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298
298화 어차피 게임임 (1)
아르카디아에서 벌어진 쇼엔 제국의 대참사.
일개 게임 속에서 벌어진 그저 허상 속의 일이었지만, 수십억이 넘는 세계인이 즐기고 있는 아르카디아였기에 그 여파는 쉽게 흘려 넘길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가상현실 아르카디아, 게임 속 판타지에서 핵이 등장?
-핵으로 파괴되어 버린 일본 대륙의 제국. 역사적 참극의 재현?
-쇼엔 제국의 황성에서 피어오른 세 개의 버섯구름. 그 내막의 전격 분석!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일시에 방출하는 거대한 폭발의 현장에서나 목격할 수 있는 버섯구름.
핵폭발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알려진 그 구름이 판타지 세상인 아르카디아에서, 그것도 하필이면 일본 대륙의 쇼엔 제국에서 피어오르자 일본의 언론은 그야말로 입에 거품을 물고 이 문제에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건 일본을 향한 (주)아르카디아의 악의적인 보복입니다! 중세 판타지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게임 속에서 핵폭발이라니! 이게 지금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분명 우리 일본에 앙심을 품고 있는 최고위 임원급에서 주도면밀하게 개입해서 벌인 짓일 겁니다!] [게임을 수십 년 동안 기획, 개발, 운영해 온 전문가로서 말씀드리자면, 현재 아르카디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상식을 아득히도 넘어선 일입니다. 게임 내의 설정과 밸런스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운영 회사가 담당할 일이고, 또 내부적인 자료를 제가 상세히 확인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아무리 봐도 아니…….]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을 빗대서 가상현실 속에서도 일본 국민 모두에게 깊은 상처와 슬픔을 안겨 준 악랄한 (주)아르카디아를 규탄한다! 이번 사태에 관련된 관계자들을 모조리 색출하고 엄중하게 처벌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 아르카디아를 향한 불매…….]과거 일본 제국주의 시대.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최초로 핵 공격을 받은 국가로서 수많은 인명 피해 속출과 더불어 패전국으로 전락했던 뼈아픈 기억이 있었기에, 이번 일에 눈이 돌아가 버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이 망할 조X징 새끼들!!!!!!!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가라앉질 않는다! 어떻게 할 방법이 없나?
-이건 국가적인 문제다! 일본 정부는 이번 문제에 공식적으로 나서서 대응하라!
-(주)아르카디아의 조X징 사장은 당장 사퇴하라!
잔뜩 뿔이 나서 아르팬디아를 통해서 이미연 사장의 퇴진 운동을 비롯해 불매 운동, 국가 도발, 외교 능욕…… 온갖 캠페인들을 벌이며 게시판을 도배하고 있는 이들.
하지만, 그런 일본 유저들과 다르게 한국 유저들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키야!!! 주모! 김치 가져오라고! 오늘 샤따 내려! 집에 안 간다니까?
-현실과 가상에서 핵을 둘 다 맞아 본 최초의 유사 국가.
-ㅋㅋㅋㅋ 쪽파리 쉐리들 먼저 공격해 놓고 피해자 시늉 하는 것까지 똑같네.
-????: 역사는 반복된다.
-엌ㅋㅋㅋㅋ 조선의 반격 맛이 어떻누?
-검은색! 검은색! 검은색! 검은색!
-일본 놈들 이 악물고 부들부들하는 거 보는 거 왜케 재밌냐? ㅋㅋㅋ
일본의 핵심 세력이자 가장 강대한 축이었던 쇼엔 제국의 황성을 한순간에 날려 버린 덱스. 그 대상이 안 그래도 국민감정이 최악으로 치달았던 일본이기도 했고, 또 그에 의해서 공개된 새로운 직업, 캐논 슈터로 인해서 핵과 관련한 밸런스 문제에 대한 의혹이나 불만을 토로하며 그를 비난하는 여론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캐논 슈터 어떻게 전직하나요?
-그거, 가엘 연방에서 캐논 필리아 학파 찾아가서 장비 사면 됨.
-끼아아아앙!!! 총! 총! 리볼버!!!
-나도 이제부터 다 쓸어버리고 다닌다.
그렇게 일본 유저들에게는 씹어 먹어도 시원친 않을 적이, 한국 유저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찬사를 받는 영웅이 되어 버린 덱스.
