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328
328화 죽음의 사도 (2)
통합된 아르카디아의 두 번째 메인 시나리오.
[Act. 2 신성의 부활]이 시나리오가 공개되고 난 이후에 아르카디아는 일대 개척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대륙마다 금역으로 지정된 곳들이…… 알고 보면 봉인된 유적지가 숨겨진 곳 아닐까?
-그러게? 똥손이 찾아갔던 곳도 한국 대륙의 금역 중 하나였잖아?
-일단 뭐든 있겠지. 어디든 수상쩍은 곳은 한번 찾아볼 가치는 있겠네.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몬스터들이 즐비한 지역들부터, 극한의 환경 때문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생명을 위협하는 험난한 곳까지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며 탐험을 시작한 모험가들. 이들이 아직 개척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헤집어 대기 시작하자, 그에 따라 엘리스의 시스템에는 어마어마한 변수가 연쇄적으로 발생해 대기 시작했다.
[‘비밀 결사 조직의 흔적’ 발견.] [‘날아다니는 대재앙’ 시나리오 생성.] [‘거짓된 위선, 거짓된 신앙’ 시나리오 생성.] [‘네 발 달린 거대한 짐승의 도래’ 시나리오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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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미친 듯이 울려 퍼지는 경고 메시지들. 이것들을 보며 이미연 사장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 결국 이렇게 되어 버리네…….”
대륙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거대한 서사가 만들어질 때만 울리던 알림음.
하지만 지금은 무슨 광고 메시지가 날아오는 것처럼 시도 때도 없이 미친 듯이 울려 대며 이 아르카디아에 불어닥칠 거대한 태풍의 전조들을 그녀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무슨 메인 시나리오 판정이 이렇게 많아?”
그녀의 메일함에 들어와 있는 예측 시나리오들. 죄다 대륙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메인 시나리오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듯 빨간색으로 적혀 있는 제목들을 보고 이미연 사장은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투덜거렸다.
[현재 메인 시나리오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는 퀘스트가 62가지 생성되었습니다. 관리자님의 신속한 검토 부탁드립니다.]대륙 곳곳에 은밀하게 숨겨져 있던 거대한 서사들의 조각들.
이것들을 무차별적으로 건드려 대기 시작하자 자신의 메일함으로 쌓여 가는 어마어마한 보고서들을 보며 이미연 사장은 도무지 메일을 열어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듯 툴툴거렸다.
“아니, 그래도 이건 너무 많은데? 이걸 언제 하나하나 다 검토하고 있어?”
하나하나 아르카디아 대륙 전체를 뒤흔들게 될 거대한 이야기들.
그것들은 모두 다양한 이야기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 세상에 불어닥칠 거대한 재앙부터 시작해서 찬란한 번영, 다시없을 불세출의 영웅과 최악의 악당을 그린 이야기까지.
이 대륙에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게 강대한 영향력을 끼치게 될 사건들. 이것들을 그냥 대충 훑어보며 넘겨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그렇다고 이미연 사장 혼자서 검토하기에는 그 양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현재의 관리 등급상, 메인 시나리오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은 오직 관리자님밖에 없습니다.]대륙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 서사. 메인 시나리오.
지금까지는 이러한 시나리오의 발생 빈도가 그렇게 잦지 않았기에 이미연 사장이 직접 관리하고 처리하였지만, 이제는 그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음…….”
침음성을 내며 무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얼굴로 한참 동안 펜을 굴리던 이미연 사장. 그리고 그녀는 이내 엘리스에게 혹시나 하는 얼굴로 물었다.
“지금 발생한 시나리오 중에서 후반 위기에 해당하는 건 있어?”
아르카디아의 그 누구도 감히 감당할 수 없는 재앙 그 자체.
검은 안개의 주인, 아수라가 직접 만들어 내고 심어 놓은 그 후반 위기를 건든 사람이 있냐는 물음에 엘리스는 잠깐의 확인 끝에 대답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후반 위기 시나리오의 발동은 없습니다.]지금까지 발생한 시나리오들은 안전하다는 엘리스의 답변. 그런 그녀의 말에 이미연 사장은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내쉬며 안도하더니 이내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엘리스, 그럼 일단 업무 관리 권한에 대한 조정을 좀 진행할게.”
