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297
297화 왜곡된 평화 (3)
“이게 다 평화를 위한 일입니다, 여러분.”
투웅.
둔탁한 소리를 내며 미스릴 포탑에서 빠른 속도로 튀어나가 날아가는 붉은빛의 반짝이는 최상급 마나석. 그것은 재영을 비롯해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모든 이들의 시야에서 순식간에 멀어져 저 멀리 아침 햇살이 내리쬐고 있는 평화로운 쇼엔 제국의 황성을 향해 너무나도 불길한 붉은빛 꼬리를 만들며 사라졌다.
그리고…….
콰아아앙.
저 멀리에서 갑작스럽게 터져 나오는 거대한 섬광과 강대한 폭발음.
모든 것을 가려 버리는 강력한 빛의 발산과 함께 곧이어 어마어마한 굉음과 충격파가 재영이 있는 곳까지 불어닥쳤다.
콰르르르르. 콰콰쾅.
수십 년은 더 된 거대한 나무들이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 탄은 그 후폭풍에 날아가지 않기 위해 재영의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졌으며 엘은 심각한 얼굴로 신성 방어막을 몸 주위에 펼치며 쇼엔 황궁이 있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
-와……. 저게 뭐냐…….
-이런 미친……. 버섯구름이 여기서?
-핵……?
탄과 엘과는 다르게 처음 최상급 마나석의 파괴력을 경험한 수억 명의 시청자들.
비록 실시간 방송을 통해서 인터넷으로 간접적으로 바라본 상황이었지만, 그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재영이 방금 날린 일격의 위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일시에 주변 대기를 모조리 증발시키는 어마어마한 에너지의 분출과 그 진원지로부터 생겨나는 거대한 규모의 버섯구름. 인류 최강 최악의 무기라고 일컬어지는 핵무기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었기에 이들의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도 폭발적이었다.
-이런 미친! 이건 진짜 개사기 아니냐???
-방금 뭐냐, 진짜? 이게 설마 마법 포탑이라고?
-아니, 이건 말이 되는 수준의 파괴력이 아니잖아! 도대체…… 이게 뭐임?
-정신 나갈 것 같애! 정신 나갈 것 같애! 정신 나갈 것 같애!
그야말로 경악으로 가득 찬 채팅창 상황. 하지만 이내 이 말이 안 되는 충격적인 상황에 그들은 자기들끼리 뇌내망상으로 이게 가능한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퀘스트 아이템 아닐까?
-그래……. 혹시 우리가 모르는 메인 시나리오 같은 거 깨는 거겠지,
-인정. 저딴 말도 안 되는 우주 파괴 무기를 마구 쓰는 게 말이 되냐?
-아니, 도대체 게임을 어떻게 하면 저런 정신 나간 퀘스트를 받는 거냐?
대충 특수한 퀘스트 진행하는 도중에 얻은 아이템으로 인해 비롯된 일이라는 추측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힘을 얻으며 온갖 토론과 말싸움으로 난장판이 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재영은 저 멀리에서 피어오르는 버섯구름을 유심히 살펴보고는 놀란 듯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 아직 다 안 부서졌네?”
일반적인 광물과 다르게 자연적으로 주변의 마나를 흡수하고 축적하는 아주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희귀 광물, 마나석. 그중에서도 수백, 수천 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마나를 받아들이고 쌓아 올렸다는 최상급 마나석의 모든 마나를 강제적으로 붕괴시키고 폭주시킨 상황.
그것도 마법의 종주인 드래곤 중에서도 그 학문적 경지가 최고조에 이른 고룡(古龍), 케르베니안이 직접 개량하고 보완한 자기희생 마법의 주문은 기존의 것보다 수십 배는 더 강력한 파괴력을 선보였다.
그야말로 도시 하나를 일시에 초토화해 버릴 수 있는 비대칭 전략무기.
하지만, 천년의 찬란한 역사 속에서 일구어진 거대하고 방대한 쇼엔 제국의 수도이자 황성.
이 황성은 최소 수 킬로미터에 걸쳐서 형성된, 아르카디아의 모든 대륙에서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도시였기에, 제아무리 최상급 마나석이라 하더라도 단 한 번에 도시 전체를 집어삼키지는 못했다.
우우웅.
절반 정도가 파괴된 황성 중앙에서 아주 미약하게 빛을 뿌리며 반응하고 있는 방어 마법진.