그런 그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며 지켜보고 있던 이미연 사장은 피곤한 기색으로 권명한 전무에게 이번 일에 대한 조처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앞으로 가엘 연방에서 ‘마나 캐논’이라고 하는 새로운 장비와 이로 인해서 생겨난 캐논 슈터라는 직업이 계속해서 양산될 거예요. 따라서 그 인근에 다양한 레벨대의 유저가 계속해서 유입될 예정이니 그에 따른 퀘스트나 인근 몬스터의 레벨 조정을 좀 검토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마법 포탑이라고 하는 새로운 개념의 공성 장비의 경우 가능한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언급 자제해 주시고요. 앞으로도 언론사에 대응할 때 ‘핵’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도록 내부 단속 철저히 하세요.”
안 그래도 진짜 게임 속에 핵이 있냐고 전화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 그렇기에 짜증 섞인 얼굴로 눈살을 찌푸리는 이미연 사장의 말에 권명한 전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일전에 지시하신 대로, 쇼엔 제국의 황성에서 벌어진 현상은 게임 속 마법의 설정에 따른 아이템의 효과일 뿐이며 현실에서의 핵무기와는 일절 그 어떠한 영향도, 관계도 없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중세 판타지 세계관의 아르카디아. 그 세계관을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의지를 천명하며 쇼엔 제국에서 발생한 버섯구름은 핵이랑은 아무 관련 없다는 공식적인 입장문까지 발표한 상황이었지만, 아직도 인터넷 기사와 신문에서는 핵이라는 단어가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었다.
“그보다…… 앞으로 일본 쪽은 어쩌실 생각인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음?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사장님도 아시다시피…… 쇼엔 제국에서 이번에 감행한 공격은 그냥 단순한 전쟁이 아니었지 않습니까.”
이미연 사장만이 알고 있었던 대륙 통합 메인 시나리오, 난세.
이곳 (주)아르카디아의 임직원 중에서 오직 그녀만이 접근 가능했던 정보였기에 카즈키 지사장과 덱스를 제외한 그 누구도 세부적인 상세 내용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그녀의 앞에 서 있는 권명한 전무조차도.
“아르팬디아에 올라온 일본 유저들의 퀘스트 내용을 위기 관리 대응 팀에서 전수조사 하며 확인해 본 결과, 이번에 쇼엔 제국이 감행했던 공격은 앙숙 관계라고 알려져 있었던 페로스 제국과의 연합 공격이었습니다.”
수십만 명이 넘는 유저들과 일본의 대형 길드가 모조리 참여했던 공격. 비록 캐논 필리아 학파에서 만들어 낸 마법 포탑의 융단폭격에 활약 한 번 제대로 못 해 보고 패배했지만, 권명한 전무와 위기 관리 대응 팀에서는 석연치 않은 정황들을 포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일본인들을 포섭하고 이번 공격에 가담하게 만들기 위해서 누군가가 조직적으로 움직였던 정황이 확인되었습니다. 아르팬디아를 비롯해 일본의 대형 포털 사이트부터 아주 작은 커뮤니티 사이트들까지. 비록 일본 측 계정들이라 저희가 권한이 없어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여론 조작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던 것 같다고 추정됩니다.”
일본에서 어느 순간 급격하게 증가했던 한국에 대한 반감과 혐오를 조장하는 여론. 일본 자위대의 사이버 사령부를 비롯해 내각 조사실에서 직접 개입하여 추진한 비밀공작에 대해서 냄새를 맡은 권명한 전무.
하지만 이미 아르고스의 눈을 통해서 수집되고 포착된 정보였으며, 엘리스를 통해서 보고받고 실시간으로 그 모든 과정을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연 사장은 그런 권명한 전무의 말에 딱히 놀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씀이 뭐죠?”
요점만 말하라는 이미연 사장의 말에 권명한 전무는 조심스러우면서도 확신에 찬 눈빛으로 손에 들고 있던 보고서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
“아무래도 일본 지부의 카즈키 지사장이 이번 사태에 깊숙하게 개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엘리스 쪽에서 관련 정보의 제공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주요 지역과 세력들에 대한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다면 포착하지 못했을 리가 없는 사안들입니다.”
의도적으로 관련 정황을 숨기고 은폐했던 일본 지부. 만약 덱스라는 유저가 막아 내지 않았다면, 한국 대륙에 어마어마한 피해를 주며 동시에 전쟁 전체가 감히 감당할 수 없을 규모로 확대될 수밖에 없었던 아찔했던 상황.
