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310
310화 나비효과 (1)
쇼엔 제국과 가엘 연방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
그 전쟁의 결말은 일본 유저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커다란 피해를 불러왔다.
[쇼엔 제국의 황성이 파괴된 결과, 대륙 전체에 그 여파가 미치고 있습니다. 상점가는 아이템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유저들은 포션 하나 사는 것도 힘들어 고통받고 있으며, 히든 퀘스트의 소실, 공헌도의 삭제 등 그 피해가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현실과 거의 흡사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아르카디아.
그렇기에 정치, 경제, 역사, 문화, 그 모든 것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던 황성의 파괴는 그 상대와 영역을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피해를 몰고 왔다.
-이 망할 게임사.
-이게 다 조X징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일본 전체를 모욕해?
-세계사의 비극을 이런 식으로 풍자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자신들이 먼저 기습을 계획한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게임사의 잘못으로 돌리고 있는 상황. 거의 폭동이 일어날 정도로 흉흉한 분위기가 일본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었지만, 그런데도 (주)아르카디아의 입장은 너무나도 단호하고 확고했다.
[(주)아르카디아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가상현실 아르카디아는 현실과 같은 가상의 세상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게임사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하고 있으며, 무한한 자유와 무한한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그 어떤 것도 구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하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에…….]이미연 사장이 직접 나서서 이와 관련해서 롤백 같은 건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런 매운맛을 제대로 본 적 없는 일본 유저들의 반복된 항의와 요구가 지속되자 이들은 다시 한번 강력하게 선언했다.
[쇼엔 제국의 황성은 파괴되었습니다. 이미 벌어진 일을 다시 없던 것으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 폐허 속에서 다시 융성하고 찬란했던 황성의 수도를 재건할 것인지, 아니면 그저 황량한 황무지로 내버려 둘 것인지는 유저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아르카디아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은 우리 회사의 몫이 아닙니다. 바로 여러분의 몫입니다.]똥을 치워 주는 일은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는 (주)아르카디아의 공식적인 성명문.
대놓고 안 바꿔 줄 거니까 포기하고 돌아가라는 이들의 안하무인에 일본 유저들은 분통을 터트렸지만, (주)아르카디아의 일본 지부로서는 이러한 민심을 수습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현 시간부로 (주)아르카디아 일본 지부에 대한 전체적인 종합 감찰을 시행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각 부서는 지금까지 담당하고 있던 업무에 대한 총체적인 보고서를 제출하기 바라며, 한 사람마다 개별 면담과 질의가 있을 예정이오니 자리를 비우지 마시고, 각자의 위치에서 기다리기 바랍니다.”
갑자기 회사 전체에 기습적으로 들이닥친 검은 양복의 외국인들. (주)아르카디아 본사에서 나왔다며 모든 부서의 업무를 이리저리 들춰 보기 시작한 이들은 이내 개별 면담이라는 이름의 강도 높은 심문을 자행하며 모든 것들을 들추어내기 시작했다.
“쇼엔 제국에서 벌어지고 있던 이상 현상에 관해서 감지한 건 언제였죠?”
“그, 그게…… 저도 정확히는 잘…….”
“사내 메일의 기록을 확인해 본 결과, 사태가 발생하기 최소 2주일 전에 이와 관련된 수상한 움직임을 파악하고 보고한 것으로 나와 있군요. 윗선에 보고했던 것이 본인 맞습니까?”
“그렇긴 한데…….”
자그마치 수천 명에 달하는 직원들.
카즈키 대표이사부터 시작해서 로비에서 경비를 서는 이들과 청소 용역을 담당하는 이들에게까지 실시된 개별 면담과 강도 높은 내부 감찰.
그야말로 회사의 밑바닥부터 최상층까지 모든 것을 탈탈 털어 내고 까뒤집어서 나온 결과물들과 함께 카즈키 지사장의 집무실에 들어서는 최고 책임자는 바로 (주)아르카디아의 총괄 부사장이자 이미연 사장의 충직한 대리자 역할을 하는 알렉스였다.
“어지간해서는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카즈키 지사장, 자네 정말 회사 운영을 개판으로 해 왔더군.”
