인과율의 선구안을 통해 바라보는 대상의 격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미카엘.
분명 이전까지만 해도 너무나도 미약하고 무의미할 정도의 수준으로 희미했던 하이머의 격이 지금은 찬란하고 강렬한 광채를 뿜어내며 선명하게 그 존재감을 과시하는 거대한 격(格)으로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와……. 형, 이거 진짜예요?”
본인이 직접 각인하고 만들어 낸 발명품이었음에도 정말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 맞는지 믿지 못하겠다는 듯 얼빠진 얼굴로 멍하니 서 있는 하이머. 그런 그의 물음에 재영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지금 이게 가짜겠니?”
“아니…… 그래도 이건 너무 상상 이상의 위력인데요?”
“그러게……. 나도 대충 100배 정도의 위력으로 생각했기는 한데…… 아무리 봐도 그 이상의 파괴력인데?”
단순 계산으로 중급의 마나석의 대략 100배 정도로 생각했던 최상급 마나석의 화력.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실험의 결과는 이들의 예상을 아득히도 넘어서는, 그야말로 초월한 존재들의 전투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수준의 파괴력이었다.
“야, 이 망할 치킨 새끼야. 도대체 뭘 만들라고 주인한테 부추긴 거야?”
갑자기 급발진하며 엘을 향해서 달려드는 탄. 그러면서 재영은 이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 정도면 망할 도마뱀들이 사용하는 9서클 마법이나 다를 바 없는 수준이잖아. 저런 물건을 인간들이 마구잡이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너희들이나 우리나 여기서 영업하는 게 얼마나 어려워질지 몰라서 이딴 짓을 벌여?”
재영을 얌전히 따라다니며 만년 호구 잡히는 신세라 할지라도, 가슴속에는 언젠가 이 아르카디아를 어둠으로 완전히 물들이겠다는 원대한 소망을 품고 있는 대마왕 탄. 하지만 이상하게도 점점 그 꿈이 요원해질 것만 같은 일들이 가득해지자 이성을 잃은 그는 엘을 향해 그 조막만 한 주먹을 날려 댔다.
“죽어! 죽어! 이 도움도 안 되는 망할 치킨 새끼!”
이전과는 다르게 진심 어린 증오 속에서 엘을 향해 공격을 퍼붓는 탄. 그런 그의 저돌적인 반응에 엘은 즉각 대응하며 맹렬하게 반격하기 시작했다.
“어딜 만져! 이 추악한 박쥐 새끼야! 나라고 저런 어마어마한 걸 만들 줄 알았겠냐? 내가 볼 수 있는 건, 단순한 흐름뿐이라고! 그냥 보이는 대로만 말해 준 것뿐인데 왜 나한테 지랄이야!”
“이 뻔뻔한 통닭 새끼! 저걸 인간들이 쏴 대는 걸 보면 그 묘목 새끼가 가만히 있겠냐?”
“어쩌라고! 그래서 이게 내 잘못이냐?”
“오냐, 그래! 어디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한번 끝장을 봐 보자고!”
퍼억 퍼억 빠악 빠악.
오늘따라 호쾌한 주먹질과 발길질로 맹렬하고 시원한 타격음을 내며 치열한 격전을 벌이는 탄과 엘. 이전과는 다르게 진심을 더한 듯한 이들의 생사결(生死結)을 지켜보던 재영은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옷가지를 잡아당기는 하이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기…… 덱스 형. 이거 정말로 괜찮은 걸까요?”
“뭐가?”
“아니…… 이건 조금 너무한 것 같아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정확히 그 폭발의 현장을 살펴볼 수는 없었지만, 폭발하는 순간에 뿜어져 나온 그 거대한 섬광과 충격파. 그리고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장엄한 파멸의 힘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기에, 그의 얼굴에는 깊은 두려움과 걱정이 가득했다.
“뭐…… 그냥 일반적인 인간의 손에 들어갔으면 큰일 날 수도 있긴 하겠네.”
그야말로 대륙 전체의 판도를, 아니 정확히는 이 아르카디아 전체를 완전히 절멸해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파괴력을 가진 무기.