비록 그러한 대참사로 번져 나가지는 않았지만, 의도적으로 자신의 전화를 피하고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일본 지부에 대한 분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기에, 권명한 전무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르카디아의 원활한 운영과 관리가 아닌, 일본 유저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게임 속의 흐름을 조절하고 악의적으로 개입한 의혹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카즈키 지사장에 더불어 (주)아르카디아 일본 지부를 대상으로 한 전방위적인 특별 감사를 요청하고 싶습니다.”
가만히 있던 자신과 한국 지부 전체에 거대한 엿을 입에다가 쑤셔 넣으려던 카즈키 지사장. 비록 그 계획이 실패하는 것을 넘어, 도리어 자신들의 입에 틀어박힌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가득한 권명한 전무. 그런 그의 손에서 보고서를 받아 든 이미연 사장은 이내 종이를 넘겨 보며 그 내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으음……. 생각보다 조사를 많이 했네요.”
의외라는 얼굴로 중얼거리는 이미연 사장. 그런 그녀의 말에 권명한 전무는 화색이 된 얼굴로 답했다.
“권한이 부족해서 더 확실한 물증은 잡지 못했지만…… 감사를 진행하면 확실하게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반드시 이번 사태에 대해 모든 것을 명명백백히 밝히겠다는 의지로 가득한 권명한 전무. 하지만, 이미연 사장은 그런 그의 얼굴을 보며 조금 다른 것을 고민해야 했다.
‘이걸 어떻게 해야 조용히 넘어가려나…….’
일개 지사장 하나로 끝나지 않을 사건. 일본 정부의 최고위 권력 기관과 총리까지 긴밀하게 연결된 사건이었지만, 이걸 지금 터트리기에는 상황이 너무나도 좋지 않았다.
[전기찬 정부에 대한 탄핵 청구안을 제출하겠습니다!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천만의 국민이 살아가고 있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 거대 지하 도시를 건설한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로 거대 싱크홀을 만들며 막대한 이익을 특정 기업에 주고 있는 거대한 비리에 대한 심판입니다!]국회가 결국 전기찬 정부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황. 안 그래도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괜한 일본 정부의 비밀공작을 폭로해 봤자 좋을 것이 없었기에 이미연 사장은 한참 동안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다 이내 무언가를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 보니…… 오늘 기자회견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네……? 아. 네. 안 그래도 사장님께 보고만 드리고 바로 내려가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는 기자회견에 대해서 그녀가 물어 오자 의아한 얼굴로 손목시계를 한번 살펴보는 권명한 전무. 그런 그의 대답에 이미연 사장은 조금 의외라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어머? 직접 발표하세요?”
“예……. 아무래도 사안이 사안인지라…….”
기자들에게 매우 불친절하고 소통을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주)아르카디아.
과거 온갖 이슈로 고통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주)아르카디아 한국 지부였지만, 지금까지 기자들을 상대로 공식적인 성명을 발표할 때는 보통 대변인이 나서고는 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대변인이 나서서는 직접 수습하기에는 어려우리라 판단해 직접 카메라 앞에 나서서 이번 사태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마음먹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던 권명한 전무. 그런 그에게 이미연 사장은 잘됐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잘됐네요. 그 기자회견은 제가 발표하도록 하죠.”
“네……? 굳이 그러실 필요는…….”
(주)아르카디아 총괄 사장, 이미연.
전 세계의 모든 지부를 책임지는 최고 경영자이자 명실상부한 최고 결정권자인 그녀가 직접 기자들 앞에서 이러한 발표를 한 적이 없었기에 권명한 전무는 뜬금없이 자기가 하겠다는 그녀의 말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런 그를 뒤로하고 집무실을 앞장서서 나서며 승강기 안으로 들어서는 이미연 사장. 기자회견이 있을 로비로 향하려는 그녀를 뒤따라가려 했지만, 이미연 사장은 그런 권명한 전무를 제지했다.
“따라오지 마시고, 제 집무실에서 TV로 지켜보시죠.”
승강기 문이 닫히는 와중에서 환하게 미소 지으며 말하는 이미연 사장.
그런 그녀의 마지막 말에서 권명한 전무는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제가 이번 일은 책임지고 확실하게 처리하고 올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