[어떤 조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뭘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엘리스의 물음에 생긋 웃는 이미연 사장. 그리고 그녀는 이내 마우스를 딸깍이며 (주)아르카디아의 조직도를 열어 보고는 이내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메인 시나리오부터 그 밑의 등급까지 미친 듯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할 텐데 언제까지고 내가 그걸 다 검토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 변화가 생긴 이상 그 변화에 따라 나랑 직원들의 업무 역시 조정되어야지.”
그러면서 그녀는 어느 익숙한 부서의 이름을 보고 묘하게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어쩌다 보니 부서원들을 다시 원래 업무로 복귀시켜 줄 수 있게 됐네? 잘됐어.”
모니터를 손가락으로 쿡 찌르며 중얼거리는 이미연 사장. 그녀의 손가락은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는 다른 부서들과 다르게 홀로 외로이 존재하는 한 부서를 가리키고 있었다.
[위기 관리 대응 팀]과거, 퀘스트와 시나리오를 개발하던 부서를 자기 마음대로 듣도 보도 못 한 이상한 이름을 가진 부서로 뒤바꿔 버렸던 이미연 사장. 그 이후에 이와 관련된 항의를 정식 서면을 비롯해 화장실 뒷담으로까지 어마어마하게 들었었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던 그녀.
하지만 지금 이미연 사장은 이들이 언제고 애타게 원하고 외치던 그 부탁을 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위기 관리 대응 팀 직원들에게 특별 권한을 부여할게. 권명한 전무를 비롯해 해당 부서의 직원들은 메인 시나리오와 관련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이에 대한 검토를 통해 위험도를 평가하고 다른 부서에 필요한 대응 조치를 구상하라고 할 수 있도록. 어차피 이들이 원래 하던 일이니까 별달리 할 말은 없겠지.”
[메인 시나리오 전체를 말입니까?]“응. 후반 위기와 관련된 것들만 제외해 줘. 그것만 빼고 나머지 전부.”
자기는 귀찮은 일 안 하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는 선언을 당당하게 하는 이미연 사장. 하지만 아무런 감정이 없는 엘리스는 그녀의 지시가 합당한 것인지만 판단하고는 이내 무미건조하게 해당 조치를 시행해 나갔다.
[명령 확인. 업무 관리 권한 재조정. 해당 부서에 대한 특별 권한 신설. 업무 재배당.]그렇게 순식간에 그녀의 메일함에서 사라져 가는 시뻘건 제목의 무지막지한 보고서들.
한 문서당 자그마치 1,000쪽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문서들을 검토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사실에 이미연 사장은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지으며 의자에 드러누웠다.
“아. 엘리스, 혹시 좀 분위기 좋은 클래식 곡들 틀어 줄래?”
[알겠습니다, 사장님.]따사로운 햇살이 통으로 되어 있는 창문을 통해 비치는 기분 좋은 오후 시간.
그녀는 그 이후로 한참 동안 엘리스가 들려주는 클래식을 즐기며 자신만의 휴식을 즐겼다.
저 밑의 사무실에서 들려오는 비탄에 잠긴 괴성이 울려 퍼지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 채.
* * *
그저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오락거리에 불과한 아르카디아.
하지만 미국의 젊은 청년, 루카스는 현실보다도 더 진지하게 이 가상의 세상에 몰입하여 진짜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저 아무런 가치가 없는 NPC라는 허상 속 존재의 죽음에도 어마어마한 상실감과 슬픔, 분노를 느끼던 그.
그런 그의 절망에 존재조차 잃어버린 한 신성이 영겁의 시간에서 눈을 떴다.
[태초의 죽음이 그대를 주시합니다.]비탄에 잠겨 울부짖고 있던 그에게 불현듯 날아온 퀘스트.
그 이후로 모르스는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에르다산맥 일대 전체를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아무런 소득 없이 몇 날 며칠을 식음을 전폐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않은 채 24시간의 대부분을 게임 속에 접속해 미친 듯이 헤집고 다니기 시작한 그.
지독한 복수심에 불타 광기 어린 집착으로 산 전체를 뒤집어엎으며 찾아다닌 결과. 그는 신성 교단이 그토록 비밀 속으로 숨기려 했던 그곳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우우우웅.
거대한 바위들 사이로 갈라진 틈새.
몸집이 날렵한 사람 하나가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그 안에서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는 지독한 어둠.