만약 이 하이머의 역작이 공개된다면, 아마 이 대륙을 지배하는 현재의 정치 판도는 완전히 뒤바뀌는 격변의 시기를 맞게 되리라는 것은 너무나도 지당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재영은 진심으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망할 게임은 도대체 얼마나 깊은 세계관과 설정을 가진 거야?’
운영자라고 하는 게임사가 직접 통제할 수 없는 게임.
이 회사 전체를 지배하고 총괄하는 사장이 직접 나서서 자신에게 어려운 부탁을 할 정도로 자유로운 이 게임은 어떨 때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너무나도 세밀하고 치밀했다.
‘일개 NPC에게 지원을 좀 해 줬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만들어 낸다? 절대 정상적인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지.’
자유의지를 갖고 자유분방하게 예측 불허의 행동들을 일삼으며 플레이를 즐기는 일반 유저와 다르게 주어진 알고리즘과 시스템 설정에 따라 수동적인 행동만을 하는 NPC들. 언제나 단조롭고 지루한 일상만을 반복해야 하는 이 NPC들마저도 마치 하나의 인격체와 다름없을 정도로 생동감 넘치게 살아 숨 쉬는 듯한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이 아르카디아의 매력이었지만, 지금의 하이머는 그 수준을 넘어섰다.
‘이론서를 읽고 연구해서 결국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새로운 무언가를 발명해 낸다…….’
거의 창조에 가까운 영역.
본래 이러한 설정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던 일인지, 아니면 하이머라는 이 NPC에게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 낸 것인지.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서 머릿속에서 고심하고 있는 그 순간. 재영의 눈앞에 여러 가지 메시지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경이적인 업적. 새로운 마법 공학의 지평이 열렸습니다.] [NPC의 격이 대폭 상승합니다.] [새로운 직업, ‘캐논 슈터’가 생성되었습니다.] [가엘 연방에 새로운 마법 학파, ‘캐논필리아’가 등재되었습니다.]“캐논 슈터……?”
새로운 마법 공학의 지평이 열렸다는 말과 함께 만들어진 새로운 클래스 캐논 슈터.
정확히 어떤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직업인지는 모르겠지만, 재영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하이머를 보며 본능적으로 이게 무슨 상황인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이 하이머가 새로운 학파의 마스터가 된 건가……?’
가엘 연방의 수십 개의 도시에 형성되어 있는 다양한 학파의 마법 공학자들. 세밀하게 보면 제각기 다르지만, 얼추 크게 4개 정도의 커다란 가지로 나뉘는 이 마법 공학이라는 학문에서 하이머는 스스로 또 하나의 새로운 가지를 만들어 냈다.
캐논필리아 학파라는 이름의 가지를 말이다.
그리고 그런 재영의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하이머가 플레이어에게 깊은 호의와 신뢰를 내보입니다.] [플레이어에 대한 호감도가 최대로 상승합니다.] [보상 아이템, ‘포탑 설치의 기본 이론서’가 지급됩니다.]보상 아이템이 지급된다는 말과 동시에 재영을 향해서 무언가를 내미는 하이머.
그가 내미는 물건을 힐끗 바라본 재영은 이내 그가 주려고 하는 보상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네가 직접 저술한 책인데 그걸 나한테 주려고?”
[마나를 활용한 에너지 응축과 이를 활용한 포격에 관한 이론.]처음에는 이름도 엄청나게 길고 장황했던 미완성의 마법서.
하지만 지금 하이머가 내미는 그 낡은 이론서는 완전히 새로운 이름으로 탈바꿈하여 오롯이 완성된 하나의 마법서로 그 존재감을 잔뜩 풍기고 있었다.
“제 목숨을 구해 주고, 거기에 오래전부터 구상만 해 오던 이론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잖아요. 이것만으로는 한없이 부족한걸요.”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 쑥스러움을 느끼는지, 약간 상기된 얼굴로 몸 둘 바를 모르며 우물쭈물하는 하이머. 그는 이내 개미 기어가는 듯한 작은 목소리로 재영을 향해 말했다.
“정말 감사해요. 보답이라고 하기는 너무 그렇지만, 그래도 이건 형이 가졌으면 좋겠어요.”
나름대로의 성의의 표시이자 고마움의 표시.
