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290
290화 신직업 등장
일본 자위군 산하 사이버 사령부와 비밀 정보부 내각 조사실에서 합동으로 진행되고 있는 비밀 작전, 일원(一元).
과거와 다르게 매우 희석되어 버린 한국에 대한 반감을 증폭시키고 한때 동아시아 전체를 정복해 나갔던, 일본의 황금기였던 대일본 제국의 황국신민으로서의 정신적 무장을 정비한다는 목적으로 시작된 이 비밀공작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한국과 일본, 두 양국 사이에 어마어마한 갈등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조X징 놈들을 죽여라!
-다케시마를 강제로 점령한 것처럼, 우리도 그 망할 놈들의 도시를 빼앗자!
-천황 폐하의 자랑스러운 신민들이여! 조센징의 대륙으로 돌격하자!
아르팬디아에 쏟아지는 반한 감정들. 그리고 이건 단순한 말뿐인 허상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번져 나가고 있었다.
“일전의 그 베일란 사태의 치욕을 갚아 줄 날이 왔군.”
“이번에 우리 길드 마스터가 쇼엔 제국으로부터 길드 차원의 초대형 퀘스트를 받아 왔다. 이번 보상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다들 들었겠지? 절대 어느 한 명의 열외 없이 이번 대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천황 폐하의 영광을 위하여!”
“덴노 헤이카 반자이!”
“네, 시청자 여러분. 지금 어마어마한 인파가 한국 대륙 국경 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저도 지금 같이 이 뜨거운 열기 속에서 따라가고 있는데요. 이번에 랭킹 214위의 사무라이! 코쿠겐 님을 모셨습니다.”
정말 극우적인 사상에 심취해서 한국에 보복하겠다며 나서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들은 매우 극소수인 상황.
하지만 그 외에도 일본 대륙 내에서도 내로라하는 초대형 길드부터 인기 많은 아르팬디아 스트리머, 그리고 거기에 손가락 안에 드는 상위 랭커들까지 참여하기 시작하자 이들의 세력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해져 가기 시작했다.
“아오노 님, 길드원 전체 집결했습니다.”
일본 대륙 최대 규모의 길드, 쿠로우시(Black Ox)
그들은 다른 길드와 다르게 정말 엄격한 가입 조건을 자랑하는 최고의 엘리트 길드로서 경쟁 상대인 2위 길드랑도 어마어마한 격차를 보이는, 가히 일본 대륙 최강의 길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했다.
“10대 천왕은 전부 모였나?”
“예. 전부 모여서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일본 대륙 최상위 랭킹 1위부터 10위까지가 모두 가입되어 있는 쿠로우시 길드.
가히 혼자서 일백의 일반 유저들을 감당할 수 있다고 알려진 이들을 모두 한자리에 소집한 이유는 바로 일본 대륙을 지배하는 최고의 세력, 쇼엔 제국과 페로스 제국으로부터 받은 제안 때문이었다.
[우리 대륙은 이번에 새롭게 발견된 신대륙을 완전히 장악할 생각이네. 그러기 위해서 현재 두 제국의 정예군을 합친 연합 정벌군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지.]쇼엔 제국의 고위 귀족이 직접 찾아와 내건 제안.
그것은 바로 쿠로우시 길드가 이번 전쟁에 참여하면 좋겠다는 골자의 퀘스트였다.
[이번 전쟁에 모험가들이 선봉에 서 주었으면 좋겠군. 불사의 권능을 가진 자네들이라면, 능히 우리 연합세력을 도와 새로운 대륙들을 점령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황제 폐하께서는 판단하고 계신다네.]죽어도 죽지 않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새롭게 부활하는 존재, 모험가.
단순한 화살받이 수준을 넘어서 그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일본 대륙에 존재하는 여러 대형 길드들에게 비슷한 퀘스트가 부여되었고, 그 결과 쿠로우시를 비롯해 수십 개의 대형 길드가 참여한 전례 없는 수준의 하나의 거대 세력이 형성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모험가의 세력을 통솔하고 있는 쿠로우시 길드의 마스터, 아오노.
쇼엔 제국과 페로스 제국으로부터 직접 귀족의 작위와 이러한 모험가들을 통솔할 막강한 권한을 하사받은 그의 머리 위에서는 독특한 칭호가 반짝이며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대륙 정벌 연합군 제3군 총사령관, 아오노]이번 정벌에 참여하는 모든 모험가와 길드들에 대한 명령권과 관리 권한을 획득한 아오노. 그런 그에게 주어진 명령은 바로 한국 대륙의 초입에 자리한 가엘 연방을 최단시간 내에 점령하는 것이었다.