너무나도 차가운 얼굴로 냉정하게 입을 여는 그.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알렉스는 대동하고 온 한 외국인이 들고 있는 두꺼운 서류 뭉치 중 하나를 꺼내 들고는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직원들의 부정 초과 수당이나 휴가 여비 지급과 같은 회계 부정부터 시작해서 회식 강요와 야근 강요, 직장 내 위계를 이용한 괴롭힘과 갑질 행위…… 여성 직원들 사이에서는 직장 상급자로부터의 성희롱과 성추행 고발도 여러 건 들어왔더군.”
일본에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던 악랄한 문화들. 이것들에 관한 문제를 시작으로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온갖 부정과 의혹들 사이에서 알렉스는 한 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스산한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이런 회사 내부적인 운영 책임도 문제지만…… 한국 대륙을 상대로 준비되는 대규모 전쟁에 관한 정보를 고의로 감췄더군. 이미 모니터링 직원들을 통해서 보고가 들어간 것도 확인했고, 자네를 통해서 이에 관해 함구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증언 역시 확보했네.”
의도적으로 주요한 정보를 감춘 카즈키 지사장.
단순히 일본 대륙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대륙…… 나아가 전 대륙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거대한 사건을 악의적으로 숨기려 했다는 사실에 알렉스는 분노했다.
“일본 대륙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대륙이 입을 피해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건가? 만약 기존의 계획대로 시나리오가 흘러갔다면 아르카디아 전체에 얼마나 큰 혼란이 발생했을 것인지, 나아가 회사와 유저 전체가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될 것이었다는 걸 모르지 않았을 텐데.”
“…….”
알렉스 부사장의 추궁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굳게 입을 다무는 카즈키 지사장.
그런 카즈키 지사장의 태도에 그는 이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이 말했다.
“좋네. 자네가 그런 식으로 나오겠다면, 나도 어쩔 수 없지.”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카즈키 지사장.
그런 그를 스산한 눈빛으로 바라보고는 알렉스 부사장은 선언했다.
“(주)아르카디아 일본 지부에 대한 종합 감찰 결과, 카즈키 지사장을 비롯한 임원 6명 외 부장급 직원 4명 및 72명의 일반 직원들에게서 심각한 비위 행위와 회사 전체에 심각한 손해를 끼치는 의도적인 직무 유기 행위를 적발하였다. 이에 본 감찰 위원장이자 (주)아르카디아 총괄 부사장의 권한으로서 명령한다.”
이미연 사장을 비롯해 이사회 전체로부터 만장일치로 의결해 전권을 위임받은 상황.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모든 증거를 토대로 현장에서 즉결 처분을 결정했다.
“현 시간부로 관련 직원들에 대한 징계 해고 처분을 즉각적으로 통보하는 바이며,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 위한 법무 팀을 구성하고 즉각적인 절차를 집행하라.”
두고 보자며 싸늘한 눈빛으로 카즈키 지사장의 집무실을 나서는 알렉스.
그는 방을 떠나기 전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고는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두고 보게. 회사에 대한 배신의 대가는 철저히 치르도록 내가 끝까지 지켜볼 테니까.”
그렇게 이미연 사장을 비롯해 한국 대륙의 유저들을 엿 먹여 보겠다는 카즈키 지사장의 원대한 꿈은 비극으로 끝이 났다.
징계 해고를 받아 짐을 싸고 쫓겨나는 고위 임원들과 직원들. 그리고 이들에게 날아오는 민사 소송에 관한 재판까지. (주)아르카디아 일본 지부 전체에 거대한 피바람을 불러오며 말이다.
* * *
(주)아르카디아 일본 지부에 불어닥친 칼부림.
이 종합 감찰에 대한 정보와 카즈키 지사장을 비롯한 핵심 관계자들의 해고 처분에 관한 소식은 곧바로 아빈 총리에게로 보고되었다.
그리고 다시 열린 비밀회의.
그 안에서 아빈 총리는 한국과 이미연 사장에 대한 분노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감히…… 감히 이런 식으로 우리를 엿 먹이고 다녀? 그 망할 회사가……!”
전 세계에 지부를 두고 있는 (주)아르카디아.
그렇기에 일본 정부의 통제와 영향력 안에 가둬 놓을 수 없는 기업이기는 했지만, 이런 식으로 자신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을 단 한 순간에 모조리 쳐 내는 이들의 행보에 아빈 총리는 이를 참을 수 없는 모욕이자 도발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일본 지부에서 저희와 협력하고 있던 핵심 관계자들 대부분이 이번 감찰로 업무에서 제외당하거나 해고당했습니다. 아직 몇 명이 남아 있기는 합니다만…… 거의 말단 직원에 불과해서 실질적으로 (주)아르카디아 내부의 정보망이 완전히 날아간 상태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그리 중요한 핵심 정보들은 없었지만, 그래도 (주)아르카디아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동향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할 수 있었던 내각 조사실. 이들은 완전히 무주공산이 되어 버린 정보망에 난감하다는 듯이 보고를 계속했다.