케르베니안의 레어에서 마법의 종주라는 드래곤의 초월적인 마법 지식을 엿보고 어마어마한 양의 최고위 마법 재료들을 실험으로 써먹은 것을 생각한다면, 한없이 부족한 보답이라는 것은 틀린 말은 아니었겠지만, 재영은 피식 웃으며 그 책을 집어 들었다.
“고맙다. 그럼 기쁘게 받을게.”
[보상 아이템, ‘포탑 설치의 기본 이론서’를 획득하였습니다.]“헤헤헤.”
자신의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에 기쁜지, 배시시 웃고 있는 하이머. 그런 그의 반응에 재영은 살짝 미소 지으며 방금 획득한 아이템의 상세창을 열어 보았다.
[포탑 설치의 기본 이론서 – 밀봉]히든 클래스, ‘포탑 설계사’로 전직할 수 있는 마법서이다. 캐논필리아 학파의 마스터가 직접 저술한 책으로 기본적인 포탑 설계와 제작에 필요한 모든 이론이 자세하게 수록되어 있다.
“으음…….”
히든 클래스 포탑 설계사.
아까 새로운 직업으로 생성되었다는 캐논 슈터와는 전혀 다른 것 같은 직업명.
대충 이름만 봐도 하이머와 같이 이 마법 포탑을 만들고 설치할 수 있게 되는 직업인 것으로 보였기에 재영은 그가 만들어 낸 역작, 미스릴 포탑을 보며 속으로 침음성을 흘렸다.
‘이거…… 진짜 그냥 밸런스 파멸 아닌가?’
누가 되더라도, 결국에는 원자폭탄에 버금가는 수준의 위력을 가진 포탑으로 대륙 전체를 쓸어버릴 것만 같은 그야말로 시한폭탄 같은 직업. 어느 정도라도 너프를 하고 만들어진 직업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는 했다.
“쩝……. 근데 나만 봐도 밸런스 같은 건 또 신경도 안 쓰는 것 같기는 한데…….”
자신이 플레이 하고 있는 난세의 방랑가라는 직업만 봐도 밸런스는 그냥 개나 줘 버린 아르카디아. 그렇기에 또 하나의 정신 나간 직업이 탄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재영은 입맛을 다시며 인벤토리에 마법서를 집어넣었다.
“그럼…… 이제 여기에서의 목적도 다 달성한 것 같으니 이제 슬슬 움직여 볼까?”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칩거하며 케르베니안의 레어에서 연구에만 매진한 하이머. 그는 모르고 있겠지만, 외부에서 돌아가는 상황이 생각보다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고 또 심각한 상황이었기에 재영은 곧장 돌아갈 생각이었다.
“버, 벌써요?”
“음?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하지만 그 말에 화들짝 놀라며 당황하는 하이머. 그는 재영의 물음에 이내 눈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 아직 못 읽은 책이 너무 많아서…….”
케르베니안의 레어에 꽂혀 있는 수천…… 수만 권의 저서들.
온갖 잡다한 서적들도 많았지만, 마법 이론이나 마법과 관련된 책들만 해도 수천 권은 족히 넘게 있었기에 그는 가능하면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고 싶었다.
“음……. 그럼 이렇게 하자.”
그런 하이머의 속내를 듣고 곰곰이 생각에 잠긴 재영. 그는 묘하게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절대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제안을 건네었다.
“내가 부탁하는 일을 처리해 주면, 그 대신 원하는 책들을 빌려 볼 수 있도록 해 줄게. 단, 다른 사람한테 알리거나 제공하는 건 절대 금지. 오로지 너만 혼자 있을 때 읽어 봐야 해.”
“저, 정말요?”
“그럼. 그 대신, 내가 부탁하는 일들이 언제나 우선되어야 해. 그렇게 해 줄 수 있겠니?”
그 물음에 잠깐 고민하던 하이머. 그리고 그는 이내 무언가를 굳게 다짐한 듯, 두 주먹을 꼭 쥐며 답했다.
“그, 그럼요. 뭐든, 다 시켜 주세요. 그 마법서들만 계속해서 볼 수 있게 해 주신다면, 뭐든 할게요.”
그 말에 재영은 너무나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래……. 우리 하이머는 참 착한 아이구나.”
골수까지 쭉쭉 발라 먹고 영혼까지 뽑아 먹을 온갖 계획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