[쇼엔 제국의 인근 국경에는 가엘 연방이라고 하는 왕조차 존재하지 않는 미개한 자들의 나라가 있지. 우리 연합군이 확실히 정비되기 전까지는 조금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나,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자네들만의 힘으로도 충분히 장악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네. 모쪼록 좋은 전과를 기대하지.]쇼엔 제국과 페로스 제국의 군대가 완전히 정비되기 전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모험가들의 전력을 파악하고 싶은 것인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아오노는 자신에게 부여된 퀘스트를 확인하고는 모든 유저들을 끌어모아 가엘 연방의 인근 국경 지대로 집결시켰다.
[퀘스트, 전장의 선봉대]대륙 통일을 꿈꾸며 미지의 신대륙을 정벌하기로 한 쇼엔 제국과 페로스 제국의 연합군. 이들의 본대가 국경 지대에 도착하기 전에 가엘 연방의 국경도시를 함락시키고 모험가들의 숨겨진 저력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증명하라.
-성공 조건: 가엘 연방에 소속된 도시 40% 함락. (0/40%)
-남은 시간: 6일 12시간 19분 02초
주어진 시간 이내로 가엘 연방의 도시 40%를 함락시켜야 하는 거점 점령 퀘스트.
이미 공성전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길드를 운영하면서 빠삭하게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아오노를 비롯해 모험가들은 만반의 준비를 끝마치고 있는 상태였다.
“마법사들은 전부 준비되었나?”
“예! 전부 준비되어 있습니다.”
전장의 꽃이라 불리는 마법사 부대.
수십만은 가뿐하게 넘어서는 방대한 유저 연합 가운데에서 마법사들의 수만 추려도 이미 수만에 가까웠기에 이들이 일시에 날리는 마법들을 버텨 내기에는 암석으로 만들어진 가엘 연방의 조잡한 성벽은 한없이 취약해 보일 뿐이었다.
“성벽이 부서지면 곧바로 돌격할 전사 클래스들은?”
“그쪽도 전부 준비 완료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쿠로우시 길드의 지휘 아래에 어느 소속의 길드원 할 것 없이 주어진 목적에 따라 완전히 재편된 모험가들의 연합 세력. 이들을 총괄 지휘하는 제3사령관 아오노는 자신의 앞에 도열해 있는 수십만의 모험가 부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 자랑스러운 일본 대륙의 유저들이여.”
마치 정말 전쟁에 나서는 군인들을 향해 마지막 훈시를 하는 지휘관이 된 듯한 비장한 얼굴로 그는 말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이유는 모두 다를 것이다. 일본 제국의 영광과 복수를 외치는 사람도, 아니면 퀘스트를 통해서 막대한 보상을 노리고 있는 사람도,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방송을 통해서 사람들의 관심과 인기를 끌기 위해서 혹은 호기심과 그저 재미를 위해서 모인 사람도 있겠지.”
뭐가 되었든 그저 게임 속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사건에 불과한 일.
정말 비장하게 국가의 명운을 건 이념이나 사명감 때문보다는, 그저 재미와 이익 같은 이해관계를 위해 참여한 이들이 대부분인 상황.
하지만, 그런 이들에게도 아오노는 최선을 다해서 이번 전쟁의 목적성을 설명하고 사람들에게 열정을 불어넣기 위한 연설을 이어 나갔다.
“뭐가 이유가 되었든 상관없다. 하지만 개인의 영달과 이익을 넘어서서 이번에 우리가 시작하는 이 전쟁은 이 세상을 뒤엎을 것이고, 새롭게 열릴 세상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가 될 것이며, 앞으로 모든 전 세계 유저들은 일본 유저들의 눈도 감히 마주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이 가상현실의 명실상부한 최강자들이다!”
“와아아아아!”
“조X징 새끼들에게 피의 복수를!”
“천황 폐하 만세! 만세! 만세에!”
그런 그의 말에 터져 나오는 환호성. 잔뜩 국뽕에 가득 차 열의에 차오른 일본 유저들을 향해 아오노는 저 멀리 보이는 가엘 연방의 성채를 가리키며 있는 힘껏 소리쳤다.
“전원 공격 개시! 저 빌어먹을 조X징의 대륙을 우리가 다 먹어 버리자!”
* * *
(주)아르카디아 일본 지부.
일본 대륙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한 총체적인 관리와 운영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이 회사의 내부에서는 무언가 기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저…… 과장님.”
(주)아르카디아 일본 지부에서 대리 직급으로 일하고 있는 사사키.
그는 상황실에서 그의 사수이자 상사인 아키타 과장을 향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이거…… 진짜 이래도 되는 걸까요?”
일본 대륙에서 벌어지고 있는 초유의 사태.