“일본 지부와 저희와의 유착 관계를 밝혀내지는 못한 것 같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당분간 일본 지부에는 주요 정보에 관한 제공을 완전히 배제하겠다고 밝혔으며, 직원들의 관리 권한 역시 일괄 하향했다고 합니다.”
일본 내부에서 벌어졌던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움직임.
내각 조사실과 사이버 사령부의 비밀공작이 있었단 사실까지는 파악할 수 없겠지만,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 같은 (주)아르카디아. 그렇기에 잔뜩 경계하는 듯한 분위기에 한동안 정보 공백에 빠지는 건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번 작전으로 인해 일본 여론이 심상치 않습니다, 총리님. 전체적으로 한국 대륙을 편애하는 이미연 사장이 일본 전체를 모욕하고자 악의적으로 핵을 풍자해서 이런 짓을 벌였다는 주장이 힘을 싣고 있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핵을 연상시키는 버섯구름과 함께 날아가 버린 쇼엔 제국의 황성.
물론 그런 천인공노할 짓을 벌인 것은 일개 한 유저였지만,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을 묵인한 (주)아르카디아에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 대부분의 일본 유저들. 거기에 이미연 사장이 기자회견에서 남겼던 마지막 한마디가 이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어차피 게임 속 일이잖아요? 너무 죽자고 달려들지들 마시죠.]안일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악독한 반일주의자로 매도되고 있는 이미연 사장.
그런 흉흉한 분위기 속에서 일본의 외교부 또한 이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나서며 외교 문제로 비화시키고 있었다.
“한국 정부의 입장은?”
외무대신을 향한 아빈 총리의 물음.
하지만, 그런 그의 물음에 외무대신은 어두운 낯빛으로 고개를 저었다.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없었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의 수장인 전기찬 대통령이 탄핵 정국을 맞이하며 정치권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이에 관해 수습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수도이자 천만 인구의 중심지, 서울.
그 지하에 거대한 도시를 건설하겠다며 시작된 언더월드 프로젝트.
그로 인해서 입법부 전체와 외로운 전쟁을 벌이고 있던 행정부의 수장이 결국 탄핵을 당하게 될 처지에 놓인 중차대한 상황이라 게임 속에서 벌어진 일로 거품 물고 달려드는 일본 정부의 항의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끄으으응……. 이 망할 조X징 자식들이…….”
격렬하게 부글거리는 민심.
그리고 이미연 사장을 비롯해 한국 유저, 나아가 한국 전체에 분노를 느끼고 있는 아빈 총리.
그런 그에게 내각 조사실의 수장, 사토의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각 조사실에 이번 일에 대한 보복 조치로 검토한 작전이 하나 있습니다.”
“보복 조치……?”
그의 말에 고개를 들고는 관심을 표하는 아빈 총리.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에서 그는 서류 봉투에서 한 가지 사진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일전에 총리님께서 공격적이고 선제적인 작전을 구상해 보라고 지시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각 조사실에서 대상으로 삼을 주요 인물을 분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르카디아와 가상현실 기술과 관련해 고가치 표적이 될 대상이 누가 있을지 목록을 만들던 내각 조사실.
그리고 이들은 가장 부담이 없으면서도, 잘하면 막대한 이익이 될 최적의 대상자를 찾아내고야 말았다.
“이게…… 누군가?”
뚱뚱한 체형. 두꺼운 뿔테 안경에 촌스러운 옷차림까지.
누가 봐도 인상을 찌푸릴 만큼 못생긴 외모의 한 앳된 청년의 사진을 보며 아빈 총리는 당황한 눈초리로 물었다.
그리고 그런 물음에 내각 조사실장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르카디아와 가상현실 산업 기술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가진 뛰어난 제작자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나이는 21세, 국적은 한국인으로 이름은…….”
신상 명세가 적혀 있는 보고서를 힐끗 내려다보는 그.
그는 어눌한 한국 발음으로 그의 이름을 읽었다.
“임재균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