언제부터 존재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후의 힘을 다한 것인지 희미하게 보이다가 이내 소멸하는 방어막의 밑에 온전하게 남아 있는 황궁의 모습을 보며 재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다른 건 다 날아갔는데 저 황궁만큼은 멀쩡하잖아?”
최상급 마나석을 정확히 황궁이 자리하고 있는 곳의 상공에다가 폭파한 재영.
당연히 가장 먼저 가루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황궁은 멀쩡하고 그 이외의 지역은 잔해조차 남기지 못하고 모조리 증발한 것을 보며 재영도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당황한 표정을 짓자 실시간 채팅으로 비웃는 듯한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쇼엔 제국이 어떤 곳인데, 이런 공격 따위에 무너질 것 같음?
-조X징 주제에 감히 어딜 노려 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예부터 사무라이 정신 같은 것도 없는 우매한 김치 새끼들은 어쩔 수 없네.
-김치 죽어.
-와……. 아무리 게임이라도 이런 대량 학살은 너무한 거 아닌가요?
-인성 진짜……. 혹시 사이코패스 아님?
-퀘스트 실패한 거임? 그런 거임? ㅋㅋㅋㅋㅋㅋ 꼬시다.
뭔가 단무지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 같은 악의적인 댓글들. 물론 그러한 비난과 조롱은 곧이어 쏟아지는 덱팬무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화력에 의해서 쥐도 새도 없이 사라져 버렸지만, 재영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러게……. 까딱하면 큰일 날 뻔했네. 제국이라더니 진짜 이름값은 하는 곳이었구나?”
단 한 방이면 모조리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재영. 하지만 이런 무지막지한 공격을 막아 낸 황궁을 보며 그는 천만다행이라는 듯이 말했다.
“혹시나 해서 전부 챙겨 오길 잘했네.”
후두두둑.
인벤토리에서 꺼내 든 다섯 개의 붉은빛의 최상급 마나석.
하나하나 모두 하이머가 손수 각인한 자기희생 마법으로 인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불안정한 빛을 내뿜고 있는 그 마나석들을 보며 채팅창은 일순간 조용해졌다.
-?
-그게…… 끝이 아니었어……?
-일회용이…… 아니야?
-???
당연히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특수 아이템일 것이라고 대충 생각하고 있던 유저들. 하지만, 그런 유저들의 채팅에 재영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되물었다.
“아니, 도대체 이게 왜 일회용이에요?”
다시 최상급 마나석을 장전해서 쇼엔 제국의 황성을 향해 조준하는 재영.
그리고 그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어조로 이들의 물음에 답했다.
“이거 이래 보여도 전설급 설치 아이템임.”
투웅.
그렇게 천년의 역사 속에 쌓여 왔던 찬란하고 거대했던 제국의 심장이자 상징이.
수십 개의 왕국을 하나로 규합하고 통합하며 압도적인 권위와 통치력을 자랑하던 쇼엔 제국의 황제와 그 모든 황실의 혈통이.
이 순간 완전히 역사 속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3개의 거대한 버섯구름과 함께 말이다.
* * *
아르카디아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엘리스.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쇼엔 제국에서 피어오르는 3개의 버섯구름과 함께 그 결과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쇼엔 제국을 떠받치던 황제와 황실 일가의 사망. 그리고 그 거대한 덩치의 제국 전체를 지탱하고 움직이던 귀족들과 행정가, 강대한 무력으로 대륙에 위세를 떨치던 핵심 기사단과 병력 일체가 모조리 사라졌다. 그들이 살아가던 모든 터전과 함께 말이다.
[쇼엔 제국의 황성 99.92% 파괴. 존속 불가.] [‘쇼엔 제국의 황성’이 ‘황량한 폐허’로 변경됩니다.]그렇기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황량한 폐허로 변경되어 버리며 사라져 버린 쇼엔 제국의 황성. 그 안에 존재하던 모든 중요한 퀘스트와 히든 콘텐츠들의 실마리가 모조리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리는 초유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처분에는 자비가 없었다.
[쇼엔 제국의 정치적 치안도 분석……. 무정부 사태.] [정치 안정도 –999. 제후국과 지방 귀족들의 반란 가능성 폭증…….] [향후 시나리오 예측……. 제국의 붕괴, 몰락, 반란, 침략…….]그야말로 암울한 키워드밖에 나오지 않는 엘리스의 시나리오 예측. 그렇게 앞으로 일본 대륙과 쇼엔 제국에서 벌어지게 될 일에 대해서 분석하는 것과 동시에 그녀는 이 모든 일을 만들어 낸 원인에 대한 기여도도 계산하기 시작했다.