대륙 전체를 양분하던 쇼엔 제국과 페로스 제국.
이 두 거대 제국이 힘을 합쳐 한국 대륙을 정벌하러 나서기 위해 움직이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뤄진 수십만이 넘는 모험가들의 결집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초유의 상황과는 다르게 이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는 직원들은 너무나도 한가롭고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나라고 뭐 알겠냐? 지사장님이 직접 내린 특별 지시잖아, 이번 사태에 대해서 그 어떤 일체의 대응이나 보고도 하지 말라고. 다른 지사에다가 관련 내용 언급하면 엄중히 문책하겠다고 하는 것도 못 들었어?”
일본 대륙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서 절대 외부에 누설하지 말라고 경고한 카즈키 지사장. 직접적인 표적이 되어 버린 한국 지부를 비롯해 다른 지부에도 정보를 제공하지 말라는 그의 특별 지시에 (주)아르카디아 일본 지부의 직원들은 금방이라도 무언가 터질 것 같은 흉흉한 분위기 속에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에 앉아 있어야만 했다.
“그래도…… 이러다가 진짜 한국 대륙이 대규모 침공을 당하게 된다면, 저희 측에 책임을 묻게 되지 않을까요?”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사태라면 모를까, 거의 두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대놓고 감지되었던 기묘한 움직임들.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 알고 있었으면서도 방관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가 될 것 같은 불안감에 연신 동요하고 있는 사사키였지만, 그의 상사인 아키타 과장은 별로 걱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아마 그러지는 않을 거야. 우리 회사의 모토 몰라? 무한한 자유,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
유저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결과에 따라 변화하는 게임 속 상황에 대해서 그야말로 끝이 없는 용인과 면책으로 일관되게 일본 지부를 엿 먹여 왔던 이미연 사장. 그렇기에 아키타 과장은 이번 일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 해적단이 쇼엔 제국을 점령할 때도, 하물며 갑자기 나타난 드래곤 때문에 대도시 하나가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되어 버렸을 때도 그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는데, 이번 일에는 개입한다고 한다면 그거야말로 차별적인 조치가 되겠지. 아마 피해를 입은 한국 지부가 속으로 불만을 품을 수는 있어도 공식적으로 우리 일본 지부에 책임을 물을 순 없어.”
이미 일전에 너무나도 많은 피해를 강요받았던 일본 지부.
그렇기에 아키타 과장은 내심 게임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은근히 즐기며 커피를 연신 홀짝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근심 가득한 얼굴로 게임 속에서 진격하는 일본 유저들의 모습을 중계하고 있는 거대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사사키.
아키타는 그런 그를 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는 말했다.
“뭐야? 왜 그렇게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는 건데? 문제없을 거라니까?”
자기의 말을 듣고도 표정을 풀지 않는 부하 직원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조금 날카로운 목소리로 묻는 아키타. 하지만 그런 그의 물음에 사사키는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네……? 아뇨, 딱히 그게 걱정되는 건 아닌데……. 어째…… 이상하게 불안해서요.”
무언가 이전에 포세이아는 절대 함락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던 아키타 과장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 같은 불안함이 음습하는 사사키. 그렇게 혹시나 하는 눈빛으로 모니터 안의 유저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그때. 갑자기 거대한 굉음이 상황실 안을 강타했다.
[콰앙.]“뭐, 뭐야?”
갑자기 스피커를 넘어 텨저 나오는 날카롭고 거대한 굉음.
마치 폭탄이라도 터진 것 같은 소리에 화들짝 놀란 직원들은 이내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이며 고개를 돌려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최소 수십 명이 휘말린 것 같은 거대한 규모의 폭발.
하지만 그 폭발은 이제 시작이라는 듯이 연이어 쉴 새 없이 일본 유저들의 군세 사이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이, 이게 도대체 무슨……!”
“뭐야! 저건!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전혀 본 적 없는 거대한 폭발.
정체를 알 수 없는 공격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는 유저들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아키타는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입을 벌렸다.
주르르륵.
미처 삼키지 못한 커피가 입에서 흘러내려 바지를 적시고 있는 보기 추한 광경.
하지만, 아키타는 그러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그저 멍하니 화면에 나타나는 한 유저의 모습을 하염없이 보고만 있었다.
[타타탕. 타타타타탕.]중세 판타지의 세계관인 아르카디아.
그 안에서 마치 현대에서나 볼 법한 총을 양손에 들고 일본 유저들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학살을 자행하고 있는 한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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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눈앞의 적을 압도적인 화력으로 섬멸하는 호쾌한 전투 클래스.
신직업 캐논 슈터(Canon Shooter)가 화려하게 등장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