너무나도 불길해 보이는 그 기운에 긴장된 얼굴로 잠깐 주저하던 모르스. 하지만 천천히 그 어둠에 손을 가져다 대자, 그의 눈앞에는 이전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메시지가 떠올랐다.
[태초의 죽음의 기운이 잠든 유적지를 발견하였습니다.] [태초의 죽음이 그대의 진입을 허락하였습니다.] [유적지에 입장하겠습니까?]퀘스트에 나와 있던 키워드.
태초의 죽음.
메시지를 통해 자신이 찾던 그곳이 맞다는 것을 확신한 모르스는 일말의 주저 없이 자신의 눈앞에 나와 있는 Y를 눌렀다.
그리고 그 순간.
바위틈에서 넘실대던 그 거대한 어둠이 일순간에 뿜어져 나와 단숨에 그를 집어삼켰다.
[태초의 죽음이 그대를 시험합니다.]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메시지가 들려오면서 말이다.
* * *
‘뭐지……?’
한참 동안 감각이 없이 우주를 떠도는 것 같던 모르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온통 끈적거리고 비릿한 냄새가 풍겨 오는 축축한 액체들이 가득한 것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때.
불길한 보랏빛의 화염이 곳곳에 피어나더니 이내 그의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비추기 시작하자 그는 비로소 자신이 불쾌하게 느끼던 그 감각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여긴…….”
좁은 동굴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는 죽은 자들의 피.
검붉은 피가 사방에 흐르며 생명의 불꽃을 잃어버린 채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 있는 시체들의 무더기는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을 정도로 그로테스크하기 그지없었다.
“…….”
하지만, 그런 그 광경을 보고도 너무나도 담담한 모르스. 오히려 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냉정하고 차가운 얼굴로 주변에 널브러진 시신들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걸음을 옮겼다.
트레지 마을 주민들의 모습을 한 시체들.
마치 자신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고 그걸 즐기려는 듯한 악취미를 가진 자가 준비한 것 같은 더러운 기분을 느낀 모르스는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강렬한 분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거침없이 어딘가로 길게 뻗어 있는 동굴을 헤쳐 나갔다.
그리고 얼마나 걸었을까?
뼈와 거죽밖에 남지 않은 검은 아이가 그를 반겼다.
“이건…….”
깊숙이 박혀 있는 것 같은 말뚝에 묶여 있는 쇠사슬에 두 다리가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는 어린 남자아이의 모습을 한 존재.
하지만 너무나도 태연한 얼굴로 웃고 있는 그 아이를 보자마자, 모르스는 그가 자신에게 속삭이던 존재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잘도 이 좁은 구덩이를 찾아냈네?”
재미있는 장난감을 봤다는 듯이 히죽거리는 아이. 그는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모르스를 향해 물었다.
“복수하고 싶지?”
“뭐?”
“네놈이 소중히 여기던 이들을 무참히 살해한 이들에게 똑같은 죽음의 공포를 맛보게 하고 싶은 거 아냐?”
자신이 원하는 바를 똑똑히 알고 있는 것 같은 존재. 그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채로 너무나도 불길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이고 있었다.
“죽음은 그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해. 자신에게 부여된 생의 시간을 다한 존재는, 반드시 이 아르카디아를 떠나 순환의 고리로 돌아가야 하지. 그것이 아버지께서 만들어 낸 절대 법칙이고, 그 법칙을 지키고 따르는 것이 나의 사명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혼자서 주절대며 떠들고 있는 그 검은 아이. 그는 어떻게든 일어서려고 몸을 움직였지만, 강하게 조여 오는 쇠사슬에 의해 다시금 풀썩 넘어지더니 이내 묘하게 반짝거리는 눈으로 그에게 말했다.
“그래서…… 너에게 복수를 할 수 있는 힘을 줄게. 그 대신, 내 부탁을 들어줘.”
“부탁?”
그게 뭐냐는 모르스의 물음.
그 물음에 아이는 답했다.
“이 세상에 죽음을 가져다줘.”
“……?”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르스.
하지만 검은 아이는 상관없다는 듯이 기하학적인 문양들이 새겨져 있는 보랏빛의 한 단검을 그에게 건네며 정말 신이 난다는 듯이 말했다.
“내 이름은…… 데스라고 해.”
아르카디아의 창세기에 만들어진 태초의 존재들.
그중 죽음의 사명을 부여받고 탄생한 태초의 죽음.
데스.
그의 신성이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봉인을 깨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했다.