[플레이어 덱스.] [해당 시나리오에 대한 기여도 분석…….]인간의 상상을 아득히도 초월한 연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
하지만 그런 엘리스조차도 한참의 시간 동안 해당 사안에 대해서 분석을 하고 난 이후에야 그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분석 완료……. 보상 절차 가동.]이번 일에 대한 정산을 하겠다고 말이다.
* * *
[Mission. 7이 완료되었습니다.] [플레이어의 기여도를 측정합니다.]-NPC, 하이머의 구출.
-캐논 필리아의 창설.
-마법 포탑의 개발.
-캐논 슈터의 창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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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엔 제국의 몰락.
재영이 저지른 짓에 대해서 수십 개가 넘는 목록으로 빼곡하게 적혀 나오는 메시지들. 그리고 이내 어마어마하게 많은 창이 요란한 알림 소리와 함께 말 그대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륙 전체가 경악할 위업의 달성. 모든 이가 플레이어의 행보에 주목합니다.] [새로운 마도 과학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모든 마법 공학자들이 플레이어를 경외합니다.] [어마어마한 학살. 마왕조차도 경악할 악행에 지옥이 경악합니다.] [피로써 지켜 낸 평화. 모순된 인과에 천상이 혼란스러운 눈으로 그대를 주시합니다.] [칭호, “마도 과학의 선구자”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캐논 슈터의 창시자”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하이머의 영원한 은인”을 획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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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호, “제국 파괴자”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광기 어린 학살자”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황제 슬레이어”를 획득하였습니다.]그야말로 수십 개가 넘는 칭호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
그리고 그 칭호들 하나하나가 그 누구도 쉽사리 얻을 수 없을, 세계수가 말하는 소위, 하나의 인간이 감히 쌓을 수 없을 강대하고 거대한 업(業)을 담고 있는 그러한 것들이었다.
그렇기에 재영에게 밀려들어 오는 어마어마한 개연성의 폭풍.
[개연성, 82,355,300을 획득하였습니다.]자그마치 8,200만이라는 수치의 개연성이 보상으로 부여되자 재영은 비로소 환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캬. 그래도 투자한 보람이 있네. 이렇게까지나 많이 주다니.”
드래곤을 잡을 때도, 대륙 통합을 했을 때도 받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양. 하지만 재영은 대충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르카디아 대륙 전체에 파급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서 개연성의 양이 달라진다라…….’
전 대륙에 어마어마한 후폭풍을 몰고 올 마도 과학의 탄생. 아마도 이것 때문에 보상으로 들어온 개연성의 양이 달라진 것이라고 추측하며 재영이 희희낙락하고 있는 그때.
엘과 탄은 상이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도대체…… 아버지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 거지……?’
심각한 얼굴로 상념에 빠져 있는 엘.
선을 추구하며 빛의 길을 걷는 그녀의 본질적인 속성으로는 재영이 벌인 행위는 그야말로 악에 지나지 않은 일.
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었다.
우우웅.
그녀의 권능이며 신성의 핵심이자 언제나 옳고 정당한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해 주는 근원인 인과율의 선구안. 그 눈이 명확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
재영이 벌인 행동이 수천…… 수억이 피를 흘려야만 끝날 거대한 비극을 최소한의 희생으로서 막아 냈다는 사실을 말이다.
‘정말이지…… 이상해…….’
저 빌어먹을 박쥐 새끼의 꼬임에 타락하지 않도록, 선을 추구하는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신념 속에서 기꺼이 수호천사로서의 계약을 한 그녀였지만, 어째서인지 미카엘은 처음으로 자신의 선함이 타락하는 것 같은 기묘한 감정을 느꼈다.
“저런 무지막지한 병기를 세 번이나 거침없이 쏘아 대는 화끈함……. 아무래도 저 주인은…… 분명히 전대 마왕이 환생한 것이 분명……. 악마들의 표본이자 악랄함의 상징 같은 인간이…….”
자신과 똑같은 것을 보고서는 저기 한쪽 구석에서 오늘도 한 수 배웠다는 듯이 감명 깊은 얼굴로 너무나도 진지하게 메모를 하고 있는 악마 새끼를 보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